누군가의 시 한 편 (시는 오래도록 펄럭이는 깃발이다 | Paperback)

누군가의 시 한 편 (시는 오래도록 펄럭이는 깃발이다 |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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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집 후기에서 최승호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본인의 시를 빌려 이렇게 시집을 자평한다. “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껍질만을 남겼다” 이번 시집에서 최승호 시인은 ‘고재종, 기형도, 김경주, 김기택, 김민정, 김사인, 김소연, 김수영, 김정환, 김지하, 김행숙, 나희덕, 도종환, 박남철, 박상순, 박정대, 박찬일, 백석, 신용목, 신해욱, 심보선, 안도현, 유하, 이문재, 이병률, 이상희, 이성복, 이성부, 이성선, 이수명, 이수익, 이승훈, 이시영, 이영광, 이은림, 이정록, 이제니, 임영조, 장석남, 정끝별, 조용미, 진이정, 차창룡, 함기석, 함민복, 함성호, 허연, 황인숙, 황지우(이상 가나다 順)’ 등 50명의 시 50편을 인용하였는데, 시집에는 일부만 인용하였으므로(인용된 것만으로도 이번 시집을 읽기에 모자람은 없겠지만) 기왕이면 인용된 시 50편의 전문 모두를 찾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저자

최승호

저자최승호는1954년강원도춘천에서태어났다.1977년월간『현대시학』에비발디외2편의시를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으로『대설주의보』,『세속도시의즐거움』,『반딧불보호구역』,『그로테스크』,『고비,『아메바』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김수영문학상,대산문학상,미당문학상,현대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차례1_시는오래도록펄럭이는깃발이다]
여울의음악
파랑이지저귄다
들꽃
그냥존재하는사람
유리창의눈물
망설임
귀속의텅빈굴
리스본의갈매기
흐린늪에사는게아재비씨
소심
시가연기속에카스트로씨의인생이타들어갔다
두부먹이기
푸른늑대
소소리바람
벵갈호랑이


웃는돌고래
골계
버스에서
까마귀대변인
파김치상어
하마

맨드라미
누가파파파파를보았는가
두드럭징거미새우

발의즐거움
잃어버린구렁이를찾아서
누가가리왕산을안고운다
산에사는열목이
흰범꼬리풀
수풀떠들썩팔랑나비
뚱딴지꽃피는날
왜사는지모르지만
물렁물렁한바위
겨울나기
겨울산
바람의무늬들
만리장성
아주조그만흡혈귀
다시노을
종이배에서노젓기
절에서도망치기
말의그릇
여백이숨쉴때
낡은말의학교
말할수없는것
여행
후기

[차례2_누군가의시한편]
이성복/음악
이은림/태양중독자
신용목/나비
김사인/조용한일
심보선/‘나’라는말
안도현/고드름
김행숙/음악같은
이제니/잔디는유일해진다
함성호/56억7천만년의고독
나희덕/땅속의꽃
박정대/마지막이자처음인백야
박남철/지상의인간
김경주/양한마리,양두마리
황인숙/고양이를부탁해
이시영/시인이라는직업
김정환/구두한짝
김민정/그저어항
박상순/6은나무7은돌고래,열번째는전화기
김수영/어느날고궁을나오면서
이영광/사람이잘안죽는이유
신해욱/메아리
김기택/전자레인지
박찬일/살아남은자의기쁨을기다려!
이병률/시를어떨때쓰느냐물으시면
차창룡/개심사에서
이문재/귀는얼마나큰눈인가
유하/우연의음악
진이정/등대지기
이성부/한눈파는발
백석/나와지렝이
함민복/묵상
임영조/열목이
도종환/호랑지빠귀
이정록/이슬
함기석/갑자기하늘에서뚝떨어진뚱딴지씨
이승훈/인생
이수익/어느밤의누이
기형도/엄마생각
고재종/동안거
조용미/물위의길
김소연/그러나,거대함에대하여
허연/내사랑은
장석남/해남들에노을들어노을본다
정끝별/나안개에쉬려네
이상희/송광사가서
이성선/고요하다
김지하/해
이수명/오렌지나무의농담
김춘수/비가를위한말놀이3
황지우/노스탤지어

출판사 서평

1.최승호시인의아주특별한시집을펴낸다.이번시집에대하여‘시를시로읽다’,‘시를시로화답하다’혹은‘시가시를낳다’등등의표현이가능하겠다.시집후기에서최승호시인은이번시집에대해본인의시를빌려이렇게시집을자평한다.“놀라워라,조개는오직조개껍질만을남겼다”(최승호의시,「전집」전문).무슨말일까.여기서조개란최승호시인이시집에서인용한오십명의시인이쓴오십편의시를뜻하며,조개껍질이란최승호시인자신의시편들을가리키고있는것은아닐까.누군가의시(조개)를읽고그화답의시편(조개껍질)을남겼다는말이아닐까.
시인의자술과는달리편집자의눈으로보자면문장을조금바꿔야한다.“조개는오직오개만을남겼다”라고.달리말하자면“시는오직시만을남겼다”라고바꿔야맞다.이시집이보여주는것은그러니까시가시를낳는경지라고하겠다.

