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숨 (박영 장편소설)

불온한 숨 (박영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가닿고 싶었다.
그를 무심하게 비추는 햇살이나
바람이나 비가 되어서라도.”

안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어떤 숨의 기억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가 박영 신작 장편
201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묵직한 감동과 울림의 서사!”라는 평을 받으며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던 소설가 박영의 두 번째 장편 《불온한 숨》이 출간되었다. 네이버 책문화판 사전 연재와 100명의 가제본 서평단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출간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죽음의 상실감을 견디는 남녀의 서사로 짙은 감동을 전했던 첫 장편 『위안의 서』가 담담한 온기를 추구했다면, 이번 소설은 후끈한 열기에 가깝다. 가령 전작에서 인물들 간의 잿빛 일상을 보듬었던 ‘손’은 조금 더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의미로 모습을 바꿔 소설에 담겼다.

《불온한 숨》은 일곱 살 때 싱가포르로 입양된 후 폐쇄적 내면을 갖게 된 여자와 그녀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자의 갈등을 중심으로 사랑과 욕망의 의미를 추적해가는 작품이다. 어느 날 은퇴를 앞둔 전설적인 무용가 제인 앞에 파격적인 안무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남자 텐이 나타난다. 자신을 압박하며 달콤한 제안을 하는 남자에게 그녀는 위협감을 느끼며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감추고 싶고 벗어나고 싶었던 오래전 숲에서의 비밀스러운 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 오해, 그리고 죽음, 함께 나눠 갖게 된 고통의 기억들이 서사를 끌어간다.
저자

박영

저자박영
2015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아저씨,안녕>이당선되어데뷔했다.2017년장편소설《위안의서》로제3회황산벌청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007

1장강…011
2장회전…045
3장숲…085
4장열기…111
5장로프…133
6장흉터_텐…157
7장스콜_텐…197

에필로그…217
작가의말…221

출판사 서평

“이춤은다시시작되어선안돼요!”
조각난혀와사랑의감각을깨우는스콜의냄새
돌이키고싶은,그러나돌이킬수없는순간을향한간절한몸짓들

서른여덟살의제인(임선경)은한때명성을떨쳤지만이젠은퇴를준비해야할때가된무용가다.하지만아직은무대에서내려오고싶지않다.사랑하지않는남편진,점점다른얼굴이되어가는사춘기딸레나,엄마로서의위치를위협하는자유분방한하우스헬퍼크리스티나.그들과의부딪힘을피해제인이늘숨어드는곳은그녀만의안온한방.남편도,딸도들어올수없는오직그녀만의완벽한밀실이다.그녀는그안온한밀실에들어와서야비로소숨쉴수있었다.

‘다시돌아온프리마돈나’‘저물지않는해’‘불멸의무용수’.사람들은나를그렇게불렀다.해마다나의건재함을알리는기사가세상에뿌려졌다.그러나어느순간부터나의몸은눈에띄게마모되고있었다.폐활량이떨어졌고춤을출때면온몸의관절들이비명을질러댔다.남들의시선을피해몸에파스를붙이고진통제를삼켰다.몸에서는언제나파스냄새가가시지않았다._14쪽

은퇴를미루고다시화려하게도약하기위해선자신을끌어줄안무가가필요했다.그런그녀에게세계여러곳에서러브콜을받고있는안무가‘텐’이다가온다.미팅을위해호텔카페에서그와처음만난날,제인은자신을대하는텐의묘한태도에불편함을느낀다.

“어쨌든저는기회를얻었고이기회에해보고싶었던것을하러왔습니다.”
나는마지못해고개를끄덕였다.수시로멍해지는의식을붙잡으며그에게물었다.
“하고싶었던거라는게뭐죠?”
그러자그가내쪽으로나이프를겨누며말했다.
“제인을제무대위에서춤추게하는거요.”_52쪽

텐은과거에스친인연이었다고설명하며자신을제인의대학동문이라고소개한다.제인은당시알고지냈던모든사람들과의도적으로연락을피해왔기때문에텐이옛날의자신을기억하고있다는사실만으로도불쾌하다.그런데그가자신의춤을소화할수있는사람은오직‘제인’뿐이라고말한다.

