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이로소이다 (초소형책)

나는 왕이로소이다 (초소형책)

$30.00
저자

최훈

엮음:최훈
책만드는일합니다.천구백팔십구년에한국현대북디자이너일세대로도활동한오규원(1941-2007)시인밑에서책만드는일시작했습니다.천구백구십팔년에편집회사연장통,이천삼년에일인출판사이자독립출판사연장통열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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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천사년에태어난딸아이가걷고말하기시작하면서이야기꾼이되었습니다.세상모든것이궁금한아이와세상을다시알아가는아빠사이에서짓거나꾸민이야기도,전래되는이야기도,책에담긴이야기도,소문이나그어떠한이야기도수없이꽃을피웠습니다.주저리주저리,이야기들은시간을따라흘러가거나남아서맴돌았습니다.맴도는이야기들은이러쿵저러쿵정황만있습니다만,매번눈이동그래집니다.변화무쌍합니다.권선징악을강조하는감동도없습니다만,그이야기들은씨앗과같아서언제라도어디서라도싹을틔우고꽃을피웁니다.그이야기들을책으로만들자고오랜시간생각이심심했습니다.이이야기책이내일의독자에게재미있을까,쓸모있을까따위까지걱정하는일이기도했습니다.내일의결과는아무도모르는것이라온갖상상이난무하지만,옛것은이미결과가소상하니적절한우리옛것을찾고,알고,따라하면좋을일이었습니다.

동글동글하고울긋불긋한무당벌레를주인공으로이야기를짓고,문자도를재미나게엮어서남다르게이야기책만들었습니다.무당벌레등에있는점을헤아리며수를알고익힐수도있습니다.다양한성격이나성향을알수도있습니다.사회적지위,권력,힘따위가어떻게작동하는지상상할수도있습니다.아이들뿐만아니라모든사람들이이이야기책을누릴수있게,이미우수한우리옛것을따라해서여러모로새롭게하고자했습니다.

한글의아름다움이온전하게드러나도록옛세로쓰기를따라했습니다.한글서체는‘에스엠견출명조’를,영문서체는‘가라몬드(garamond)’를사용했습니다.

문자도는글자로그린그림인우리옛‘문자도’를따라했습니다.영문서체‘디도(didot)’의알파벳과기호를재구성해서‘무당벌레’모양이드러나게했습니다.이러한요소들은문자와기호를새롭게경험하게합니다.

크기와모양은세계에서가장오래된목판인쇄물《무구정광대다라니경
(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따라했습니다.여러쪽이길게이어지고펼쳐지는책입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대한민국국보백이십육호로신라경덕왕십년(751)에경주불국사를중창하면서석가탑을세울때봉안한것입니다.천구백육십육년시월에석가탑을해체하면서발견했습니다.비단보에싸여져있던이경전은닥종이를이어붙인두루마리로폭칠센티미터정도,길이육미터정도입니다.

무당벌레는몸길이칠밀리미터정도의작은반구형곤충입니다.노란색,주황색,검은색등매우다양하며변이가심해서등에있는점무늬수도다양합니다.점무늬가없는무당벌레도있습니다.딱지날개가있고그안에실제로비행에사용하는날개가있습니다.들이며산이며먹이로삼는진딧물있는곳이면어디서나서식하며,봄부터늦가을까지성충을볼수있습니다.성충은무리지어풀이나낙엽밑,건물안등특정한장소에서겨울을납니다.위태로워지면냄새고약한액체를내뿜어모면합니다.울긋불긋한몸색에점무늬가있는것이무당의화려한복색과닮아서‘무당벌레’라고불렀으리라추정합니다.작고귀여운데다고마운곤충이어서세계수많은이야기의주인공이기도합니다.

<나는왕이로소이다>는천구백이십삼년순문학동인지《백조(白潮)》삼호에발표된홍사용(洪思容,1900-1947)시인의시제목이기도합니다.많은시,희곡,소설을발표한그의낭만적이고감상적인경향을대표하는시입니다.이책의이야기와도여러모로어울리는데가있어서제목을그대로따라했습니다.

책속에서

나는왕이로소이다
최훈엮고,연장통펴내다.

나뭇잎사이로쉬엄쉬엄따사로운햇살이내려앉는곳에자그마한바위가있어요.청설모가잠시쉬어가는곳이고,벌과나비가찾아와서노래하는곳이에요.사나운짐승들도,분주한사람들도미처발견하지못하고지나치는그런곳이에요.새소리,물소리,바람소리들이잔잔해요.풀냄새,나무냄새,흙냄새들이향기롭게흘러요.평화로운시간도함께흘러요.너무나도평화로워서금방이라도무슨일이일어날것만같아요.

1
무당벌레한마리가거드름을피우며바위에내려앉았어요.세상에오직하나뿐인왕이왔다고떠들어요.모두와서보라고,등에점이하나있다고,큰소리로떠들어요.등에점이하나있는것은세상에오직하나뿐인왕이라는증거라네요.모두들으라고자꾸만더크게떠들어요.목소리는타고났나봐요.따사로운햇살아래서낮은소리로노래하던무당벌레한마리가그소리를듣고황급히몸을숨겼어요.
이런세상에,점이하나있는무당벌레가있다니.

동그란등이반짝반짝빛나요.정말로,점이하나있네요.어찌나거드름을피우는지배가자꾸불뚝해져요.등에점이하나있는게얼마나자랑스러운지몰라요.왕이니까요.휘리릭.바람이지나가면서황금빛나뭇잎하나를떨어뜨렸어요.폭신폭신한것이왕에게딱,어울리는황금방석이에요.근사하네요.왕은그위에올라앉았어요.따사로운햇살이내려앉아반짝반짝빛나요.자리가더욱화려해져요.이곳이야말로왕이머물자리예요.왕은정말,목소리가커요.거기아무도없느냐고,여기왕이왔다고,자꾸떠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