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전부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오후 - 달아실시선 33

생의 전부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오후 - 달아실시선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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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등단 십 년 만에 첫 시집입니다.
한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처음으로 안착을 시도해볼 일이었습니다.

평생 말씀을 갖고 기도하듯 살아야 하는 사람,

시인은
바릿대 안에 수많은 말을 모으고 거르고
비로소 시로
다시 돌려 드리는,
증진,
말이 아니라 뜻이 중요한 삶이라
말의 탁발승일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불시착은 많았음만큼의 연습이었기에
안착이 쉬워지고 있습니다.

남녘 변방이 좋았습니다.
발화는 따뜻한 이곳 변방에서 일어나기 충분하므로.

2020년 가을, 남녘 바닷가에서
안채영
선정 및 수상내역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안채영

저자:안채영
1967년진주에서태어났다.2010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지은책으로『하루에한번,파자시』(2019)가있다.現문학동인지마루문학회장.

목차

시인의말

1부
곡우무렵
언간문諺簡文
수레국화
생몰연대를적다
소금
도마뱀
우리의안부는언제나진심이었다
호박폐가
벽을비워놓았다고답장을보냈다
새점을치다

2부
쟁반같이둥근달
봄날수리점
두근거리다
오수관별자리
홍시
물을기르다
압화壓花
간지럽다,오후한시
어떡하오
사과선퇴蟬退

3부
미닫이책
벽지
함바식당
호칭을파는상점
메기
망종의혀
우식아재
꽃핀개
헝클어진곳들
36.5°C

4부
사랑의불시착
도마의재해석
묶여있다
별명의나이
비상사태
흔한풍경,눈앞이바쁘다
생강
하잠夏蠶
구름이강을건너는법을너는알고있니?
똑딱똑딱

5부

유등流燈-남강에서
뼈의품격
대섬에서
툰드라산19번지
단속사지斷俗寺址,정당매政堂梅
비오는날에는실안바다로가야한다-손이착한박재삼
실안노을
춘절春節-날개달린닭
저도,달방
종포마을에가서
발화점

해설_소외된풍경들에게봄을연주하는단하나의바이올린_이병철

출판사 서평

시집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이기도한이병철시인은이렇게말한다.

안채영의시를읽는것은그래서다행스러운일이다.그녀는자기만의방에서문을걸어잠그는대신바깥의풍경들을내면에담기위해‘나’를열고비운다.그리고볕이잘드는양지가아닌어둡고추운음지로향한다.거기사라질듯사라지지않고여린숨을쉬고있는몸짓들을향해,그림자들을향해,어둠과추위를바투잡은채소멸을견디는손들을향해안채영의시는환한납설수(臘雪水)로스며든다.소외된풍경들에게봄을연주하는단하나의바이올린이된다.……위시에서안채영은가벼움을통해무거움을획득하는새로운시대의존재론을제시한다.화자가“생은어디로사라진걸까?투명한족보는발소리가죽은풍경을위해문을열어놓고있다”고진술할때,‘비움’이란결국‘사라짐’,‘투명함’,‘죽은풍경’과짝을이루는소모행위에지나지않는것으로오독되기쉽다.하지만시인은“가장가벼운내부쪽으로아픈것들을묶어놓”는사람이다.자신을비운자리에“안보이는틈에흔들리”는세계의풍경들을채워넣는다.그순간사람이살지않는텅빈폐가가소멸의장소만이아니라“잡초가더무성”한생명의공간임이밝혀진다.공허를충만으로바꾸는생명력의언어,“가벼운꽃말이꽃밭을통째로끌고간”다.이는존재론적아포리즘인동시에탁월한메타시(Metapoetry)이기도하다.자의식과자기감정을덜어낸언어로독자의마음을끌고가는시,물처럼어디로든흘러갈수있는시,안채영의시야말로포스트모던의시가아닌가?

그리고결론적으로이번시집에대해이병철시인은이렇게말한다.

비움을통한채움,공허속충만함이겨울의내면이라면,안채영의시는겨울아침에내리는함박눈이다.얼음밑을흐르는계곡물이다.눈내리는밤의바이올린소리다.흰눈에덮인세상은더없이조용할따름이다.눈내리는저녁의바이올린연주에서는소리보다고요함이더크게들린다.눈이오면대기가머금은습기와저기압이소리를증폭시킨다.다른소리는들리지않고바이올린소리와이따금사람발자국소리만들리는한적한저녁은오히려고요함을통해아름다운음악을획득한다.안채영은공명통을만들기위해속을파낸바이올린처럼,‘나’를비워야비로소아름다운소리를낼수있다고,세계와협화음을맺을수있다고,타자지향의성숙한인격이될수있다고노래한다.그녀의연주는모든낮고어두운곳을통과해우리마음으로흐른다.이제안채영의음악에귀기울일때가되었다.

가을에서겨울로접어드는계절이다.이쓸쓸한계절에안채영이풀어내는꽃말들과안채영이연주하는아름다운음악에잠시취해보는것도좋겠다.

■달아실시선은…

시를짓는시민(詩民)과시를읽는시민(詩民)의마음을함께헤아리겠습니다.사람과사람의관계망,사람과자연의관계망을살펴상생과조화를이루는삶을시민(詩民)과함께꿈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