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삽니다

한국에 삽니다

$13.00
Description
?콜롬비아 소설문학상 수상작?

낯선 곳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내부,
타인의 내부를 통해 바라보는 나와 우리들의 외부,
이 책은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다.
_김인숙(소설가)

콜롬비아 출신 작가 안드레스 솔라노가 모국과 지리적·문화적으로 정반대에 있는 한국에서의 1년간의 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담아내 2016년 콜롬비아 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한국에 삽니다》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고도 정작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책이 드디어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안드레스 솔라노는 영국 유명 문학잡지 〈그랜타〉가 선정한 ‘스페인어권 최고의 젊은 작가 22인’ 중 1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소설가다. 현재 한국에 살며 한국문학번역아카데미에서 스페인어 번역 전문가 양성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에 삽니다》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좌충우돌 체험기가 아니다. 한국말이 유창하고 김치를 좋아하는 외국인 사위의 소소한 일기도 아니며, 한국 사회가 간과하는 추한 면모를 비판하는 르포르타주도 아니다. 소설가 김인숙의 추천사처럼 “낯선 곳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내부, 타인의 내부를 통해 바라보는 나와 우리들의 외부”, 즉 경계에 선 사람이 그 경계를 직시하는 이야기다. 책의 원제 Corea: apuntes desde la cuerda floja는 ‘흔들리는 외줄 위에서 써 내려간 메모들’이란 뜻이다. 추락하지 않기 위해 출렁이며 줄을 타는 것처럼 존재가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태에서 쓴 글을 의미한다. 경계에 서서 흔들리는 건 그 뿐만이 아니요, 우리 모두 어떤 의미에서 항상 경계를 직시하고자 하는 이방인이기에 ‘한국에 삽니다’라는, 이곳에 더 적합한 제목으로 한국에 안착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여기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 삽니다》는 칠레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초판 원본에 미처 풀어내지 못한 노트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을 더한 편집 확대본이다. 이 책의 여주인공이자, 이야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자와 하루하루를 함께한 그의 아내 이수정이 작가와 소통하며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안드레스솔라노

콜롬비아보고타에서태어났으며로스안데스대학에서문학을전공했다.2007년첫장편소설《나를구해줘,조루이스》를발표한이후《쿠에르보형제들》과한국전쟁콜로비아참전용사를다룬《네온사인공동묘지》,콜롬비아메데진의공장에서6개월간일한경험을담은르포르타주《최저임금》을출간했다.
저명한영국문학잡지〈그랜타〉의2010년‘스페인어권최고의젊은작가22인’중1인으로선정되었으며한국에서의삶을기록한《한국에삽니다Corea:apuntesdesdelacuerdafloja》로2016년콜롬비아도서관소설문학상을받았다.
현재서울에거주하며한국문학번역원번역아카데미의교수로재직하고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겨울

여름
가을

출판사 서평

부유의기록
_한국에서이방인으로산다는것


“우리의새삶은네개의여행가방안에있다.
하지만우리는행복하며두려움도없다.”(18쪽)

눈쌓인겨울,서울에서새삶을시작하기로한것외에는모든게미정인30대의한부부가이태원에낡은연립주택을빌리기위해짐을길바닥에내려놓는것에서이이야기는시작된다.두사람의전부를욱여넣은가방을이렇게길바닥에두고부동산에열쇠를가지러갔다오는것이남자는못마땅하다.그가태어나자란보고타였다면,“광장의비둘기가떼로몰려와한줌의쌀알들을먹어치우”기도전에가방을도둑맞을것이분명하기때문이다.
이태원은주한미군,필리핀매춘여성,동성애자,이슬람교도,국제결혼커플을비롯한,타지역보다더다양한계층과성향의사람들이뒤섞여사는곳이다.서문의“2년뒤그집에서다른집으로이사했을땐5톤트럭에살림을가득채웠”다는저자의말처럼,이책은네개의여행가방이5톤의트럭으로불어나는과정과성찰을담은이야기다.남대문에서60년대한국록그룹의엘피판을구매하고,황학동에서중고냉장고를사고,페이보릿넘버가흐르는술집을발견하고,바닥난통장을채우고또비우고,새로운친구를사귀며채운사계절을담았다.사계절동안해야만했던일들,하지않았으면좋았을말들,일상속에서작가의머릿속을스쳐간단상들이고스란히들어있다.
“도대체나는여기서뭘하는거지?”라는질문과그결과가바로이책이다.한외국인이타국에서부유한기록이한국이어디에있는지도잘모르는사람들에게도큰울림을자아냈다.작가의말에따르면특히,여의도에서탔던택시에피소드와KBS라디오를진행하는이야기,오후다섯시의서울에대한묘사에대해지금까지도많은독자들이공감의편지를보내오고있다고한다.
“하루키의뒤를이을강력한후보자”라는〈재팬타임스〉의평가처럼,감각적인문장과달콤한쓸쓸함의정서가이책을지배하고있다.그러면서도동시에우리에겐익숙한한국의조직문화,종교문화,가족문화,성문화,그리고회색도시풍경을새롭게직시하게하는힘을내재하고있다.

