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어머니를 소파에 앉혀 놓을 수는 없잖아요 (손한옥 시집)

그렇다고 어머니를 소파에 앉혀 놓을 수는 없잖아요 (손한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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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손한옥 시집 [그렇다고 어머니를 소파에 앉혀 놓을 수는 없잖아요]. 《어머니의 축원은 영험 있었다》, 《천리포 만리포 가는 길》, 《저항하면 반격한다》, 《내가 주연일 때 세상은 봄》, 《악산에서 배우다》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자

손한옥

시인손한옥.2002년『미네르바』로시등단.2016년『한국미소문학』으로동시등단.한국시인협회회원.시집으로『목화꽃위에지던꽃』,『직설적,아주직설적인』,『13월바람』이있음.

목차

시인의말

1부
만두를먹다가
사리
어머니의축원은영험있었다
착각
자명종과태연한시간
자화상
띵똥
자타불이라고한말을뉘우친다
위험한관계ㅡ막쇠막돌
꽃,꽃,피고지고
허술한눈알
제삿날,오실까안오실까
죽어서도숨쉬고싶은소원에대하여
달님과대면하다
이천원을실은구명선

2부
무죄의날들
7초에대한응답ㅡ폐소공포
침묵
천리포만리포가는길
노천탕
촉을만나다
몰입
열화
Staywithme
인형에서사람까지
숨어우는새
국가유공자의집
내고향은이니스프리
스물여섯번의이사
숨바꼭질
희귀병,약도없다

3부
장미,그잔인한아수라도
라이프오브나이트
지금세상은삼복이아니라쌈복이다
봄밭가는길우리는,
저항하면반격한다
정밀한사진
역류
해동되지않는선물
원투스피크해브예스ㅡ일리있다
뇌물받은개
과학적인선물
어떤탈퇴ㅡ그룹밴드
나는지구의한조각이아니라사계를운행하는지구의중심이다
결집
새벽을건너는낚시
목격자―들쥐

4부
곰의발
용심의종류를아는손
내가주연일때세상은봄
물을누르다
보이지않는불길
파편의종류
서호를돌아
말목에핀꽃
소리를끓인다면
고정관념
악산에서배우다
이슬문장
0.5센티
가령
무임승차권
전쟁같은달

해설|지혜의길로나아가는삶의도정

출판사 서평

어머니가진부한게아니다
-손한옥시인의시집『그렇다고어머니를소파에앉혀놓을수는없잖아요』편집후기

1
손한옥시인과는사실일면식이없다.그런데도아주오랫동안알고지낸고향의누이같다.십여년전일이다.고형렬선생께서만들던잡지『시평』을정기구독하던때였는데,처음보는이의시가눈에확!들어왔다.손한옥시인의시「직설적,아주직설적인」이라는비교적긴시였다.

ㅡ사당패같이돌아다니는년
ㅡ머리피도안마른것이머슴아만나는년
ㅡ쌔가만발이나빠질년
ㅡ주딩이가열닷발이나나온년
ㅡ조둥이가염포창날같은년
ㅡ갈롱부리다얼어죽을년
ㅡ지에미잡아먹을년
ㅡ엄발이돋을데로돋은년
ㅡ어른이나무랄때한마디도안지고아바리총총하는년
ㅡ제어미알기로발가락새때만도안여기는년
ㅡ양탈비탈둘러대고돌아다니는년
이런년,나를두고어머니는
고렇게사람말안들으면눈에밍태껍데기붙이고영남루다리밑에있는너거엄마한테데려다줄거라고
ㅡ더도말고덜도말고딱,니닮은딸하나낳으라고
축원하고또축원하셨다
어머니,수년을산문産門닫고사시다가새삼스런마흔에나를낳고
한풀이란한풀이는다하셨네
―「직설적,아주직설적인」부분

그리고이시는손한옥시인의두번째시집『직설적,아주직설적인』(천년의시작,2010)의표제시가되기도하였다.그시집에는또한편의눈에띄는시가있다.「밍심보감」이란시다.

