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라는 슬픔 (이성목 시집)

함박눈이라는 슬픔 (이성목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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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성목 시집 [함박눈이라는 슬픔]. 《길 밖의 고양이》, 《너무도 詩적인 마술》, 《그때, 프로그래머의 생각은 아름다웠다》, 《다정한 엄마의 독서 지도》, 《이누이트》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자

이성목

시인이성목은1962년경북선산출생하였고,1996년『자유문학』으로등단하였다.시집으로『뜨거운뿌리』(문학의전당,2005)와『노끈』(애지,2012,아르코우수문학도서선정)이있음.

목차

시인의말

1부

폭설
대장간칼
길밖의고양이
찌라시
설레는저수지
두근두근해적룰렛
진흙쿠키
택배
해바라기
뼈울음
너무도詩적인마술
유령일기
어느날
질문
노을속으로

2부

이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백양사분소
컨베이어벨트위의조사들
콩밭에내리는햇살
창세기
발치
보름달훔치기
엎드려!운동장
번호가된사람
혀를위한우화
이저녁의작은소란
단어들로이루어진사람
부부
증명사진
상투적인그림자
늦가을,환치되지않는

3부

배후도시를산책하는방법
PC방
울밑에선봉선화
바지가나에게
그때,프로그래머의생각은아름다웠다
골,다공
폭포아래
처음부터그랬던것처럼
단풍구경
기일
바닥환풍구위를지나갈때
비린것을산다는것
할머니전성시대
식스센스
알맹이가씹히는오렌지주스
여우입술
질투
이별의모습

4부

우연히모두가그렇게
모래시계
생고기비빔밥
시인서생원
광주에는극락강이있다
암각으로쓰는편지
요로결석
불의냄새들
전날아침을잘아는어르신께
아파트9층에서일어날수있는일
다정한엄마의독서지도
함박눈이라는슬픔
이누이트
백년전
탈레반
토르소

해설|우화의그늘/오민석

출판사 서평

대장장이의노래
-이성목시집『함박눈이라는슬픔』편집후기


1
이성목형하고는2000년새로운천년이열리던그해여름처음만났다.그해여름안산,서해의염전버려진소금창고에서였다.어느새19년의세월이흘렀다.그사이나는서울을떠나고향춘천에와서자리를잡았고,형은안산을떠나대처로떠돌다광주에서새살림을차리고자리를잡았다.그사이형은세권의시집을냈다.『남자를주겠다』(모아드림,1999),『뜨거운뿌리』(문학의전당,2005),그리고『노끈』(애지,2012).시집『노끈』의발문은내가썼는데,그제목이‘포월자(匍越者에),나는그를짝사랑했다’였다.실제로그는초월이아닌포월을통해시를쓰는사람이었고,그런형을나는짝사랑했다.그시집을끝으로형을만나지못했다.간간히광주에서잘살고있다는소식만들었을뿐.호구지책을마련한다는일이형이나나나결코만만한일이아닌까닭이었다.

2
달아실출판사를만들고달아실시선을내면서,언제고이성목형의시집을꼭넣고싶었다.형은시를쓴이래지금까지늘무명이었지만,내게있어형의시는세상의그어떤유명보다빛났다.올연초에전화를걸었다.“형시집냅시다.”나로서는농담이아니었다.진지하고절실한제안이었다.형의대답은짧았다.“박형,제안은고마운데,아직시가덜되었어.”
형의시는세상의바닥을무릎이깨지도록기어간,온몸을끄을며기어간흔적이며생채기들이다.형은대장장이가쇠를수백번두들기고,담금질하고,벼리듯이그렇게시를쓰는사람이다.쉽게얻을수없을줄은이미알고있었다.그렇더라도지난수년동안분명히시집분량만큼의작품은가지고있을거라짐작했고,나는몇번을더졸랐다.
“형,시집냅시다.제발시집냅시다.”
몇번을조르고조른끝에그예답을받아냈다.
“그럼조금만기다려줘.조금더다듬고보내줄게.”
그렇게형의옥고가내손에들어왔다.

3
해설을쓴오민석교수가‘우화’를통해시집전체를설명하고있듯이,이번시집을관통하고있는것은우화(알레고리)이다.기존의많은시인들이우화를활용했지만,이번형의시집이야말로단연그최고봉에위치한다고감히말하고싶다.
우리의삶은얼마나버거운가.희로애락(喜怒哀樂)을얘기하지만실제삶은기쁨(喜)보다는노여움(怒)에가깝고,즐거움(樂)보다는슬픔(哀)에가깝지않은가.그래서실제의삶은사는일이아니라살아내는일이고,즐기는일이아니라견뎌내는일에가깝지않은가.
그천근만근의무게를지닌삶을형은우화라는그릇에담아보여주고있다.우화의힘은어떤무거운것도담을수있고,가볍게들어올릴수있다는것이다.역설적이게도기쁨(喜)이라는그릇에노여움(怒)을담고,즐거움(樂)이라는그릇에슬픔(哀)을담아내는것이다.
무슨말인가.이번시집은한번읽어서는그맛을느낄수없다는뜻이다.형의시집을편집하면서서너번을읽었는데,처음읽었을때와마지막읽었을때그맛이전혀다르게다가왔다는뜻이다.층층이감싼우화의껍질을벗겨내면마침내세상과통하는형의전언이모습을드러낸다는뜻이다.

