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한은형 에세이)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한은형 에세이)

$14.00
Description
난다의 >걸어본다<16 베를린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저자

한은형

저자한은형
1979년생.
2012년소설가가되었다.
2015년소설집『어느긴여름의너구리』와장편소설『거짓말』을냈다.

여행을좋아하지않는다.분주하게돌아다니는것은예전에도그랬고지금도그렇고내가할수없는종류의일이기때문이다.특히외국여행은더.그러다2007년분주하지않은방식으로첫번째외국여행을했다.뮌스터,카셀,뒤셀도르프,베니스에머물렀다.2011년파리에스튜디오를빌려한달을살면서‘사는여행’에눈을떴다.2016년석달을베를린에살았다.
한달을살면서‘사는여행’에눈을떴다.2016년석달을베를린에살았다.

목차

모스크바,파리,베를린ㆍ7
디지털디재스터ㆍ16
베를린동물원과스툴볼ㆍ29
탈출하는동물들ㆍ39
파벡스트라세7번지ㆍ48
미스터하이라이프ㆍ59
마르크스동상으로부터ㆍ71
베를린일기ㆍ83
비스마르크식청어ㆍ93
베타니엔갤러리ㆍ104
롤플레잉ㆍ117
나의토마스만ㆍ129
나무와무당벌레와숙녀ㆍ143
브란덴부르크공항과드레스덴ㆍ155
나치의벙커였던건물에서ㆍ168
소호하우스베를린ㆍ180
베를린에서의문화생활ㆍ195
로자룩셈부르크광장ㆍ210
베를린리포트ㆍ218

에필로그ㆍ231

출판사 서평

난다의>걸어본다<16베를린
『베를린에없던사람에게도』

난다의걸어본다열여섯번째이야기『베를린에없던사람에게도』를펴냅니다.2012년『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등단하고,2015년한겨레문학상을수상한소설가한은형의첫번째산문집이기도합니다.제목이힌트가되듯이번걸어본다의주된발걸음은‘베를린’을기점으로하고있다지요.
2016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주관하는해외레지던스사업가운데‘베를린’파견작가로선정되어근석달을그곳에서보내게된한은형작가는비교적좁고상대적으로깊은90일간의베를린나들이를하고온듯합니다.여정의범위가넓지않고나날의에피소드가복잡다단하지않았으며무엇보다여행지에서라면시끌벅적떠들썩하게섞일수밖에없는사람들의말소리가거의뒤엉키지않았다싶었거든요.이는2G폰으로도부족함없이잘살아온작가의스타일이,“상식적이지않고,모험심이별로없다.그런것과는가장거리가멀다고도할수있다.‘했던것을다시한다,그리고또다시한다’가나의행동방식에가깝다”라고자평한작가의성격이어느정도반영된결과라하겠지요.
『베를린에없던사람에게도』는에필로그를포함하여총스무개의챕터로이루어진책입니다.묘하게사람을끄는것이요,어떤책이든어떤인물이든어떤풍경이든어떤음식이든어떤전시든베를린에서의한은형작가는무조건적인감탄을넘어선감격을잘들키지않는거예요.그러니까늘적당한‘거리’를두고그멀어진만큼,그벌어진만큼대신제사유들을그자리만큼넉넉히채우는사람인거예요.작가는이거리를일컬어자기검열이라는표현을쓴것도같아요.일견자신에게아주가혹할만큼인정을주지않는사람이란걸팁으로알고보시면책이더친근하게읽힐지도요.
어쨌든그생각을훔쳐보는재미가이책의책장을넘기는데있어묘한속도감을기록하게도했습니다.그러니까되레책을더디고느리게읽게되는템포의죽임이랄까요.페이지에오래머물게되는건내용상흥미롭지않아서가아니라어느순간책을읽고있는내가베를린에가있어버리는이입의살아있음덕분이랄까요.
그렇게읽는이에게틈을내주고곁을내주는책,그틈바구니속으로뛰어들면팔짱을낀채느릿느릿베를린곳곳을걷고있는한은형작가가보이게될겁니다.그런가운데1500종,1만7000마리의동물이살고있는베를린동물원이야기가눈길을끕니다.우리에게도서울시내한복판에창경원동물원이있던시절이있었다지요.작가는동물원의규모나동물들의다양함에는별관심이없습니다.다만2차세계대전당시베를린전역의폭격에3715마리의동물중살아남은91마리의동물과죽어나간3624마리의울음을처참히떠올립니다.그리고그살아남은91마리의동물에게서사람이라는존재의원형을불러냅니다.

