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놓고 뀌는 방귀 (김동규 에세이)

마음놓고 뀌는 방귀 (김동규 에세이)

$20.00
Description
김동규 에세이 『마음놓고 뀌는 방귀』는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평생을 살아온 저자가 은퇴한 뒤 출간하는 첫 수필집이고, 통산하여 세번째 수필집이다. 이 책에 실린 89편의 이야기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세대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저자의 긍정적인 의지를 내재하고 있다. ‘평생’이라고 표현할 만큼 지나온 격동의 세월이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생동하는 저자에게는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대 따위가 앞으로 평생 소통할 흥미진진한 대상이다. 평생 기록광으로 살아온 저자가 나름대로 엄선한 수필들이 흥미진진한 이유다. 제목만 보아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그 수필들은 일상에 잘 스며 있어서 다소 시시콜콜하기도 한데, 묘하게도 우리를 사색하게 한다. 웃음을 짓게 하고, 공감하게 하고, 박수를 치게 한다.

이 책은 친환경을 위해 표지를 코팅하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지면을 낭비하지도 않았고, 판형을 크게 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 친환경인 세상이라 이것저것 하지 않으니, 하얗고 소박한 책이 되었다. 밖은 오염으로 가득하고 이 하얗고 소박한 책은 간혹 때가 타서 독자에게 갈 수 있을텐데, 지우개로 살살 문지르면 때는 지워진다. 친환경은 다소 불편한 일을 유발하는데, 기꺼이 동참하면 뿌듯해진다.
저자

김동규

김동규(金東奎)는1954년서울에서출생했다.경기고등학교를나와서울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했다.같은대학교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고,서울대학교병원에서수련한뒤신경외과전문의를취득했다.1990년부터2019년까지서울대학교의과대학교수로재직했으며,서울대학교의과대학신경외과학교실주임교수겸과장과서울대학교병원의생명연구원장을역임했다.현재는서울대학교명예교수로있다.세부전공은뇌종양수술이며특히독일쾰른대학에서연수한뒤방사선수술을국내에정착시키는데선도적역할을했다.국내외정위뇌수술및방사선수술관련학회의회장으로활동하면서국제학회를세차례서울에유치했고,350여편의국제학술지논문발표와여러권의영문교과서를집필했다.대한신경외과학회지의편집장으로5년동안일하면서학회지를SCI에등재했고,미국과유럽의세계적신경외과학술지의편집위원을지냈다.뇌종양치료의발전에대한공로를인정받아네차례의대한신경외과학회학술상,대한암학회학술상,대한민국학술원상등을받았다.중앙일간지에여러편의칼럼을기재했고,수필집으로『브레인』과『삶의기쁨』이있다.

목차

서문5

좁쌀영감과여장부의궁합___좁쌀영감과여장부의궁합17솜틀집21주말부부25아내에게바치는노래30청려장34그리운어머니38재산목록1호42월동준비47호박나물의추억51참기름알레르기55관상59파커만년필63금연,금주의사연67대머리72면도날76욕심80입방정85남성갱년기극복기89불타는금요일93쓸쓸한가을97옷이날개102마음놓고뀌는방귀106잠꾸러기의불면증110토끼같은손주114궁여지책119앞니빠진중강새123

연기처럼사라진사람___요행수129연기처럼사라진사람1333월에는아프지말아야한다137인턴가141
공양미삼백석에심봉사가눈을떴네145직업병149의사의워라밸153복기158혼네와다테마에162소갈비100인분166로봇수술170굴뚝청소부와두부장수174의료윤리178북한의료182개똥쑥186천국을본사람190동문서답194생로병사197삶의흔적지우기201지공도사205

꼰대생각___이발소와헤어숍211주례사215공세리성당과두물머리219프레지던트김223보양식228여성전성시대232잠못드는밤236꼰대생각240살림살이244영어공부248조물주위에건물주252강아지의착각256몬도가네260무시로264‘또우’와‘콩신차이’268소풍272기우276김영란법280요지경속세상284극일의길288향수292개천에서용난다296애연가의수모300호칭인플레304상쾌한배설308세상은변하기마련이다312

추억의보석상자___여행설계사319여행자수표323내비게이션327하명331쿠사츠온천335일본알프스341사그라다파밀리아350설경356이별여행361이별의인천국제공항368벚꽃놀이372남원추어탕과하카타라면378냉정과열정사이383죽마고우H교수393동백꽃을보신적이있나요397하와이크루즈를기다리며404추억의보석상자408

