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의‘미투(metoo)-위드유(withyou)’운동이나디스토피아의암울한전조쯤으로거론되는‘저출산’의사회분위기는우리가중대한전환기에서있음을웅변한다.미투운동은단순히‘만연한성폭력문화’에대한대응일뿐만아니라불합리/불평등/불건전한인식을전환하는운동이며,길게보아수천년동안지속되어온남성중심사회에대한혁명운동이기까지하다.그런점에서미투운동이최근안팎으로불거진변수로인하여자칫동력이상실되는것은아닌지,우려하는목소리도높아지고있다.
미투운동이벌어지는이사회판세에서발등에떨어진또하나의불은‘저출산’에관한갑론을박이다.극히최근에불거진‘출산주도성장’이라는말/의식구조에대한전반적인지탄분위기는사실은그말을한당사자에대한분노라기보다는저출산에내몰리는여성/청년들의상황과마음에대해무지한사회분위기에대한‘의례적인분노’에가깝다.여기서따옴표를친까닭은‘분노도애정이있을때하는것’이라는말에기대어,지금의분노는그애정이탈각된,분노그자체라는의미를드러내기위해서다.
2.
뚜렷한진전의기미를보이지못하는이‘미투운동’이나개선의전망이보이지않는‘저출산’의사회분위기(-‘아이를많이낳도록하는것’이능사는아니다)는이운동이나상황이바람직한진로를찾아가기위해서는좀더근본적이고뿌리깊은원인의규명과해법의모색이필요하다는점을말해준다.미투운동의근거가되는우리사회의‘남녀차별’이나‘남존여비’의행태를전복하기위한노력은최근만의일이아니라길게는수백년,짧게보아도지난100년내내계속되어온운동이다.또한‘저출산’의근본적인이유는청년-여성/결혼등대증(對症)적인접근만으로는도달할수없는곳에그뿌리가닿아있다.
이를한마디로이야기하자면,미투운동과저출산의사회구조는우리사회가‘근대’를넘어서오는과정에서겪었던,혹은충분히겪어내지못했던경험과긴밀하게연결되어있다는말이다.즉,미투운동과저출산의사회구조는지금우리가발딛고서있는현대사회가지난100년-200년사이에잃어버린것,혹은지체(遲滯)되어있는것의재발견내지균형찾아가기의일환인것이다.아이낳아기르는일은이‘사회와국가를위한일’이아니라인간으로서의우리몸속에내장되어있는가장근본적인본능이며,희망이자,라는점은쉽게동의할수있을것이다.지금우리사회는그러한본능과희망마저거세당하고대체당하는사회이다.이사회속에서나/우리가살아남기위해서는,단지살아남는것이아니라‘행복’하기위해서는우리가지난100여년동안끊임없이추구해온‘근대화’에서무엇이잘못되었는지를찾아내고개정(改正)하고,개선(改善)하고새롭게개척(開拓)해야만하는과제가우리앞에놓여있다.
3.
?근대의경계를넘은사람들:조선후기여성해방과어린이존중의근대화이야기?는대한민국의여성해방과어린이존중사상의뿌리를찾는과정이며,그뿌리라할수있는조선사회근대화의여정을따라걷는길이다.그러나그길은우리가익히알고있던,그러나잘못알고있던,오해하고있던그길이아니다.다시말해“조선의근대는외부로부터이식된것”이며,“조선사회내부에는근대화의힘이없었다”는‘식민지근대화론’의주장에대한반박이기도하다.그동안의익숙함,오인과오해를전복함으로써지금여기‘잘못된현대사회’를전복하는길을새롭게발굴하고,펼치며걸어가는그길이다.그렇게함으로써우선은역사내내사회적약자로존재했던여성과어린이의해방과정을되살리고,나아가조선사회내부에이미근대화로의내재적힘이있었다는점을밝히려는것이다.이것은단지지난역사를새롭게‘조명’하는일이아니다.역사의진실을새롭게,바르게,정의롭게이해하게될때,오늘우리사회의과제인‘미투운동’은근본에서부터동력을얻게되고‘저출산’의사회구조또한“사람노릇하며행복하게살수있는”사회로전환될수있다고믿는다.
4.
