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16.00
Description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뇌해온 황현산이 전하는 그 어떤 증언!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의 신작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2013년 3월 9일에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끝나는 글을 담은 이번 산문집은 첫 번째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 만에 펴낸 것으로, 첫 글부터 마지막 글까지 그 어떤 흐트러짐이나 곁눈질 없이 황현산이라는 사람의 방향성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번역가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참혹하리만치 망가져버렸던 우리 정치사회의 면면을 쉴 틈 없이 꼬집어가며 우리들의 접힌 귀와 감긴 눈과 다문 입을 열게 하고자 다양한 지면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저자의 글을 시간상의 구성에 따라 모두 5부로 나누어 엮어냈다. 그 자체로 한국의 정치사이자 문화사로, 복잡다단했던 그 시간 동안의 우리 역사가 되어주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시대의 스승이자 현장의 글쟁이로서 지켜야 할 지식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온 저자는 지난 2017년 제6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받았다가 3개월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뒤 2018년 8월 8일,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이 책은 저자의 지난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으로, 평생을 그래왔듯 감정적 앞섬보다는 사유의 앞섬으로 우리를 따르게 해온 저자 특유의 우아함이 가득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황현산

1945년목포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대학원에서기욤아폴리네르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를역임했다.프랑스현대시에서상징주의와초현실주의를연구하며문학평론가로활동했다.지은책으로『전위와고전』『황현산의현대시산고』『내가모르는것이참많다』『황현산의사소한부탁』『우물에서하늘보기』『밤이선생이다』『잘표현된불행』...

목차

서문을대신해서머슴새와‘밭가는해골’―5

1부
차린것은많고먹을것은없고―16
전쟁을안할수있는능력―20
문제는또다시민주주의다―24
한국일보에는친구들이많다―28
그의패배와우리의패배―32
국경일의노래―36
외래어의현명한표기―40
방언과표준어의변증법―44
홍어와근대주의―48
예술가의취업―52
날카로운근하신년―56
말의힘―60
대학이할일과청소노동자―64
공개질문―68
악마의존재방식―72
진정성의정치―76

2부
종이사전과디지털사전―82
어느히피의자연과유병언의자연―86
어떤복잡성이론―90
한글날에쓴사소한부탁―94
인문학의어제와오늘―98
1700개의섬―102
변화없다면‘푸른양’이무슨소용인가―106
인성교육―110
운명과인간의위험―114
다른길―117
마더구스의노래―120
오리찜먹는법―125
표절에관하여―129
‘어린왕자’에관해,새삼스럽게―135
학술용어의운명―140
언어,그숨은진실을위한여행―145

3부
‘아대한민국’과‘헬조선’―152
식민지의마리안느―157
『어린왕자』의번역에대한오해―162
슬픔의뿌리―167
두개의시간―170
간접화의세계―174
‘여성혐오’라는말의번역론―180
문단내성추행과등단비리―186
닭울음소리와초인의노래―192
소녀상과만국의소녀들―198
투표의무의식―204
풍속에관해글쓰기―210
희생자의서사―216
더디고더딘광복―220
내가아는것이무엇인가―226

4부
폐쇄서사―영화<곡성>을말하기위해―232
작은,더작은현실―권여선의『봄밤』을읽으며―243
미래의기억―253
키스의현상학―263
시간과기호를넘어서서1―영화<컨택트>에붙이는짧은글―273
시간과기호를넘어서서2―영화<컨택트>에붙이는짧은글―282
미라보다리와한국―292

5부
거꾸로선화엄세계―김혜순시집『피어라돼지』―304
세기말의해방―이수명평론집『공습의시대』―307
편집자소설과염소―김선재연작소설집『어디에도어디서도』―310
이경쾌한불안―김개미시집『자면서도다듣는애인아』―313
시의만국공통문법―천양희시집『새벽에생각하다』―316
새롭게그자리에―신영배시집『그숲에서당신을만날까』―319
한국로망의기원―조선희장편소설『세여자』―322
슬픔의관리―신철규시집『지구만큼슬펐다고한다』―325
미당의‘그러나’―『미당서정주전집』―328
시인과소설가―이경자평전『시인신경림』―331
문학의,문학에의한,문학을위한2인칭―김가경소설집『몰리모를부는화요일』―334
계획에없던꽃피우기―정진규시집『모르는귀』―337
바람소리로써야할묘비명―장석남시집『꽃밟을일을근심하다』―340

출판사 서평

“우리는늘사소한것에서실패한다.”
『밤이선생이다』이후5년만에펴내는황현산의신작산문집!

『황현산의사소한부탁』

“말그대로사소한부탁이지만,
이들지엽적인부탁이어떤알레고리가되기를바라는마음이없지는않다.”


