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우리가만난기적’
돌이켜보면,오늘의한반도에서전개되고있는이역사적인대장정의직접적인출발지는팽목항을그대로옮겨온,‘광화문광장’이다.그리고그광장을만들어간촛불시민들이이구동성으로외쳐부르던노래는“헌법제1조대한민국은민주공화국이다!”이다.이노래는세월호참사를접하고울부짖던,“이게나라냐?”라는자성(自省)과분노(忿怒)과뒤섞인물음에대한해답으로,‘새삼스럽게발견’된말이다.
“대한민국은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모든권력은국민으로부터나온다.”
실로이말을수호하고,실현하기위하여수백만의사람들은차디찬거리에서,수천만의국민들은가정과일터에서,오매불망하며“거짓을내치며진실을밝히는길”을내달려온결과로오늘우리는밝고맑고아름다운한반도역사의시대로나아가고있는것이다.이것이기적이아니면,무엇이란말인가?
2.아래로부터만든우리의민주공화국형성사
여기서첫번째질문.우리의헌법제1조로당당하게자리매김한‘대한민국은민주공화국’이라는조항은언제어디서부터우리역사속에자리매김하였을까?1차결론을이야기하자면,이제는많은사람들이알다시피,이절대명제는1919년4월11일상해에서선포된대한민국임시정부의〈대한민국임시헌장〉에서부터비롯된다.
두번째질문.뜻있는사람들은한민족의역사이래로대부분‘왕정국가’였던한반도에서어떻게국권상실10년만에,‘공화’와‘민주’이념/개념이헌법(헌장)제1조를차지하게되는가를묻는다.지금까지는민주·공화개념이외부로부터이식되었다는입장이주된견해였다.이에따르면,민주공화정은우리의내적인정치적전통과아무런연관이없는서구개념의이식이라는주장이다.
과연그럴까?이미오래전부터한민족인민들이민주와공화개념에충분히노출되어있었기에,3.1운동의성과를계승한임시정부의요인들은이를〈대한민국임시헌장〉에반영할수있었고,다시그로부터100년이흘러오는우여곡절의한국현대사에서도,그조항만큼은한번도흔들림없이굳건히그자리를지킬수있었다.다시말해‘민주(民主)’·‘공화(共和)라는기표자체는외부로부터수용한것일수있지만,우리내부에그에관한사상적토대가배태되어있었기때문에그것이우리헌법의중심에자리매김할수있었다는말이다.
3.한국근대화를이끈사상적동력은민의사상이다
세번째질문.그‘사상적토대’란무엇인가?『근대와民-인간존중·신분해방사상이만든민주공화국』(이영재지음)에서는그사상적토대가인간존중과신분해방사상이라고밝힌다.
이영재는한국근대화의동력은19세기중엽성립된동학사상이실천지침으로강조하고있는인간존중과신분해방사상으로서,그것은19세기의정치사회적변화와민의공감대를반영하여근대적신분해방의임계점에육박해간사상으로평가한다.그리고그동학사상은최소한조선왕조내내아래-민(民)들의끊임없는저항과모색가운데서형성된경험과실천을계승하고심화발전시켜마침내서구적인의미의인간평등이라는기준을초월하여‘사람이곧한울’이라는절정의이념으로승화되었고,그것이우리나라근대화의동력이되었다고말한다.
네번째질문.여기서다시그렇다면한국의근대화는언제시작되었고,근대화를이끈주체는누구라고얘기할수있을까.한편에서는독립협회를주축으로한개화파지식인이한국의근대화를추동했다고주장하고,다른한편에서는대한제국기고종의광무개혁으로근대가개시되었다고주장한다.반면,일본의강점은잘못되었지만,식민시기에근대화된것은역사적사실이라는견해도만만치않다.이렇듯한국근대화에대한견해가천차만별인것은지난100여년동안우리근대사에각인된,일제강점에따른폐습과식민사관의잔재가여전히영향력을미치고있기때문이다.
그런데,『근대와民-인간존중·신분해방사상이만든민주공화국』은기존견해들과달리한국의근대화를추동한주체가민(民)이고,우리근대화의특성을지식인중심의근대화나위로부터의근대화,식민시기의타율적근대화가아닌아래로부터의근대화라고제안한다.
