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8.00
Description
장정욱 시집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저자

장정욱

장정욱시인은인천에서태어나2015년『시로여는세상』으로등단했고,2018년수주문학상을수상한바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빨랫줄저편
물속에꽂아둔책
귀가
이글루
달의옆모습
선물
모자는모자를잃고
까만입술로말을걸어왔네
도서관후문
어느새
스카프는당신에게로날아간다
격자무늬의잠

2부
따뜻한책을펼칠때
한장의정오
열두개의밤이지나고있다
연꽃암실
뒤돌아서서
얼음수화기
노래를풀어놓는저녁
한번도어깨를빌리지못했다
얼굴은다시돌아와
부재중거리
종이인형
스치는동안
셔터를내리다
그믐
전생에서밀려온눈송이중에

3부
눈계단
한문장이끝났다
너무깊어진식탁
다섯시를지나는추상
떠나간물방울
장미의소감
거울속에노래를담가놓고
진흙의잠
동그란유리
빗길
슬픈장난
먼산책
숨은정원
안개
……

4부
수평선의사람들
눈의습관
다른장소에서기다리다
봄밤을따르다


얼음턱
헛꽃의계절
십분내로
연밭의처용
재회의다른이름은
아직은가을
뒤늦게그꽃의향기를맡았다
수국

해설_소멸과생성에대하여?오민석

출판사 서평

숨은그림찾기혹은조각퍼즐맞추기
-장정욱시집『여름달력엔종종눈이내렸다』편집후기

1
2018년제20회수주문학상당선작으로장정욱시인의「빨랫줄저편」이선정됐다.심사위원인이영광시인은장정욱의시를이렇게평했다.
“「빨랫줄저편」외4편은시가절실한상처의기록에서출발함을확인시켜주는사례이다.내면에박힌기억의파편들을언어감각과적절한비유로정교하게들추어낸다.「빨랫줄저편」은빨래너는행위와초혼의식을절제된정념으로응축해낸인상적인작품이다.시상전개가번거롭지않고사물과말의선택이빈틈없고순조롭다.”
함께심사했던조은시인은또이렇게심사평을했다.
“「빨랫줄저편」은우리민족에게아물지않을상처로남은세월호참사를연상시키기도하는데,시를쓴사람의개성적인감각에상상력이더해져짧지만울림이크다.”
장정욱시인은수상소감을이렇게전했다.
“수상소식을전화로받고가슴이뛰고있었습니다.인천에서태어나고자랐기에수주문학상은제게어떤문학상보다각별하고,오래도록애착을가져온상입니다.수주문학상의올곧은정신을마음에새기며언제나좋은시를쓰도록노력하겠습니다.”

어찌어찌하여장정욱시인의핸드폰번호를알수있었다.
“장정욱시인님,저달아실시선을내고있는박제영편집장입니다.혹시아직원고를다른출판사로넘기지않으셨으면저희달아실시선과함께하시지않겠습니까?”
며칠후고민해보겠다던장정욱시인께서전화를주셨다.첫시집을내는것이라신중하지않을수없었다며,달아실시선과함께할수있다면영광이라는말씀을주셨다.
두드려라열리리라!
그의시집초고가드디어내손에들어왔다.작년말의일이었다.

2
이번시집『여름달력엔종종눈이내렸다』는장정욱시인의생애첫시집이다.누누이하는얘기지만,누구나하는얘기지만,시를쓰는이에게있어첫시집만큼설레고,떨리고,두려운게어디있으랴.향후시인으로서시의길을걸어가면서무수한이력을켜켜이쌓을것이지만,써나갈것이지만,그이력의맨앞줄에는항상첫시집이따라다닐것이니또한얼마나뜨겁고위험한것이랴.
그러니시인자신이야오죽하겠나싶지만편집자입장에서도그만큼첫시집을만드는작업은결코쉽지않다.시집에실릴한편한편이마치뜨거운감자와같아서다루는데있어서도조심또조심하지긴장할수밖에없는까닭이다.
다소불필요한이야기를길게주저리주저리늘어놓는데에는나름까닭이있다.처음원고를받아든날부터시집이나오는날까지햇수로는2년,정확히6개월이라는긴시간이소요되었는데,첫시집이라그만큼신중의신중을기했다는뜻이다.이얘기를하고싶어다소장황한얘기를늘어놓았던것.아무튼그덕분에내용은당연하고색깔이며편집디자인도예쁘게잘나왔다는깨알같은자랑도덧붙인다.

