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세 들어 살다 (이태관 시집)

숲에 세 들어 살다 (이태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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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태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숲에 세 들어 살다』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떡갈나무 아래서의 시론〉, 〈집착〉, 〈먹감나무〉, 〈커피나무〉, 〈단풍나무〉 등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이태관

1964년대전출생.1990년〈대전일보〉신춘문예,1994년《문학사상》등단.시집『저리도붉은기억』,『사이에서서성이다』,『나라는타자』등이있음.

목차

시인의말

1부
떡갈나무아래서의시론
집착
먹감나무
커피나무
단풍나무
노간주나무
가을에서봄에게로
동백
매화나무
고사목-주목
침향

2부
겨울숲,세량지
김지미와태현실,엄앵란을이야기하다
우수雨水에젖다
소나무
산수유
호랑가시나무
벚나무
포구나무-팽나무
미루나무
아내가말을시작했다-산딸나무
옹이
목련

3부
창문에갇힌겨울,모과나무
철새에게말을걸다
해당화
남천
쐐기를박다
자귀나무
복사나무
임도林道
자작나무
목련아파트
벌목
오래된밥상-오동나무

4부
굽은가지
밑동에물들이다-버드나무
징글벨-구상나무
오래된엽서-감나무
화살나무
해거리1
해거리2
납월매
겨울나무
측백나무
굴참나무
나무

해설
나무-숲의삶,그리고사랑/최준

출판사 서평

나무가숲을이루는방식으로우리는산다
-이태관시집『숲에세들어살다』

이태관시인의네번째시집『숲에세들어살다』를한마디로어떻게얘기하면좋을까고민하다가“나무를위한,나무에의한,나무의시집”이라고적었다.전체편수가47편밖에되지않는얇은시집속에무려서른한종의나무가등장한다.일일이적어본다.

떡갈나무,먹감나무,커피나무,단풍나무,노간주나무,동백나무,매화나무,주목나무,침향나무,오리나무,소나무,자작나무,산수유나무,호랑가시나무,벚나무,팽나무,미루나무,산딸나무,목련나무,모과나무,해당화,남천,자귀나무,복사나무,오동나무,버드나무,구상나무,감나무,화살나무,측백나무,굴참나무

과연나무를위한,나무에의한,나무의시집이라해도과언은아니겠다.하지만그의시집원고를몇번더읽고는생각이바뀌었다.나무너머숲너머마침내그가그려낸어떤사람의풍경이보였기때문이다.그리하여“사람을위한,사람에의한,사람의시집”이라고다시적었다.그러고는윤노빈선생의신생철학중한구절을떠올렸다.

“생존은개인적으로지속한다기보다‘공존적으로’또는‘공유적으로’지속한다.생존이사유적이아니라는사실이생존의지속성을보장해준다.생존의공존적ㆍ공유적지속은역사적지속이다.”(윤노빈,『신생철학』)

시집속의어떤시를읽어도좋을것이나,가령「김지미와태현실,엄앵란을이야기하다」같은시를한번보자.

나무와나무가모여숲을이룬다
그들의노래는각기다르고사연도많다

오리나무는오리五里마다심었던나무고
(혹,오리가앉았던나무인지모른다)
소나무는소를매었던나무다
(솔잎사이로바람지나는소리소-소-하였는지도)
단단한밤을지새우는밤나무
자작자작타는자작나무의생들이모여
숲이된다
그죽음의하나가숯이라면

어쩌면소소小小한이야기
숯에얹어진오리가십리를가는사이,
술상앞에모인이들의머리가반백이다

어느새,그숲사이로가을이지나고있다
-「김지미와태현실,엄앵란을이야기하다」전문

이시를두고해설을쓴최준시인은이렇게얘기한다.

“공통성을지니지만개별성또한분명히존재하는,우리가살아가는이세계를시인은숲에비유한다.숲을이루고있는‘오리나무’‘소나무’‘밤나무’‘자작나무’는저마다의내력을지닌자아의정체성이다.‘오리나무’가‘오리五里마다심었던나무’인지‘오리가앉았던나무’인지모르고,‘소나무’가‘소를매었던나무’인지‘솔잎사이로바람지나는소리소-소-하였는지도’모른다.이처럼개별의삶을살아내는이들의세세한삶의내력은알길이없으나,여기에‘밤나무’와‘자작나무’까지가세해하나의숲을이룬다./시인이바라보는숲은곧우리네인간세와다름이없다.이렇게각기다른모양과빛깔로숲을이루어살지만하나의공통점이있다면언젠가는누구나에게닥칠죽음이다.죽음은신이아니고서는절대로벗어날수없는희로애락(喜怒哀樂)의종점.‘숯’은말할필요도없는소멸의의미일테고,우리는타자의소멸을자양분삼아생을영위하는존재이다.하지만그들의삶도이미‘머리가반백’이며‘숲’은어느새‘가을이지나고있다.’가을은갈무리이자소멸을향해가는마지막도정이다.시인의전언대로우리는죽음의숙명을거스를수없다.아등바등현실을이악물고살아내어보았자결국은모두가소멸하고야말존재들이다.허무주의가그런인식으로부터태어난자식인가.그러나시인은생의허무에쉽사리발을담그지않는다.어차피사라질존재들이니사는동안서로사랑하며살자고말한다.경쟁과질시와반목대신에사랑과용서와화해를자신의화두로삼는다.”

여기에윤노빈선생의말을빌려한마디보탠다.이태관시인이결국말하고싶었던것은김지미도태현실도엄앵란도아닌,“결국생존은공존이다”라는그한마디아니었을까.

창문너머로
측백나무안개비에젖고있다그모습이익숙한건아마도
어릴적기억때문이다
학교를감싸안은그울타리는
모두가개구멍이었다정문으로등하교하라시던선생님말씀은
한마디로개소리일뿐이었다쉬운길놔두고돌아가라니
그렇게반생을넘어살았다

가로막는것과막히는거
어쩌면생은이두가지의반복아닌가
하고싶거나하지못하는거
갖고싶거나갖지못하는거
가고싶으나가지못하는것

우듬지마다맺혀있는저수많은눈들
조금은틈을주어야겠다
쪼로록,고양이가지난다개가지난다
잠시후면나도당신도저나무사이를지나
숲에다다를것이다
-「측백나무」전문

시인은“가로막는것과막히는거”이두가지를반복하면서반생을넘어살았다고고백한다.그리고“잠시후면나도당신도저나무사이를지나/숲에다다를것”이라고말한다.

파편화된개인의삶이더피폐화되고마침내무너지지전에우리의삶이과연숲이라는공존을이룰수있을지아무도알수없다.하지만숲에다다라야한다는것만큼은틀림없는사실이겠다.이태관시인의이번시집을덮으며그런생각에다다랐다.얇은시집이지만그생각의두께와깊이는만만치않게두껍고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