“포인트는지금부텁니다.그들이그렇게서로를간절하게욕망할때그들의몸을로프로결박합니다.그들은순간단단한매듭에의해어딘가에붙들립니다.그것은그들이살아오며가슴속에억누르고감춰왔던욕망이깨어나자마자곧바로벌어진일입니다.마치교미를통해절정에다다른순간암사마귀에게목이잘리는숫사마귀처럼말입니다.”_55쪽

마치눈앞에서배우가직접춤을추는듯,생생하고살아있는안무브리핑을듣던제인은,그제야텐이어떤의미로‘이춤을출수있는사람은제인뿐이다’라고말했는지깨닫는다.텐이제안한안무는다름아니라오래전제인이대학에서마리선생과맥스라는남학생과추었던춤이었던것.깊은숲에서나신으로서로에게얽혀들며추었던그춤의끝은파멸이었다.비밀의당사자였던마리와맥스는오래전에이세상사람이아니다.텐이그춤에대해알고있다는사실에제인은위협감을느낀다.

“이건위험한짓이에요.이춤은다시시작되어서는안돼요!”_137쪽

제인은텐이다분히의도적으로자신에게접근해왔음을알게되고벗어나려한다.그러나그럴수록텐은더욱더그녀를압박하며,오래전제인의입에서토해졌던‘불온한숨’의기억을떠올리게하는데…….십오년전과연그들에게무슨일이있었던걸까.

“그래,당신은제인이어야만해.그렇게춤만추는허깨비가아니고.”
기억과의화해,내밀한고독감을위로하는또하나의‘위안의서’

《불온한숨》의강렬하고독특한인물들은우리주변에서쉽게볼수있는유형들을대변하고있기도하다.해외입양아로성장한주인공제인에게서우리는억압된삶을견뎌온한여성이자신을인정하고받아들여가는과정의힘겨움을짐작케한다.누구도사랑해본적없다는고백은다른말로하면누구의사랑도진정으로받아본적없다는뜻이기도하다.자기혼자뿐인무미건조한삶이지만그런삶이라도지켜야하는사람의위태로운고독감을작가는매우뛰어난관찰으로묘파해낸다.또하우스헬퍼크리스티나에게서는사랑이라는욕망을좇는사람의슬픔과기쁨을엿볼수있다.때로그녀는무모하기까지하다.이두인물은갈등관계에있는데,이는사랑하는(사랑할수있는)자와사랑하지않는(사랑할수없는)자의대결구도로도읽힌다.초반의이런인물구도는기묘한분위기를가진남자텐의등장으로좀더구체적인양상을띠게된다.짐작하듯이소설을관통하는중심키워드는‘욕망’이다.작가는꿈과이상을좇아낯선무인도로이주해온사람들이싱가포르라는나라를이루게되기까지의과정을프롤로그에서언급하며이욕망의중심지에인물들을떨어뜨려놓는다.공간과인물의성격이맞아떨어지므로그안에서이야기는좀더선명해진다.작가가소설의배경을싱가포르로한데는이런서사적의도가숨겨있다.

작가는이소설을완성하기위해싱가포르에세번다녀왔고또세번에걸쳐전면개고를했다.그리고인물의삶에너무몰입한나머지소설을쓰면서많이울었다고했다.그눈물덕분일까.작가는《불온한숨》에서신인답지않은필치로노련한구성력과매혹적인스토리텔링을보여준다.숨막힐정도로강박적인인물들에게생생한입체감을부여하며속도감넘치는드라마를펼친다.한번손에잡으면다음페이지를넘기지않을수없다는리뷰들이이를입증한다.섬뜩하리만치세밀한심리묘사는전작에서이미보여주었던작가의특장중하나다.인간내면의슬픔과고독,불안,애도의표정들을220쪽남짓한분량에녹여냈다.이제우리는‘박영’이라는이름의소설가를기억해야할때가됐다.

이소설을쓰며제인에게간절하게알려주고싶었다.진짜‘제인’이되고싶다면,억지로‘제인’이되려고해선안된다는걸.느끼는대로세상을마주보고시간이내안으로흘러들어오는것을온전히느껴야한다는걸.
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