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고독 (강형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온전한 고독 (강형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차오르고 이울고 이윽고 그믐이 되는 달처럼……
오늘 일을 내게 묻지 마시게,
나는 어제의 존재이니.
『온전한 고독』. 2019년 12월 난다에서 펴내는 한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다. 작가의 이름은 강형. 처음 이 작품을 마주한 건 올해 8월 말이었다. 투고한 날로부터 근 일주일 간 거의 매일 컬러를 달리하여 수정 부분을 표시한 새 원고를 보내오던 이가 그였다. 얼마나 차이가 큰가, 그 차이가 이 소설을 얼마나 달리 만드나, 호기심이 아니 갈 수 없었다. 출력해둔 첫 원고에 저자가 수정하였다는 부분들을 색색으로 표시해두는 가운데 이 한 권의 장편소설을 꽤 여러 차례 읽어낼 수 있었다. 700매를 조금 넘는, 장편으로 보자면 비교적 짧은 분량의 호흡이 내 읽기에 무리를 덜 가져온 바도 있었겠으나 일단은 뭐, 소설이라 하면 뭐, 뭐니 뭐니 해도 재미라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는 책 넘김이라 할 때 이 작품은 내 손끝에서 밀려나가는 페이지마다의 속도가 꽤나 빨랐다.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한 이야기의 힘이 전해지니 더는 주저할 일이 없었다. 출간을 확정했다.

“여행하면서 늘 그 도시의 묘지를 찾아다녔어요. 언젠가 묘지 순례를 하나 쓸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올 여름에 묘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하나 찾아왔어요. 그걸 단편으로 한 사나흘에 끝내보자 마음먹었지요. 그런데 쓰다 보니 이야기가 막 늘어나더라고요. 근 40일이 걸렸고 일단은 익명으로 투고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말마따나『온전한 고독』은 ‘묘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첫째 날’부터 ‘그리고 남은 날’이라는 여덟 날을 본 책의 구성으로 하고 있다. ‘엄마가 나를 항아리에 넣었어요’ ‘여긴 왜 이리 추운 거야’ ‘우린 냄새로도 충분하답니다’ ‘캣레이디라면 혹 모를까’ ‘누구든 자기 지옥을 안고 살아가는 거지’ ‘오늘은 노을이 유독 붉군요’, ‘어제 그 달은 어디로 갔을까’, ‘고독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라는 소제목 속에서 대표되는 키워드를 뽑아보자니 다분히 삶이라는 것에 있어 그 원형적인 상징성을 품고 있는 시적인 암호들이 아닌가 하였다. 엄마, 항아리, 추위, 냄새, 캣, 레이디, 지옥, 노을, 붉음, 어제, 달, 고독…… 그러면서 이 쉽고 이 빤한 당연함에 사뭇 물음표를 던져보는 일로 자못 망연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지금 있는 우리가 결국에는 이제 없을 우리가 될 터, 그게 인생일 터, 그 삶과 죽음을 자유자재로 들락거리는 자 그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오늘을 사는 자’처럼 말하는 순간 바로 ‘어제를 사는 자’가 되는 우리일 터, 그 사실 하나만은 명징할 터, 그러니 인생의 끝 간 데 있음과 끝 간 데 없음은 다만 짐작이나 할 터, 그러니 그 방향의 실루엣을 좇아보는 시늉의 시도로 소설이 계속 쓰이는 것이 아닌가 할 터……
저자

강형

책만드는일을업으로삼고살았다.수년전여행을시작한이래길을떠돌며이야기를찾고있다.이책은그길에서만난이야기이고,첫책이다.