아침의기억,아침의언어__김동규에세이『마음놓고뀌는방귀』에부쳐___413

출판사 서평

아침의기억,아침의언어___김동규에세이『마음놓고뀌는방귀』에부쳐
이인성(소설가,전서울대학교불문과교수)

옛날옛적에……김동규교수와나는이를테면‘불알친구’‘소꿉동무’였다.세월의변화가너무무쌍해이제는‘옛날옛적’이라부를수밖에없는1960년대의몇년간,우리는지척거리에있던서로의집을오가며놀기도참많이놀았다.종종그림책이나동화책을함께읽기도했지만,그보다는숨바꼭질,제기차기,자치기,말타기에다,여름에는물총싸움,겨울에는눈싸움,그리고때론동네여자아이도불러말그대로소꿉놀이를하는게훨씬더즐거웠던것같다.나이를한살씩더먹어가면서는,인왕산기슭을조심스레탐험하며미끄럼바위를탔고,좁은골목에서공이이웃집담장을넘어가기일쑤인어설픈야구나축구를하다가동네어른들께이런저런야단을맞으면서도아랑곳하지않고깔깔댔었다.초등학교5학년이후,중학교입시준비때문에서로의시간표가조금씩어긋나가기전까지는거의언제나등하교를같이하면서,특히하굣길에는짬짬이번데기,해삼을군것질삼아만화가게에들리거나,돌아오는길의옥인동어디쯤에위치한시립병원-‘순화병원’이라불리던-뜰에서뛰놀다가나무그늘에앉아저병원에선과연무슨일이벌어질까에대한공상을둘만의비밀인양은밀히속삭이기도했다.단정하고수줍으면서도마음을튼상대에대해선한없이세심하고다정했던이친구와의아득한추억의파편들은여전히내머릿속저낮은곳에수도없이흩어져있다.
객관적으로돌이켜보면,우리의가장진한인연은초등학교-그때는‘국민학교’라불렀다-시절의몇년에한정되어있다.그유년시절을넘기자마자우리는점점멀어져갔다.처음은서로다른중학교로진학하게되면서부터였다.3년후우리는고등학교에서다시만나긴했지만,이번엔대학진로의방향이갈려-그는이과로,나는문과로-각자또다른입시전쟁에시달리면서,그리고결국그는의학의길을,나는문학의길을평생의소명으로받아들이게되면서,지극히실존적인실제삶의영역과방식을달리하게된것이다.그러고보니,대학진학이후로우리가스치듯이나마마주쳤던게과연몇번이었나싶다.그와내가정색을하고다시만난건불과10여년전이고(또다른초등학교동창을통해소식이닿아서),내기억이맞다면그게우리가함께한최초의‘술자리’였다.그때그는건강문제때문에술을끊은상태라술은나만마셨지만,요컨대어른이되어처음제대로만났다는뜻이다.그런데희한해라,우리에겐아무런어색함도없었다.마치얼마전에도만났던친구처럼스스럼없이자신의일상과속내를이야기하며,우리는재회를즐겼다.그토록오랜이별뒤의그런자연스러움이라니!
그사이,누구라도그러했듯이,우리는각자거친숨결을내뿜으며청년·장년·중년의날들을통과해왔을터였다.당시의시대분위기도유독그랬지만,그시절의삶이란대개뒤돌아보지않고앞으로만일직선으로치달려나가는삶이었다.마치영원한전진만이있다는듯이.그게성장이며성숙이고,성취이며발전이라는듯이.그러나문득,숨이가빠지며걸음이무뎌지는순간이온다.그리고잠시멈춰서서주위를하염없이둘러보는순간이온다.머릿속에서뭔가전혀다른것이작동되기시작하는순간이다.그중에서가장뼈저린깨달음은아마도,자신은직선의길을달려왔다고생각했는데실은둥근원의길을뒤쫓아왔다는게아닐지모르겠다.내발길이오디세이의귀향의지처럼온갖우여곡절을거쳐원점으로돌아가고자했다는야릇한느낌.왜그럴까?역설적이게도우리가힘겨운직선의삶을살아온건자신이추구한어떤‘행복’에도달하기위해서였을것이다.그런데궁극적행복은과연어디에있는가?정신분석학이나상상력이론을살짝빌려오자면,인간이꿈꾸는지고의행복은오로지어머니뱃속에있었을뿐이다.그리고그건지상의삶에서는구할수없는것이다.살아서그리로돌아가는게현실적으로불가능하다면,어머니뱃속을막나와세상모르고놀던유년시절이그나마행복의구체적인원형에가깝지않을까?
그러니까아무런현실적목적의식없이무상의놀이를한껏즐겼던그어린시절이야말로우리의무의식혹은전의식속에새겨진,잊으려해도살이저절로기억해내는어떤행복의현실적표상인셈이다.그게우리의‘뇌’속에깊고야무지게간직되어있다가마구피어오르는데,아무리오랜만이라해도,어찌우리의만남이자연스럽고기쁘지않을수있었겠는가.

