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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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세랑이 썼으며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의 우주, 그 씨앗!
분야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소설 영토를 종횡무진하는 상상력과 거침없는 필력으로 매체와 독자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지구에서 한아뿐》, 《보건교사 안은영》의 저자 정세랑의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8년 만에 전면 개정하여 선보이는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장르 소설가 재화가 작품 속에서 헤어진 남자친구 용기를 아홉 번이나 죽이게 되고, 그 죽음의 순간이 용기의 피부에 문신처럼 새겨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장르 소설가로 바쁜 삶을 사는 재화에게 용기는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지막 하루쯤은 함께하고픈 남자다. 이제는 멀리서 소식을 듣는 사이가 되었지만 소재 파악이라도 해둬야 지구가 멸망할 때 연락이라도 해보지 싶어 가끔, 헤어진 그를 떠올리곤 했다. 그래서일까. 재화가 발표하는 소설마다 용기를 닮은 인물이 들어 있었다.

첫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재화가 작품을 하나씩 퇴고할 때마다 그 죽음의 순간이 용기의 피부에 문신처럼 글씨로 새겨진다. 그러던 어느 날 재화는 자신의 우편물 봉투에서 정교한 칼집을 발견하곤 누군가가 자신의 우편을 뜯어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인 선이 언니는 보안업체 출동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용기에게 부탁해 보안 장치를 설치하라고 권하지만 재화는 연락을 망설이는데…….
저자

정세랑

1984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0년『판타스틱』에「드림,드림,드림」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3년『이만큼가까이』로창비장편소설상을,2017년『피프티피플』로한국일보문학상을받았다.소설집『옥상에서만나요』,『목소리를드릴게요』,장편소설『덧니가보고싶어』,『지구에서한아뿐』,『재인,재욱,재훈』,『보건교사안은영』,『시선으로부터,』산문집『지구인만큼지구를사랑할...

목차

재화│시공의용과열다섯연인들7
용기│바닐라와피스타치오21
재화│늑대숲에팔을두고왔지29
용기│덧니만이리얼했어45
재화│해피마릴린53
용기│가스총을만져봐도돼요?65
재화│러브오브툰드라73
용기│뻑큐,뻑큐,뻑큐83
재화│닭발은창가에87
용기│거대고구마를꿈꾸다103
재화│물고기왕자의전설109
용기│총알을다섯개넣고하는러시안룰렛처럼125
재화│항해사,선장이되다131
용기│지구가기억하는러브스토리151
재화│나랑시합을할래?163
용기│아무도안죽는이야기를쓰면안되니?187
재화│마지막키스를갱신했어야했는데195
용기│절단면이깨끗해야다시이어붙일수있어203
재화│3분26초전이었다209
용기│용기있는자가재화를얻는다217

작가의말223

출판사 서평

“야간근무를하면말야,세상의망가진부분들이보여.”

갑자기모든게좋아질리가없다.
이렇게쌓여서,해소되지않는모든것들을안고버티는거다.

용기는장래가촉망되는럭비특기생이었으나무릎부상을당해지금은보안업체출동요원으로일하고있다.후임을언제뽑아줄지기약없는막내신세인그에게는선배들이미루고미룬진상업무만이떨어진다.그럴싸한긴급상황은한번도만나보지못한채술에취한고객의갑질을상대하느라골치가아픈그에겐연하의여자친구가있다.당돌하게사랑을요구하고모든것이분명한그애에게서는누구나좋아할바닐라맛이난다.그에비하면전연인재화는늘떨떠름한초록색맛이었다.안고있어도안은것같지않은,속을도무지보여주지않는재화는딱딱할정도로진하고단맛은없는녹차아이스크림같았다.그러던어느날용기의피부에이상한문장이하나둘새겨지기시작한다.

“안해.아무도안만날거고
이끝나가는세상에서읽고쓰기만하다가조용히죽을거야.”

뭔가중요한부분이고장나버렸다면더욱들켜서는안된다.
상대가알아버리면바로도망치고말테다.
용기가그랬던것처럼.

