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물어뜯은 시집 (조경선 시집)

개가 물어뜯은 시집 (조경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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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무를 위한, 나무에 의한, 나무의 시
- 조경선 시집 『개가 물어뜯은 시집』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서 시조로 등단한 조경선 시인은 목수이고 또 각자장인(刻字匠人)이다. 경기도 안성의 외딴 산골에 터를 잡고 “칠현산방(七賢山房)”이란 작은 집을 지어 그곳에서 목수일도 하고 시도 쓰고 있다. 2017년에 첫 시집 『목력木歷』(책만드는집)을 내고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자

조경선

경기고양에서태어났다.2012년『포엠포엠』으로시,2016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시조등단.시집으로『목력』이있다.제6회천강문학상,제15회시흥문학상,제10회김만중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때로는얼룩을살피느라하늘도무겁다
각刻


솟대
개가물어뜯은시집
칠일째칼날
붉은열매
상량上樑
나무의블랙홀
통증
나이테에게
풀의날을보다
종이의나이
겨울숲
해빙기
신발의관계학
습濕

2부.살아있는슬픔은살기위해침묵을하고
간격
간격2
겨울이불
무명의돌탑
두더지
바람의족적
쐐기를박다
속수무책
뒷모습
방석
변죽
고립
호모에렉투스의그늘
처서로가는길
비오는날의무의식


3부.새들은새벽별로뛴다
인형공장X파일
추억의볼펜
라디오에세이
바겐세일
소나기
호명呼名
종이분쇄기

책랩버전
친애하는우체부
서리는햇볕과무슨이야기를할까
땅콩,?나를깨무는일
반갑소
글피
목장갑
샐러리맨-비누

4부.마른나뭇가지,너는나무로마지막꽃이니
미륵
대나무
간벌
부식腐蝕

씨앗의재발견
이중문

타일이깨지는방향

아궁이앞에모인풍문
오만앞에비틀거리는변명들
살얼음앞에
줄자
종이의나이?2
휘파람새울때면
세상에서가장긴시

해설_나무의시ㆍ장석주

출판사 서평

자르기전쓰다듬으며나무를달랜다
생의방향살핀후누울자리마련한다
첫날刀은이파리마저놀라지않게한다

나이테한줄슬금슬금잘려나가니
뱉어낸밥색깔이뼛가루처럼선명하다
백년의단단한숨소리한순간에무너지고

한없이차오르던숨길은물길이었을까
안쪽으로파고들면내력은촘촘해지고
울음을간직한옹이가더욱단단해진다

벌목은베는게아니라만나는거다
커다란눈동자되어밑동이살아있는건
최초의뿌리가사람을지켜보기때문이다
-「목력」(첫시집『목력』)전문

그의첫시집표제시「목력」을굳이전문을인용한것은이번두번째시집『개가물어뜯은시집』의기저에깔린정서를담아내고있는까닭이다.나무와는떼려야뗄수없는그의삶이이번시집에도고스란히담겨있는까닭이다.

조경선시인의시적멘토이기도한장석주시인은이번시집을해설을통해이렇게이야기한다.나무와관련한부분만인용한다.

“조경선의시적상상력은조금더깊이들어가면주로나무를다루는그의노동과깊이관련된다.시인은나무를자르고,깎고,다듬고,표면을매끄럽게문질러다른무엇으로변형한다.시인은나무의속깊은울음소리를듣고,그는나무를어루만지고,자르고,다른무엇으로변형하는일에몰두한다.이번시집의많은시편들이나무들을내세우는데,아마도시인이나무의쓸모와아름다움에매혹되어그것에마음을빼앗긴탓으로짐작된다.그의시적상상력이생기와약동을얻는것은나무와상관될때라는것은분명한사실이다.시인이나무를가까이할때놀라움과기쁨은커진다.나무는노동의재료이자생의경전일뿐만아니라충분히자족적인세계의표상이다.”

“나무에게서시적상징을끌어내는조경선의시는나무와오랜교감이낳은자연스러운결과일테다.그의시에유독나무와관련된옹이,나이테,그루터기,우듬지,진액,솟대,서까래,쐐기…같은어휘가등장하는빈도가높은게그증거다.그에게나무는단순한작업의재료가아니다.그는나무를다루되나무와의교감을중요시한다.”

