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귤 (김혜나 소설)

청귤 (김혜나 소설)

$12.00
Description
고통과 절망을 딛고 피투성이가 된 발을 힘겹게 떼며 한 걸음씩 걸어 나아가는 사람들!
외롭고 지친 청춘들의 시린 삶을 솔직한 시선과 곡진한 문체로 그려온 김혜나의 소설집 『청귤』. 2011년부터 2018년 동안 집필한 여섯 편의 작품을 묶어냈다. 저자가 지금껏 소설가로서 구축해온,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방식이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진 이번 소설집에는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고통이 곧 삶의 증명임을 보여준다. 상처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하고, 끝내는 스스로 상처를 끌어안거나 고통에 잠식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기 안의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갖게 해준다.
저자

김혜나

1982년서울에서태어나자랐다.청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고,국내에서요가지도자과정을이수한뒤인도마이소르아쉬탕가요가연구소(KPJAYI)에서요가아사나,요가철학,산스크리트어등을공부했다.2010년제34회오늘의작가상,2016년제4회수림문학상을수상했다.지은책으로장편소설《제리》《정크》《나의골드스타전화기》,산문집《나를숨쉬게하는것들》이있다.

목차

-로레나
-이야기의이야기
-청귤
-오샤와
-차문디언덕을오르며
-그랑주떼
-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나의이야기를들어주는존재,당신
오늘의작가상·수림문학상수상작가김혜나첫소설집

장편소설《제리》로2010년‘오늘의작가상’을,《나의골드스타전화기》로제4회‘수림문학상’을수상하며동시대한국문학의낯선무늬를그려줄새로운작가의탄생을알렸던김혜나의첫소설집이은행나무출판사에서출간됐다.첫장편《제리》로“‘루저’로살아갈수밖에없는청춘들에대한킨제이보고서”라는평을받았던소설가김혜나는이후꾸준히외롭고지친청춘들의시린삶을솔직한시선과곡진한문체로그려왔다.이번에출간된《청귤》은김혜나가2011년부터2018년동안집필한여섯편의작품을묶어낸소설집으로그녀가지금껏소설가로서구축해온,‘상처를드러내고치유하는방식’이가장찬란하게빛을발하는작품들이다.문학평론가강유정은“존재를개념이나추상으로나타내려는작가들이있다면김혜나는철저히육체로뽑아낸다”고말하며이토록강렬한선예도를지닌육체는그려진바없다는점,고통이나쾌락이이처럼명징한감각의언어로전경화된적도없다는점을들어김혜나의소설이그런의미에서한국소설사안에서거의볼수없었던새로운묘사를제공한다고덧붙였다.

“아주조금이라도,
그의삶에,
그의심장에,
그의기억에,

흔적을남기고싶어.”

다섯편의단편소설과한편의중편소설로이루어진소설집《청귤》엔상처로얼룩진사람들이있다.차문디언덕으로향하는계단을맨발로미친듯이올라절벽으로향하는‘나’,남들은그녀를감귤이라고생각하지만정작자신은청귤같다고생각하는‘나’,동생이자살했던순간을떠올리며고통을호소하는앤드류와그런남편을지켜보는‘나’,아이들에게발레를가르치던중떠올리고싶지않았던어린시절의고통스러운기억을다시마주하게되는‘나’가있다.김혜나의소설속인물들은그럴싸한포장으로그들의상처를감추거나회피하지않는다.자신이떠안고있는상처로인해누구보다도고통스럽고절망적인삶을살아가지만그고통과절망을딛고피투성이가된발을힘겹게떼며한걸음씩걸어나아간다.

“영,나는네가나에게같이가자고하는곳,다갈수있어.
네가나에게같이만나자고하는사람들,나는다만날수있어.”

