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김승하 시집)

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김승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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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승하 시집 [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허균 ― 누이를 생각하며》, 《나와 마을로 가는 열차 ― 샤갈의 마을을 지나》, 《새들은 과녁 속에 둥지를 틀지 않는다》, 《지저귀는 기계들 ― 조롱 속의 구관조에게》, 《지빠귀 둥지 위로 날아간 새》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자

김승하

목차

시인의말

1부도봉산뻐꾸기
허균―누이를생각하며
감자떡
감자
달무리
도봉산뻐꾸기1
외할머니의축수
도봉산뻐꾸기2
고향
유적지에서
오십천에서
눈사람과의대화
포천
억새풀1
억새풀2
억새풀3
4월의단풍나무
메콩강의노래
저문바다에길을물어
화전리의불꽃
나와마을로가는열차―샤갈의마을을지나

2부요리사가된시인
요리사가된시인
늙은솔개
시들,시들한시들
가자미구분하는법
로봇요리사K
길건너불구경하기
기르는개들의충고
면도1
새들은과녁속에둥지를틀지않는다
면도2―거울속의자화상
사이보그1
사이보그2
조용한뒷정리
25시의여자
끈끈이주걱풀
에프킬라
산벚나무에봄을묻는다
신문
엉겅퀴
4월과5월사이

3부옹기그릇부처님
옹기그릇부처님
지저귀는기계들―조롱속의구관조에게
모자이크달
꿈꾸는돌
이명
해망산에서
겨울강에서
우화
금잠초설화―K를위하여
수락산행
로빈슨크루소를읽으며―H에게
겨울잠행
등꽃
사막일기1―우로보로스의뱀
사막일기2
옥탑방풍경
지빠귀둥지위로날아간새
멀리튀는공
향단이사랑
겨울바다

해설|슬픔의계보학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

발문|詩想을잘요리한깊이있는시
박호영(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편집자책소개

칼과밥과시
-김승하시인의첫시집『저문바다에길을물어』편집후기

1
김승하시인을처음만난것은2016년10월21일속초에서열린‘2016년강원작가대회’를겸한‘이상국시인고희헌정문집출판회’때였다.강원도출신의많은시인,소설가들이한자리에모였는데,그때옆자리에앉은(처음보는)누군가인사를건넸다.“저서울환일중고등학교에서조리장으로일하고있는김승하라고합니다.”
‘뜬금없이요리사(조리장)라니?요리사가이런문학행사에는웬일?이사람의정체가뭘까?’속으로는그런생각을하면서나는그저건성으로대답했던것같다.“아,네.저는춘천에서잡지를만들고있는박제영입니다.”그때나는월간『태백』편집장을맡고있었다.그것으로어색한대화는끝날줄알았는데,그는말을이었다.“새로나온『태백』을봤는데,기대이상이더군요.”그비슷한내용으로기억한다.그리고“사실저도예전에시를썼습니다.사는게먼저라,호구지책을마련하느라잠시시를놓고있지만,언제고다시시로돌아올겁니다.”그런이야기도들려줬고,나는또건성으로대답을했던것같다.“아,네.언제고한번선생님작품을봤으면좋겠습니다.”아마그랬던것같다.그날의행사는무사히끝났고,춘천으로돌아온나는‘과거에시를썼고다시시로돌아올거’라던김승하라는요리사를어느새까마득히잊고있었다.

2
그후2년가까운시간이흘렀다.그사이월간『태백』은만2년스물네권의잡지를끝으로문을닫았다.그리고나는달아실출판사편집장으로자리를옮겨잡지대신단행본들을만들고있던참이었다.그때연락이왔다.“저김승하인데요,원고를한번보여드리고싶은데요…….”사무실로그의원고가배달되어왔다.

그는한때칼보다펜이강하다는
신념을갖고열심히시를쓴적있었다.
고등학교를졸업하는딸에게는
칼보다강한이펜으로꿈을심어주는사람이되라는
메시지와함께만년필을선물한적도있지만
이제는펜을믿지않는다.
그가다시펜대신칼을잡았을때
칼보다더강한것이밥이라는사실을
조금씩깨닫고있을뿐이다.
언젠가꿈꾸고가슴속뜨겁게타오르던불꽃들,
이제는차갑게식어냉동된언어들
양념도없이요리하고있다.
하얗게얼어붙어서리낀이미지들,
뜨겁게달아오른팬위에쏟아붓고있다.
―「요리사가된시인」전문

“칼보다펜이강하다는/신념을갖고열심히시를”썼던,시인을꿈꾸었던그가신념도꿈도포기한채요리사가되었는데,‘요리사가된시인’이었는데,그는왜다시시를쓰려고하는것일까.그는왜다시‘시인이된요리사’로방향을선회한것일까.
칼은무사에게주어지면죽임의무기가되고요리사에게주어지면살림의도구가되는법이다.밥은우리몸이생명을유지하기위해필요한최소한의조건이다.밥을벌어먹기위해시를버리고칼을들었던사내가마침내한손에는칼을쥐고한손에는다시펜을든것이다.어쩌면그는‘칼’을갈며동시에‘시’를갈았던것이고,요리를하고‘밥’을지으면서동시에‘시’를지었던것은아닐까.
더이상망설일필요가없을것같았다.그에게전화를걸었다.“김시인님,달아실에서시집을냅시다!”
내년이면육십의나이에접어드는한사내가젊은날부터꿈꾸고품고삭혔던시가한권의시집으로세상에첫선을보이기까지38년이걸린셈이다.

3
그러니까이시집은김승하시인이“저문바다에길을물어”마침내시의대륙에첫발을내디기까지의역정(歷程)이고스란히담겨있다하겠다.
그는지난삼십여년의세월동안“시든연꽃잎만흐드러진호수를따라걸으며누이의부활을꿈”(「허균―누이를생각하며」)꾸듯시의부활을꿈꿔왔다.“제몸나누어씨눈하나로다시태어나는꿈을꾸며감자들은얼마나흙을그리워하였을까”(「감자」).그는감자가흙을그리워하듯시를그리워했다.그리고마침내감자처럼푹푹썩힌그의시들이“썩어서앙금가라앉은,속깊은침묵으로빚은쫀득쫀득한감자떡같은시”(「감자떡」)들이한권의시집이되어세상밖으로나온것이다.

비갠오후,감나무잎사이쏟아지는햇살담고도란도란이야기를나누는그릇들.푸른감나무잎에돋는물방울소리,?톡,톡,물이랑처럼번져가는풍경소리,귀를열고노스님독경듣고있다.뒤란감나무아래정좌한낡은옹기그릇하나,??이빠지고상처입은작은그릇들오롯이품고있다.
―「옹기그릇부처님」

무엇보다김승하시인의첫시집을편집하면서내가발견한보석같은시가있으니,바로「옹기그릇부처님」이다.이시하나로어쩌면충분하겠다싶은그런시였다.독자들이여,세상으로부터누군가로부터상처를입었거든“이빠지고상처입은작은그릇들오롯이품고있”는김승하시인의첫시집을읽어보시라.조금은위로를받을수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