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강을 건너온 미나리체 (손한옥 시집)

얼음 강을 건너온 미나리체 (손한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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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달아실시선 37권. 손한옥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전설 같은 이야기, 하늘과 바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손한옥의 시편들은 얼핏 보면 우리가 이미 지나쳐온 과거를 소환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우리가 잃어버린 미래를 소환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살아서 그렇지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의 우리 삶은 지금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곳에는 발길 닿는 곳마다 이야기가 있었고, 눈길 닿는 곳마다 전설이 묻어 있었으니, 삶은 그야말로 온통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다. 인류의 과학 기술과 지식 문명이 인류에게 유토피아에 닿게 할 것이라는 믿음은 진즉에 끝났고 이미 우리는 디스토피아를 목전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때 손한옥의 시편들은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근본에 대한 무거운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

손한옥

2002년『미네르바』로시,2016년『한국미소문학』으로동시등단했다.시집으로『목화꽃위에지던꽃』,『직설적,아주직설적인』,『13월바람』,『그렇다고어머니를소파에앉혀놓을수는없잖아요』가있다.한국시인협회회원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미나리체로서명하다
제도증후군
안과밖그사이,날개는
공정한식탁
굿모닝좋은아침
그리워라발랄한날
직설적인새
만萬에하나
대나무꿀에빠지다
새벽꿈
민들레하얀봄
오월의메타포
산정에서읽다
마지막팬티
머리를감고

2부
양다리
개분과계분
감자꽃부탁
산땅
공연한기쁨
욕망도자라는봄
어느독서의배후
단단한잠
근기의그릇
거미집
눈으로말하다
콩의눈물
물도헹궈먹는다
에르메스애니멀과지하철
천둥에게

3부
닭대가리
777호실병에게
가상의슬픔
이상한기념일
이팝꽃
지시적반란에대한수정
모네의봄
쪽밤
쪽잠
친밀의미로
밀양1
밀양2
잘못된못,못
심안心眼
말달리다

4부
비극과희극사이
곶감이된밀감
공자80대손
디바네일
봉은사홍매화
곪으면터진다
바이러스기우-인서에게
저,별등
세신洗身
길과소음사이
맑음의바탕
버려진의자
칠년만의식사
바람돌이여우
장미,그우월한

해설_미나리체로쓰여진시,모심(母心)과모심[侍]의시ㆍ박제영

출판사 서평

미나리체로쓰여진시,모심(母心)과모심[侍]의시
-손한옥시집『얼음강을건너온미나리체』

손한옥시인이다섯번째시집을상재했다.언젠가나는손한옥시인의시를읽고이런메모를남긴적이있다.

“어머니,는더이상상징을갖지못하는시대이다.어제에스비에스〈그것이알고싶다〉에서는모성을잃은어머니들에대해다루지않았던가.굳이시대를이야기하지않더라도어머니,는시적소재로진부하다.너무나많은시인들이어머니를시로쓰지않았던가.그래도,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모두는‘어머니’를반드시통과해야하는존재들이다.우리모두는‘어머니’를통과해서나온존재들이다.그러니시를쓰는자도한번은반드시‘어머니’를통과해야한다.그런연유로여전히많은시인들이어머니를‘쓰고’있지만,문제는언제나‘쓰여진어머니’의진부함이다.‘쓰여진어머니의진부함’은얼마나안쓰러운일인가.와중에손한옥의시,「직설적,아주직설적인」이있어참다행이다.어머니,가진부한것이아니라쓰여진어머니,가진부한것이라는것을증명하고있기때문이다.최근에이만한감동을준‘쓰여진어머니’가있던가.”

쓰여진어머니,에관한이만한시를전에도후에도본적이없다.진부한소재가어디어머니뿐이겠는가.상징과은유를잃어버린수많은사물과이름들.그것에새로운상징과은유를불어넣어더큰부피의감동을만들어내는시인이바로손한옥시인이다.이번시집을통해그것을다시한번확인할수있었다.

전설같은이야기,하늘과바람의이야기를들려주는손한옥의시편들은얼핏보면우리가이미지나쳐온과거를소환하는듯보이지만실은우리가잃어버린미래를소환하고있다.우리가너무쉽게잊고살아서그렇지그다지멀지않은과거의우리삶은지금과달라도너무달랐다.그곳에는발길닿는곳마다이야기가있었고,눈길닿는곳마다전설이묻어있었으니,삶은그야말로온통신비로움으로가득했다.인류의과학기술과지식문명이인류에게유토피아에닿게할것이라는믿음은진즉에끝났고이미우리는디스토피아를목전에두고있는지도모른다.이러한때손한옥의시편들은우리가다시찾아야할근본에대한무거운질문이기도하다.

이번시집에서손한옥시인은이렇게말한다.
“코끼리앞에서늘허물을숨겼다/내가무너졌다/코끼리앞에서허물을다드러냈다/코끼리가무너졌다//적이없는자리/허물이허물어진자리//나의모든허물들이여/세상밖으로나가라/돌아오지마라”(「시인의말」전문)
〈시인의말〉을나는이렇게바꿔읽는다.
“詩앞에서늘허물을숨겼다/내가무너졌다/詩앞에서허물을다드러냈다/詩가무너졌다//적이없는자리/허물이허물어진자리//나의모든허물들이여/세상밖으로나가라/돌아오지마라”
그러니까시인은지금까지써온모든시를무너뜨리면서다시또새로운시의길을내딛겠다선언하고있는것이다.

나의리스트에고딕체로저장된사람들을불러모았다
책마다서명하고밀봉했다

겨울한철미나리처럼살아있었다고
초록빛선명하게그려보냈다

공동묘지앞을지나면서도휘파람부는유쾌한낙천뒤에
정직한고통들눈물도싱싱하다고

초췌한흔적을남기고날아가는저말의빛과그림자
할말을했다는반과말도안된다는반에서나는또웅크린스피노자를생각한다

처음보다두번째두번보다세번째세번보다네번째네번보다다섯번째
햇빛을가리지않은사람만이
얼음강을건너온미나리체를만날것이라고
-「미나리체로서명하다」전문

시인은이번시집이“미나리체”로쓰여진시집이라며“처음보다두번째두번보다세번째세번보다네번째네번보다다섯번째/햇빛을가리지않은사람만이/얼음강을건너온미나리체를만날것”이라고했다.무슨뜻일까.나는“오만과편견과독선과아집이라는고딕의감옥,유위(有爲=人爲)의감옥에서벗어나면비로소무위자연(無爲自然)의미나리체를만날것”이라고읽는다.

손한옥시인은이번시집을포함지금까지다섯권의시집을냈다.그전체를관통하는시적형식을하나꼽으라면나는직설(直說)을꼽는다.그의언어는화살과같아서결코에두르지않는다.
보통의시인들은말[言]을지우기위해말[語]을쓴다.말[語]을지워서더큰말[言]을그린다.직설(直說)을피해곡설(曲說)로간다.그런데손한옥시인은조금다르다.손한옥시인의말은벼리고벼린화살촉을장착한화살과같다.시위를떠난화살은겉으로보이기에는직진(直進)하는것처럼보이지만고속카메라로촬영을하면실제로는곡진(曲進)하는것을알수있다.오히려곡진하기때문에정곡(正鵠)을찌를수있다는데바로화살의비밀이숨어있다.
결론적으로말하자면,손한옥시인은“직설(直說)로곡해(曲解)를짓고,곡해속에서말의진경(眞景)을펼쳐보이고,마침내삶의정곡(正鵠)을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