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한 우리)

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한 우리)

$13.05
Description
이혼도, 별거도, 졸혼도 아닌 휴혼(休婚)
정서적인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삶의 공간만 분리하는
새로운 가족상의 실험


“거의 3주에 걸친 공방 끝에 내가 집에서 나가고, 시부모님이 남편과 합가하여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결정 났다. (……) 아이는 언제든 만나거나 데리고 있을 수 있으며, 이혼은 생각하지 말고 따로 살아볼 것. 각자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서로 이성 문제는 만들지 말 것. 떨어져 있는 동안 상대방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으로 보낼 것. 이 합의가 이루어진 날, 남편과 나는 맥주를 마셨다.” _p47 「결혼-=?」 중에서

배우자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지겹도록 부딪힌다면. 가부장제 가족상이 과연 현대에도 유효한 것인지 의심하는 시선들 속에, 정서적인 관계는 유지하되 생활만 분리하는 부부 관계에 대한 실험을 생생하게 담은 에세이 《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은행나무 刊)가 출간되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네 살배기 아들의 양육을 전담하던 저자 박시현은 육아와 살림에 관한 기대치가 높은 남편과 갈등 끝에 결혼 5년차인 2017년 가을,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했다. 저자가 월세방을 얻어 나가 생활비를 직접 벌어 살고, 아이는 수요일 밤과 주말에 데려와 함께 보내는 식이다. 별거와 다른 점은 “이성 문제는 만들지 말”(47쪽)고 “기능적, 정서적인 관계”(50쪽)를 유지한다는 데 있다. 즉 부부 간의 애정과 부모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은 채 단순히 삶의 공간만 분리하는 것이다.
서구에서 LAT(Living Apart Together)라 불리는 생활양식을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 팀 버튼과 헬레나 보넘 카터와 같이 LAT의 사례로 손꼽히는 서구 커플들의 선택이 각자 단단한 경제적인 토대 아래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내린 ‘합리적’인 것이었다면, 저자 부부의 결정은 가부장제의 그늘 아래 양육을 전담하며 자연스레 ‘경력 단절 여성’이 되어야 했던 저자의 독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담한 도전이 된다.
‘남편’과 ‘아내’, ‘엄마’와 ‘아빠’라는 역할 속에서 서로를 또 스스로를 잊어가던 두 사람은 휴혼의 과정 속에서 사회에 무사히 복귀하고, 생활에 지쳐 잊어가던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연애 시절 매혹되었던 연인의 본모습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결혼 전 기대했던 바와 다른 현재에 지친 기혼자들에게 대리만족과 발칙한 상상을, 결혼 후의 관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미혼자들에게는 무엇이든 방법은 있으니 겁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안을 선사할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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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시현

말하고글쓰는사람.
이번생은진득하니눌러앉는팔자는못되나보다.
집도,일도,가족도,삶자체가떠돌이생활이다.
이미떠돌고있지만더격렬한떠돌이를기대하는중.
현재휴혼을통해자생력을키우고있다.
《삶의흐름이춤추는대로》를썼다.
brunch.co.kr/@naro
Youtube나로의책장

목차

프롤로그

1부같이살수도,이혼할수도없는
2017년9월3일D-24
내게남은건34세,기혼,아기엄마
반짝반짝아침
보증금100에월세28
결혼-X=?
표면을걷는다

2부나는남편과휴혼하기로했다
왼쪽네번째손가락
당장떠나도이상할것없는
각자의식탁
아이마음
시어머니와의조우

3부휴혼D+50중간점검
일에관하여:다시사회인이된다는것
아이에관하여아이앞에서나는겸허해진다
‘결혼학기제’에대한깔끔한정리

4부따로또같이,이렇게휴혼은지속되고있다
그라티아숲
WHO
사회생활VS가정생활
한부모반부모
삶으로떠오르기
금요일의배신
당신의버튼은안녕하십니까?
부부의밤
옆자리
푸른사과
2017년9월2일D-25,‘그날’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헤어지지않기위해따로살기로했다”
더나은둘을위한단한번의선택

“이책을통해또다른결혼형태를엿보고,사회의기준말고,자신만의결혼형태에대해상상해보는시간이되었으면한다.”
_p16「프롤로그」중에서

“영혼의주파수가맞는남자”와불같은연애끝에결혼했음에도,가부장제는그사랑을건사하지못했다.남편은가정에충실한만점짜리남편이고아들보다며느리의마음을더헤아려주는시어머니도만났지만,그‘복’이주부와아내와엄마의전통적인의무를물리쳐주는건아니었다.모든가족구성원이정해진‘아빠’‘엄마’‘자식’역할을수행하는가정에서자란남편과,청소년기부터정서적으로독립해살아온저자의가족관이충돌하는것은당연한일이었다.끼니는배고플때만때우면된다고여기는저자와삼시세끼를제시간에챙겨야하는남편의생활패턴이어긋날수밖에없듯이.‘아내’와‘엄마’라는이름을갖게되자,연애시절남편이귀담아들어주던미래와꿈을여전히말하는것이가족보다개인을우선시하는반역이되고말았다.그렇지만미래와꿈을열망하는‘나’를잃을수는없었다.그간극에서나는파열음은경찰까지출동하는부부싸움으로치달았다.
아직남편을사랑했고,네살짜리아들에게는엄마와아빠가모두필요했다.하지만오래전예정된모임에대해“남편이출장가는데감히여자가술을마시러가?”(202쪽)라던남편의외침처럼,‘나’를지킨다는것은전통적인가족상에대한도전으로받아들여졌다.갈수록과격해지는부부싸움을울며말리던아이가어느새엄마와아빠가싸우건말건잠들정도로무뎌지고만모습은대단한충격이었다.타개책이필요했다.서로를잃고싶지않아서,그리고아이를위해서,부부는생활을분리하는‘휴혼’을결심했다.재결합이전의휴혼인지이혼이전의휴혼인지아무것도모르는상태로.

