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가 등고선을 그리며 날았다 (김희자 시집)

산새가 등고선을 그리며 날았다 (김희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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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희자 시인이 일흔의 나이에 첫 시집 『산새가 등고선을 그리며 날았다』를 상재했다. 김희자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스스로를 “아버지에게, 남편에게 / 대물림 된 모멸의 시간”(「흐린 그 여자」) 속에 갇힌 여자라고 명명하며 물성에 잠식되어버린 우리의 삶을 고찰한다. 그가 칠십 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 동안 들여다본 세상은 “매번 얼굴을 바꾸는 전전긍긍”(「전전긍긍 수집가」)으로 전전긍긍하고, “썩은 바다가 쓰레기의 양분으로 / 성장하면 너덜거리”(「부산역, 여름」)리고, “시린 절망을 짊어진”(「주전자의 통증」) 채 걷다가 마침내 무거운 짐을 “울컥울컥 게워내”(「겨우살이」)고, “내 일생을 위해 누구의 일생을 갉아 먹고”(「호랑 배추벌레」), “허구의 창살만 만들기만 하고”(「살이 몇 개나 삐져나와」), “노동의 족쇄 헐떡이는 호흡으로 쉼 없어 흘러”(「커피 향에 스며들다」)가고, “탐욕과 비리가 / 즐비”(「세월을 삭이다」)하고, “흙탕물 위에 비양심이 엉켜 내려”(「타이밍」)오는 그런 그야말로 “백내장을 앓는”(「여름에 걸려」) 세상이다.
저자

김희자

경남출생.제12회함안예술제입상(2015년).제69회아리랑대축제전국한글백일장대회장원(2017년).한국문인협회회원.

목차

시인의말

1부
청개구리의휴거
부산역,여름
전전긍긍수집가
버릴수없는어제
위장술
엄마나무끝에서부는바람
두평의과녁
꽃밥공양
손에묻은훈계
내전생에는몇평의밭이있었을까
실상사를가다,일요일
눈이오면
노랑넥타이
걸어다니는가을
다리그림자
겨울문장
장마

2부
정전
주전자의통증
화투성분
이념의질감
동거
울음의온도를발견하다
아궁이앞에앉아
가을손등
할머니와버섯
어떤그리움
이빨위에떠있는몸살
모시조개를켜다
빨강엄마
전화기입술
김밥으로불러볼까
내비게이션
겨우살이

3부
목련

기다림
병원에서
구남매,그분은안녕하신가
호랑배추벌레
기도
흐린그여자
늙지않는모자
멸치방언
이슬의장애
골목길한적한
밀양아리랑
고모의소쩍새
바람이된어머니
나리꽃
떨어지는봄

4부
살이몇개나빠져나와
여름에걸려
배부른풍경

산과오르골
20년후의나를만질때
커피향에스며들다
탁란의시절
회양목
세월을삭이다
타이밍
약속의시계
바램의수집가
하루
여행
8월6일오후3시
속치마
갈치조림

