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 (서동인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 (서동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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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동인 시집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 첫 시집 이후 10년 만에 묶는 두 번째 시집으로, 총 52편의 시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서동인

여수에서태어나성균관대학교대학원국문학과박사과정을졸업했다.2002년『리토피아』로시단에나와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진흥기금을받았고,성균문학상을수상했으며시집으로『가방을찾습니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동백울다
너,라는꽃이불속에서
안개와의동거
비겁함이겁없이자라는계절
청량리꽃다방꽃다발이바스락거릴때
당신의신발은
위대한경전
수상한간판
운명
신기항

2부
서포일기
달과함께
봄날
물밑의사랑
그섬에는여우가산다
다시뭍으로
놀러와여우야
돌멩이를훔친당신
진돌이생각
거문도

3부
엄마
달빛먹는나무
어둠에대한경고
목련은지고
청아,청아
쌍년
길밖으로걸어가는
얼굴
호텔장례식장
땅끝모텔

4부
국경찔레꽃
안개주의보
거짓말
민달팽이여자
꿈꾸는보리밭
얼굴·2
뿌리의감옥
무정한당신
고구마
낙지
아일랜드여우

5부
바다의골목
소리도수평선
땅끝에서
옥녀를위하여
소록도
다도해노래방
중세국어연습
윤선생님
유나의일기
금오도에서
동백의세계

해설_안개가동백꽃을피워낸것일까_박라연

출판사 서평

파도에휩쓸린파편들
-서동인시집『동백주몇잔에꽃이피다니』

1
서동인시인의이번시집에대해김희정시인은이렇게얘기를한다.

“시가밥이될수없다는것은시인도안다.그래도아침이면어김없이아궁이에불을지핀다.누군가는불을넣어야식은구들장을덥히고그구들장에등을눕힌생들에게온기를불어넣어줄수있으니까.문제는쌀이다.밥이될수있는쌀이주변에많은데굳이시인은쭉정이를찾아새벽녘샘에서기른물로씻는다.쌀뜨물이올라오지않는다.생채기난생들의몸에서나온물을한참바라본다.처음부터밥보다는시인의손으로씻은생들에게눈길이가있다.이번시집시편들의글감을보라.밥이될수없는쭉정이들이논에서뽑혀져허옇게뿌리를드러냈다.이걸보고김이모락모락올라오는쌀밥을시인이어떻게상상할수있겠는가.시인이본것은쌀이되어우리의배를채워주지못하지만,사람들은쭉정이라뽑아버릴대상이라고말하지만시인은그럴수없다고한다.그의시들이그걸말하고있다.”

박수서시인은또한이렇게얘기를하고있다.

“서동인의시는스스로쓸쓸함과그리움에취한수평선을바라보거나섬숲을걷는일에분주하다.안개처럼자욱하기도하고포말처럼하얗기도하고하늘처럼푸르고바다처럼깊기도하다.그섬을슬기롭게안고세상의풍경과자연을보는일은시인의눈이하는일이지만,깊이와속을헤아리는일은시인이품고있는또다른눈이다.뭐라할까?눈밖의눈,눈안의눈이랄까.시인의눈은“활어처럼파닥이며”(「동백울다」)착하고순한시선으로등대를바라보고동백꽃을피우고유년의엄마를소환한다.맑은눈과함께서정의심장이뜨거워서다.‘어른을위한동시’같은순한시어를낳을수있는힘은시인만이굳건히믿고있는뭍에대한미련의소멸이다.뭍에서밀려남이아닌뭍을밀어내버리고섬소년으로사는삶에서치장과사치의시어는없다.꾸밈없고아늑한시어가“뭉툭해진손마디로시를쓰던”(「소록도」)시인의손에서사시사철꽃핀다.“

그리고시집의해설에서박라연시인은이렇게얘기한다.

