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의 인문학: 근현대편 (의료문학으로 보는 화병)

화병의 인문학: 근현대편 (의료문학으로 보는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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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의료인문학의 한 부문으로서의 ‘의료문학’의 관점에서 ‘화병’을 조명해 본다. 한국 고유의 질병으로서의 화병은 전통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 기록에서 그 사례가 등장하며, 당대의 문학에 반영되어 있다. 화병을 의료적인 관점이 아닌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매개로서 문학작품은 훌륭한 통로가 된다. 화병의 양상은 시대를 따라 일관된 부분과 시대상을 반영하여 변형되고 변화된 양상을 띠기도 하는바, 이 책은 ‘화병의 인문학’의 근현대편으로 근대 개화기 이후 각 시대별로 문학작품에 나타난 화병을 통해 한국인의 심성의 심층을 들여다보고, 또한 그 시대의 이면을 재조명해 보는 유의미한 시각과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

박성호

경희대학교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HK연구교수.
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나와동대학원에서「광무융희연간신문의‘사실’개념과소설위상의상관성연구」(2014)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근대초기서사를연구하면서매체와의관계및서사인식의변화상을폭넓게조망하는연구를진행해왔으며,이러한성과를바탕으로현재는근대초기서구의료의도입과더불어발생하는다양한변화상에대해서사를통해접근하는연구를수행중이다.
저서로는대중교양서인『예나지금이나』(2016,2인공저)등이있고,주요논문으로「「소학령」을통해서본이해조연재소설의변화와한계」,「유학생의개인체험서술을통한1920년대초반글쓰기의양상고찰」,「신소설속여성인물의정신질환연구」등이있다.

목차

0.머리말
1.총론:우리는왜‘화병’을이야기하는가?
2.근대를만난화병,고난을만난여성─신소설속화병의재구성
울화는사람을병들게한다/유행병아닌유행병
어디에나있고,어디에도없는병/그들은과연어떻게치유되었을까?
3.욕망에눈을뜬여성과신‘경쇠약’─번안된화병
다이아몬드가낳은병,신경쇠약/욕망을좇는여성은질병을만난다
왜하필신경쇠약이었을까?/번안된소설,번안된질병
4.“나는신경쇠약을앓고있소”─여성에서남성으로,이야기에서문학으로
누군가에게는중2병,누군가에게는신경쇠약
여성에게서남성으로,오점에서자랑거리로
번안된질병의재번안,혹은받아쓰기/신경쇠약이쏘아올린작은공
5.전쟁의소용돌이와화병─상처받은심신(心身)
전쟁이라는화(禍),그리고화병(火病)/전쟁의후유증으로서의‘화병’
베트남전쟁용병의상흔(傷痕)
6.난장이가족의화병─산업화와소외된인간
한강의기적/경제성장의이면들
도시인들의중압감과분노/목소리를잃은난장이의선택
7.젊어도늙어도화가나는사회─사회적갈등과화병
가정폭력과화병/정치적사건들과화병
나이와화병(1)-젊어서화병/나이와화병(2)-늙어서화병

출판사 서평

1.
1980년대까지만해도한국인은대체로‘화난표정’이었던것으로유명하다.90년대이후우리스스로도그러한표정을자각할정도가되었고,외국인들은한결같이‘화난한국인’의표정을지적한다는것이언론에심심찮게거론되었다.그때의화난한국인이란대체로오랜식민통치를겪어야했고,또6.25라는엄청난비극적상황에이어장기독재체제를반세기이상살아오면서주눅들거나화내거나,둘중하나의감정이그렇게표정으로굳어지게된것으로진단하였다.
그러나1987년민주화를경험하고,1997년의IMF로인한크나큰국난을극복하면서2000년대이후로는‘화난한국인’의이미지는거의불식되었다고할수있다.
최근들어‘화난한국인’은다시우리사회의중요한화두가되고있다.젊은이들은젊은이들대로우리사회의‘불공정’을참지못하고,강요된N포세대로서의좌절감,그리고물려받은것이라고는‘기후위기’에빠지고‘제대로된일자리없음’의사회뿐이라는현실앞에“분노”한다.늙은이들은늙은이들대로,오늘날세계10위의경제대국을일구어온주역으로서의자긍심을채누리기도전에급격하게변화하는세태속에서퇴물로취급되고,경제성장의성과로부터도소외되어빈곤으로내몰리는상황에견딜수없는상황을‘억울해하고’‘분노’로표출하고있다.