해설_서정적온기에담긴그리움과울음의미학ㆍ유성호

출판사 서평

서정적온기에담긴그리움과울음의미학
-김희자시집『산새가등고선을그리며날았다』

김희자시인이일흔의나이에첫시집『산새가등고선을그리며날았다』를상재했다.김희자시인은이시집을통해스스로를“아버지에게,남편에게/대물림된모멸의시간”(「흐린그여자」)속에갇힌여자라고명명하며물성에잠식되어버린우리의삶을고찰한다.그가칠십년이라는적지않은세월동안들여다본세상은“매번얼굴을바꾸는전전긍긍”(「전전긍긍수집가」)으로전전긍긍하고,“썩은바다가쓰레기의양분으로/성장하면너덜거리”(「부산역,여름」)리고,“시린절망을짊어진”(「주전자의통증」)채걷다가마침내무거운짐을“울컥울컥게워내”(「겨우살이」)고,“내일생을위해누구의일생을갉아먹고”(「호랑배추벌레」),“허구의창살만만들기만하고”(「살이몇개나삐져나와」),“노동의족쇄헐떡이는호흡으로쉼없어흘러”(「커피향에스며들다」)가고,“탐욕과비리가/즐비”(「세월을삭이다」)하고,“흙탕물위에비양심이엉켜내려”(「타이밍」)오는그런그야말로“백내장을앓는”(「여름에걸려」)세상이다.
그리고시인은그런욕된세상을자신의아픔으로받아들인다.그런연후에자연과함께했던영성의삶을함께기억해내자고그속에서함께삶을치유하자고권한다.그러니그의시집을읽어가다보면“내귀를스켜어깨를토닥”(「손에묻은훈계」)이는낙엽과“새끼잃은어미소울음”(「울음의온도를발견하다」)이비로소들리고,“빈어깨를만지는”(「내전생에는몇평의밭이있었을까」)아버지가보이고,“알수없는이름의풀과꽃들”(「실상사를가다,일요일」)이어느새경전이되고,끙끙앓게했던몸살마저도“졸졸거리며나를일으켜세”(「이빨위에떠있는몸살」)우게될지모르겠다.

김희자시인의첫시집에대해유성호평론가는“서정적온기에담긴그리움과울음의미학”이라평하며이렇게말한다.

“김희자시인의첫시집『산새가등고선을그리며날았다』는오랜시간속에웅크리고있던그리움과울음의에너지를서정적언어로갈무리한섬세한기억의축도(縮圖)다.시인스스로는‘열정의객기에끌려온시들’(「시인의말」)이라고겸사(謙辭)를했지만그저류(底流)에는삶에대한애착과자유로움,기억의선명함과복합성,되돌아갈수없는시간에대한아쉬움과그리움이모두출렁이고있다.그만큼김희자의시는삶의내력을회상하고해석해가는속성을강하게띠면서서정시의근원적창작동기가자기투영과성찰에있음을증명하는사례로다가온다.”

“김희자의시는일관되게서정적차원에서시작되고완결된다.그녀의시는인간내면의파동과그것을감싸는언어에의해비로소형태를얻어간다.서정시의존재이유가삶에대한끝없는질문과궁극적긍정이라는점에서,김희자시의삶에대한신뢰와긍정은그녀가구축해가는서정적차원의확고한밑거름이되어준다.또한우리시대가문학조차공공연히상품미학으로포장되고있다는점을염두에둘때,이러한질문과긍정의힘은서정시의역설적인정체성과존재이유를선명하게알려준다.또한김희자의시는우리로하여금삶의상처들을알아가게끔해주면서도삶의본래적지향인존재론적그리움을느끼게끔해주는세계이다.이모든것을일러우리는시간예술로서의서정시가남겨가는‘주름’과‘그리움’의세계라부를수있을것이다.”

“시인은이번첫시집을통해삶에대한균형과조화의감각을종내보여준것이다.오랜시간의결을담은실존적고백을남겨주었고세계와사물로확장되어가는감각을보여주었다.그안에담긴사유와감각이단연아름답고충일하고애잔하고깊다.이제김희자시인은이렇게아름다운첫시집을딛고일어서면서더견고하고깊어진서정적언어와표상으로한걸음씩나아갈것이다.”

더무슨말을보탤것인가.그저시집속의시한편읽는것으로충분하겠다.

긴겨울잠을자느라
따뜻한햇살도무시했더니
이상한소문과수런거림에
문밖을나선다
사방에바람난여자들이야기

성급한산수유는순산을하고
복사꽃은누구와눈을맞추고
꽃단장에바쁘고
매화는화사한웃음으로
순결한척시치미떼고
찬바람에옷깃을여미고
목련은불룩한배를안고
소문이부끄러워고개를숙이고
볼록볼록벚나무는
몇쌍둥이가나올까까만눈을깜빡거리고

들판에나가보니
모두들소문을퍼나르는삽날즐비하고

하늘거리는아지랑이
나에게추파를던지고
갑자기볼이붉어진가슴은
소문에나도들추어질까속치마
-「속치마」전문

김희자시인의첫시집『산새가등고선을그리며날았다』를읽고있다면조심해야할것이다.어쩌면감추고싶었던당신의속치마가들추어질지도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