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 (민왕기 시집)

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 (민왕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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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민왕기 시집 [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 민왕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아늑』이 민왕기 시인 특유의 감성 사전, 시로 풀어쓴 감성 사전이었다면, 이번 두 번째 시집 『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는 뭉뚱그려 말하자면 “새로운 연애 시집”이 되겠다.
저자

민왕기

민왕기시인은1978년춘천에서태어났다.2015년『시인동네』에고래외4편의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7년시집『아늑』을펴냈다.현재부산에서글을쓰며살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바닷가에빗물하나내려앉아
바닷가모래언덕
공중에떠돌던말
모란위옥탑방
호텔캘리포니아게으른태양아래
여름엔완당을풀어마신다
해안이발소에숨어서
듬돌이라는국숫집
공터를가진다는것
저녁마다무사가되어
한사람의일
자두가자두일때
흰무가있는저녁
남해해변심야백반집
골목을나오며
그늘의상점
물고기의하느님이되어

2부
너의조금
이불이익어간다
고해하기좋다
해변과사슬과머리
뜻밖에도나비는날아와서
신경정신과앞에사랑하는둘이있다
어린사람에게
측백의저녁
뒤척이는당신의등을쓸며
다시구름이어린다
낙원이쏟아진다
골똘한안경
슬픔이라는빌미
눈동자의안부
밤바다건너무량하다는말
회고적가을
난투극은아름다워
골몰과골몰이불행히도
악의조금

3부
부두에서보낸한철
비밀의비밀처럼
왜밤이어야하는지는모르지만
사랑,이라는말이있다
아가미
나는지금부에노스아이레스로간다
야비는미
폐가의모스부호들
결국,그때네가거기있었고
나는남방의술집들을다돌아다녔다

해설_한승태
공중에떠돌던말에

출판사 서평

사랑인듯사랑이아닌듯,연애인듯연애가아닌듯
-민왕기시집『내바다가되어줄수있나요』편집후기

1
달아실시선으로민왕기시인의첫번째시집『아늑』을2017년에냈는데,2년만에그의두번째시집『내바다가되어줄수있나요』를낸다.

민왕기시인은전직기자다.그는지금전업시인이지만그러니까백수이지만,그가시인으로등단하기전,그는제법오랫동안모신문사에서문화부기자와정치부기자생활을했다.그가기자를때려치우고백수가되는데에는어쩌면내가일정정도영향을준것은아닌지,그의등을떼민것은아닌지싶어미안할때가있다.

기자때려치우고시인이되라고그의등을떼민데에는나로서는그만한이유가있었다.십여년전처음그의시를보았을때,나는확신할수있었다.그는충분히좋은기자이고충분히훌륭한기자이지만그보다훨씬좋은시인이고훨씬훌륭한시인이될재목이라는것을.결국그는기자를때려치우고전업시인이되었다.

그의첫번째시집과두번째시집을달아실에서내게된데에는그런남모르는까닭이있다.두번의시집을달아실에서내면서민왕기시인은내게빚을졌다고말하지만실은그반대다.내가민왕기시인에게빚을진셈이다.

2
민왕기시인의첫번째시집『아늑』이민왕기시인특유의감성사전,시로풀어쓴감성사전이었다면,이번두번째시집『내바다가되어줄수있나요』는뭉뚱그려말하자면“새로운연애시집”이되겠다.

연애인듯연애가아닌듯,통속적인듯아닌듯,아리송하지만연애시집이맞다.
만나자는것인지헤어지자는것인지,살자는것인지죽자는것인지,알쏭달쏭하지만연애시집이맞다.
당신이좋다는것인지싫다는것인지,사랑한다는것인지미워한다는것인지,어느장단에춤을춰야할지모르겠지만연애시집이맞다.
본디사랑이그러하지않던가.사랑해서죽겠다는것인지죽을만큼사랑한다는것인지애매모호하고,너없으면죽겠다던사랑(들)이저리명랑하게다들잘살고있는것또한사랑이아니던가.
동서고금세상에서가장진부한단어가‘사랑’이면서여전히세상에서가장낯설고새로운단어또한‘사랑’이아니던가.

민왕기시인의이번시집『내바다가되어줄수있나요』는그런뜻에서“연애시집”이다.세상에서가장진부한주제인‘사랑과연애’를놀랍도록새롭고놀랍도록낯설게펼쳐보여준다.
가령「사랑,이라는말이있다」는시를읽어보자.당신의사랑이조금은식었다고생각한다면,당신의사랑이조금은진부해졌다고생각한다면,이시가조금은도움이되지않을까싶다.애초의사랑은진즉어디로가고,이제는겨우‘사랑이라는말’만남은것은아닌지.

꿈마다만나는은밀한여자가있다

어젯밤엔틉,이라는이상한열매를주었고오이보다달고참외보다는달지않은외였다

외의움푹한씨방쪽을베어먹다가점점가를씹으니닭고기맛이나는외였다

여자는누구인데아름답고틉,이라는외를먹으며웃고있나

뱀한마리스르륵지나가는풀밭에누워서

열매맛은닭고기맛,여자가꼰다리사이의무수한슬픔들을추억한다

꿈밖에서는착하기만한당신이자고있는데,아무도우리를부르지않는다

이방과꿈사이의거리는나와거울속나사이의거리

잠든당신의이마를짚어주고헛것인거울속은어두워지기로한다

거울의눈물샘이어룽인다꿈마다만나는여자가있다

포구의방안에파도가친다

추방된자들의몫으로해변하나가지고,기다려본다
검은책을펼친다사랑,이라는말이있다
―「사랑,이라는말이있다」전문

3
그렇다고이번시집이순전히,온전히‘연애시집’이라고할수는없다.오히려민왕기시인특유의감성사전으로서한층더두터워진느낌도갖게된다.첫번째시집에이어이번시집에서도민왕기시인은평면적인뜻을지닌숱한단어들에게새로운숨을불어넣고있기때문이다.그의숨으로생기를얻은단어들.부피가생기고그안에피가돌기시작한단어들.그의시집을읽는다는것은결국그만큼새로운세계를경험하는일일게다.

목련이지는아주짧은생일지라도사랑은사랑으로피어났다

거기,내가비파를켜면달뜨는모래톱이바람을켜고
또한바다너머비파반도가있다는황해도쪽으로개밥바라기별,적적한뭇별들밤을켰다

엉덩이를까고우리가처음사랑했을때처럼달은
환한봉우리를켰고계절이다가버리도록,그대를기다려나는찬우물을켰다

물개떼들이야옹거리는소리들리는,염소떼가구름염소가되고
나뭇가지들이저녁에황금가지가되는그곳에서나는기억을흐리고불을켰다

섬을돌다가는,이섬에선낮배도타고밤배도탄다는아낙들의말에
웃었다산수유꽃처럼웃던당신을떠올렸다

목련이지는아주짧은생일지라도당신을위해서라면그무엇도바꿀수있었다

비파곶하늘에일곱개의비파가떠오른다는물목이되고싶었다

나를향해무엇도쏟아지지않는이나라에도빛은오고
너를향해무엇도쏟아질것없는세상에도별은있고

나무가버린목련의한잎,두잎처럼
무심한이세계를둘만의바다로삼고,비밀의비밀이되고싶었다
―「비밀의비밀처럼」전문

당신의연애가좀더뜨겁길바란다면,다시새롭길바란다면일독을권한다.무심한이세계에둘만의비밀을만들고싶다면,둘만의부피를지닌단어를만들고싶다면또한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