명상을위한넓은들판,서울
기묘한도시의아름다움과고독


인생을책에비유하자면삼부작장편소설에서제2부를서울에서보내고있는작가안드레스솔라노는어느외국인처럼한국전쟁에관심이많다.특히콜롬비아는중남미유일의한국전쟁참전국인지라,콜롬비아참전용사가등장하는소설《네온사인공동묘지》를구상해집필하기도한다.봄마다반복되는북한의공격선포뉴스와드높고긴용산미군기지의회색담장이휴전상태라는국가상황을끊임없이상기시킨다.북한이바다에미사일을쏠때마다애타게그의생사를묻는콜롬비아의가족들과태연히고기집에서음주를즐기는넥타이부대를바라보는그의시선이흥미롭다.
한국에서작가로살겠다는결심이흔들릴때마다그는우아함을잃지않기위해발버둥치며평온한사람의태도로,때로는극도로불안한사람의태도로책을읽는다.알베르코세리,빌헬름게나치노,크누트함순,제발트……그리고김영하,김훈,김승옥,윤흥길,고은.그리고그는읽은책에대해누군가와대화하고싶어한다.현실은그저노트에적을수밖에.책이야기사이사이에콜롬비아에있는그의가족과친구들의이야기가파고든다.계절의흐름에따라그고독과그리움은조금씩흐려져가는듯하다.그럴수록선명해지는서울이란도시의기묘함과아름다움은우리에게친숙하지만알지못했던이나라의또다른얼굴을마주하게한다.
이작품의무대는서울,그리고작품의주인공도서울이다.처가댁이있는부산을배경으로단편소설〈피그스킨〉을발표하기도한그에게쉽게지나치는작은언덕길,빼곡한콘크리트건물들과“서늘한한숨같은공기가도는”한강은가장특별한소재다.고요한서울의꿈틀거림을포착하고,복잡하고다양한모습의도시를껴안는그의아포리즘이작품곳곳에서빛이난다.

“서울은명상을위한넓은들판같아서대부분의시간동안나는스스로를듣기위해서노력하고,
36년을산내가이땅위에서어떤소리를낼수있을지알아내기위해서고민한다.”(105쪽)

“나는항상사라졌다가되돌아오는삶을꿈꾸었다”
우리는언제나이방인의삶을동경한다


“한국에서이방인으로살다보면,어떨땐,납으로된옷을입은것만큼무겁다.
그런데이것이바로콜롬비아에살았을때그토록바라던것이다.
반대편땅의끝에존재하는것.주름속에존재하는것.타인이된것같은기분말이다.”(152쪽)

한국은콜롬비아와14시간의시차가있다.이를두고저자는한국에산다는건14시간미래에사는것과같다고말한다.“종말에서14시간더가까”운상태에처하길자처한안드레스솔라노씨.볼을맞대고입을맞추는작별인사도,시끌벅쩍한음악과연기에몽롱한하우스파티도,탄생과죽음의기쁨과슬픔도함께할수없는한국에서의고독한삶이사실은자신이그토록원하던것이라는진실을그는안다.이방인으로산다는것은죽지는않았지만죽음에가까운상태,죽지않고부활하는“사라졌다가되돌아오는삶”,한번도손에쥐어본적없는삶을되찾는과정에있는것이다.
오랫동안주변에있었던사람들로부터,모국으로부터거리를두는건두렵지만동시에거대한평온을안겨준다.마약과범죄와지독한가난이무기력으로이끄는그곳에서멀리떨어져,알고지내던사람들의얼굴을하나하나지우며한국에서네계절을꼬박살아낸그는항상그를따라다니던불안이더이상전과같지않음을깨닫게된다.
한국에서살아왔고아마도계속살아갈우리에게완전한타인의한국경험은상당한의미가있다.불안은그혼자의것이아니요,우리에게도용기와지혜가필요하기때문이다.“장르의경계가사라진우리시대문학을대변하는탁월한문학적성취”라는콜롬비아소설문학상심사위원장의말처럼,일기의형식을빌려연대기처럼써내려간이작품은이토록인문적이고자기계발적이며문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