2.이번시집에서최승호시인은‘고재종,기형도,김경주,김기택,김민정,김사인,김소연,김수영,김정환,김지하,김행숙,나희덕,도종환,박남철,박상순,박정대,박찬일,백석,신용목,신해욱,심보선,안도현,유하,이문재,이병률,이상희,이성복,이성부,이성선,이수명,이수익,이승훈,이시영,이영광,이은림,이정록,이제니,임영조,장석남,정끝별,조용미,진이정,차창룡,함기석,함민복,함성호,허연,황인숙,황지우(이상가나다順)’등50명의시50편을인용하였는데,시집에는일부만인용하였으므로(인용된것만으로도이번시집을읽기에모자람은없겠지만)기왕이면인용된시50편의전문모두를찾아읽어볼것을권한다.그러면각각의시편들을기초로재창조한최승호시인의시편들에대한느낌도사뭇다르게다가올터.이번시집을제대로읽는독자라면100편의시를읽는셈이겠다.

3.다시말하지만이번시집은최승호시인이‘누군가의시한편’을읽고시라는형식으로댓글을단것이다.일종의댓글詩集이다.댓글이라고했지만원작에의존하지않는다는점에서독특하다.댓글그자체로서완결성을지닌다.그런데원래의시와댓글의시가묘하게닿고통한다.가령이런식이다.먼저박상순시인의시를읽어보자.

첫번째는나
2는자동차
3은늑대,4는잠수함
5는악어,6은나무,7은돌고래
8은비행기
9는코뿔소,열번째는전화기
첫번째의내가
열번째를들고반복해서말한다
2는자동차,3은늑대
몸통이불어날때까지
8은비행기,9는코뿔소,
마지막은전화기
숫자놀이장난감
아홉까지배운날
불어난제살을뜯어먹고
첫번째는나
열번째는전화기
-박상순,「6은나무7은돌고래,열번째는전화기」전문

박상순시인의도무지알수없거나,알수없을것같은시「6은나무7은돌고래,열번째는전화기」를읽은최승호시인은시의형식을통해이렇게도무지알쏭달쏭한댓글을단다.

헤헤
돌고래가웃는다
조련사가던져주는
냉동생선을받아먹을때에도
헤헤

조련사에게꾸중듣고
수조에서혼자벌을설때에도
헤헤

쇼가있는날
돌고래는관객들을웃겨보려고
공중제비,풍덩,다시공중제비,
풍덩,

돌고래는쇼를마치고
조련사에게다가간다
입을벌리고웃는다
헤헤

―「웃는돌고래」전문

도무지알수없는것에대하여도무지알쏭달쏭한것으로화답하고있는형국이니그야말로선문선답(禪問禪答)이다.이선문답을단박에알아들을수있으려면어린아이로돌아가야한다.어른에게끊임없이질문을던지는어린아이.그열린상태가되어야한다.박상순어린이가“7은돌고래”라고하니까,최승호어린이가“돌고래가웃는다헤헤”라고답하는거다.어쩌면세상에없는방식의시읽기를보여주고있는지도모르겠다.

4.무슨말을주저리주저리늘어놓은들결국기억해야할것은이것은다름아닌최승호시집이라는사실이겠다.그는여전히기계문명과천민자본주의의위험을경고하고있고,생태주의에기반한,기발한상상력또한여전하다.그러니이시집은결코유쾌통쾌상쾌하지만은않다.인류문명의과거와현재와미래만큼조금은무겁고조금은우울하다.어쩔것인가.시인이그리고있는세계는가릴수도없고피할수도없는현실인것을.시인이놓은징검다리징검돌을두드리며함께건너야하지않겠는가.

그대가받은이생도
아주우연한음악
―유하의시「우연의음악」에서

징검다리징검돌들을
두드럭
두드럭
두드리는
두드럭징거미새우야
징검다리아래로늙은장님악사가
떠내려가지않게
기다란두발로징검돌들을두드려다오
두드럭
두드럭
두드럭
두드럭
돌북처럼징검돌들을두드려다오
흐린날에도맑은날에도
늙은장님악사가
징검다리를무사히건너갈수있도록
―「두드럭징거미새우」전문

이시집을펴내며최승호시인이그런말씀을하셨다.“아주가벼운시집이었으면좋겠다.누군가여행을떠날때,언제어디서든주머니에넣고다니면서가볍게읽을수있었으면좋겠다.”그러니독자들이여.지금어디론가여행을떠날준비를하고있다면이가벼운시집한권,주머니에넣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