문학평론가이자불문학자인황현산선생의신작산문집을펴낸다.첫번째산문집인『밤이선생이다』가나온지5년만이다.그사이시를읽는지침이다할시이야기『우물에서하늘보기』를선보인적있던그다.말라르메,보들레르,아폴리네르,랭보,생텍쥐페리등세기의저자들과그들의저작들을당연히큰일임에도그게무슨일이겠냐는식의담백함으로줄줄손에쥐게했던그다.알려진바와같이지난2017년제6대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으로위촉받았다가3개월만에건강상의이유로물러난뒤지금껏투병가운데있는그다.

이렇듯바쁨과아픔으로묵직하게채워졌을거라감히짐작해보는그의지난5년.그는번역가로서의제소임을다하면서도결코순탄하지않았던,참혹하리만치망가져버렸던우리정치사회의면면을쉴틈없이꼬집어가며우리들의접힌귀와감긴눈과다문입을열게하고자제목소리를낼수있는지면마다들어앉아펜대를감아쥐어왔다.그리고거침없이뚫린귀와뜬눈과벌린입으로써야할글마다예의할‘도리’를다해왔다.이때의도리란시대의스승이자현장의글쟁이로서지켜야할지식인의책임과의무의어떤‘예의’라치환해도좋으리라.

『황현산의사소한부탁』은그런그의지난했던시간들을고스란히담아낸책이다.평생을그래왔듯그는이번책에서도제감정적앞섬보다는제사유의앞섬으로우리를따르게한제글그림자의‘격’을귀한선끝의우아함으로지켜냈다.어떠한상황에서든그는목청높여소리를지르지않는다.다만상대의말을끝까지경청하고조곤조곤제속내를비유적으로표현해낼때가잦은사람이다.어떠한상황에서든그는쉽게웃거나쉽게울지않는다.다만상대의웃음이그치고울음이그친뒤돌아서서세수한번을하고올때가있는사람이다.어떠한상황에서든그는빠른걸음을자랑하지않는다.다만상대의보폭을예리하게지켜보고본능적으로호흡했다가발을맞추는일에재주가능한사람이다.

이렇듯그는너와내가우리가되어함께살아간다는일에,그것도말이되는자연스러움으로자연답게어우러져살아가야한다는일에평생의제허리뼈를휘어왔다.『황현산의사소한부탁』은그런그의심사가조금더적극적이고능동적으로반영이된책이라하겠다.산문의시작은2013년3월9일에서시작되어2017년12월23일에끝난다.근900매가까운글을총5부로나누어담을때그어떤의심이나망설임없이시간상의구성으로엮어낸건그자체가말하자면한국의정치사이자문화사로,복잡다단했던그시간동안의우리역사가되어주고있구나,다분한확신이들기도하여서였다.

각종매체의부름에응하여써나갔다지만그주제만큼은제주관으로움켜쥐었던까닭에첫글부터마지막글까지그어떤흐트러짐도없이,그흔한곁눈질도없이‘황현산’이라는사람의방향성이정확하게기록된책이바로이증거물아니겠나싶다.여타의책과비교할때눈물로젖은페이지가,눅눅함으로불어버린페이지가이책을좀더두텁게만들기도하였다는생각에서다.글에있어늘단단히조인마음이었고글에있어늘든든히챙긴몸이었다할때그는이번글에서는살짝열린마음도살짝흘린몸도짐짓모르는척용인한듯하다.그럴수밖에없는시절속에,그래야살수밖에없는시절을우리모두함께통과해왔으니결국오늘에이르러그가평생에섬기고자했던키워드는‘사랑’이아니었을까조심스럽게단언해보게도되는것이다.사랑이었기에그는자면서도뜬눈이었을것이고,사랑이었기에그는바쁘면서도분주한손이었으며,사랑이었기에그는아프면서도살피는마음이었을것이다.그대상이우리모두를향해있음은두말안해도될일이렷다.

그가온몸으로써내려간『황현산의사소한부탁』은‘사소함’이라는작음으로겉의포장은하였으나속의알맹이는진짜배기심장을늘만지고움켜쥐라는삶에있어선생의어떤팁이라알아먹어도좋으리라.살아가는동안우리가실패한적의면면그경우를추적해본다할때내실그원인이되는크기는정말이지큼보다는작음이었으리라.그쉬운걸몰랐으니이제부터알고가면되리라.선생의작은부탁들로채워진이책은그리하여별같은것이되리라.올려다보면있고,누워서보면얼굴이되어있고,뭐우리가보든안보든언제나제몫으로빛나고있는그별,소리없는인생의이내비게이션은밤에유독더빛을발하리라.우리가삶의어둑어둑함으로낯설어할때두려워할때다분히주저앉고싶을때길도우미로거침없이우리를안내하리라.선생은그러라고우리곁에있는사람,그런쓰임으로태어난사람,『황현산의사소한부탁』을읽어봐주십사,하는마음,결국은우리좋으라는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