머리피도안마르고머리소똥도안버꺼진것들이
남애만나고사당년같이돌아댕기사믄
앞날이불보드시뻔한기라
우야던동에미말새기들어야지
여차잘모때믄니눈까리니찌른변이생기는거시간문제대이
난중에눈까리눈물빼지말고밍심하고또밍심하거래이
―「밍심보감」부분

그당시나는손한옥시인의시에대해이렇게이야기를하곤했다.
“어머니는더이상상징을갖지못하는시대이다.굳이시대를이야기하지않더라도어머니는시적소재로진부하다.너무나많은시인들이어머니를시로썼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어머니를통과해서나온존재들이며그럼에도불구하고어머니를반드시통과해야하는존재들이다.그러니시를쓰는자라면한번은반드시어머니를통과해야한다.그런연유로여전히많은시인이어머니를‘쓰고’있지만문제는언제나‘쓰여진어머니’의진부함이다.쓰여진어머니의진부함이란얼마나안쓰러운일인가.와중에손한옥의시가있어참다행이다.‘어머니’가진부한것이아니라‘쓰여진어머니’가진부한것이라는것을손한옥시인이증명하고있기때문이다.최근에이만한감동을준‘쓰여진어머니’가있던가싶다.”

진부한소재가어디어머니뿐이겠는가.상징과은유를잃어버린수많은사물과이름들.그것에새로운상징과은유를불어넣어더큰부피의감동을만들어내는시인.손한옥시인은내게그런누이였다.

2
지난해,손한옥시인께서세번째시집『13월바람』(시산맥,2017)을보내주셨을때였다.사는일도시를쓴다는일도시들해질무렵이었는데,시집속의시한편이내정신을퍼뜩들게한것이었다.

썩거두어라부적,
경면주사갈아서자(子)시에그려낸명자꽃빛주문(呪文)
나이제보여줄것없다
곪은발톱까지다보였다
소녀도아니다여인도아니다
가시나문디가시나다
동서남북모르는꼴머슴이다
풍랑앞에서있는기갈센어부다
내목소리우레보다높아종달새들지않고
길길이솟는물살윤슬은간데없다

썩나와라,
내눈막고귀막고심장조이는너
형상을보여라햇빛같이나와라
바를정(正)자이마에붙이고
꽃으로말고짐승으로말고사람으로나와라
눈을감았는가눈을떴는가
차라리넋이라말하고사무친다말하라
―「사무친다」전문

경면주사그붉은돌을갈아서,오늘인지내일인지모르는붉은시간자시(子時)에그려낸,명자꽃빛그붉은꽃빛주문을보며“사무친다!사무친다말하라!”토해내는그것은사자후였다.‘내안에붉게스미어온몸에병처럼번졌던것들도다시들어버렸구나.오늘이나내일이나이제별다를것없구나.’그런내게다시한번사무친삶을살아내라는사자후였다.손한옥시인에게전화를걸었다.

“손한옥선생님,달아실에서시집한권내시지요?네번째시집은달아실에서내시지요?”
“그래요?그럼그랍시다.”

3
그리고정확히1년후손한옥시인의원고가내게넘어왔다.
“박선생믿고원고보냅니다.1년동안눈멀고귀먹도록미친년처럼썼으니까알아서하이소.”
그리고마침내손한옥시인의네번째시집『그렇다고어머니를소파에앉혀놓을수는없잖아요』가세상에나온것이다.내손으로그야말로한땀한땀교정을본끝에마침내세상에없던집이세상밖으로나온것이다.

