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이라고하였지만,한편한편을들여다보면우화(산문)라고하기에는오히려시에가깝다.한편한편최승호선생특유의시적문장과문체로그려냈는데,독자입장에서는굳이산문이다시다구분지을필요는없을것같다.가령우화「거울의분노」를보자.
그거울은무심(無心)하지못하였다.날마다더러워지는세상을자신으로여긴거울은혐오감을참지못하고분노의힘으로온몸을산산조각내버렸다.일종의자살이었다.그러자조각조각마다보기싫은세상의파편들이또다시비쳐오는것이었다.
―「거울의분노」전문
이짧은우화를두고과연산문이라할것인가아니면시라고할것인가.무어라한들어떠할까싶다.짧지만그울림은길고넓지않은가.다음의우화「고슴도치두마리」는또어떤가.
고슴도치두마리가가시를상대방의몸에찌른채피투성이가되어함께죽어있었다.그들은서로너무깊이사랑했던모양이다.
―「고슴도치두마리」전문
최승호우화집『눈사람자살사건』에나오는우화들은대개짧다.웬만한산문시보다도짧다.그런데그짧은문장에담긴의미는결코가볍지않다.결코녹록지않다.또한처음책이나온지30년이훌쩍지났지만,최승호선생이들려주는한편한편의우화는지금의세상과빗대어도전혀어색함이없다.고전이그렇듯이좋은글은세월의풍화를이겨내는법이다.
삶이란무엇인지,인간관계란무엇인지,생태계속에서인간과자연은어떻게함께하는지등등주옥같은우화를만나보기바란다.
아직까지우리나라에이런우화는없었다고감히말할수있겠다.
“시같은우화,우화같은시”
“시집같은우화집,우화집같은시집”
어떻게불러도좋을최승호선생의우화집『눈사람자살사건』이독자들에게큰울림과위로를줄것이라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