가부장제에대한불온한도전
아직남아있는사랑을위해고유의가족형태를발명하다

싱글시절에도거들떠보지않던월세25만원짜리단칸방에서아등바등시작한휴혼의필수조건은‘자립’이었다.갑작스럽게사회로떠밀려나온기분에,결혼전커리어가있었음에도저자는자신이없어“‘연탄자살’을검색”25쪽할정도로막막함을느낀다.그렇지만막상사회로발걸음을내딛자프리랜서로일하던강사일을더욱본격적으로할수있게되었고,친구들과시작한스타트업에서결혼이전의사회적인이름을돌려받은듯한희열을느끼게된다.스스로도잊어가던내면의자신감은가족의울타리를부수고나왔을때조우한타인의인정을통해다시찾을수있는것이었다.
이는동시에남편을더잘이해할수있게된시간이되었다.평일을떨어져지내는아이에대한애틋함이배가되었음은물론이다.처음에는같이살수없을만큼힘들어진관계를악화하지않기위해조심하며“표면을걷”(60쪽)는관계였지만,아이를데려다주고데려오느라어쩔수없이부딪히면서서로의상처와요구를이해할수있었다.더불어남편이담당하던생계를직접꾸려나가면서남편이졌을가장으로서의책임감과의무를다시금생각해보게되었다.남편또한아이와보내는시간에서아내의빈자리를느끼며,연애시절자신이사랑했던꿈많은‘그녀’의모습을되새기게된다.

아내도엄마도아닌나로서가족과마주하는휴혼의나날들
아직끝나지않은여정의기록

실시간으로휴혼의나날을기록해가던저자는프롤로그에서“휴혼을권하는책이아니”(16쪽)라고했지만,남편의짐을짐작하고또가족이라는울타리안에서마모돼가던자신과서로의모습을발견함으로써이내“휴혼을권한다”(204쪽).서로에게지치는싸움을이어가거나관계를포기하는대신말이다.휴혼이라는공백은저자에게도남편에게도,또아들에게도서로가정말로없어서는안되는존재임을깨닫고서로의관계와입장,가정에서의내자리를곱씹어볼수있게했다.
더불어저자부부의휴혼은전통적인‘아빠-엄마-자식’으로이루어진가족상을강요하는사회적통념의더께를들춰보는전복적인실험이기도하다.휴혼기간동안“자의반,타의반으로편모가정”(209쪽)혹은‘편부가정’을체험하면서‘보편적인’가족의모습을뒤집어보았기때문이다.다른가족상이있을수있음을고민해보는것은다양한가족의형태가생겨나는요즘우리사회와이웃을더욱풍요롭게이해하는계기가될것이다.여하한급진성덕에이책은브런치(brunch.co.kr)를통해출간전연재를하는동안이슈가되며다양한논의를이끌어냈다.

[책속으로추가]
이번주는아이품이특히나그리웠던지라끊임없이아이를만지고닿이고안는다.저혼자이미다큰것마냥벌써부터엄마품을벗어나려한다.저가필요할때만안기고,그외엔귀찮아하는낌새에서운하다.동그랗게눈뜨고있는낮에는원없이안을수없으니,아무것도모르는밤에한을풀었다.팔베개도했다가머리칼도쓰다듬었다가뽀뽀도많이했다.자다가도깨어아이얼굴을한없이바라보았다.이거큰일이다.조만간아이생각에밤잠을설치거나눈물로밤을지새우는날이도래할지모르겠다.결국거주지를대전에서충북음성으로옮기기로했다.조금이라도아이와가까운곳으로,단몇시간이라도더오래함께있을수있는집으로.돈이야다시주워담으면되지만애달픔은주워담을수없다.
_p112~113〈아이에관하여:아이앞에서나는겸허해진다〉중에서

예전에‘사회적동물’이라는단어는있어도‘가정적동물’이라는단어는왜없는지궁금해한적이있다.내의견이반영되고동료들과치열하게토론하고함께합작품을만들어내는사회생활은피곤하지만확실히그만한매력이있다.직장생활을하지않았으면결코몰랐을그림자같은커리어처럼,주부생활을하지않았으면결코몰랐을일의즐거움이리라.사회에지친이들은가정에서쉬고싶을것이고,가정에지친이들은사회를그리워할것이다.어쨌든우리는,어둠을알아야빛을안다.그리고,어둠속에만보이는것도있다.낮과밤을합쳐하루라고하듯,모든경험은통합된다.
_p141〈사회생활vs.가정생활〉중에서

‘감히’남편의권위에도전하고남편의출장을존중하지않았으며내일을우선시했다는이유만으로도엄청난싸움을벌였고,그결과가정에서뚝떨어져나왔다는것이다.만약미묘한차별이있는남녀역할을아무런의심없이그대로받아들인다면‘좋은엄마’밑에서자란아들은또다른차별을할것이고,‘좋은엄마’밑에서자란딸은똑같은차별을받을것이다.은근한폭력인줄모른채.
_p204〈2017년9월2일D-25‘그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