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뒤에 기대면 어두워진다 (위선환 시집)

나무 뒤에 기대면 어두워진다 (위선환 시집)

$8.24
Description
위선환 시집 [나무 뒤에 기대면 어두워진다].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그림자를 밟다》, 《사과나무밭》, 《날마다 날씨는 좋고》, 《뻗침에 대하여》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자

위선환

시인위선환은전남장흥에서태어났으며,1960년에서정주,박두진이선(選)한용아문학상을받으면서시인이되었다.1970년이후30년간시를끊었고,1999년부터다시시를쓰면서,『나무들이강을건너갔다』(2001,현대시),『눈덮인하늘에서넘어지다』(2003,현대시),『새떼를베끼다』(2007,문학과지성사),『두근거리다』(2010,문학과지성사),『탐진강』(2013,문예중앙),『수평을가리키다』(2014,문학과지성사),『시작하는빛』(2019,문학과지성사)등시집을냈다.현대시작품상,현대시학작품상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해안선
나무들이강을건너갔다
사람들
그늘에
눈짓
이슬
정적
날개
골짜기
등허리
그림자를밟다
조막손
거미
서풍부西風賦
전조前兆
우수절
빈가지를
먼지바람같은
추락
볕쬐기
모를일이다
웅덩이
무엇이되어어디로갔는가
그겨울의거처
겨울비
들샘
세한도
해빙기
별무덤
사온일四溫日
사과나무밭
풀꽃
제비꽃
들찔레
저물녘에
뼈가따뜻하다
단풍
도깨비바늘
눈을기다린다
달빛1
달빛2
달빛3
긴강으로흐르는
가을
장날
날마다날씨는좋고
물독바닥에다맷돌로눌러둔보름달이휘영청밝은하늘가운데에떠있듯
이미반쯤은먼지가되어서
바닷놀
오체투지五體投地
별로건너다
만척간두萬尺竿頭
보았는가
눈썹바위에서노을을보다
비갠뒤
썰물
다도해
서해는만조다
북한산소묘
청신암일지
덕유산설화
눈이내리면

2부
새소리
자벌레구멍
먹골배
빈새
뻗침에대하여
이명耳鳴
새의비상
댕기
고삐
공동空洞
일모日暮
솔방울
가지치기
미루나무
교외에서
반쪽이비어있다
돌밭
하늘건너기
어둠
하늘빛이되는
전경1
전경2

파랑나비
나무뒤에기대면어두워진다
동행
임곡역林谷驛
길목
새의묘지
대설大雪
재채기소리
연비燃臂
천관산오르는길에는
공중에
눈초리
이슬방울
구멍
풀밭에
그림자뿐인
가을날
귀향
그리움
소금쟁이
눈오는날
하루살이
그늘빛
점멸
숙업宿業
알을슬다
굴뚝새
통증
삼동
나뭇가지길
정상론
적막
툇마루
바람속에서
남한강
지리산
상수리나무에기대다
둥지
겨울잠

해설
적막,혹은무한의깊이/오형엽

출판사 서평

물의노래,나무의노래
-위선환시집『나무뒤에기대면외로워진다』편집후기
1
“장흥간다”는문장과“탐진강간다”는문장,두문장사이에서공통점을찾으라면좀뜬금없겠다.
“물은흐르며비우고흘러서채운다”는문장과“나무는뻗어별에닿고뿌리는내려지구의중심에닿았다”는문장,두문장사이에서공통점을찾으라면이번에도또뜬금없겠다.
처음두문장의공통점은내게위선환이라는시인이되겠다.
나중두문장의공통점은내게위선환시인의시(집)이되겠다.

20여년전처음위선환시인을만났다.등단30년만에시라는세상으로다시발을디뎠다하셨다.그리고얼마후첫시집『나무들이강을건너갔다』를내셨다.그때선생께서는자신의언어가아직태부족하다하셨다.그리고다시얼마후두번째시집『눈덮힌하늘에서넘어지다』를지으셨다.그때선생께서는아직갈길이참멀다고하셨다.
그무렵선생과의소식이끊겼다.나는생업에쫓겼고,선생께서는언어에더몰두했던탓이아닐까나혼자그리생각하기도한다.

2
십여년만에선생께서연락을주셨다.이런저런사정은굳이밝히지않겠지만,선생의첫번째시집과두번째시집을하나로묶어서한시집으로다시내었으면좋겠는데,박시인이만들어주었으면좋겠다고.
고소원(固所願)이나불감청(不敢請)이라했던가.내가그랬다.언젠가선생의시집을내고싶었는데,차마말씀을드리지못했던차에선생께서직접연락을주셨다.책을만드는일을업으로삼아누릴수있는기쁨과행복이있다면이런것을두고하는말일게다.
암튼그렇게해서,이번에달아실시선으로선생의시집을묶게되었다.