동학은조선사회의여성해방과어린이존중사상을제기한중심동력이었다.인간은평등하며,따라서신분적차이도없고,여성도동등한인격체라는남녀평등과여성해방의사상,어린이도한울님같이생각하라는어린이존중사상이동학과동학교도들속에서펼쳐졌다.이것은서구와비교해보아도시간적으로나의식(意識)면에서나선진적이고선구적이었다.동학은여성해방과어린이존중에대한혁명적근대성을만들어낸중심이었던것이다.이러한흐름은단지‘동학의창도’라는사건에의해돌출적으로일어난것이아니다.동학창도에선행(先行)하는조선시대의사회경제적변화와연동된백성의의식과힘의성장,백성의성장을수용하여소민을보호하고언로를확대한계몽군주(영조?정조?고종),공자철학을갱신한동네유자들의확산등이꾸준히이어지고있었다.
조선사회여성들은성리학적규범과질서에맞서다양한방식으로자신의정체성과해방의과제들을실천해나갔다.남녀간차별은없으며,여성도군자가될수있고,부부는동등하며,여성도인간으로서자유로운삶을추구해야한다는생각이저변으로퍼져나갔다.여성을억누르는사상과질서에맞서다양한상상적사유를사회에전파했다.그도구는여성영웅소설이었는데,그소설속에서남성을압도하는여성영웅의이야기,남장여성,동성애등을통해조선사회가부과한젠더역할과규범에도전했다.즉,여성들이‘동일성에근거한평등의추구’를문학적으로형상화한것이다.조선시대의어린이들은가족내에서많은사랑을받으며자라났고,동아시아의오래된교육철학과보통교육제도로많은어린이들이교육을받았고,부모없는아이와굶는어린이들은법률을통해구제했다.
이처럼조선사회의내재적힘이집약된동학은인간평등?신분해방?여성해방의가치실현을통해‘대동평등’세상을실현하려고했으며,궁극적으로어머니의사랑이실천되는‘모정사회’를지향했다.동시에동학의거대한족적은어린이날의제정과어린이운동으로나타났으며,어린이를한울님으로존중하는사상으로발전했다.
이제우리사회는비로소지난100여년동안의‘세계자유주의시장경제체제의하위구조로강제편입되는식민경험의트라우마’와‘분단과군사주의그리고일방적,폭력적서구화트라우마’를서서히극복해가는/갈수있는출발점에서게되었다.바로이때우리가고쳐매야하는신발끈,아니새롭게갈아신어야하는신발이바로우리안으로부터자라나고있던/지금까지면면히이어져오고있는내재적근대화동력을발견하고발전시켜나가는일이다.
이책은조선후기전근대의어둠을뚫고근대의경계를넘은사람들의이야기를통해대한민국의여성해방과어린이존중사상의기원과힘을밝히려는것이며,이길을걸어왔던무명의백성들의역사에바치는헌정서이다.
5.
이책을기준으로조선-대한제국의근대를재조명해보면다음과같은논쟁적인주장들이발췌된다.
(1)서구적근대화론,식민지근대화론을대체할내재적근대화론은여성해방과어린이존중의면면한역사를통해논증할수있다.
(2)동학은우리사회의여성해방과어린이존중의면면한전통을받아안아근대화의경계를넘어서는결정적인동기가되었다.
(3)아래로부터의내재적근대화뿐만이아니라계몽군주(정조~고종)들의위로부터의근대화추진,그들의근대적성격과민족/국가/백성정책을재조명해야한다.
(4)조선시대내내여성들은유교(성리학)으로부터억압받기만한것이아니라이를다양하게전유하고전복함으로써,여성해방의동력을만들어왔다.즉,조선시대여성들은성리학적가부장질서에동성애옹호,남성보다뛰어난여성,여성(유학)선비,여성문학,남장여인등의다양한형식으로저항하였고,일정한성취를이루어냈다.
(5)조선시대에도국가차원에서아동구휼및복지정책이시행되었다.정부에서는정기적으로지방관의‘아동구휼정책’시행을점검하고이를태만하거나방관하는관리는엄히처벌했다.
(6)조선시대후기에창도된동학의인간평등사상으로부터유래하는우리나라의어린이존중사상은그깊이나실제운동의성과면에서세계적으로선구적인위치에있었다.특히방정환과김기전의어린이존중사상과운동은괄목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