3
시집해설은시인이면서문학평론가이기도한단국대영문과오민석교수님께서맡아주셨다.바쁜가운데에도흔쾌히부탁을들어주셔서고맙기도하고죄송하기도한데,아무튼이번장정욱시집에대해날카롭게분석해주셨다.독자가시집을읽는데무척도움이될것이다.오민석교수에따르면이번시집의가장큰특징은확장된은유,소위‘기상(奇想conceit)’이다.그러니장정욱의이번시집은아주천천히읽어야하고또여러번읽어야한다고다음과같이조언하기도한다.

“은유가이름을한번뒤집는일이라면,기상(奇想conceit)은그렇게뒤집힌이름을한번더뒤집는것이다.그래서기상은‘확장된은유’,‘강화된은유’이다.은유가시라면,기상은시속의시이다.겹굴절된기호들은더불투명해지고짙어져서이파리를두번열지않으면속이보이지않는‘깊은’꽃같다.장정욱의시편들을감싸고있는꽃잎들을한번젖힐때시가드러나고,두번젖힐때시속의시가드러난다.그래서장정욱의시들은천천히읽어야한다.곱빼기는아무나먹는것이아니다.천천히두배의시간을들여읽을때,장정욱의다중(多重)의상상력이만들어내는세계가펼쳐진다.”

원고를교정하고교열보고편집하면서전체원고를서너차례에걸쳐읽어야했던나로서도오교수님의말씀에전적으로공감하고동의한다.첫시집이라고만만하게보았다가는그야말로큰코다칠수가있다.

4
위에서얘기했지만이번시집은일종의‘숨은그림찾기’혹은‘조각퍼즐’이라고할수도있겠다.하긴어떤시집이라고안그럴까싶기도하지만.시인이꼭꼭꽁꽁숨겨놓은그림을하나둘찾아냈을때,흩어진조각들을한데모아시인이그린완전한형상을찾아냈을때,독자는비로소이번시집의진면목을볼수있을것이다.
부언하자면,이번시집은결코읽기에만만하지않다.어쩌면벽에부딪칠지도모르겠다.그러니독자에게당부를드린다.포기하지말고‘천천히여러번’읽으시라.고진감래(苦盡甘來)라하지않았나.어렵게펼쳐보이는새로운풍경,그황홀경(오민석교수는이를두고장정욱의다중의상상력이만들어내는세계라했다)이그동안의고생을전부잊게할것이니.

질긴죄목이었다

젖은아이를안고
무지개가이어진계단을올랐다

아이의입이지워졌다

울음을모르는입에서
뚝뚝

이승의끝과끝이
파르르떨렸다

환청의기저귀를채우고
빈젖을물리고

젖지않는오줌
아물지않는배꼽

무지개가늘어지지않도록
바지랑대를세워
높이
아이를널었다
―「빨랫줄저편」전문

시집을여는시가바로「빨랫줄저편」이다.이시에숨겨진이미지가보이는가.그렇다면당신은이미이시집을두어번읽은사람일것이다.

네생일이지워진
여름달력엔종종눈이내렸다

시퍼런입술
헛것같은계절

성에낀이름하나가도착하였다
―「수국」전문

반면「수국」은시집을닫는시이며,표제로쓰인문구가들어있는작품이다.여기에시인이숨겨놓은것은무엇일까?궁금하다면시집의전부를꼼꼼히천천히그리고여러번읽어볼것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