3
이번시집은당연히신작시집은아니다.선생의첫번째시집『나무들이강을건너갔다』과두번째시집『눈덮힌하늘에서넘어지다』의합본시집이다.
이두시집이후선생께서는최근에낸시집『시작하는빛』까지다섯권의시집을더지으셨지만,앞으로더몇권의시집을지으실테지만,이번시집이갖는의미는무엇보다위선환시인께서걷고있는언어의먼길을따라가기위한그시작점이란점이다.
특정지을수없을만큼수많은서정시중에서오직‘위선환의서정’과‘위선환의서정시’를만들어내고있는위선환시인.그의첫발자국이그려낸서정을일러김형중교수는이렇게이야기하기도했다.

“제기랄,말을다루어업으로삼는이치고제말보다더한말을보고질투하지않을이몇없을터이니,나는부르르오금이저렸다.우주의섭리에대한인간의초라한추구와경외를이슬을향해턱밑에바친손바닥두개로이처럼아름답게묘파해놓았으니내말이그의말을당할재간은없어보였다.이럴땐고개를숙이는게상책이다.
몇십년을숨어지내던천재가이제시집을냈는데,그시집또한우레와같으니,장담컨대당분간문단이좀떠들썩하겠다.지금누리고있는저잣거리의명성과,내놓은시집의권수,혹은인연의색안경으로시를보지않는이들이아직있다면말이다.“

그러니내가무슨말을더보태겠는가.그저독자들께맡길따름이다.

■시집해설중에서

위선환은오랜기간시를떠나있다가2001년첫시집『나무들이강을건너갔다』로독자들을놀라게하며시의마을로귀향하였다.도시의어느한모서리에서은둔하며배회하고있었을그의시정신은,오랜세월의강물을훌쩍건너뛰어우리에게선연한자연의순결을가져다주었다.이순연한자연의원형적모습에는기나긴시간의흐름속에서누적된고독과아픔이나이테처럼새겨져있고,그고독과아픔을견디며그무엇을기다리는인고의정신이스며들어있다.위선환의시에서오랜시간의터널을통과하면서주름으로남은고독과아픔은무엇이고,그닳음과무너짐의와중에서도변함없이견지되어온시정신의지향은무엇일까?

(중략)

뻗친것이라한다
나무가뻗쳐서가지가,이파리가되고
사람이뻗쳐서그리움이된다한다
어떤사람은뻗쳐서나무에,하늘에닿는가
어떻게
사람과나무가한몸이되어하늘로뻗치고
하늘이되고
온하늘에뻗친가지가되고
하늘의가지에다온갖별자리를매다는가
어떤그리움이뻗쳐서
그리많은별빛을켜는가
하늘은어떻게길을내주고
한사람은공중에서길을비치며
별빛을데리고
지상으로내려오는가
―「뻗침에대하여」전문


‘나무’의뻗침은가지와이파리를통해‘하늘’에닿으려하고,‘사람’의뻗침은그리움이되어‘하늘’에닿으려한다.그러므로‘나무’와‘사람’은동격이다.“사람과나무가한몸이되어하늘로뻗치고/하늘이되고”에는위선환시의중심구도를이루는‘나무’와‘하늘’의수직적관계망과그지향성이선명히제시되어있다.드높은하늘을향해시종일관추구되는그리움과염원은,위선환의시를우리시대에찾아보기힘든서정성의원형을간직한작품으로기억되게한다.그리움이뻗쳐서하늘에많은별빛들을켜는모습은,위선환시인이견지하고있는서정의세계가얼마나맑고깨끗한가를잘보여준다.

(중략)

위선환시에서‘물’은시적자아와동격인‘나무’나‘새’를적시며메마른살과뼈의폐허를위로하는이미지로등장한다.‘물’의근원은지상이아니라하늘이라는점에서,이것은하늘이내리는은총이기도할것이다.인용시에서구름속에든새가젖어서햇살보다푸르게초록이파리에내리고맺혀서한방울이슬이되는장면은이를선명히보여준다.이장면을비유하는대목“잔가지에내려앉은박새가/흔들리는가지끝에서잘게떨다가/초록이파리한잎으로갓피어났듯이”는서정시인으로서위선환의자질을유감없이보여준다.이문장이전달하고있는섬세한떨림과여운은그자체가바로제목인‘새소리’의청각적울림이기때문이다.

(중략)

나무가맨몸으로잎을벗는일이나,벌레들이흙속에서숨을묻는일이나,사람이오래걷고야위는일들은모두자기를비워서하늘에닿는길을여는것이다.하늘에닿아서깊어지며푸르러져서마침내하늘빛이되는것이다.여기서우리는위선환시에나타난‘허물어짐’과‘묻힘’과‘잠김’은그‘깊어짐’이라는적막의깊이를통해무한의높이로상승하려는시도임을알게된다.그리고눈,비,강,바다,이슬등의‘물’의이미지가보여주는‘추위’와‘아픔’은그‘젖음’을통해서만깊어지고푸르러져서하늘의높이에닿을수있는매개체가됨을알게된다.결국위선환시의중요한자세를이루는‘기다림’과‘견딤’,‘건너감’과‘넘어짐’은자기를다헐고비워내는적막의깊이를통해무한의높이에이르는길을열고있다.이지점에서위선환시의적막은무한의깊이와하나로만나게되는것이다.

―오형엽(문학평론가/고려대교수)의해설「적막,혹은무한의깊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