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김남일 에세이)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김남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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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난다의 걸어본다 17 수원 화성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난다의 걸어본다 열일곱번째 이야기는 수원 화성을 주제로 합니다.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으로 데뷔한 이후 35년 동안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온 김남일 작가가 제 고향이기도 한 그곳을 작심하고 둘러 걸은 기억이자 촘촘한 기록물이지요.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라는 제목 속 ‘화성’은 수원을 둘러싼 성을 뜻합니다. “더 정확히는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과 그것들을 잇는 성벽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요.
정조의 효심이 탄생시킨 조선 후기 최대의 신도시 ‘수원 화성’을 김남일 작가의 보폭에 따라 글로 걷는 내내 든 생각은 역시나 ‘걷기’란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구나 하는 확신이었습니다. 나고 자란 곳이니 발이 닿는 데마다 저절로 불려나오는 기억들은 ‘그’라는 사람을, 나아가 그 시절을 그곳에서 함께 살아냈을 사람‘군’의 전형을 우리 앞에 살려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생생한 만큼 재밌고 뜨거운 만큼 아프고…… 그런 만큼 ‘시간’을 몸으로 먹어낸 ‘사람’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다시금 붙들게 되는 게 바로 ‘역사’라는 이름이겠지요.

정조는 왜 이토록 기록을 중시했을까. 그는 그것이 정조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목격한 부친의 참혹한 죽음. 차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하지만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기억. 기록은 그런 기억들과 결코 무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성행궁, 기억과 기록 사이를 걷다」, p149
저자

김남일

1957년경기도수원에서태어났다.1983년『우리세대의문학』을통해등단했다.장편소설로『청년일기』『국경』『천재토끼차상문』,소설집으로『일과밥과자유』『천하무적』『세상의어떤아침』『산을내려가는법』,산문집으로『책』등이있다.전태일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제비꽃문학상,권정생창작기금등을받았다.산을좋아하는데,크게아픈뒤로는자주다니지못했다.최근에는‘아시아’와‘신화’에큰관심을갖고있다.

목차

Prologue광장에서…4

그가아직수원을걷던때…10
화성을돈다.화성을돌다니!…21
기록으로기억을반성하노니…30
팔달산꽃멀미…36
폐허,성의또다른이름…47
서장대…53
한참있다가도화서문…56
정조의한과꿈,기록으로남다…62
용두각을찾아서…74
능수버들의기억…81
동문은도망가고…89
남수동에골목이있고나무가있어…105
왕의시장,소년의시장…114
남문의시간…123
화성행궁,기억과기록사이를걷다…137
나혜석,여자의정면…156
그러니,성밖을보라…166
구천동,골목의전쟁들…171
양키시장과시민관…182
서예를배우던시간…187
팽나무고개,그모든것의시작…193

Epilogue화서역에서…201

출판사 서평

역사.특히나이책은수원화성이라는지역적특성에기인해‘정조’라는이름을수시로확인하게합니다.무엇보다‘기억’을지배하는‘기록’에집착했던정조의노고로오늘날화성이거의완벽한복원과재현을이룰수있었으니,“기록에사무치고기록에환장한임금”정조덕분에“동서양을망라하여고도로발달된과학적특징을고루갖춘근대초기군대건축물의뛰어난모범이다”라는평으로세계문화유산의자격도얻게되었으니,쓰기를업으로하는김남일작가에게‘필히글로남김’이라는이문화의정신은걷는내내더더욱중추로와박히지않을수없었던것같습니다.그역시발을떼기가무섭게발에서불려나오는얘기들을쓰고다듬는데집중력이상당했으니까요.
수원에서나고자란그이지만제나이예순이넘어서야온전한화성일주를시도했듯,그의비유대로숲에있을때숲이잘보이지않듯,고향을한참떠나온후에다시들어가돌아보게된고향곳곳은이제야뭔가말이되고궤가맞는다는듯그에게‘이해’라는고개끄덕거림을자주행하게합니다.억지로가르쳐서아는앎이아니라자연스럽게깨닫게되는앎,제살던데를걷기시작하면서어떤변모에번번이당혹하는그이기도했다지만필시그는이사실하나만은충분히알아버린것같았습니다.그러니까“화성일주에어떤원칙같은건없다.아무데서나시작해도좋고,어디서끝마쳐도상관없다.한가지분명한사실은일주에대한욕심을버리면,그리고완주에대한욕심을거두면,오히려더많은것을보게되리라는것.”
아직살아계신아버지의근백년삶이묻어있는도시,수원화성을그는정확한정보와정직한감정으로샅샅이훑어냈습니다.수원화성이고향인분들은목차만봐도목젖이뻐근해질것이,팔달산이며서장대며화서문이며용두각으로불리던방화수류정이며동문이며남수동이며화성행궁이며,남수동이며구천동이며양키시장이며시민관이며나아가나혜석의이름까지묵묵히다걸어내고찍어가며써낸현장의기록인까닭입니다.근육과흙이발과신발에뒤엉킨느낌,살아있음이꿈같을적에진짜배기‘살이’가뭔지보여주는느낌.결국걷는다는건미래로잘나아가기위함도있지만과거로잘돌아가기위함에도그목적이충분하지않을까생각해보는찰나,작가가이런자신의생각을보태주기도하네요.“정상같은건처음부터있지도않았다.그는산을내려가는법을배워야했다.그는죽는때가탄생하는때라고입속으로중얼거렸다.”
작가김남일의입을통해새로보게되는수원화성,이수원화성의역사를통해작가김남일을다시금알게도하고보게도하는책.그책장끄트머리에서이구절을찾게되네요.“비오는날,혹은벚꽃잎들이눈처럼펄펄날리는날,한번쯤그곳을찾기를.수원에,화서역에,서호에어떤연고나기억이없더라도상관없으니,그저호수둘레를따라천천히걸어보시라.그러다가공원안쪽에자리잡은커피숍에들러카푸치노한잔을시켜놓고비내리고꽃잎나리는창밖을바라본다면,그것자체가새로운기억이될지모른다.”
비단김남일작가의수원화성만그러할까요.우리들저마다의수원화성이있을진대,우리는우리들저마다의수원화성과같은제삶의터전에대해얼마나알고있을까요.걸어서보기전까지는우리사는곳곳에대해결코안다고말할수가없을거라는단순하면서도명백한진리.걸어보는걸어봄을시도하는일은후에걸어보고걸어볼사람들에게다양한가능성의나아갈길을풍요롭게제시하는일이아닐는지.그렇게소박하면서도명징한의도에서시도된난다의걸어본다시리즈.이정신을가장첨예하게머금은책김남일작가의『수원을걷는건,화성을걷는것이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