“나는시수업을할때마치무슨수학공식주입시키듯하는말이있다.‘좋은시는내힘으로쓰는것이아니다.어디서받아오는문장이다.아무도쓴적없는문장이되대체로이해가능해야한다는것!무릎을치면서아!그래,저런표현이바로시야!그런데우리는왜그렇게표현할수없었지?하면서아쉬워하도록해야한다.’서동인의이번시집의경우에서는철회해야옳을것같다.‘감동적인시는그의인생에서나온다!’라는,진부한표현이라도빌려와야할것같다.그가한점한점걸어온시간들이애달프게불러준문장이바로그가받아적은시였다.그가과감히서울을포기하고귀촌하였으나막막하기는서울과다를바없었을까?이섬저섬을떠돌아다니면서쩡쩡!울리는시를아름답게토해낸그의힘이유별하고유장하다.”

이시집을읽은독자들은과연어떤이야기들을하게될까?

2
이번서동인의시집『동백주몇잔에꽃이피다니』는무척얇은시집이다.시집에수록된시도총52편밖에되지않는다.첫시집이후10년만에묶는두번째시집인데,그긴시간을생각하면얇아도너무얇고,시의편수가적어도너무적은셈이다.10년동안52편이라니,단순계산으로1년에5~6편의시를쓴셈이다.이쯤되면과작(寡作)이라는표현도부족하다.물론실제로는그가엄선하고또엄선하여세상에낼만하다싶은작품으로만묶었을것이나,과작임에는분명하다.아마도시중에넘치는과작(過作)의시집들,다작(多作)의시집들에익숙한독자들이라면오히려낯설지도모르겠다.
하지만시집을정독한다면이내알게될것이다.차지도넘치지도않은무척이나정교한시집이라는것을.
과유불급(過猶不及)의시집들이판치는세상에서어쩌면이번시집이새로운전범(典範)을보여주고있는지도모르겠다.

3
서동인시인은[시인의말]을통해이번시집을일러“이섬저섬떠돌다파도에휩쓸린파편들이다”라고하였는데,좀더부연하자면이번시집은‘사람이점점섬이되어가는세상’에서‘섬과섬을떠도는,떠돌수밖에없는,떠돌아야하는사람들’에대한기록이며한편으로는세상후미진곳,세상이끝나는곳,망망대해에고립된섬에서도붉은꽃을피우는,꽃을피워야하는,어떤꽃에대한기록이며,꽃핌에대한기록이기도하다.

오동도낭떠러지에/소리들이떨어지네/무대없이관객없이피고지고//새색시입술포개지는새벽이면/활어처럼파닥이며/벼랑끝절창으로떨어지네//시퍼렇게잘린바다귀를여네
―「동백울다」전문

심장에꽃이핀다/취한꽃이입술에오른다/몸을타고/뿌리끝까지흐른다//동백은/사나운갯바람을마시며피어나는꽃/동백주,몇잔에꽃이피다니!/아직은/바람을견딜수있구나
―「동백의세계」전문

「동백울다」로시작해서「동백의세계」로끝나는이번시집은그러니까이풍진세상에서,이춥고험한세상에서,끝끝내버티고버티어태풍과혹한을뚫고붉은꽃을피웠다,꽃핀채투신하는동백,동백같은사람들에대한절절한기록이겠다.

섬의주인은내가아니라바다이다//섬이/섬을낳고,낳고//바다는섬을가두고/자라나는섬들은골목을달리다가//삐비꽃무덤처럼다시섬으로엎드리고만다
―「바다의골목」부분

‘사람들사이에섬이있다/그섬에가고싶다’는시구속의섬은도원경일뿐,현실은사람이곧섬이고그섬은아름답기는커녕상처투성이고고독으로몸서리치는곳이다.그섬에붉은꽃핀다면당신은그꽃을일러뭐라말할것인가?그래서세상은살만하다고?그래서세상은아름답다고?시집을통해시인이우리에게던지는질문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