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단할 때면 꺼내 읽는, 엄마 (성시하 시집)

삶이 고단할 때면 꺼내 읽는, 엄마 (성시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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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이 고단할 때면 꺼내 읽는, 엄마』는 〈설피雪皮 - 눈 내리는 날 1〉, 〈강원도에서 온 편지〉, 〈나물 캐는 소녀들〉, 〈이젠 비밀을 들키고 싶어요〉, 〈푸른 부전나비〉, 〈흙 바람벽이 있어〉 등을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성시하

성시하시인은강원도삼척오지에서태어나한겨울밤낮으로함박눈내리는소리,밤하늘엔온세상의별들이모여들어복닥복닥정담을나누는소리를들으며자랐다.2018년『동안』신인상으로문학활동을시작했다.현재〈논술내친구연구소〉를운영하며,『동안』편집위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설피雪皮-눈내리는날1
강원도에서온편지
판문분교
사과사위
나물캐는소녀들
생일
서운한저녁
이젠비밀을들키고싶어요
베네치아
푸른부전나비
덕비골
귀로
흙바람벽이있어


2부
피에타
엄마의쪽지
안부
감자싹을따며
호박
여름나기
엄마의바다
헌밥상에대한예의
엄마생각
유정천리
연기력에관하여
정선할매곤드레밥집
엄마잃은아이
비오는날
고비사막

3부
자화상
잣나무두그루
휘파람새
푸른눈
대추따던날
기일忌日

오빠생각
칭찬받는날
종소리
대추나무집
찐빵-눈내리는날2
생일도

4부
미인폭포
2천년의사랑-폼페이
울돌목
옛날같이
12월의귀신나무
신대호수
진화된슬픔
보길도
사랑을모시고
첫사랑
마로니에공원
바람의언덕
엽서-시인이되어있을나에게

해설_모성의세계와사랑의윤리ㆍ임동확

출판사 서평

엄마를위한,엄마에의한,엄마의시집
-성시하시집『삶이고단할때면꺼내읽는,엄마』

성시하시인의첫시집『삶이고단할때면꺼내읽는,엄마』는엄마의그림과딸의시편이함께어우러진특별한시화집(詩畵集)이고,사십대중년의시인성시하가팔십대의노모(老母)김계녀에게바치는헌사(獻詞)이자절절한사모곡(思母曲)이다.
성시하시인은55편의시를시집으로묶으면서편편마다엄마김계녀가그린그림55편을함께묶었다.그야말로엄마를위한,엄마에의한,엄마의시집이라하겠다.

시집해설을쓴임동확교수는이렇게말한다.

“성시하시인의첫시집『삶이고단할때면꺼내읽는,엄마』에가장많이등장하는인물은단연‘어머니’다.지금껏저를낳아주고길러준‘어머니’가그녀의시적중심부를관통하고있다.지금도그녀가태어나고자란고향집에거주하면서마치‘큰산’처럼그녀를보호하고‘지탱해준’원초적‘힘’의근원이‘어머니’(‘시인의말’)이다.일찍이‘아버지없는자리’를‘메우시며’‘새벽마다’‘대처로간열두남매’들을위해‘장독대’에‘정화수’를올리는‘엄마’는,따라서그녀에게단지생물학적인혈연적인관계를넘어선다.모든것을인내하고포용하며관용하는‘붓다’(「엄마생각」)와같이숭고하고성스런존재가‘어머니’다.
성시하시인은단연그런‘어머니’를통해사계절의변화를느끼고생의활기를얻는다.천지만물의소생과휴식을알아차리고,‘눈물겹게아름답고경이로운’(「종소리」)생의비의와세계의아름다움을지각한다.특히어머니를통해배운순수한고향사투리또는방언을통해자연과세계의변화를가장실감있게이해하고경험한다.움직일수없는시적출발지이자생의의미를전체적으로파악하기에가장좋은배후지가바로그녀의어머니인셈이다.”
“열두남매중여덟째로태어난성시하시인은열여섯나이에이런어머니또는고향의굴레에서벗어나고자과감하게가출을감행한바있다.그리고이후‘미싱돌리는’직업과결혼그리고‘동화책읽어주는’(「자화상」)출산과육아등을거치면서점차너그러움과부드러움,인내와무애함과희생으로나타나는자비로운고향의세계와멀어진바있다.하지만동시에그단호한‘출가’는단순히고향세계와의결별로끝나지않았다.결과적으로세상을향해초월해가는생의최초의모험이바로그런초월에의방식을통해새로운세계의가능성로뛰어든사건이라고할수있다.
성시하시인의첫시집『삶이고단할때면꺼내읽는,엄마』의의의는단연여기에있다.일견박수근의그림처럼평면적이고단순소박하게보일수도있는그녀의시들은,우리에게화려하고부박한도시의불빛에눈먼고향망각의시대속에서종내마치한마리‘푸른부전나비’처럼‘한세계를매듭짓고다음세계로건너가’(「푸른부전나비」)기를촉구한다.미래와타향으로흘러가면서도또다시근원또는자기고향으로되돌아오는순환과방랑의시간을통하여,‘불쑥불청객처럼찾아오는’존재론적‘슬픔’이나‘지독한그리움’을더큰생의‘아름다움’으로‘찬란하게진화’시키고그걸‘증거’(「진화된슬픔」)하고있다.어쩌면‘우주에서가장아름다운’시의‘축제’(「첫사랑」)를시작하고자기꺼이어머니와고향의말들을받아적거나가만귀기울여들으면서.”

