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범
고려대학교에서법학석사를,도시및지역개발학박사학위를받았다.투자상담사(한국증권업협회)이자공인중개사이며,㈜굿모닝리츠와㈜F&E도시개발의대표이사를지냈다.현재코리아부동산중개㈜대표이사로있으며고려사이버대학교부동산학과초빙교수이다.부동산관련저서로『김&정의정석부동산경매』(공저),『(개정판)실전에바로써먹는현장경매』등이있다.문학광장신춘문예신인문학상(시부문)을수상하였고,시집『길이흐르면산을만나경전이된다』를냈다.제6회황금찬문학상에서대상(2020년)을,제6회문학대전(2019년,경북일보사)에서수상하였다.
시인의말1부.꿈화몽華夢우화잃어버린코드물위를걷기꾸리골진달래초야나의하늘,나의길가릉빈가의시가詩架태동胎動봄비피카소의꿈봄,옹알이동행,그아름다운순환고리를위하여에필로그:꿈2부.사랑모시노을의말규화목硅化木안마사우리연인독감본本심줄햇살과바람과비의언어각질바람을숨긴사선斜線에물들며항구에필로그:사랑3부.여정시간의성찬발의여정단색화붉은피,그녀계단론방짜유기장생의연대기적송赤松의귀양생명열차바다세포중심에필로그:여정4부.성찰붓크레바스잃어버린전설초록뱀강의연대기바람의무늬길이흐르면산을만나경전이된다빠가사리빛과빚반성붓의사색에필로그:성찰5부.귀결뼈없는짐승버킷리스트문체말더듬이칼허공의기울기경계론정글의법칙말言의독법讀法퇴고예술의방정식시어詩語에필로그:귀결해설_경계를넘는사랑의아르케-오민석
가벼움과속도에지친이들을위로하는차(茶)한잔―정규범시집『길이흐르면산을만나경전이된다』제6회황금찬문학상대상을수상한정규범시인의첫시집이다.다섯개의테마―꿈,사랑,여정,성찰,귀결―로구성된이번시집에대해정규범시인은<시인의말>을통해이렇게얘기한다.“일상적언어에서빠져나가는뉘앙스를소환시켜생명을불어넣는길,시대의어둠을보고펜을현재의암흑에담그며써내려가는길,어둠속에서아직다가오지않은빛을포착하는언어들의얼개를짓는길,그길을따라흐르려했다.//동시대인으로서자연(山)이흘려주고인간이놓쳐버리는비의(秘意)를찾아내어맑게구워보존하고싶었다.//나의詩,나의이작은부끄러움이작은것의중함과소외됨의귀함과어둠속의빛을담아내어물처럼자연스레흐르는시를나르는날갯짓이될수있기를소망한다.”한편복효근시인은이번시집에대해이렇게이야기한다.“정규범시인의시쓰기는‘잃어버린자연잃어버린코드’를찾는일이다.그러기위해그가위치하는곳은‘맑은어둠속’이다.말하자면빛과어둠의경계이다.해탈과자유를갈구하되그는어둠속에서고뇌와고통을기꺼이거부하지않는다.그것이절대자유혹은해탈을향한‘우화’의전제임을알기때문이다.‘회색이투명으로익어가는’고치집속의시간이기도하다.나비가되기전고치집이‘순결한흰집,/농축된영혼이고인성역’이듯이그의시는우화의경계에서지순한꿈을꾼다.유난히‘영혼’이라는시어가많은것도이때문이다.자연속에감추어진삶과사랑과우주의비의를찾아헤매는고행자의영혼이다.가릉빈가처럼영생을찾아비상하며‘채광’하는구도자의작업을읽을수있다.그래서그에게시쓰기는일종의정화의식이다.함께하다보면어느새태아가그러하듯이빛이전하는정갈한영혼을경험하게된다.”또이번시집의해설을쓴오민석교수는이렇게얘기한다.“이시집은물과바람과빛과흙이어우러져우주를이루는아름다운풍경을그리고있다.정규범의작품들은이세상의본질,근원,시원,즉아르케(arche)가불,공기,물,흙이라믿었던고대이오니아(Ionia)의자연철학자들을연상케한다.제목을보라.길이흘러산을만나경전이되다니.그의시들은이질적인것들이만나,경계를넘어서로섞이고스며들어,거대한‘하나’를이루는풍경의기록이다.그리스철학자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아르케의4대원소를넘어그것들사이의관계에주목하였다.그가볼때불,공기,물,흙은따로멈춰있는것이아니라,서로끌어당기거나(사랑)서로밀어내면서(다툼)움직인다.이운동성이세계를만든다.프로이트가본능을에로스(사랑본능)와타나토스(죽음본능)로나눈것도따지고보면같은이치이다.에로스가서로를당기는에너지라면,타나토스는서로를분절시키는힘이기때문이다.정규범은세계를이루는이힘들의관계,그리고운동성에주목한다.”“이시집의후반부에나오는다음의시는우주와자연과시가어떻게동일한원리로가동되는지잘보여준다.우주의자서전을찾아읽고숙성시키며그려내는것,궁수자리A가지상에놀다간흔적인크레바스를엿보는것,달빛이모래톱에스며드는시간을빼앗아하늘위로걸어보는것,바람과파도가부딪칠때그들의정체성을파보는것,누에가그리는꿈의문체를훔쳐내는것,허공의기울기로하늘의심장을재보는것,우주의심미안으로사개맞춤을짜보는것,그리하여그런생각들을비축할수있는고비考備를시의사원에서키우는것,나의꿈,나의사랑,나의시.―「버킷리스트」전문‘한알의모래에서세계를보고/하나의야생화에서천국을보며/손바닥안에서영원을본다’던시인(윌리엄블레이크W.Blake)처럼,정규범은‘달빛’과‘모래톱’에서‘우주의자서전’을읽는다.그는‘누에가그리는꿈의문체를훔쳐내는것’을소망한다.그런‘시의사원’이바로이시집이다.”언제부턴가세상은온통가벼움으로넘쳐나고,쓰고버려진일회용쓰레기들로가득찼다.무거운것,진지한것,영원한것따위는용도폐기된지오래다.삶을진지하게성찰하거나세상의본질(本質),삶의비의(秘意)따위는아예거들떠보지않는다.문학이라고해서,詩라고해서별반다르지않다.한때세상의본질을다루고삶의비의를살폈던시인들마저자의반타의반사라지고있는실정이다.대중의입맛이라는시류에영합하려하고,인기를좇으려할뿐이니,이제는문학도시도일회용인스턴트상품으로전락한지오래다.이러한때,정규범시인이발칙하게도시류에반해도너무반하는시집을들고나온것이다.무모한것일까?용감한것일까?어쩌면둘다일지도모르겠다.그런데그래서나는이번시집을응원한다.시는응당그래야하는거니까.과속으로질주하는삶에브레이크를걸어주는것,잠시멈춰서뒤를돌아보게하는것,그런게시의역할이니까.속도가붙은삶은결코“길이흐르면산을만나경전이된다”는사실을깨닫지못하는법이니까.삶의속도에지쳤거나인스턴트커피와는다른깊은향과울림이있는차(茶)를원한다면이시집을읽어볼것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