“조경선의상상세계에서나무는‘자라서사랑하고이별하고흔들리’는존재다.나무를하나의생령으로바라본것이다.물론나무를살아있는유기체로서의인화한예는조경선이처음은아니다.시인은나무에귀를기울인다.그것은왜일까?나무의전언을듣기위해서다.시인은‘(나무의)줄기를잘라내면그곳의전언이나에게스밀것’이라고쓴다.더나아가‘자연의위대한연결망인나무에귀를기울이는것은관계속에,근원과재료와아름다움을생명에부여하는관계속에깃드는법을배우는것’이다.나무는자연이라는거대한생명공동체의위대한연결망이다.인간은나무의신화와역사속에서,나무가빚어내는자연의질서속에서그연결망의일부에속한다.솟대는나무가새로변신한경우다.물론나무를깎고다듬어만든새는날지못한채허공에붙박이로고정되어있을뿐이다.‘새를흉내내던내생각이먼곳을탐할때/나무를잘라새의형상을꺼낸다’라는구절에따르면솟대는나무에숨은새의형상을꺼내준것이다.나무를깎아솟대를만들어세우고,바람이스치는소리를듣는다.솟대의울음은제본향을잃은나무의울음이다.아마도‘뿌리에들어가고싶어도들어갈수없는새가나뭇가지위에와서운다’(「솟대」)라는구절은그런생각의맥락에서나온것이리라.”

“조경선의시는나무의생태적가치보다는나무라는향일성현존의형상과그내적본성에더가까이다가가그것을시적질료로삼는다.그는제시각과촉각을매개로나무를깎고다듬은사이나무의비밀스럽고내면적인세계와의접속을이루고범속한트임에도달한것으로보인다.나무의삶은거의내적침묵으로이루어진다.나무의삶이도달한장엄함은곧깊은침묵의장엄함이다.그런까닭에나무의수사학은침묵의수사학이다.조경선의시가낳은나무의수사학은생태시가아니라범속한트임의시로읽어야할것이다.그는왜나무를노래했을까?그에게나무가가장친숙한대상이다.나무와인간은생태공동체안에서하나다.활엽의나무는가지에매달린나뭇잎을언제떨구고겨울을맞아야할지를안다.나무는뛰어난기억력을갖고있는것으로알려져있다.‘식물의기억은세대를이어계승’되고,‘뿌리와잔가지는빛,중력,열,무기물을기억한다.’나무는살아있는제기억을말없는말로시인에게건넨다.조경선은상상력으로그나무의전언을,나무의노래를인류종족의기억인듯받아적는다.”

장석주시인의평을거칠게요약하자면,“조경선의시는나무를위한,나무에의한,나무의시다”라는얘기일것이다.

이번시집의맨앞에배치된시「각刻」은따라서이번시집전체를함축하고있다하겠다.

꽃은피는데내가살지않은봄이온다
나는지상에서나무깎는노인
나무들은우뚝나무로만서서한생을탕진하는데
우듬지만이까마득하다
둥지잃은새들이잘린그루터기에맴돌아도
나무가나에게걸어오는시간따윈묻지않는다
저깊숙한울음까지새길수있을까
환지통을참으며나무가말라갈때
바람이무딘손금을부추긴다

나무가모르는방향에서칼을고른다
첫날刀은표피만살짝건드려야한다
작은숨소리만들려도칼을뱉어내니
이겨내선안된다
무중력상태까지나를놓치며결을따라흘러야한다
깎아내면깎아낼수록
이빨을드러내는것이나무의본색本色
그때나무가칼을선택한다
살을내주며나무가나를길들인다
모르는형상形象안에칼은갇히고
끝내어떤대답도듣지못한다
나무의얼굴을꺼내며없는봄을탕진한다
-「각刻」부분

첫시집의표제시「목력木歷」에서두번째시집의시「각刻」에이르기까지그는여전히나무-그에게나무는자연과다름아닐것이다-와함께하고있다.그는시집을통해인간과자연이어떻게조화를이루고더불어살아야하는지에대해성찰하고있고묻고있는지도모르겠다.그리고그의이런성찰과질문은당분간계속될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