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 공장의 세계 (대형 병원 진료실은 어쩌다 불평불만의 공간이 되었을까?)

3분 진료 공장의 세계 (대형 병원 진료실은 어쩌다 불평불만의 공간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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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가 들려주는
‘3분 진료’ 시스템 속 의사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대기해주세요, 여기는 불편한 진료실입니다”
1시간을 넘게 기다렸는데 3분도 안 돼 진료가 끝나는 병원, 게다가 의사들은 환자와 눈조차 맞추지 않으려 한다.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대학병원의 진료실은 왜 환자들에게 불평불만의 장소가 되었을까? 이 책은 대형 병원을 가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우리 의료계 구조적 문제와 3분 진료 시스템의 문제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다양한 병원의 이야기를 통해 공장화되어가는 대형 병원의 문제와 ‘3분 진료 공장’이 되어버린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짚어본다. 그리고 그 ‘3분’ 안에 지혜롭게 진료받는 노하우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

김선영

어느새삶의절반을병원에서보낸대학병원의사다.의료의목적이뭔지늘의문이지만여전히‘3분진료공장’의부품으로서열심히살아가고자애쓴다.서울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박사학위를취득했다.서울대병원과국립암센터를거쳐현재서울아산병원종양내과부교수로있다.의료전문지《청년의사》에칼럼을기고하면서글쓰기를시작했고,암으로사망한아버지의투병일기를통해오늘의진료
현장을조망하는에세이《잃었지만잊지않은것들》과의사집단과사회의불화를들여다본《의사들은왜그래?》를썼다.

목차

머리말

1장:3분진료를위한변명
대형병원은어쩌다불평불만의공간이되었을까?

의사들은왜눈을마주치지않을까?
의사들도외래를예습한다
혹시참여할만한임상시험없을까요?
과잉진료는왜일어날까?
암생존자로살아간다는것
대형병원은어쩌다불평불만의공간이되었을까?
의사1인당환자수는몇명이적절할까?
암진료에도코디네이터가필요하다
상담이길어져야의료의가성비를높일수있다
3분진료공장에서의셀프인터뷰

2장:3분을위한팁
대형병원에서똑똑하게진료받는법

양다리를걸쳐라
양다리를걸치려면어떻게해야할까?
진짜눈여겨볼것과그렇지않은것
궁금한내용은미리메모하라
치료받던병원을옮길때
항암치료전에는무엇을준비해야할까?
항암치료중내몸관찰하기
부족한3분을채우는사람들①백영애간호사

3장:3분동안오가는마음
삶과죽음의경계를걷는사람들

응급실5퍼센트법칙에내몰린환자들
평창브라보
받고도돌려주지못한선물들
암환자의결혼과출산은이기적인걸까?
어제의김영자씨와오늘의김영자씨에게
나는오늘도상처를주고받으며성장한다
나쁜소식전하기
나도귀여운할머니가되어야지
세상에든황달
부족한3분을채우는사람들②서승희영양사

맺음말

출판사 서평

“2023년제10회브런치북특별상수상작!”

‘환자’와‘의사’모두가만족하지못하는대한민국의료계의현실
대형병원의시스템적문제와그속에서고군분투하는의사들의이야기

어느중앙일간지기자가자신이경험한병원진료실의모습에대해신문칼럼에실었다.그가병원에서의경험이어땠는지는이길지않은문장에고스란히드러난다.

“백발신사의시선은허공을맴돌았다.의사는팔순넘은환자의CT사진을컴퓨터화면에띄우고설명했다.이해하지못한듯한환자의표정은안중에없었다.짧고강렬한불통의현장.무척이나바빠보이는의사는-대기실에서기다리는다음환자가걱정돼서인지-마우스를빠르게돌려댔다.“여기보시면뭐가보이죠.검사가필요합니다”라고했다.그러나노인은‘여기’부터맥락을놓치고있었다.평생마우스를안쓰고은퇴한그는화면속작은화살표의의미를몰랐고,그섬세한움직임을따라잡지못했다.진료실을나선노인은“아픈게죄”라며한숨지었다.“

서울의유명병원들,소위빅파이브(Big5)라고불리는병원에서진료를받아본사람이라면대충눈에그려지는경험들이다.환자와눈한번마주치지않는의사에게마음이상하고화가나는것은당연하다.
병원을예약하기도쉽지않고,진료대기는항상길고,겨우진료실에들어서면“검사부터하고다시뵙겠습니다”한마디에또몇주몇달을기다려야하고,이것저것검사는많고,의사는질문을할틈조차주지않는……불편한병원,불친절한의사들.
이런문제들을의사들역시모르지않는다.하지만만족스럽지못하기는의사들도마찬가지다.드러나지는않지만실적에대한병원의은근한압박,하루서너시간만에50~70명의환자를살펴야하는의료과밀화,기다림에지친환자들의고성과아우성등.
어쩌다우리의료시스템은환자와의사모두가만족하지못하는상태가되었을까?이책은대학병원의종양내과의사인지은이가과밀화된병원에서일하며생각해온단상과일화를엮은것이다.책을읽다보면우리가알기어려운병원의시스템적문제와그속에서도고군분투하는의사들의노력이엿보인다.


‘3분진료공장’이되어버린대한민국병원시스템,
무엇이의사들을공장의노동자가되어버리게했는가?