동물들은죽어가면서얼마나울었을까?
살아남은동물들은또얼마나울었을까?겁에질려서,자식이나부모를잃은슬픔에,몸이부서진고통에,구조의신호로.
그살아남은91마리의동물이파괴된도시로탈출한다.
불빛이거의사라진도시에,사람도거의없어진도시에동물들이나타난다.91마리의동물이.
슬픈이야기다.그리고슬픈이야기가그렇듯이잘잊히지않을유의이야기다.
나는이동물들이그이후로어떻게되었는지,누가발견해서먹이를주고보살피고그랬는지,도시가죄다파괴되고사람들도죄다파괴된상황에서동물들을,그것도엄청나게큰동물들을어떻게보살폈는지,그리고이동물들중가장오래살아남은동물은무엇이었는지몹시궁금하다.
여전히살아있는동물이있을까?
-P45「탈출하는동물들」중에서

작가는베를린곳곳에서흔히볼수있는마르크스의동상에서,베타니엔갤러리에서,나치의벙커였던건물에서,로자룩셈부르크광장에서독일이라는나라가가진역사의특수성역시상징적으로끌어냅니다.그와동시에작가는하인리히폰클라이스트의무덤을방문했을때나애정하는작가였던토마스만의기념관나들이에나섰을때나그밖에도무수히많은생각거리를던져주는행보의순간순간마다왜지,뭐지,하는호기심의깜빡이를반짝반짝켜두기에바쁩니다.읽기의맛이개운한건담백한문체에있을테고,읽기의뒷맛에젓가락을놓을수없는건바로이러한물음들의무한증폭때문이었을겁니다.물론그꼬리에꼬리를문궁금증의결말은“결국내가읽고싶은이야기는내가쓸수밖에없다”는작가의펜끝에서일단은짐보따리를풀게되지요.

“한국말로뭐라고해요?”
K가물었다.
“무당벌레요.”
“무당?”
“샤먼이요”라고말하고는무당이방울흔드는흉내를잠시내었다.K는‘와’하고입을벌리며놀라는모습을과장되게표현했다.
나는K에게다시물었다.
“독일어로는요?”
“마리아벌레.”
“와,성모마리아요?”
K는고개를끄덕였다.
외국어에서숙녀를뜻하는의미의단어는곧‘성모마리아’를지칭하기도한다는걸난알고있었다.그러고는다시생각하는것이다.기독교문화권에서‘나의숙녀’란결국‘나를구원해줄여자’라는의미라는것을.또,우리의‘숙녀’와그들의‘숙녀’가다를수밖에없음을.그러니번역이란문제가얼마나골치아프고말도안되게복잡한것인지도.
-P151~153「나무와무당벌레와숙녀」중에서
이책의특별함은이책을읽는내내뭔가를검색하는부지런한우리자신을발견하게되어서가아닐까합니다.쉽게말해작가가던진물음표에우리들이꿰는분위기랄까요.질문을던진작가보다다급히답을찾으려하니앞서말한것처럼책장을넘기는속도에브레이크가걸릴수밖에없지만요,대신여타의여행관련도서들을읽을때와는사뭇다른검색어를타이핑하는우리자신에게서어떤앎에대한갈증을재확인하게도될겁니다.아마베를린의미래보다도베를린의현재보다도베를린의과거와관련이깊은단어들이농후할테지요.예서우리는‘걸어본다’라는과거로의걸음을우리가왜걸어야하고,그걸음을우리가왜좇아야하는지,그과정자체가다름아닌예술이구나하는것을여실히깨닫게됩니다.
먹고마시는얘기는적고,걷고본얘기는많으니다소지루할수도있겠으나이건어디안가고내살에내뼈에내피에묻고새겨지고흐르는이야기라결국엔나로남는이야기임을잊지않아주셨으면합니다.베를린에서의여정방식그대로를한국으로끌고와서울을다시말한다했을때의겹침,그매혹을두루연상시켜주셨으면합니다.“세계의이런저런문화가뒤섞이고있는‘문화용광로’로서의베를린,아트신의성지로서의베를린,미친사람들의도시인베를린,‘독일이지만독일이아닌’베를린”이궁금한분들이라면어느정도그갈증에해갈은시켜드릴수있는책이라감히자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