우리가다시만난이후,나는그에게서두권의책을받았다.먼저는『브레인』(2013)이란수필집이었는데,나는그책을통해그와만나지못했던오랜세월의공백을거의메꿀수있었다.‘뇌로마음을보다’라는부제의뜻과함께,학생시절부터시작하여의사이자교수로서치열하게치뤄냈던‘의학적’행적을꼼꼼히기술하고있는이책은마치내가계속곁에서그를보고그의속말을들어온듯한느낌을주었기때문이다.그만큼,그책에기술된과거의실상들은생생하기이를데없었다.그리고2년전,그의은퇴를기념해펴낸『삶의기쁨』(2018)은,의사라는전문가이면서동시에일상을사는인간으로서의자신의삶을가감없이고백하고있다는점에서나의‘문학적’관심을자극하는책이었다.거기서나는문화애호가,여행애호가로서의그의또다른모습을엿볼수있었고,그게독자적개인으로서의그를더잘이해하는계기를만들어준것이다.그만큼,그책에기술된그의사유와감정은솔직담백하면서도웅숭깊었다.
이제나는그의세번째책과마주하고있고,그제목은『마음놓고뀌는방귀』이다.첫원고묶음을보내주었을때의가제가『추억의보석상자』였기때문에나는잠깐두제목사이의이질감에당혹감을느꼈지만,다시보니(유머가가미된)그방귀는‘추억의방귀’였다.같은제목의수필에서,대장내시경검사를받고뀌는방귀가“산정상에오른사람들이내지르는‘야호’소리와비슷하다”고표현하는걸보면,이제그는그동안긴장된현실을살며억제해온추억의방귀를웃음과함께자유롭게방출하고싶은모양이다.야릇한단말마의소리를내며몸을빠져나오는방귀의실체는기체다.사실,추억도그렇다.몸안에서발효된추억은몸밖으로빠져나오며(어떤냄새와함께)기체로퍼지고,퍼지면또사라진다.바로이지점에서,그의마지막의지가발동하고있다.추억을방출하되추억을사라지지않게하는것,즉추억을담는‘용기(用器)-책’을만들어그총체적의미를스스로되새기고따져보는것!과연,이책에는저오랜유년시절의어떤사물에대한그리움부터‘꼰대’로서의어떤자기반성에이르는,가족에대한애틋한사랑부터사회적문제에대한진중한성찰에이르는,그가살아온모든행적이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거기서나는그에게무엇이진정실존적으로소중한것인지,여전히어떻게새삶을추구하고자하며앞으로어떻게마지막삶을완수하고싶어하는지를반복해뒤져보고있다.
다소느닷없고엉뚱하게들릴지모르겠는데,문학을업으로삼아온내시각에서봤을때,그의글쓰기가보여주는가장두드러진특징의하나는‘나’라는주어를거의사용하지않는다는점이다.한국어는물론주어없이문장을구성할수있으나,나는그의수필들만큼-자기이야기를펼치는게대게‘수필’임에도불구하고-‘나’라는주어를생략하며전개되는경우를본적이거의없다.그의문장들은가급적간결하게단문위주로흘러가기때문에,그런특징이더부각되어보였는지모르겠다.아무튼,대부분의문학이‘나’에집착하는태도와뚜렷이구별되는이특징은다음단계의특징으로이어지는듯하다.마치뇌속의기억이나생각을외과수술을통해있는그대로끄집어내듯,최대한자신의주관을감추고자신을객체화시키고있다는것말이다.그래서인지,그의글들은자주자기삶의어떤국면을몇장의연속적인스냅사진,혹은짧은동영상이나다큐멘터리필름처럼보여주는듯한효과를자아낸다(『브레인』에서보여줬던의료현장의장면들이다시떠오른다).이런효과는단순히행위의차원에그치는게아니라,마음의움직임을드러낼때도마찬가지다.과장된자기감정과주장을최대한억제하며,그것들을화면의색채를조절하고효과음을까는정도로배면화하고있는것이다.그럼으로써그는자기모습을최대한원형으로드러내고,그에대한해석이나가치판단은타자의몫으로남겨둔다.