상처를가지고있지않은사람은없다.우리모두저마다의상처를품고있고서로다른이유와각자의사정으로상처투성이인사람들이다.표제작인〈청귤〉속미영과지영의모습이특히그렇다.대학교친구인미영과지영의관계는단순한우정을넘어자신과전혀다른모습,전혀다른세계에서살아가는친구를동경하는듯한모습을보여준다.지영은아름다운외모를가진미영과함께다니면서“덩달아그미의세계에들어와있는것같았”다고,“그럴때마다알수없는쾌감과승리감같은것이따라왔다”고말한다.하지만미영은지영앞에서불쑥청귤이야기를꺼내놓는다.사람들은청귤을보며“여름에도귤이난다며신기해”하지만막상가까이서보면“예쁘지도않고맛있지도않은,쓰고,시고,딱딱한”귤일뿐이라고.그러면서작가로활동하고있는지영이“진짜귤”같다고말한다.달콤하고부드럽고맛있는진짜감귤.감정을참지않고곧바로표현하는미영이지만지영이데리고간전시회뒤풀이자리에서는이를악물고불쾌한상황을견딘다.그곳은지영과함께간,지영의세계였기때문이다.그녀는지영과침대위에나란히누워말한다.“네가나한테오늘미술전시회에가자고해서내가얼마나행복했는지,그게나한테얼마나의미있는일이었는지알아?영,나는네가나에게같이가자고하는곳,다갈수있어.네가나에게같이만나자고하는사람들,나는다만날수있어.”그래서미영은지영을함부로대하는사람을맞닥뜨리면불같이화를내며달려들고야만다.지하철에서지영과세게부딪쳤지만사과도없이휙나가버린남자에게,여행지에서살갑게말을건넨지영에게비꼬는듯한태도로대꾸한여자에게,미영은사람들이뜯어말릴틈도없이무자비하게달려들어욕을하고주먹을휘두른다.하지만미영이그렇게동경하고사랑하는지영에게도아픔은있다.‘작가님’이나‘선생님’이라고불리지만늘“책상앞에앉아자판을두들기며화면속가짜종이들을채워나가”야만하는것,진짜작가가된이후에도경제적인문제로부업을멈출수가없다는것,그렇게그녀자신을“피로와환멸의늪으로몰아넣으면서까지써내는글들이원고료로환산되어통장에입금되는일은너무도드물다”는것.그럼에도불구하고지영은다른사람들앞에서솔직해질수가없다.

“너희는다예수의제자들이잖아,
나같은신들의아이가아닌,진짜신의아이들이잖아…….”

다양한상처를지닌인물군상은다른단편들을통해서도적확하게드러난다.가족을데리고필리핀으로떠난이후십년동안소식을끊고살았지만일년전부인도없이두아이와로레나를데리고한국으로돌아온용희삼촌,언어도잘통하지않는낯선나라에정착해외롭고고단한마음을홀로견디며눈물짓는로레나(〈로레나〉),불우하고고독했던어린시절을떠올리며자신이통과했던지옥같은시간들을회상하는‘나’(〈이야기의이야기〉),스스로목숨을끊은‘노아’와그의죽음으로인해죄책감과그리움을짊어지고살아가는가족과친구들(〈오샤와〉),끊임없이입속으로음식을밀어넣고게워내기를반복하며자신을극한으로몰아넣는메이(〈차문디언덕을오르며〉),친구의괴롭힘을피해학교를벗어나아파트단지를돌아다니던중성폭행을당했지만가족들의외면과사람들의차가운시선때문에지울수없는상처를품고살아온예정(〈그랑주떼〉)까지…….김혜나의과감한문장들은화자의고통과불우를가감없이해체하여드러냄과동시에그들스스로가각자의방식으로상처를풀어내는모습을보여준다.과거를회상하며들려주는이야기를통해,침대위에서미영과지영이나누는농밀하고부드러운애무를통해.〈그랑주떼〉에서예정이그동안감춰두었던과거를마주하고리나와의추억을떠올리며끝내그랑주떼를뛰는모습도같은맥락일것이다.문학평론가강유정의해설처럼,김혜나는그녀의첫소설집《청귤》속인물들을통해“고통이곧삶의증명임을보여”주고있다.그들은상처를들여다보고,이야기하고,끝내는스스로상처를끌어안거나고통에잠식된다.김혜나가들려주는상처에대한이야기는독자들로하여금자기안의상처를마주할용기를갖게할것이다.

자기학대와모멸을통해서라도,고통을통해서라도살아있음을간절히확인하고싶은,부서지기쉽고연약한존재들.불확실한기억과싸워낸상처와흉터들로삶의의미와그알리바이를찾아가는인물들.그인물들을통해김혜나는고통이곧삶의증명임을보여준다.만약,김혜나의소설이이공허하고궁핍한일상을살아가는독자들에게위안이된다면,이런이유때문이리라._강유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