낮에는회사를다니고밤에는장르소설가로바쁜삶을사는재화에게용기는지구가멸망한다면마지막하루쯤은함께하고픈남자다.이제는멀리서소식을듣는사이가되었지만소재파악이라도해둬야지구가멸망할때연락이라도해보지싶어가끔,헤어진그를떠올리곤했다.그래서일까,재화가발표하는소설마다용기를닮은인물이들어있었다.첫소설집출간을앞두고재화가작품을하나씩퇴고할때마다그죽음의순간이용기의피부에문신처럼글씨로새겨진다.그러던어느날재화는자신의우편물봉투에서정교한칼집을발견하곤누군가가자신의우편을뜯어보고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친구인선이언니는용기에게부탁해보안장치를설치하라고권하지만재화는연락을망설이는데……
재화가써내려간이야기들은각각다른차원으로들어가는포털을탄듯새로운시공간으로독자를데려간다.그이야기의결말에감도는끝맛에는다른차원에서살았던,다른삶을살았던두존재가만나고헤어지기까지의과정에겪는슬픔,후회,연민,분노,원망,그리움등온갖감정의스펙트럼이담겨있다.어쩌면연애는서로다른차원으로가는문을여는일인지도모르니까.이제작품속으로워프할일만남았다.


시공의용과열다섯연인들
한번도무리한요구를해온적없는,품격이있다고까지여겨지던시공의용이어느날공물로열다섯명의‘처녀’를요구해충격에빠진마을.청년들은동굴로그들을구하러가고이열다섯연인들에게시공의용은이상한제안을한다.

늑대숲에팔을두고왔지
기이한병에걸려몸집이거대해진숲의늑대들은숲을파괴하고도시를지으려던인간들을몰아낸다.반면여전히숲에남아살아가는사람들은늑대족으로불리며인간과늑대양편에서배척받는다.어느날늑대족은숲에서팔을크게다친인간의아이를구하게되는데……

해피마릴린
환경악화로인구정책이강화돼아이대신진짜사람처럼성장할수있는자녀로봇을들이게된시대.소녀로봇마릴린은부모를잃은뒤성장업데이트를거부한다.자칫문제를일으킬수있어강제로라도로봇을업데이트해야하는제조사는소송을제기하고퇴임을앞둔판사가이를맡게된다.

러브오브툰드라
척박한환경에서감사하며살아가는툰드라사람들,하지만그들에게결코끝나지않을혹한이찾아오고만다.이를풀기위해선가장깊은얼음에스스로갇혀야하는희생주술이필요하지만어떤부족장들도선뜻나서지못하고.가장어린여성이자원해얼음여왕이된다.겨울은물러나고여왕에게는세명의연인이차례로찾아와그얼음을녹이려한다.

닭발은창가에
송도최고의시재로이름난기생어홍.어린유생규진에게마음을주고물밑으로도와준다.시간이흘러첫발령을앞둔규진을따르기로마음먹지만돌아온것은배신뿐이다.이별을앞두고어홍은연인의목에매달려서슬퍼런말을속삭이는데……

물고기왕자의전설
언젠가물고기왕자가찾아오면사막이물로가득차리라믿는오아시스사람들.그들은성인식으로몸에아가미문신을새기고물고기를먹지않는금기를엄격히지킨다.그러던어느날오아시스를탐낸동쪽나라의군대가쳐들어오고,마을사람들은질수밖에없는전쟁을준비한다.

항해사,선장이되다
우주여행크루즈를운항중인항해사는두번이나엉뚱한좌표로워프를해질책을듣는다.하지만항해사커뮤니티에서도그와비슷한경험담과배의실종소식이올라온다.수집한좌표들을계산해본항해사는우주가팽창하는속도가변했다는사실을알아내는데……

나랑시합을할래?
작은요새에서태어난공주는결혼하게된다면왕국이영원히사라지리라는예언을받았다.그녀가성년이되자이웃나라의왕자들이찾아와저마다자신이저주를풀어줄특별한상대라고주장하고.그들에게공주는자신과시합해서이기면결혼하겠다고제안한다.대신그들이지면땅의일부를내놓는조건으로.

