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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윤
이화여자대학교회화과와동대학원미술사학과를졸업하고,캘리포니아주립대학샌디에이고캠퍼스에서중국현대미술사로박사학위를받았다.귀국후이화여자대학교에서박사후연구원으로재직했다.박사학위논문「1980년대상하이의추상미술AbstractArtin1980sShanghai」을비롯해「1930년대상하이와서울의잡지에서재현된모던와이프연구SearchingfortheModernWifein1930sShanghaiandSeoulMagazines」「유영국의회화:동양의예술관을통한서양미술의수용」등의논문을발표했다.지은책으로『엄마의시간을시작하는당신에게』가있다.
들어가며_친절한입문서가되기를바라며1부20세기초,흔들리는미술고희동|최초의의미김관호|창의적굴절이인성|조선의색나혜석|어떤사명오지호|생명과환희의빛구본웅|모던보이의초상이쾌대|명랑한개척의지2부해방직후,‘한국성’을찾아서박수근|선함과진실함의힘김환기|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유영국|현실에발붙인추상이중섭|밝은슬픔장욱진|나는심플하다서세옥|본질에충실한혁신이응노|자유ㆍ평등ㆍ화합의군상천경자|불길을다스리는여행3부1970년대,다양한실험들박서보|살아있는현대미술사정상화|치열한탈속의추상세계김창열|화두를비추는물방울김구림|재미있는것을해내는용기이건용|어디까지가미술인가?이승택|바람을보다백남준|인생을짭짤하고재미있게4부1980년대이후,사회안으로오 윤|민중을대변하는그림신학철|십자로접힌염원윤석남|불쌍한엄마되길거부하다이동기|팝아트라단언하지말라최정화|삶과맞닿은예술서도호|이동하는나의집이 불|당연한것은하나도없다강익중|미술의가능성
‘거장’과‘재발견’그리고자부심서른명의미술가의삶과작품으로톺아보는한국현대미술감상기친숙한듯하지만낯선20세기한국현대미술의흐름을시원하게꿰어온전한이해로채우는책『커튼콜한국현대미술』이은행나무출판사에서출간되었다.대학수업과대중강연에서‘한국현대미술의이해’를지도해온젊은미술사학자정하윤이필요에의해써내려간원고가,강의현장에서수정을거듭해완성도높은교양서로거듭났다.대화하듯읽다보면그림이궁금해지고,미술관에서마주하고읽어낼자신이생기는,그리하여마침내예술의힘을내것으로만들게하는,쉽고편안한한국현대미술입문서다.국내단색추상화의세계적인인기에비하면한국현대미술에대한지식은아직제대로알려지지않았다.한국첫서양화가인고희동을비롯한김관호,오지호와같은작가의작품을서구문명의도입과함께‘서양화’라는기술을익히기급급했던독창성이다소부족한작품으로보는가하면,해방후의서세옥,이응노와같은작가들의파격적으로현대적인한국화앞에서는‘한국성’을요구하며낯설고어색하다고어려움을토로한다.저자는서구미술유파의영향을받은그림들,그저흉내내기로폄하되었던우리의서양화에얽힌사연을들려주고,그림을다시마주하게한다.그리고이것이야말로고민과실험속에훌륭하게재창조된창의적인작품이아니냐고묻는다.책장을넘길수록국내현대미술의복합성에놀라고,함께숨쉬는동시대작가들의뛰어남에자부심을얻게될것이다.세계는왜한국화가의단색추상화에열광하는가?_한국현대미술을커튼콜하다전쟁과분단뿐아니라70~80년대민주화와최근의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까지.혼란한시절꿋꿋이붓을들은미술가들이한국미술의근간과오늘을다져왔다.아니,사회와역사를변화시켜왔다.임시정부수립백주년을기념하여독립운동가를주목하듯,연구의맥이끊겼던근대미술가들을회고하는움직임이있다.월북작가라는이유로35년간묻혔다가해금되어대중앞에공개된이쾌대의푸른자화상이사람들의얼마나큰관심과안타까움을자아냈는지를떠올리면반가운현상이다.