4.촛불혁명과남북평화협정의체결은민(民)의자기실현과정
최근의‘촛불혁명’에서광화문광장이그러했듯이,우리역사에서‘민’이스스로를‘통치대상’으로부터역사의주인으로자기정체성의혁명을진척시킨곳도‘역사의현장’이었다.우리가아직도‘민란’이라고,때로는‘반란’이라고부르는,조선왕조시대내내진행되었던사건들은그때그때민들이자기의요구를관철시켜나가는한편으로동양의전통에서보더라도수천년의내력을가진‘민유방본’내지‘대동사상’의현실화를위해요구하고,투쟁하고,때로는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과정이었다.그리고그자체로그현장은‘민’의학습의현장이었다.
그속에서‘민본’의식은진화를거듭하였다.애초에는통치집단이통치를정당화하는레토릭에불과했던‘민본’은조선후기에이르면‘민회(民會)’라는,아래로부터의의사관철기구로구체화되었다.그무렵임금스스로실제신천/실현의목표로서의‘민국(民國)’과‘민본(民本)’을표방하기에까지이른다.이런임금은이제‘타도’나‘전복’의대상이아니라‘존왕(尊王)’의대상이되어,민(民)들은무능부패하고탐욕이기하는양반지배층을배제/우회하여‘존왕’의주역임을자임하고나아가‘공화’를지향하기에까지이른것이다.그것이동학농민혁명(전쟁)의내면의흐름이다.
우리역사를이러한시각으로바라볼때,비로소우리는최근의일련의사건들의의미와근거(도대체이일이어떻게가능했는지)를좀더뚜렷이알수있고,또한앞으로어디로나아가야하는지를분명히설명할수있게된다.즉,촛불혁명의광장에서울려퍼졌던‘대한민국은민주공화국이다’라는구호는120여년전동학농민들이내세웠던“보국안민척양척왜”의현대적계승이며,다시말해서그구호는이미선취(先取)된가치를재확인하는과정이다.
나아가,한반도차원의공화국의실현은‘대한민국은민주공화국’으로한정되지않고,남과북의‘통일’을전제로한다는점에서최근의종전선언추진,평화협정전망의정세변화는감격적인데가있다.이것이야말로,100년,혹은그보다훨씬이른시기부터지향해왔던‘민유방본의대동세상’을향해가는‘오래된혁명’의노래이다.
5.한반도운전자론의혁명적의의재고
한반도의원주민(한민족)이‘우리민족끼리힘을합쳐’‘우리의소원은통일’을이룩하는데가장장애가되는것은무엇일까?오늘의이사변이전개되기전에그것은주변4대강국중어느나라도‘진정으로한반도에서의통일’을원하지않는다는데있다는것이그동안우리들의상식이었다.물론통일을가로막는이데올로기장벽,특히극심한남남갈등의장벽속에서극단적인‘신(新)북진통일?체제통일’을부르짖는극우보수세력의존재도통일의걸림돌로서는둘째가라면서러울존재이지만,그것은어쨌든‘우리’내부의일로서,우리가좌우할문제이다.
그러나4대강국의입장은단순히남북이분단되던때로돌아가서바로잡을수있는문제도아니고,또한대부분우리손을벗어난,‘자기들의입장’에따른문제로서우리의노력이미치는데한계가있는문제라는점에서그어려움의크기가전자에비견할수준이아니었다.4대강국이한반도통일을바라보는관점,그리고한반도내의남과북두정권을‘취급’하는관점은우리와는판이하게다르게,동북아시아의현재와미래의역학관계에관련되기때문이다.
그런데,현재우리가보고있는,‘한반도운전자론’의성취과정을보면,어쩌면이것은그동안그어떤통일론에서도‘가능태로서는상상되지못했던’방식과속도로진척되어가고있다는사실이,믿기지않을정도로놀랍고감격스럽기까지하다.예컨대,북한정권이일본을다루는방식을보면,박정희정권의한일국교정상화과정에서,그리고위안부문제에대하소위‘합의’과정에서보여주었던정의로운한일관계의빚까지통쾌하게갚아나가는것이라하지않을수없다.이것은단지일본에게원수를갚는식의‘감정적인문제’가아니라,수백년동안‘지정학적인’처지를‘불리하고,부정적으로만실현시켜온’한반도의위정자와백성(한민족)들이비로소자주독립된국가[남과북]로서의위상을되찾아가고있으며,실천적으로실현해가고있는증좌로볼수있는것이다.
