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는 나사가 있다 (김규성 시집)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 (김규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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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번 시집은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김규성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총 5부 60편의 시를 담았다. 세설원이라는 이름처럼, 세속의 맛에 물든 혀를 씻듯 말과 문장을 또 씻고 씻어내었으니, 오직 정수만 남은 시편들이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저자

김규성

전남영광출생.2000년『현대시학』으로등단.시집『고맙다는말을못했다』,『신이놓친악보』,산문집『산들내민들레』,수상집『?』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백아산
분신화음
화순고인돌
기억
풀빵
허무虛舞
녹차
꽃잠
무등산2
줄탁2
빈집
귀가

2부
나사
겨울팽목항
귀향일기
달동네2

보릿고개
함박눈

법성포
안개
아름다운시
간병일기1
간병일기2

3부
시간에는나사가있다
노루목적벽
김삿갓

선암매
구수산
칠산바다
먹구름
명옥헌
시의행간
오독

4부
오래된악수
단풍
오래된항아리
고목에게당하다
구수리1
구수리2
구수리3
빈술병소리
한밤의술
잃어버리기도쉽지않다
어머니가꿈에부르시다
신발속의길

5부
적멸
복날
아열대
화장실시론
원죄
먼파도
음주론
추석
술내리는소리
환청
가등
내가가는길에는새들이많다

해설_말의낭비를경계하는독설의팡세_이화경

출판사 서평

엄동해풍에얼고녹기를수십번반복하니마침내명태가황태가되더라
―김규성시집『시간에는나사가있다』

전남담양에가면김규성시인이운영하는문학창작촌“글을낳는집”과그의부인김선숙여사께서운영하는“세설원(洗舌園:혀를씻는집)”이있다.그곳에수많은시인묵객들이다녀갔다.이번시집해설을쓴이화경소설가는그곳의풍경을이렇게적고있다.

“〈다른모든곳에서실패한자들이마지막으로모여드는데가문학이다〉라고말한이는로맹가리였던가고종석이었던가.다른모든곳에서실패한자가마지막으로글을쓰기위해모여드는데가세설원이라고바꿔말해도무방할듯싶다.세설원골방에서글에파묻힌하루하루는고요하고다정하고깨소금쏟아지는것처럼고소했다.글이안써져도괜찮다고토닥여주는것만같은맛깔나고재미진음식으로가득찬세끼밥상을시인의아내가차려주고,촌장겸시인은웅숭깊은응시로응원해주는곳이세상천지에어디있단말인가.”

그곳에서처음김규성시인을만났다.그의안내를받아소쇄원을비롯한담양곳곳의풍경과풍경속그림자를볼수있었다.그와많은얘기를나눈것은아니지만,그의살아온내력과시쓰기의내력을잠깐들여다볼수있었다.그런인연으로이번에그의세번째시집『시간에는나사가있다』를달아실시선으로묶게되었다.

이번시집은2000년현대시학으로등단한김규성시인의세번째시집이다.총5부60편의시를담았다.세설원이라는이름처럼,세속의맛에물든혀를씻듯말과문장을또씻고씻어내었으니,오직정수만남은시편들이라감히말할수있겠다.

그의시편들을일러시인이자평론가인신덕룡은이렇게말한다.

“김규성시인의언어는한여름의배롱나무줄기같다.겉보기에물기라곤없고단단하다.나아가무색지색無色之色을얻은듯맑고투명하고담백하다.이런언어로,배롱나무가지에서와르르붉은꽃을피워내는것같이시를토해낸다.그래서그의시에는불필요한췌언이나화려한수사가없다.비틀고꼬고수식어로치장한요즘시와는결이다르다.이것은‘나’라는존재를비우고지우는과정과그과정에서마주치는대상의진면목을찾아내려는노력이함께어우러진결과이다.일체의거품을걷어낸그의언어는존재와우주의소리에가까이다가간다.그의시가절제된언어와정신의높이를바탕으로깊은울림을전해주는이유다.”

또한홍일표시인은이렇게얘기한다.

“요란한수사나거짓포즈없이진솔한시의영토를일구어나가는식물성시인김규성의시에서는근래에보기드문천연의무늬들을발견할수있다.나는한때그의시를촌평하면서‘원융무애한삶의보법’이라는표현을한적이있다.그말은지금도유효하다.이번시집에도생명에대한따듯한연민과대승의관점에서아우르는삶과존재의이야기들이곳곳에있다.또한유려하게흘러가는시행을따라가다보면옥돌처럼단단한시의몸을만나게된다.가까이다가가지않으면그냥지나치기쉬운,시의섬세한표정과숨결들이뜨겁게,혹은아프게삶의안팎풍경들을한땀한땀보여준다.거기에는도사연하는산방한담이나음풍농월과는거리가먼알짜배기시편들이있다.손기술만익혀서생산하는시들과는태생적으로다르다.몸속에서발효를거치지않은시,간곡함과치열함이없는시를경계했던평소의시론이그대로반영된결과로보인다.”

고수들의평이이러하니,변방의편집자로서감히말을보태는것이저어된다.그럼에도불구하고몇마디를더보탠다.

김규성의시편들이한편한편나오기까지를상상하다보면저절로대장간이떠오르고대관령황태덕장이떠오른다.
쇠를녹인쇳물로형상을만들고그것을두드리고두드려서,벼리고벼려서마침내칼이되고낫이되고호미가되듯이그의시는그렇게한편한편만들어졌을것만같았다.
엄동설한의대관령정상,그곳의황태덕장에서명태가황태가되려면모든것을꽝꽝얼리는추위와살을에는바닷바람을견디며얼고녹기를수십번반복해야한다.겨울내내추위와바람을견디고서야비로소명태에서황태로환골탈태하는것이다.김규성의시편들하나하나가그렇게만들어졌을것만같았다.
그러니세상의쇠붙이와같은사물들이,명태와같은날것들이그의손을거쳐마침내연장이되고황태가되는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김규성시인본인은이번시집의시편들을일러“자기검열의결벽을넘어서지못한‘나만의시’에대한욕심은또다음으로미룬다”라고하였으니,한편의시를짓기위한그의마음과태도가어느정도인지가늠하기어렵다.

악기하나씩물고새들이내려온다

맨처음한마리너는
지상의가장낮은자리에얼른
‘도’하고앉는다

―「함박눈」전문

함박눈이새가되기까지음악이되기까지시인은도대체얼마나그눈속을걷고또걷고,맞고또맞았을까.얼마나오래눈을들여다보고얼마나오래눈을버텨냈을까.그의짧은시편이쩡쩌엉내안의심금을울리는까닭이다.

이시집이야말로독자의혀를맑게씻겨줄시집이라감히말할수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