대한민국의의료수준은지난10~20년간눈부시게성장했다.의사들의실력도뛰어나지만의료가성비로는전세계어느나라도따라올수없을정도로뛰어나다.2019년OECD통계에의하면OECD국가평균의사1인당연간진료환자수가2,122명인데비해우리나라는6,989명으로세배가넘는다.그러다보니1인당의료비는미국의30퍼센트,독일의50퍼센트,영국의70퍼센트밖에안쓰면서기대수명은매우긴장수국가에속한다.이러한의사의혼을갈아넣은의료가성비는우리의료를외형적으로도기술적으로도성장시키는계기가되었다.
하지만문제는환자의경험이다.의사가진료하는하루수십명의환자중한명에불과한개개인의환자들은의사에게충분한인격적대우를받지못한다.인격적대우는고사하고,1시간을넘게기다려진료실에들어갔는데1~2분만에내몰리는경험은환자에게는모멸감을안겨준다.빛나는의료성과뒤에숨겨진부작용의피해는전적으로환자들의몫으로남겨진것이다.우리의료계는어쩌다‘3분진료공장’이되어버린것일까?이에대해지은이는다음의몇가지이유를꼽는다.

1.대형병원쏠림현상
대형병언쏠림현상은우리나라의료의고질적인문제이지만,암진료에서특히심하다.‘암은큰병원에가야낫는다’는관념이대중에게뿌리깊게박혀있기때문일것이다.물론대형병원들이과거선도적으로암진료시스템을발전시키면서좋은치료성적을보여준것은사실이지만이제다른많은병원들도암진료수준을상당히향상시켰음에도불구하고쏠림현상은갈수록심화되고있다.
어떤이들은진료비의5퍼센트만내면되는건강보험산정특례제도때문에암환자들이수도권대형병원에몰린다고비판하기도한다.하지만좀더체계적인대형병원에서,좀더실력있는의사에게치료받고싶은마음은지방사는환자나,수도권에사는환자나매한가지다.이를탓할수는없는노릇이다.문제는5퍼센트라는염가로환자들을끌어들이고,95퍼센트를건강보험공단에서받아수지타산을맞추는병원들이수익을위해과도하게환자들을받는것과,국가가이를방관하는것이다.

2.빠른고령화와의료수준의발전
암은나이가들수록발생위험이높아지는노년의병이다.2000년대초반만하더라도70대가넘는환자가암치료를받는것은매우위험한것으로여겨졌지만,이제는80대심지어90대도항암치료를하는시대가되었다.또한수술기법과방사선치료장비의발전,표적항암제와면역항암제의등장덕분에예전같으면
일찍생을마감했을환자들이더오래살수있게되었다.의료기술의발전은그자체로는바람직하다고볼수있지만이로말미암아진료실의과밀화는피할수없게된다.암환자들이늘어나면서병원들은너도나도시설과인력에투자해왔으나,이제는그마저도과포화된지오래다.

3.낮은의료수가
사립병원의궁극적목적은당연히수익창출이다.표면적으로그어떤숭고한목적을내세우더라도수익이발생하지않으면병원은문을닫을수밖에없다.그러다보니의료수가자체가낮은우리나라병원들은더많은환자를받아이를채워야한다.이렇게환자를많이보아야병원의경영이유지되는구조에서는그피해가환자에게고스란히전달된다.최근환자경험평가결과를의료수가에도반영하게될가능성이높아지면서병원에서는‘좀더친절해라’,‘설명을잘해라’,‘회진을제때돌아라’,‘환자를칭찬하고격려해라’와같은내용을담은공지메일을발송하지만그러기위해가장중요한요소인환자수를줄이려는노력은병원도정부도기울이지않는다.현재의진료량은유지하면서더환자를만족시키라는채찍질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3분진료실’에서똑똑하게진료받는법
“질문은미리준비하고,자신의몸상태는스스로체크해둬라”

가끔진료를받기위해의사앞에앉으면눈앞이캄캄해진다.의사의설명은짧고궁금한것은많은데무엇부터질문해야할지도모르겠다.두서없이한두가지질문하고진료실밖을나서면아뿔사,가장중요한질문을잊고물어보지못하는경우가많다.병원시스템적질문이야밖에있는간호사에게물어보면되지만,병과관련된질문은의사외에는대답해줄수없다.그렇다고다른사람이진료받고있는진료실에다시들어갈수도없는노릇이다.그래서지은이는진료실에들어가기전미리질문을적어두라고조언한다.환자의질문은단지환자의궁금증을해결할뿐아니라자신의몸을돌보는데중요한정보를얻을수있으며,의사에게는환자들이궁금해하는것,필요로하는것을알수있게해주는계기가된다.그러니미리질문을준비해서단도직입적으로묻는것이좋다.
또한진료시간에는본인이궁금한것을묻는것뿐만아니라의사가궁금해하는것도말해줘야한다.환자가일방적으로묻기만하면본인의궁금증은어느정도풀리겠지만,의사가환자의증상을살필수있는기회가없다.그러니지금어떤부분이가장불편한지,그리고내몸의상태가어떤지에대해충분히숙지하고있다가정확히알려주어야한다.

이책은진료실에서뿐아니라항암치료를받을때유의사항이나알아두면좋은팁을제공하기도한다.단순히자신이치료받는대형병원에만의존하지말고,동네의원과양다리를걸치라는이야기,자신의몸상태를어떻게정확히체크할수있는지,항암치료전에무엇을준비해야하는지,병원을옮길때는어떻게해야하는지등에관한방법도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