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호랑이

말하는 호랑이

$30.00
Description
가로세로 이십오 밀리미터, 총길이 삼 미터 정도인 이 이야기책은 자연적이고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해 하나하나 손으로 뜯고, 접고, 이어 붙여서 만듭니다. 크기는 작지만 변화무쌍한 여러 요소들을 갖고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면면을 착착 접어 놓은 병풍책이면서, 맨 끝 쪽 접힌 부분을 둥글게 펴서 원기둥을 만들고 둘둘 말면 두루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유난히 긴 가름끈으로 책장이 서로 엮이도록 갈피를 칭칭 감기도 하고, 착착 접은 책이나 둘둘 만 책을 칭칭 감아서 고정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 수도 있고, 여러 재미난 활동도 가능하게 합니다. 아울러 남다르게 책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데 부합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자꾸 손이 가는 책이라 베이지 않도록 종이를 날카롭게 자르지 않고 점선으로 뜯어서 오톨도톨한 촉감도 재미있습니다. 누군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그것은 누군가에게로 가 그것이 됩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옛날이야기에 곧잘 등장하는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짓고, 호랑이 문자도를 재미나게 엮어서 남다르게 이야기책을 만들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더 나아가 백까지 우리말로 수를 헤아리고 익힐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 이야기책을 보고 즐길 수 있게, 이미 우수한 우리 옛 것을 따라 해서 여러모로 새롭게 하고자 했습니다.

글자로 그린 그림인 ‘문자도’를 따라 했습니다. 영문 서체 ‘디도(didot)’의 알파벳과 기호를 구성해서 ‘호랑이’ 글자와 모습이 드러나게 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문자와 기호를 새롭게 경험하게 합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이 온전하게 드러나도록 옛 세로쓰기를 따라 했습니다. 한글 서체는 ‘에스엠 견출명조’를, 영문 서체는 ‘가라몬드(garamond)’를 사용했습니다.

크기와 모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 따라 했습니다. 여러 쪽이 길게 이어지고 펼쳐지는 책입니다. 병풍책처럼 착착 접어서 볼 수도 있고,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아서 볼 수도 있습니다. 종이는 두 가지 색지를 교차해서 호랑이 무늬를 연상하게 했습니다. 둘둘 마는 책으로도, 착착 접는 책으로도 다양하게 활동하는 데 적합하게 질기고 탄탄한 친환경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칭칭 감거나 면면을 가르거나 갈피를 엮는 끈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에서 얻은 순 식물성 재료로 만든 실로 질기고 강합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대한민국 국보 백이십육호로 신라 경덕왕 십년(751)에 경주 불국사를 중창하면서 석가탑을 세울 때 봉안된 것입니다. 천구백육십육년 시월에 석가탑을 해체하는 중에 발견되었습니다. 비단보에 싸여져 있던 이 경전은 닥종이를 이어 붙여 만든 두루마리로 폭 칠 센티미터 정도, 길이 육 미터 정도입니다.
저자

최훈

엮은이 최훈은 책 만드는 일 합니다. 천구백팔십구년에 한국 현대 북디자이너 일세대로도 활동한 오규원(1941-2007) 시인 밑에서 책 만드는 일 시작했습니다. 천구백구십팔년에 편집회사 연장통, 이천삼년에 일인출판사이자 독립출판사 연장통 열었습니다.

출판사 서평

이천이십오년 십이월 이십이일은 ‘동지’다. 밤이 가장 긴 날이고 이제부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옛날에는 '작은 설'이라고도 했다는데 벌써 다음 해가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런 동지에는 팥죽 먹는 풍습이 있다. 팥이며 붉은 색 싫어하는 귀신 쫓는다고 여기기도 하고, 설날 먹는 떡국과 마찬가지로 이것 먹어야 나이 먹는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런 동짓날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그 중 가장 많이 아는 이야기가 ‘팥죽 할멈과 호랑이’다. 여기 나오는 호랑이는 어찌나 둔한지 호되게 당한다. 그러는 게 어찌나 통쾌한지 다들 배꼽 잡는다. 그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줄 호랑이가 알았겠냐마는 다들 할멈이 살았다고 다행이라고만 보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도 괜찮을까. 호랑이 입장도 한번쯤 헤아려 봐야 하지 않을까. 과연 할머니 입장도 그러한지 한번쯤 헤아려 봐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또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으니 이 이야기 이전에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겠다. 그 이야기들이 궁금하겠다.

일부러 동짓날을 기다려 이 이야기책 내놓는 이유다. 제목은 《말하는 호랑이는》. 착착 접었다 폈다 하는 병풍책이고 두루마리로 변신도 가능한 책이고, 뜯고 접고 붙여서 손수 만들 수도 있는 책이고, 무엇보다 크기가 꽤나 작은 책이다. 어찌나 작은지 돋보기를 들이대야 하는 책이다. 가로세로 이십오 밀리미터고 높이도 같은 큐브다. 마치 주사위 같달까. 이 책은 책 만드는 장인 손때까지 묻은 수제책이고 주문 뒤 제작하는 책(pod)이다. 제작에는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