2.
‘분노’를표출한다는건그나마다행한일인지도모른다.그렇게하지못할때,다시말해치밀어오르는분노를억누르기만할때,그것은고질적인“화병”이되어스스로를좀먹고그가포함한공동체,작게는가정에서부터크게는사회와국가에이르기까지를파괴하고말기때문이다.
한국인은사실“화병”보유국이기도하다.“화병”은한국고질병이(었)고,고유병이(었)다.한때국제질병관련연감에Hwa-byung(화병)이라는우리말발음그대로실릴만큼세계적으로도주목의대상이되었으며,여전히한국의특수한지역적,사회적문화와관련된정신의학적증후군으로의학적관찰의대상이되고있다.한국인에게‘화병’이라는고유의고질병이자리매김하게된것은문화적,기질적,시대적등등의여러조건들이중첩되고복합되어빚어진일일터이다.
가장전형적인(전통적인)화병은오랜가부장제하에이중,삼중,사중(남녀차별,고부갈등,살림책임,남편외도)의고통을견뎌야했던며느리(여성)에게서발견되곤했다.그러나시대가변하고사회가달라지면서화병은‘신경쇠약’과같은현대적인병명으로변신을거듭하며,현대사회로까지이어지고있다.

3.
가장최근의전공의나의대생들의진료거부,시험거부사태에서가장극명하게전면에드러난것은“분노”였다.그들의분노가정당한가아닌가는차치하고,그분노는사회전체를어려움에빠뜨린다.그들의분노는여전히진행중인부동산관련한분노의‘영끌매입사태’또그로부터불과얼마전“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비정규직의정규직전환사태를둘러싸고‘취업준비생’을중심으로들불처럼번졌던“분노”,광화문광장을뒤덮던태극기부대의분노의물결,나아가작년1년내내대한민국을들끓게한조국전법무부장관의부인과자녀및검찰총장을둘러싼거대한분노의촛불의대립,페미니즘과안티-페미니즘그룹사이의치열하고극악스러운쟁투등을떠올려보면,한국고유의질병으로서의“화병”은오늘날‘분노’라는이름으로우리사회전체를“불태울수있는잠재력”을갖고타오르고있음을느끼게된다.

4.
화병은‘분노’만이그원인이되는것은아니다.9개월째계속되고있으며,앞으로최소1년은계속될‘코로나팬데믹’상황에따른우리사회전체의‘우울증’과그변형으로서의‘분노’역시오늘우리들심리깊숙이‘화병의씨앗’을심고있다.그것은언제든폭발적인형태로,그리고파괴적인양상으로그자신은물론이고,우리사회전체를파멸적상황으로몰아갈수있음을어렵지않게떠올려볼수있다.
〈화병의인문학〉은한국인과한국사회에깊숙이뿌리내린‘화병’을“의료문학”이라는,문학작품에반영된‘화병’의양상을살피는작업으로써접근한다.문학작품이보여주는친근성,그리고문학작품이당대의시대현실을전형적으로반영하는예술작품으로서‘화병’이라는무거운주제를생생하고,그러면서도너무무겁지않게접근할수있게해준다.
화병의치유는(서구)의료적인접근보다는사회적인,관계적인,문화적인접근을통해이루어지는것이바람직하고,또한실질적이며근본적인치유책이될것이다.우선거기로나아가기전에‘화병’이라는,우리에게당연하고친숙한언어에대해서좀더낯설게접근하여,그실상을객관적으로들여다보는일은,개인이든사회든간과하지말아야할과제이기도하다.무엇보다,스스로의삶과내주변의인간군상의행태를밝게설명해주는도구를갖게되는즐거움을누릴수있다.“의료문학”과“의료인문학”이이렇게우리삶으로다가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