이책은이중섭,박수근,백남준처럼작품보다이름으로먼저아는작가들의작품세계를정식으로소개해주고,한국현대미술의계보를훑음으로써이름들사이의공백을채워더단단한이해로인도한다.나아가최정화의플라스틱소쿠리나강익중의광화문가림막처럼우리가스쳐지나간작품들이발걸음을멈추고경탄할만한훌륭한예술품인이유를납득할수있게친절히알려준다.또한저자는여성미술학자로서나혜석과천경자,윤석남,이불과의만남을공들여주선한다.여성서사에귀를기울이되,‘여성주의’라는틀로작품을해석하는것의위험도당부한다.이렇게이책은1900년부터현재까지,2차원의그림에서퍼포먼스,공공미술까지,반드시짚어야할대표작가서른명을엄선하여그들의삶과작품으로한국현대미술연대기를새롭게쓴다.시대별로미술의역할을톺아보고근현대를돌아보는것,‘거장’과‘재발견’말고도『커튼콜한국현대미술』은결정적인장점을갖고있다.그것은바로스스로그림을해석하는눈을얻게된다는것.‘우리것’한국현대미술의만남보다더기쁜,‘내것’을얻게되는시간을직접겪어보기를강권한다.보석은가까이에_한국현대미술을빛낸서른개의영혼우리선조에게그림은사대부의고상한취미였다.감정과생각을담아난을치고,무릉도원을상상해그렸다.부유한집안에태어나그림을배우기위해일본으로건너갔던선구자들은분명서양화가지독히도기술에만충실하다는사실에놀랐을것이다.비례나원근,양감과같은기법을익히고여기에우리의정신을담아내기위해고군분투한흔적을저자는작품의붓질에서찾아낸다.우리나라첫누드화인〈해질녘〉은일본에서가장권위있는국가미술공모전에서특선했음에도불구하고벌거벗은여인을담았다는이유로작품사진없이수상소식만신문에실렸다.이웃지못할모순적인에피소드와더불어,저자는이누드화가내포한진짜중요한이야기를들려준다.프랑스의서양누드화를일본이습득하고,그일본의서양화를조선인이익혀한국화와접목했다는조선식서양화의탄생배경을듣노라면가슴벅차는항거정신이느껴질정도다.책에서반복해서강조하는것은그림과화가에대한평가에앞서시대상황,그리고작가의배경을두루살펴야만올바르게작품을판단할수있다는것.이태도를익히게되면미술관의그림은더이상2차원의그림이아닌,현재의우리에게말을걸어오는‘영혼’이되는것이다.나아가뜨거운감자였던이인성의〈경주의산곡에서〉에얽힌붉은향토색논쟁과,‘한국의인상주의자’라는오지호의이름앞에붙는수사에대해우리가지금생각해볼지점도명쾌하게짚는다.이렇게이책은일찍세상을떠났거나월북했거나,미술제도권밖에서활동해제대로조명받지못했던한국의현대미술가한명한명의삶과작품을소환한다.서양미술에비해시공간이절대적으로가까운창작활동을살펴보는행위가,앞마당의보물을발견한듯흥미롭고기쁠것이다.현대미술,어떻게감상할까?_다각적?주체적감상훈련광활한우주를떠올리는전면점화를그린김환기,거칠고역동적인소의이중섭,화강암을떠올리게하는박수근,미디어아트의선구자백남준.이런판에박힌정보말고더내밀한이야기와특별한감상을원한다면?저자는새로운작가를소개할때마다그의대표작을보여주며먼저가만히바라보기를요청한다.그리고작품내적인요소를하나씩짚어본다.색감이어떤지,소재가무엇으로보이는지,구도는안정적인지독자에게질문한다.그리고이어서작품외적인요소,작품의시대배경과화가의삶을들려준다.이모든과정끝에그림을다시보면처음에는보이지않던곳이보이고들리지않던이야기가들린다.화가가어떠한배경에서어떠한목적을갖고그렸는지를생각하면오독의위험을예방하는것은물론,그림을감상하는주체적인능력을기를수있음을깨닫게된다.미술관으로향하는근육을얻다_예술의힘을보여주는책『커튼콜한국현대미술』의궁극적인목표는독자들을미술관으로안내해예술의힘을얻게하는것이다.거대화폭이주는숭고미에휩싸일환기미술관,저자의선함과진실함이형상화된박수근미술관,작은것의아름다움을일깨워주는장욱진미술관,평화와화합의에너지가넘치는이응노미술관,서울에서보는것과는다른차원의감동이있는제주의김창열미술관등을방문소감과함께실었다.이렇게가까운곳에각각의개성과의미를지닌미술관이있었다는사실에놀라고,다가오는주말에당장달려가고픈마음이생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