성시하시인의시편들과시인의모친인김계녀의그림들을한편한편편집하면서무에그리눈물이나던지.마흔아홉에남편을떠나보내고열두명의자식을혼자키워내셨다고한다.어미혼자열두명의자식을데리고건너야했던그캄캄한세월,그간난신고의시절을생각하면어찌눈물이나지않을까.성시인의시「강원도에서온편지」에김계녀의그림〈딸에게부친편지〉를얹을때는그만눈물을펑펑쏟고만것이니.편집자로서주책도이런주책이없다.

야들아,우편배달부부탁해서강냉이하고곤드레쪼매이부쳤다.도착하거든언능까서삶아먹거라.날이더워뜨믄냄새나버리게된다.강냉이몇알키워가지고자식들부쳐줄라고밤마다놋대야두둘이며뜬눈으로살다시피했다만,금년에는멧돼지새끼들이밭에내려와강냉이알차기도전에깔아뭉개매란도없이다망쳐놨다.
(중략)
마당가해바라기환하게핀속에열두자식다들어가산다.아침에는큰놈이삐죽이보이고,낮에는중간놈들이얼피보이고,해질녘에는끝놈들이싱긋이웃는다.해바라기지기전에한놈이라도핑댕겨가그라.샛노란게여간안이쁘나.
-성시하시,「강원도에서온편지」부분

태어나서처음으로편지를써다
편지봉투에딸이름과내이름을저었다
우표를붙이고우체통에넣었다
오늘부친편지를보면딸이기뻐하겠지
-김계녀글과그림,「딸에게부친편지」전문

누군들아닐까싶긴하지만성시하시인에게있어엄마는시원(詩原)이다.성시인은이번첫시집에대해이렇게얘기한다.“엄마덕분에우리형제자매지금까지잘살았어요.엄마,고마워요.”그한마디들려드리고싶었단다.엄마에게그마음충분히전해질것이니이제되었다.

어둠의빗물들이산과호수위를골고루흩뿌려지는저녁
어느새색바래고찢긴날개가거추장스러운지,
가녀린몸에붙은여섯개의다리가한낱짐일뿐인지,
너무나불안한몸짓의푸른부전나비가
꽃게처럼옆으로기거나바들바들날다가
떡갈나무잎과데크틈사이로떨어진다
더러운좋게돌담사이노란감국위에제몸을누이기도하지만
간혹내리는11월의찬비를뚫고신대호숫가를도는
발길에채이거나밟힌채푸른부전나비들이
한세계를매듭짓고다음세계로건너가는일인지
출구없는출구앞에서마냥날개를퍼덕거리고있다
-「푸른부전나비」전문

이제되었으니이제성시인이엄마를딛고더넓고깊은시의세계로날아가길바란다.“한세계를매듭짓고다음세계로건너가”(「푸른부전나비」)기를바란다.어쩌면그게엄마의더큰소원아니겠는가.“이어미를딛고더큰하늘로날아오르거라.”그리말씀하시지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