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가운데부터 운다 (임인숙 시집)

몸은 가운데부터 운다 (임인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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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잘 숙성된 포도주는 그저 음미하면 된다
― 임인숙 시집 『몸은 가운데부터 운다』
임인숙 시인의 첫 시집이다. 1955년 출생이니까 올해 우리나이로 65세다. 등단을 2016년 그러니까 62세 때 했으니, 등단도 첫 시집을 내는 것도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하긴 『말테의 수기』에서 릴케는 이런 말을 했다. “시는 기다려야 한다. 한평생을,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오래 살아서 의미와 닷맛을 모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맨 마지막에 좋은 시 겨우 열 줄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시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이다. 시 한 줄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도시와 사람과 사물을 봐야 한다.” 물론 이 말이 단순히 나이를 먹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좋은 시는 시를 쓰는 이의 삶이 충분히 숙성되고 발효되어야 한다는 말이고, 시의 언어 또한 충분히 숙성되고 발효된 것이어야 한다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저자

임인숙

1955년충청남도에서태어났다.충북대학교가정교육과를졸업하고방송통신대학가정학석사를받았으며,2017년중등교사를정년퇴임했다.2016년〈강원작가〉신인상으로등단하였고,강원작가회의회원,시동인시림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설해목
말을하고싶다
문득
생트집
배를찍다
서있는가을
해넘이
이명耳鳴
첫눈
정년
낯선시간-정년
엉겅퀴사랑
낮술
벚나무아래서

걸어온길보인다

허방
봄바람
해안선
봄이간다
코스모스

2부
산비
오월어판장
대관령옛길
옹님이엄마
윤사월
뒷문을열다
꽃눈
화부산花浮山
독백―요한이는두번파양되어성당에서살고있다

꽃을꽂은여자

3부
몸은가운데부터운다
호박죽
무심천無心川
바람부는날
아쁘깡
이별준비
대구
마늘을심다
밸런타인데이
은행나무
배추를씻으며
큰이모
튜브속세상
고사목
생일
아우성
먼별
돌무덤

4부
이명고개
숨은꽃―소녀상
어판장커피집
연당蓮堂
몽돌
검은숲이젖어있다
이슬
봄마중
처서
눈오는날
천개의바람이되어
연변
정물화
비설飛雪―제주4?3평화공원모녀상

해설_화해와연민으로가는도정,그리고순정함_이홍섭

출판사 서평

삶도숙성되지않고,시(언어)자체도숙성되지않은시집들이도처에널리지않았던가.그런면에서이번임인숙의첫시집은놀랍다.충분히숙성된삶이빚어낸문장들이,충분히발효된시어들이마치잘빚어오랜시간숙성되고발효된포도주처럼향을풍기기때문이다.그런까닭에나는조금의주저없이시집뒷표지글을이렇게쓸수있었다.

“시라는것이어쩌면잘빚은포도주와같다는게평소내생각이다.포도주는포도로만들었으나맛도향기도그화학적성질도포도를넘어선어떤것이다.시도그렇다.말(언어)로빚었으나말을넘어선것이다.포도주빚기가그러하듯시쓰기란말의발효와부패의경계에서벌이는위태로운줄타기같은것이다.언어와문장이시가되기까지발효와숙성을위한충분한시간을거쳐야하는법이다.임인숙시인의첫시집원고를읽으면서시인이참오랫동안말(언어)을묵혀왔다는생각,아주오래숙성의시간을건너왔다는생각을했다.그의시는해석과분석이아닌음미의대상이구나하는생각을했다.그러니독자들은그저이훌륭한포도주를곁에두었다가,어느날삶이조금은쓸쓸하거든,문득누군가그립거든,한잔따라드시라.”

시집의해설을쓴이홍섭시인은또이번시집을일러이렇게얘기한다.

“첫시집은시인으로서의존재증명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자신의존재증명이라할수있다.언어를통해잠든나의내면을흔들어깨우고,이를통해나를일으켜세우는존재증명은때로는고통을,때로는희열을느끼게해준다.임인숙의이번첫시집도이러한존재증명의지난한과정을잘보여준다.지나온시간과공간에켜켜이둘러싸인채잠들어있던내면의저깊은곳을흔들어깨우고,홀로질문을던지고또한홀로답을얻으며자신의일으켜세우는이번시집은불화(不和)에서화해(和解)로,화해에서따뜻한연민으로나아가는아름다운도정을보여준다.이름으로자신의내면을들여다보는아래시는그도정의시작이라할수있다.”

좋은시는해석의대상이아니라그것을넘어선다.이렇다저렇다따질필요가없다.좋은음식,좋은포도주가그렇지않은가.임인숙시인의이번시집은일종의정찬코스라고하겠다.그가차려준대로하나씩천천히그저음미하시면되겠다.에피타이저로시한접시올리니먼저입맛을돋우시면되겠다.


종일나를서성이게하는이
잠가둔시간틈으로,문득
온다

해풍속으로종일
날끌고다니는한문장도,문득

햇살깔깔거리는오월의정향숲으로
나를데려가는것도,문득

눈바람부는날
홍매화움트는것도,문득

생전에미워했던아버지
그리운것도,문득

네가보고싶을때걸려오는전화도,문득

지쳐돌아오는저녁
외로움도,문득

발끝어두운골목길가로등도,문득
켜진다
―「문득」전문


에피타이저를드셨으니본격적으로정찬을즐기셔야할텐데,그것은이제순전히독자들의몫이겠다.다드신후그소감을꼭전해주시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