4
그러나무엇보다시집을읽는내내내심장을두근거리게하고뛰게한것은뭐니뭐니해도형의굵은땀이었다.뜨거운대장간에서언어를담금질하고또담글질면서,벼리고또벼리면서뚝뚝떨어지는형의땀말이다.

밤새나를두드리는소리를들었습니다나는깨어나지않을참입니다바람대로라면당신혓바닥에올려놓을얇은꽂잎한장이지만나는나를두드리는사람을믿지못합니다전생에그는나를오래두드려새파란낫을건져갔던사람입니다낫에잘린꽃들을애도하기에늦었다는것을알았을때피냄새나는꽃들의후생으로내가가서어떤날끝에도잘리지않는꽃잎한장세상에드리고싶었습니다나는다시두렵습니다?두려워?지금도불을견디고망치질을견딥니다한때는저소리에깨어난쇠스랑이하루만에손가락이잘려돌아온걸보았습니다이빨이다망가진도끼도보았습니다늙어고부라진꼬챙이도있었지만아무도원했던생은아니었습니다그들이용광로속에서전생의기억을다지우고내곁에누워있는지금번번이잠들고번번이깨어나는아침이지만믿을수가없습니다쇠붙이로가득찬나를믿을수없습니다나는깨어나지않을참이지만대장장이는내속에서무엇을건져냈을까요아억겁이쇠의굴레라지만
―「대장간칼」전문

「대장간칼」을보라.형이시한편을짓기위해,문장하나,단어하나를얼마나담금질하고있고,얼마나벼리고또벼리고있는지를.혹자는시인을일러언어의연금술사라고부르기도하지만,형은연금술사가아닌‘언어의대장장이’에가깝다.연금술사는이런저런약품과기술에의존하지만,대장장이는오직자신의손과자신의몸을쓰는법이다.연금술사는초월을꿈꾸지만,대장장이는오직포월을견디는자이다.그러니결과물이다를수밖에없지않겠는가.형이만들어낸이뜨거운말의연장들이많은독자에게제대로쓰였으면하는바람이크다.

이성목시인이현실을재구성하는주요(!)방식은우화(fable)이다.우화는사물이나동물을빌려인간의이야기를하는장치이므로두층위를거칠수밖에없다.첫번째층위는사물들의세계에인간의서사를입히는것이다.두번째층위는그렇게해서사물들로하여금인간의세계에대하여말하게하는것이다.우화의성공여부는이두층위사이의투과성의정도에달려있다.현실과의접점이부족하거나사물의세계에갇힌우화는현실을단순화하며스스로도덕적훈화의상태에머문다.우화가이렇게멀리서모든것을결정하고가르치는‘꼰대’가될때,그것이보내는타전(打電)은현실에가닿지못한다.더이상메타언어의지위를고집하지않고그자체현실과한몸이될때우화는비로소‘다른’세계가된다.이것이우화의시적효과이다.
(중략)
이성목의우화는제목을보아야그것이우화라는사실을비로소알수있을정도로현실과밀착되어있다.그의우화에서사물의세계는인간의세계로바로쏟아져들어온다.화자는우화→현실의위계에구멍을내고투과성을최대한높임으로써우화가현실을규정할틈을주지않는다.그의화자역시인간의상태에서사물-인간의겹존재(doublebeing)로순식간에변한다.그리하여그의시에서우화와현실은순서나단계가아니라동일성의상호내주(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상태가된다.그것들은동일한본질의다른두얼굴이며,서로겹쳐지면서동일성의밀도를극대화한다.
(중략)
이성목이만들어내는우화들은현실과겹쳐지면서중층적의미를생산한다.그의시들은우화와현실을왕복운동하면서그것들을서로뒤섞고흔든다.우화와현실이서로만나화학반응을일으킬때그것들의경계는무너지고새로운세계가창조된다.그의시안에서우화는현실이됨으로써허구에서벗어나고,현실은우화가됨으로써의미론적풍요를얻는다.그것들은서로합쳐지면서각각의세계에서는존재하지않는새로운세계를만들어낸다.
(중략)
그는페시미즘의가운데에도손쉬운‘초월’을꿈꾸지않으며,“신발을뚫고나온검은발가락을경배”한다.궁핍의현실앞에무릎꿇는그의태도는모더니즘적세계관너머에숨어있는리얼리스트로서의그의다른면모를보여준다.그러므로그의우화들은사물들과어깨동무하고그가들여다본저밑바닥“대지”의서사이다.그리하여“허공을버리고대지로귀환하는”그의시들은악몽의세계를건너가는“순례”가된다.이시집은그발자국들의아픈기록이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의해설「우화의그늘」중에서

달아실은달의계곡(月谷)이라는뜻의순우리말입니다.“달아실출판사”는인문예술문화등모든분야를망라하는종합출판사입니다.어둠을비추는달빛같은책을만들겠습니다.달빛이천개의강을비추듯,책으로세상을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