6.한반도의민주공화국-오래된미래의역사
『근대와民-인간존중·신분해방사상이만든민주공화국』의내용에담긴담론들,즉아래로부터의자생적인근대화론과자생적인‘민주공화국’지향등의이론은천지돌출로하루아침에주장되는것이아니라.최소한20년이상의역사를가지고,적지않은학자들이철옹성같던식민사관을하나씩허물어뜨리며진전해온결과물이다.
그리고그성과물이이렇게‘민주공화국’이실질적으로제자리를찾아나가는이시대에빛을보게된다는것도예사로운일은아닐듯하다.그만큼,현재한반도에서펼쳐지는사변들은단지‘최순실-박근혜’와같은돌연변이적위정자의실정(失政)에따른반사이익이아니라,오랜역사적연원(淵源)을갖고있는운동의한결실임이분명하다.바로그러므로,한반도의근대사는지금부터새롭게,처음으로정당하게,미래를향해나아갈것이다.다만,그미래는이땅의‘민’들이이미오래전에성취하였던‘오래된미래’인것이다.
[책속으로추가]
6.식민지근대화론
일제가열등적·패배적역사관으로정립해놓은식민사학의핵심은‘당파성론’,‘타율성론’,‘정체성론’등이다.(중략)그런가운데(식민지치하에서의근대화가진행되기이전에)한국역사가내재적으로근대사회로발전하고있었다는문제의식을중심으로1960년대부터본격적인연구를시작했다.이연구경향을통칭내재적발전론,또는...수탈론이라고한다.내재적발전론은한국사회가식민지화이전에이미자생적으로근대적생산관계를만들었으며,이근대적생산관계들이자리잡기전에일본의제국주의적침략으로식민지화하였다고보았다.또한일제강점체제하의민족차별과수탈로자생적이행의가능성이차단되고,자율적문명화가압살된것으로파악한다.(59-60쪽)
7.국가와민의관계,민국,민본주의
탕평군주(영정조)에의해주창된‘민국’정체(政體)시기‘민본주의’는이전의수사적도구로활용된‘민본주의’와질적으로다른실체를갖는것이었다.(중략)19세기세도정치기에접어들면서(중략)군주의영향력을사적으로대체한세도가문의‘반동정체’가개시되면서‘민’은18세기민국정체에서보다훨씬더적극적이고능동적인공공성의담지자로...부상했다.19세기후반동학농민혁명에서주창된척왜양,보국안민의기치는반동정체가국가공공성을담보하지못하는국가공공성의비상상황에서기왕의‘민본’,‘민국’사상을재전유하여조선의국가공공성을바로세우기위한민의능동적이고적극적인공공성창출노력이라고평할수있다.(80-81쪽)
8.민,민본론,민유방본
조선초기‘민’은명확하게농민이나피지배층을지칭하는개념으로만사용된것은아니다.첫째,유교적민본론에기초하여왕을포함한광의의민으로쓰인경우(중략)둘째,왕을제외한일국의모든백성또는수령방백이다스리는특정지역내의모든지방백성을지칭하는말(중략)셋째,(중략)조선시대민본적공공성을강조할때에는민이특정하게피통치자계층으로지칭되었다.(90쪽)
9.민국(民國)의이념
‘민국’이념이제기되는18세기에이르면,(중략)‘민’이...정치권력이그실체를인정하지않을수없는단계로성장하기시작한것이다.(중략)18세기는“군주가사·서의구분보다,동포니동류니대동이니‘균’을내세우면서백성에게좀더다가가려”한시기이다.조선초기의적자,보민단계와비교하여보면,민의지위가격상되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95쪽)
10.민의사상,대동사상과개벽사상
조선시대민의결사체영역을관통한이념의정수가바로이대동사상,개벽사상의해방이념이라고할수있다.(114쪽)
11.민의영역의사회구조변화
18세기를전후해서는‘민’의삶의영역인향촌사회에서도실질적인변화가나타났다.그변화는이제까지단순한보호의대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