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이라쓰고고향이라고읽는다
-전윤호시집『정선』편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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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어느날이었던가.전윤호형이정선을쓰겠다했을때,정선을통째로시로,시집에옮기겠다했을때,처음나는긴가민가했다.기행문도아니고시집이라니!가당키나한일이겠나싶었다.
그런데내게원고가떡하니당도한것이다.형이내민원고를펼치니굽이굽이정선이고구절양장에돌아흐르며정선이다.60편의시가통째로정선이다.정선을노래한다.
2
최준시인은발문을통해이번시집에대해이렇게평한다.
“정선으로시작해정선으로끝나는이시집은이별과서러움과같은전통적인정한(情恨)의정서가전편을누비지만,들풀처럼무성한그의고향사랑이행간들마다절절하게녹아들어있다.그에게정선은문명의외지에서체험한자연의풍경으로오버랩해각인된산수화가아니다.현재를살아숨쉬고있는생물이다.(중략)그는자신의고향정선을‘도화원(桃花園)’으로여긴다.신선이산다는이상향.세상으로부터지워지는꿈의장소.정선은그에게여전히속세와는다른탈속의세계다./한자아에게깃들어있는그리움과슬픔은한몸통이아닐까.그의정선시를읽으면그런생각이든다.그는정선의현재와자신이자란과거의고향을연대기적시간대위에가지런히놓지않는다.그에게간직된정선은시들에서과거의모습을그대로재현한다.세월이얼마인데정선이라고변화가어찌없을수있었을까.하지만그의고향정선은예나지금이나여전히도화원이다.”(최준,「시로쓴정선에새긴시간의지층」중에서)
전윤호형은시인의말에서정선에대해그리고이번시집에대해또한이렇게얘기한다.
“이제고향은내기억속에있다./보고싶은사람은떠나고/할말은많아도운을떼지못하는/아버지무덤이있는동네”
그러니까이번시집은‘정선’이라는특정지역을그렸다기보다는우리모두가꿈꾸는어떤이상향(최준의말을빌리자면‘도화원’이겠다.)을그리고있고,우리모두가그리워하는기억속의고향을그린시집이라하겠다.
게다가이번시집은「고향」이라는시로시작해서「정선을떠나며」라는시로끝맺음을하고있다.우연이아닐것이다.시인이‘정선’이라썼지만,마침내독자들은‘고향’을읽게되지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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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조양강,용탄,가수리,곤드레,비봉산,아라리,볼거지,나룻배,곰취,여량,꽃벼루재,몰운대,동강할미꽃,숙암계곡,불강,자미원,두위봉,덕산기계곡,정암사,구절리,광대곡,운탄고도,화절령,도롱이못,가수리,산초두부,오일장,나무돼지,신월리,민둥산,배터거리,더덕교회,나룻배,뼝대,화암약수,별어곡역,지장천,만항재,누리대,정선시장,바위구절초,공설운동장,설피,화암리,비행기재,멧돼지,돌축구,봉양섬,꿩사냥,용마소,메밀국수,수리취떡,제장마을,용소”
시집에등장하는,정선을떠올리게되는,시인이기억하고있는고향혹은정선에관련된단어들이다.시집속의시편들을따라가다보면처음듣는지명이며이름들을만나게되는데,놀랍게도그이름들이낯설지않다.언제가보았던,언젠가들었던,언젠가만났던것만같은기시감(旣視感)속에서나도모르게기억속의고향그한가운데서있게되는묘한경험을할수있다.
가령「돌축구」라는시를보자.
정선의겨울은축구시즌
축구장도공도없는아이들이
운동복도축구화도없이
꽁꽁언강으로모이지
작은돌부리두개로만든골대와
차기적당한넓적한돌이필요해
추위를무시하는자신감과
넘어져도바로일어나는투지가전부
눈쌓인자갈밭에불피우고
얼어터진신발을녹여보지않은사람은몰라
추우면추워질수록
공은더잘나간다는걸
겨울엔태백산맥한가운데에서
어차피돌부리를걷어차며살아갈자들이
콰당콰당넘어지는낙법을배우며
깊은수심을숨긴얼음판을뛰어다니지
날이저물도록멈추지않지
―「돌축구」전문
시인의고향정선에서는겨울이면꽝꽝언강에나가돌축구를했던모양이다.나는한번도경험하지못한놀이인데,묘하게유년의기억을소환시킨다.돌축구는아니지만“얼음판을뛰어다니”며“날이저물도록멈추지않”았던유년의어느한시절로돌아가게되는것이다.
4
이번시집은정선을고향으로둔사람들에게는당연히큰선물이될것이다.하지만고향이꼭정선이아니어도좋겠다.정선이아니어도고향을떠나타지에서살고있다면그사람들에게도이번시집은따뜻한선물이될것이다.
삶을살아내느라까마득히잊고있었던,바쁜일상과치열한경쟁속에서잃어버렸던,유년의기억들,고향의기억들,조금은더순수했던시절의꿈들…….이번시집은어쩌면타임머신이아닐까싶다.
타임머신을타고잠시과거속으로,잃어버린시간속으로,시간여행을떠나고싶다면이번시집『정선』을꼭읽어보시라.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달의계곡(月谷)이라는뜻의순우리말입니다.“달아실출판사”는인문예술문화등모든분야를망라하는종합출판사입니다.어둠을비추는달빛같은책을만들겠습니다.달빛이천개의강을비추듯,책으로세상을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