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들

태고의 시간들

$14.11
Description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혹은 기록될 수 없었던 소수자 개인들, 무엇보다 여성들의 이야기!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 저자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20세기 폴란드의 역사를 거대 서사의 축으로, 탄생부터 성장, 결혼, 출산,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유서 깊은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폴란드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니케 문학상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 부문으로 선정되었다.

총 84편의 조각 글들로 구성된 이 소설의 시간은 연대기적인 단선형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인 짤막한 단편들 또는 에피소드들의 짜임으로써 나선형으로 돌아간다.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뒤 유대인 청년에게 사랑을 느낀 게노베파,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어둠과 슬픔이 깃든 삶을 살아낸 미시아, 술 취한 남자들에게 몸을 팔다가 숲속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치유와 예언의 능력을 갖게 된 크워스카, 신산한 삶 끝에 광기에 사로잡힌 노파 플로렌틴카, 독일군과 러시아군 모두에게 강간당하고 사랑 없는 삶을 살아가다 태고를 떠나는, 크워스카의 딸 루타, 독단적인 아버지의 집을 떠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꾸려가는, 미시아의 딸 아델카 등 역사의 비극 뒤편에서 잊힐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삶을 복원하고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저자가 창조한 소우주인 ‘태고’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 삼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마을 주민들 각자의 삶이 펼쳐지는 가운데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촘촘히 배치됨으로써 ‘태고’는 가상의 공간임에도 개연성을 확보한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새롭고도 독특한 소우주 속에서 순환성, 원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화적 시간이 펼쳐지는 이 작품은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지속과 변화를 되풀이하는 공간을 통해 결국 소설이란 시간의 이야기임을, 태곳적부터 만들어온 인간의 이야기임을 일깨워준다.
수상내역
- 코시치엘스키 문학상 수상
저자

올가토카르축

현재폴란드에서가장두터운독자층을확보하고있는작가.2018년노벨문학상을수상하며세계적인작가로인정받았다.1962년1월29일폴란드술레후프에서태어났다.바르샤바대학교에서심리학을전공했고,문화인류학과철학에조예가깊으며,특히칼융의사상과불교철학에지대한관심이있다.신화와전설,외전(外典),비망록등다양한장르를차용해,인간의실존적고독,소통의부재,이율배반적인...

목차

태고의시간들·5

옮긴이의말·366

출판사 서평

현실과환상,역사와개인이야기,
거대서사와미시서사의대립과공존

《태고의시간들》은20세기폴란드의역사를거대서사의축으로,작가가창조한소우주인‘태고’에서살아가는한가족삼대의이야기를미시서사의축으로한작품이다.
총84편의조각글들로구성된이소설의시간은연대기적인단선형으로흐르는것이아니라,유기적으로엮인짤막한단편들또는에피소드들의짜임으로써나선형으로돌아간다.소설의중심인물들인니에비에스키가족(미하우와게노베파,미시아와이지도르,아델카)과이웃들뿐만아니라,외부인들(특히2차세계대전당시폴란드를점령한군인들),동식물,신과천사,사물,죽은자에이르기까지다양한주체들이조각글들의주인공으로등장해,각개체의개별적삶의방식과존재의의미에대한작가의관심을보여준다.

“여기가태고의경계야.여기에서태고가끝나.더가봐도아무것도없어.”(…)그는몇발자국뒤로물러서더니루타가경계라고말한그곳을향해달려가기시작했다.그러다갑자기멈춰섰다.왜그런지자신도알지못했다.뭔가이상했다.두손을앞으로내밀자손가락끝이사라졌다.(…)“걱정마,이지도르.우리에게다른세상은필요없잖아.”147~149쪽

마을주민들각자의삶이펼쳐지는가운데실제역사적사건들이촘촘히배치됨으로써‘태고’는가상의공간임에도개연성을확보한다.예를들어,2차세계대전당시폴란드를침공한독일군이유대인들을강제수용소로보내거나무감하게학살하는장면,전후(戰後)사회주의시절에시민들이정부당국으로부터엄혹한감시를받는장면등은냉혹한현실을그대로반영하고있다.

땅바닥에누워있던사람하나가벌떡일어나더니강쪽으로달려가려했다.게노베파는그녀가미시아와동갑내기친구이자셴베르트네식구인라헬라임을알아챘다.품에는갓난아기가안겨있었다.군인한명이무릎을꿇더니침착하게그녀를조준했다.라헬라는한동안비틀거리다가쓰러졌다.군인이달려가그녀를발로밀어서돌아눕히는것을게노베파는보았다.군인은아기를싼새하얀포대기를향해총을한방더쏘고는트럭으로돌아갔다.167쪽

비극적인역사의무자비한흐름속에서
여성개인으로서존재한다는것의의미

그러나무엇보다강조되는것은역사에는기록되지않은,혹은기록될수없었던소수자개인들,무엇보다여성들의이야기이다.작가는탄생부터성장,결혼,출산,노화,죽음에이르기까지여성들의인생여정을따라가면서그들의작은목소리에귀를기울인다.

남자보다여자가,아버지보다어머니가,남편보다아내가더빨리죽는시절이었다.여자는인류가은밀히고여있는그릇과도같은존재였기때문이다.어린새가알을깨고나오듯아이들은여자들에게서새생명을얻었다.그런다음깨진알은스스로붙어다시고유의형태를회복해야만했다.여자가강할수록더많은아이를낳았고,그로인해여자는조금씩약해졌다.65~66쪽

남편이전쟁터에끌려간뒤유대인청년에게사랑을느낀게노베파,일견평범해보이지만어둠과슬픔이깃든삶을살아낸미시아,술취한남자들에게몸을팔다가숲속에서홀로아이를낳고치유와예언의능력을갖게된크워스카,신산한삶끝에광기에사로잡힌노파플로렌틴카,독일군과러시아군모두에게강간당하고사랑없는삶을살아가다‘태고’를떠나는,크워스카의딸루타,독단적인아버지의집을떠나독립적이고주체적인인생을꾸려가는,미시아의딸아델카등역사의비극뒤편에서잊힐수밖에없었던여성들의삶을복원하고그의미에대해질문한다.

소설의마지막장면,고향을떠나는버스에오른아델카는아버지집에서몰래들고나온,어머니의커피그라인더를꺼내어천천히돌린다.아델카의이러한행위는연속성과지속성,그리고어머니라는존재의계승을상징하는것으로볼수있다.이처럼게노베파의시간은미시아의시간으로이어지고,그시간은다시아델카에게로연결되며,겹겹의시간을잇는고리가된다.모든것이되풀이되고순환되면서그렇게우리의삶은계속된다.‘옮긴이의말’에서

현실과환상이공존하는새롭고도독특한소우주속에서순환성,원형성을특징으로하는신화적시간이펼쳐지는이작품은끊임없는생성과소멸,지속과변화를되풀이하는공간을통해결국소설이란시간의이야기임을,태곳적부터만들어온인간의이야기임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