“야이년아니오는길에/니에미눈까리빠진거몬반나?”(「허술한눈알」)하며‘쓰여진어머니’는여전히아리고사무쳤으며,상징과은유를잃어버린수많은사물과이름들은손한옥시인의손을거치면서물컹물컹한부피를얻었고,그속으로뜨거운피가돌고있었다.가령,그흔한만두가육십년엄니아버지의사랑법이되기도하고(「만두를먹다가」),우리가매일아침듣고있는자명종이여자들의가계가되기도하는(「자명종과태연한시간」)것이었다.

4
이번시집『그렇다고어머니를소파에앉혀놓을수는없잖아요』이손한옥시인이지은그동안의시집들중최고의시집이라고말하진않겠다.그러나분명한것은그동안의시집들과같은듯사뭇다른‘말의결,말의향,말의무늬’를느낄수있을것이다.
또한손한옥시인이이시집을짓기위해지난1년여미친듯쏟아부었던날것의말들이마침내온전히숙성되기까지그궤적을되짚으며따라걷다보면,우리가그동안얼마나많은말에체했으며얼마나많은말에심장이상했는지(「침묵」)돌아보게될것이다.장미의본색을들여다볼수도있을것이며(「장미,그잔인한아수라도」),겨울의본성을들여다볼수도있을것이다(「봄밭가는길우리는,」).그리고무엇보다세상산다는일에대하여세상을견디는일에대하여그만외롭고그만괴로워도된다는뜻밖의위로를받게될지도모른다.

삶이막막하고먹먹하거든,모쪼록이시집이당신을어루만지는손이되었으면좋겠다.

■시집해설중에서

지혜는어디에서오는가.선인들의말씀에서,책에서,부모의덕담에서,선배들의조언에서오는것일까.그렇기도하겠지만지혜는자신의삶에서,숱한실패에서,가끔씩오는성공에서,생로병사에서,만물의순리에서조각조각얻어지는게아닌가싶다.그조각의지혜들을자신의생의이불에하나둘기우면한채의아름다운이불이완성될것이다.손한옥시인의네번째시집?그렇다고어머니를소파에앉혀놓을수는없잖아요?는이전의시집에서보여주었던외유내강의시에서한발더나아가서삶의과정에서느껴지는여러지혜들을자신의시쪽으로조용히불러들이고있다는인상을준다.즉내면으로향하던감각이시적으로더깊어진상태라고할수있다.서정시본연의모습으로독자들에게편안함을선사하던손한옥시인의시는이제삶의연륜이더해져서지혜의말씀들로채워지고있다.그렇게되기까지시인의노력이있었을것이고다른이들에게은연중에비쳐지던노련함도여기에더해졌을것이다.
이전의시집에서주로문어체가쓰였다면이번시집에서는구어체의혼용으로문어체만썼을때보다시가더구수하고맛깔스러워졌다.그리고일상에서경험한것들을서술체를통해서표현하는것에서스토리중심의시를지향하고있음을알수있다.내용면에서가족애,혈육의정등가까운사람들에게애착을느끼는내용들이많고,주제면에서는인생의허무,자본주의속성,낡은것과새것에대한삶의지혜,진정한사랑의의미,새로운희망으로서의사람등에대한것들로구분할수가있다.
(…중략…)
손한옥시인의시집?그렇다고어머니를소파에앉혀놓을수는없잖아요?에서가장중요한성취는자신만의시적개성을다지고있다는것이다.조금늦은나이에등단해서젊은시인들의감각과언어를따라하는시인들이좀많은가.자신의나이에맞게,자신의경험에맞게진실로자신이깨달은만큼시의길을열어가는것.그것이가장손한옥시인다운성취임을시인자신은잘알고있다.자신이살아온시간만큼삶의지혜가쌓이고그것이시인의길을비추는등대가되어앞으로의시업에더깊은깨달음과성찰을이루도록도와줄것이다.손한옥시인이자신과가까운존재들에대한사랑,타자와사물,공동체에갖게된관심들이앞으로얼마나깊이있게진행되고시의밀도를높여갈지기대가된다.

―박현솔(시인)의해설「지혜의길로나아가는삶의도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