내짐작에,그는대단한‘기록-광(狂)’이다.특히뇌의학을전공하면서부터는거의매일일기(내지는그와흡사한글)를쓰지않았을까싶다.이말은그의기록욕망이,대개의의사가환자들의병증진행을예의주시하기위해그변화를열심히기록하는것과는또다른목표를품고있었으리라는뜻이다.조금비약하자면,그건그가혹시뇌의근본적인한계를느꼈기때문이아닐까?뇌전문가앞에서뇌에대해함부로언급할처지가아니지만,기억력에대해서만말하자면,뇌의주름은일단기억의저장창고일텐데,무슨까닭인지,우리가그기억을필요로할때원하는그대로되살려주지는못한다.그는뇌에생기는질환을치료해그기능을정상화시키고개선하기위해평생을바쳐온뇌전문의지만,정상적인뇌조차도우리가원하는만큼의기억활동을충분히해주지못하는점에대해은근히불만을품고있었던것은아닐까?문학적으로유추하자면,그래서그에저항하듯,뇌의미진한기억용량을의식적기록을통해보충하고자해온것은아닐까?주워들은바에의하면,그런데이건단순히뇌가지닌기억용량의문제가아니라한다.뇌의용량은충분한데뭔가가기억을선별한다는것이다.그숨은메커니즘을따지자는게지금의내의도는아니다.내가강조하고싶은것은,뇌속에묻혀버릴수있는기억마저도최대한보전하여사람의미래를변화시켜나갈수있는단초혹은근거로삼고싶다는그의순결한욕망이다.
그의순결성은그의글들전체를관통하는두가지마음가짐을통해우리에게전달된다.안분지족(安分知足)과측은지심(惻隱之心).그의글을읽다보면자연스럽게느껴지는바,그는어떤개인적욕망이솟구쳐도지나친법이없다.어쩌다가자신이이루어낸성과혹은업적에대한자부심을은근히드러내다가도,그는곧멈춰서서그한계와새로운미래에의기대를덧붙인다.자신은자신이해낼수있었던만큼의결과에작게만족하면서그다음을강조하고기원한다.‘그다음’이란곧미래이자타자이다.그런데그타자는어떤뛰어난능력을지닌선구자만을지시하지않는다.그는그선구를위한무명의희생자들을언제나염두에두고있다.가령의과대학생들의해부실습을위해몸바쳐진무명의시신들에깊은연민을간직하듯이.그래서그는늘주위의삶을살핀다.남들이자신과는다른어떤고통속에서어떤삶을살아가는지에대해.그가거의생래적으로체득했고긴인생역경을거치며단단히다져진듯이보이는이런마음가짐은인간의삶이인류의한개체로서얼마나짧고도긴‘여로’를밟는지를되새기고성찰하게만든다.이건필시그가왜‘기록-광’인동시에열렬한‘여행-광’인지를알게하는이유일것이다.
……소싯적친구를다시만나,내삶의기원에자리한우정을되씹으며내삶전체를다시바라보는기회를얻은것은아무래도내게너무큰행운인것같다.
그에대한내마지막문학적상상은이렇다.조금앞서그가대단한‘기록-광’일거라했는데,나는그의그기록작업이밤이아니라아침에,어쩌면남들은아직잠들어있고혼자깨어난새벽녘에이루어졌으리라상상한다.술에취했거나고된일과뒤에뭔가정리되지않은혼탁한상태에서가아니라,투명한정신으로자신의시간을기록하고싶었을거라여겨지기때문이다.그는능히그럴만한사람이다.내가읽기에,그의글들은늘새롭게시작하는아침에아침의언어로되새기는기억이자자의식이고다짐이다.그때마다그의머릿속에는푸른파도가출렁거렸을것이다.발레리라는시인의저유명한한싯귀처럼:“바다,언제나다시시작하는바다!”나이를좀먹었지만,그의미래는여전히열려있다!

-모두가힘겹게버텨온2020년가을의끝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