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책소개
시,그나쁜년에게다시돌아온장고
-권준호시인의시집『혼자가가장완벽하고아름답지만혼자가아니어도꽤좋은시간』편집후기
1
춘천에는풍물시장이있다.아니지어디에든풍물시장은있는법이니까표현이잘못되었다.춘천에도풍물시장이있다.그곳에가면늘시를쓰거나시를읽는사람들을만난다.시를썼거나(이제는쓰지않는),시를읽었던(더이상읽지않는)사람들도만난다.그곳에가면시를썼던,그러니까이제는시를쓰지않는사람이시인이라고하는사람도만나고,좋은시를품고있으면서나는시를쓰지못한다고시인이아니라고하는사람도만난다.작년어느날이었던가.풍물시장에서권준호형을만났다.주거니받거니하면서마침내술이좀거나해질무렵,형도취하고나도취해서,속에있는말들이풀어지고있었다
“제영아,난이제시못쓰겠다.아니안쓸련다.”
“형,형은참병신이야.병신같은놈이야.자기가진짜시인인줄도모르고.형안에진짜시가가득한줄도모르고.에라이병신같은형님아!”
그랬다.권준호형은시를품고있으면서시를쓰지못한다고하는그런부류의사람이다.
며칠전에시인권준호와사천자장면을먹었다.
권준호시인은요즘실직상태다.컴퓨터강습을듣는데,한달에공공자금12만원을주니까억지로나간다고한다.결석하면12만원을받지못하나주당하루는결석을한다.홍천문화원에서주부들을대상으로시쓰기반을맡고있기때문이다.여기서나오는강사료가한달에6만원정도라고,그러니까권준호시인의월수입은도합18만원인것이다.이따금티코를몰고홍천으로강의가는데기름값생각하면아무것도아닌데도,시에관한짓이니까그만둘생각도못하고안하는모양이다.
오늘점심도시인권준호와사천자장면을먹었다.매운자장면은어제술먹었기때문에생각나는음식이다.내가미처젓가락을놓기전에얼른일어나7,000원을계산한다.뜨악한얼굴로쳐다보니까,불쑥“선생님사정,다알아요.”
내가만나는사람들은거개가밥값계산을한다.탁발(?)에익숙해있는상태다.십년넘은대학강사,밥얻어먹는데진력이난상태의다른이름이다.내언제,어디가서밥살수있을까를궁리하기도하지만,호들갑떨지않고그저숟가락놓고일어난지이미오래된다.
―박기동,「사천자장면은맵다」(『다시,벼랑길』,창조문화,2000)전문
박기동선생께서위의시를쓴것이20년전이니강산이두번변한세월이겠다.그사이실직자였던권준호형은직장을얻었고,십년넘게보따리강사였던박기동선생은교수가되어퇴임을앞두고있으니강산이변할만도하겠다.그때나(아니그보다훨씬전부터겠다)지금이나권준호형은“시에관한짓이니까그만둘생각도못하고안하는”천상시인면서도,언제부턴가형은“시를쓰지못한다,못하겠다……”그러면서자기안깊숙한곳,혼자만의세계―혼술,혼밥그리고혼자서낚시하기,혼자서영화보기―로숨어들었다.자기안에어쩔수없는뜨겁디뜨거운시를품고있는줄도모르고!그런줄도모르고!그런형이늘안타까웠다.병신같은형!
2
“제영아,내가정말시를쓸수있을까?아직도시를쓸수있을까?”
“쓰긴뭘써!이미그안에차고넘치는것을!”
그리고올해8월쯤,형의시집원고가내게왔다.2012년『금붕어꽃』(한결)이라는시집을낸지,6년만의일이다.
금붕어가아팠다
창가의나뭇가지마다처방전을흔들어댔다
그푸른언어를온전히해독할수없는나는
그저사랑도아픔인줄안다
더이상금붕어는노래하지않았다
어느별로갔을까
다시혼자가는길
(…중략…)
모든꽃씨들은
누군가다른별로떠날때
남겨둔노래라는것을알았다
달빛별빛흔드는
저마다외로운노래들이
아름다운꽃밭을이룬다는것을,
꽃들이노래하고
새들과나무들의합창이울리는이별에서
그누구도혼자가아니라는것을,
세상에존재하는사랑만큼세상에꽃이핀다는것을,
그래서모두사랑이라는것을
―「금붕어꽃」(『금붕어꽃』,한결,2012)부분
“푸른언어를온전히해독할수없”다며시를떠나려고했던형이,혼밥과혼술로숨어들었던형이,은둔을벗고“세상에존재하는사랑만큼세상에꽃이핀다는것”을보여주려시의세상으로다시돌아온것이다.세상은,세상을살아내는일은“혼자가가장완벽하고아름답지만혼자가아니어도꽤좋은시간”이란것을보여주려다시돌아온것이다.
3
이번시집의배경을살펴보자면,주요공간은춘천이며주요시간은과거다.시집에등장하는주요인물들은춘천사람들이며춘천에서나고죽은사람들이다.이를두고시집해설을쓴이홍섭시인은이렇게말한다.
“권준호시인의이번시집을일별했을때가장먼저다가오는인상은,시인이이번시집을통해춘천을내면화하고자애쓰고있다는점이다.시인은춘천의자연과인물,그리고성장과얽힌추억들을하나하나시로그려내면서자신의연대기와세계관을표현해내는데진력한다.시인이자신이몸담고있는공간을시로표현해내는것은극히자연스러운일이나,이번시집처럼‘종합적’이고‘전면적’으로다루고있는경우는드물다고할수있다.”(이홍섭)
그런데정확히말하면춘천이아니라춘천이라불리는어떤곳이며,그곳에서나고죽는사람들이겠다.“중력이버거워”“중심잡고서있기힘”든(「이별은멀미가심해」)곳,“굴뚝으로안개를뿜어”내고,“골목에도안개들이살고있”는(「그때,예부룩」)곳,“청춘이겨울”인곳,당신이머물고있는지금그곳이그런곳이라면바로그곳이춘천이겠다.“너무지쳤어라는말을/이젠늙었어라고뱉”는다면,“나는살고있지않다”고느낀다면,존재하였는데“존재할수었었다”(「존재를증명하는한방식」)고느낀다면,당신이바로춘천사람이겠다.
그러니까이번시집『혼자가가장완벽하고아름답지만혼자가아니어도꽤좋은시간』은,춘천이아니라춘천같은곳을노래하고있으며,춘천사람이아니라“춘천같이아름답고춘천같이슬픈”,춘천과같이흐르고있는사람(「춘천같이슬픈」)들에관한이야기라고하겠다.
4
시를떠나혼자라는어둠에칩거했던형이“돌아온장고(DjangoStrikesAgain)”처럼돌아왔으니됐다.
찾아야하나
말아야하나
밤새나를흥분시키던나부
감당하기버거워잠시멀리한요부
모니터속,텅빈침대바라보며
언제올까해바라기하는새벽
시,나쁜년
―「가을엔낙엽이진다」부분
“나쁜년”이라며떠났지만,나쁜년!이라며더욱그리워했던,바로그‘시’의곁으로형이돌아왔으니되었다.돌아와준형이그저고마울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