그리고,재화와용기를이어주는마지막단편알파카양이야기.


?책속에서


결국남는건사랑이야기야.다른이야기들은희미해지고흩어지더라.로맨스만이유일무이한거라고._18쪽

재화씨,재화씨는왜장르를써?얼른재등단해.쉽잖아.적절한주제에대해모나지않게쓰면돼.”
그때재화는상처를받지도,화가나지도않았다.그저어떤깨달음을얻었을뿐이었는데,그건앞으로도부적절한주제에대해모나게쓰리라는날카로운예감같은것이었다.용같은것말고,좀더부적절한이야기를써야지.모두입을모아부적절하다고말할만한이야기를._19-20쪽

친밀감이란기분좋은,심지어약간맛있는냄새가나는향초같은것._31쪽

“한사람을,모두는무리지만,한사람만은행복하게해줄능력이있는데그능력을쓰지못하는건슈퍼파워가있는데쓰지못하는것과같은기분이에요.내슈퍼파워를선이씨를위해쓰게해줘요.”_33쪽

턱밑까지찰랑찰랑하다가버틸수없어쏟아지고마는그런고백같은것들,너무멀게느껴졌지만세상에아직존재하는모양이었다._34쪽

재화와함께있었을때를떠올리자면,가끔재화가용기를보고웃을때살짝드러나는덧니만이이세계에속하는것처럼보였다.안개같은얼굴을뚫고단단하게올라오던,보석같은덧니._50쪽

인생이테트리스라면,더이상긴일자막대는내려오지않는다.갑자기모든게좋아질리가없다.이렇게쌓여서,해소되지않는모든것들을안고버티는거다._52쪽

재화는용기의좁은세계,그건강하고건전한세계에들어갈수없었다.전남친을자꾸죽여버리는짓,이제그만하고싶지만._63쪽

여성들이연애를계속선택하는이유는사실감정때문이아니라안전때문아닐까,그늘에도사리고있는범죄자들의타깃에서한치라도벗어나기위해……사실용기를가끔그리워하는것은용기와있을때누구도재화를공격하지않았기때문아닐까,그럼용기가그리운게아니라안전했던상태가그리운것일뿐일텐데._89쪽

때때로인생이그렇다는생각이들었다.간절히원하는것은가질수없고,엉뚱한것이주어지는데심지어후자가더매력적일때도있다.그렇게난감한행운의패턴이삶을장식하는것이다._90쪽

어쩌면,하고재화는엎드려얼굴을묻고생각했다.어쩌면우리는아직이어져있는걸지도몰라.성층권보다조금더높은곳에,냄새나는연기들로부터안전한높은하늘에우리가이어져있는어떤망이나막같은게있는걸지도.텔레파시랄것까진없지만,내가널오래생각하면너도날잠시쯤은생각해줄지모른다는가능성._94쪽

옛날사람들처럼편심片心,촌심寸心,단심같은단어들을쓸때마다지잉,하고뭔가명치께에서진동하고만다.수천년동안쓰여온,어쩌면이미바래버린말들일지도모르는데,마음을‘조각’혹은‘마디’로표현하고나면어쩐지초콜릿바를꺾어주듯이마음도뚝꺾어줄수있을듯해서.그렇게일생일대의마음을건네면서도무심한듯건넬수있을듯해서._101쪽

사랑하지않아야잘할수있는일들이있었다._114쪽

“미안하다,집한채못해주고.”
“에이,엄마,그런말이아니잖아.집은됐으니까안쓰는전기담요있으면하나만주라.”
그러자갑자기,엄마가눈을번뜩였다.
“이불속에남편이있으면하나도안추운데!”
“……그렇게물건하나장만하라는식으로말해도소용없어.”_135쪽

나는오늘도네좌표를알지못해.우리의좌표가어디서부터어긋났는지알지못해.네가나빴는지,내가나빴는지,우주가나빴는지알지못해._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