목차

첫째날│엄마가나를항아리에넣었어요…7
둘째날│여긴왜이리추운거야…35
셋째날│우린냄새로도충분하답니다…65
넷째날│캣레이디라면혹모를까…101
다섯째날│누구든자기지옥을안고살아가는거지…177
여섯째날│오늘은노을이유독붉군요…209
일곱째날│어제그달은어디로갔을까…237
그리고남은날│고독은그런것인지모른다…275

작가의말│길을잃고여행이시작되었다…291

출판사 서평

이단어들로건너가보는대략이야기는이렇게전개된다
오래된마을교회뒤편에자리한공원묘지,낮이면햇빛이가득쏟아지는이곳은여느도시의묘지가지닌숙연한그늘이없다.마을사람들이저녁산책을하고,주말이면젊은이들이모여늦게까지술판을벌이기도했던곳이지만33년전발생한카타리나사망사건이후,일몰이지나면묘지는정적에잠겼다.눈에띄는아름다운용모이지만마을에서유명한바보취급을받는피터가이묘지의관리인이다.
일찌감치이곳을떠난부모에게서묘지관리인인할아버지가그를맡아키웠다.부모없이할아버지와묘지에서산다는이유로어려서부터친구들에게괴롭힘과놀림을받고자란그에게묘지는집이자놀이터였고세상의전부였다.할아버지가죽은후피터는묘지관리인이되어살아간다.그곳은도시에서적응하지못하고탈락한이들,노숙하는이들의아늑한쉼터이기도했다.
그런피터에게친구가생긴건할아버지가죽은이후,정확히는한나를만난이후였다.그즈음부터밤마다찾아오는조금특별한여인들덕분에한동안외로움을모르고지냈다.33년전카타리나가묘지뒤편의부엉이숲에서시신으로발견되기전까지는.그이후더깊고어두운고독에잠겨적잖은세월동안홀로보냈다.혼자서말하고묻고답하며늙어갔다.누군가에게그의이름을불리는일도없이.그러던어느날젊은사내가찾아와그의이름을부른다.“피터토레스씨?저는묘지관리인인피터토레스씨를찾아왔습니다만……”
최근에이도시로전근왔다는마틴브레스트형사는미제사건으로분류된33년전카타리나사망사건에대해묻는다.카타리나를발음하는순간흐린낮달속에저장해둔그날들의봉인이해제되는걸느끼는피터.함박눈이내렸던크리스마스이브늦은밤,자꾸만목이마르다며물을달라말하던여섯살아이한나와의만남으로기억을거슬러올라간다.그애는연거푸물을마시곤피터에게입을열었다.“아저씨에게할말이있어요.들어줘야해요.”

누군들가슴속에새겨진
누구하나없는사람은없겠지요
‘피터’라는살아있는한묘지기의일상을중심으로차분히일렁이는물결처럼잔잔히시작된이야기는제삶의우여곡절을촘촘히도기억하는여러인물들의등장으로거칠고거침없는파도처럼온갖소요로요란히전개되는데들여다볼수록알아갈수록비릿한슬픔이찝찔한피의맛처럼입에돌게한다.다읽고났을때의허전함,가슴한편에남은공허의뻐근함,그러면서내삶의안팎을절로에둘러보게되며가지게되는쓸쓸함.그어떤누구의삶이특별하지않을수있겠는가.그특별함의사연을한데모아두고멀찍이서보면또다평범해보이는것이삶이거늘,와중에자명하게말할수있는유일한바는누군가의살아있음과누군가의죽어있음,크게이둘일것인데이둘이공통된깍지로껴안은그것이아마도저에새겨진,그러나온전히다말할수없어고독한그‘이야기’란것일테다.“누군들가슴속에새겨진누구하나없는사람이있겠”는가.있었는데없고없었는데있는매일의저달,그러나오늘뜬달더러어제의그달이너냐고묻는자가있다면어제의너와오늘의네가같은자인지생각해주십사한번되물어볼참이다.

갈라파고스,바다에정박한배의갑판에누워밤톨만한별들로빼곡한밤하늘을오래바라보았다.그리고이편수평선에서일어나하늘을가르며저편수평선끝까지선명하게흐르는기나긴은하의강을보았다.불가능한꿈을꾸어도괜찮겠다는생각이내게깃든건그때였다.오래품고있었으나방기했던내어린날의꿈,글쓰는자의생을다시꿈꾸어도괜찮겠다고.
글을쓰고버렸다.다시글을쓰고버렸다.여행지에서쓴글을집에와서읽고는버렸고,집에서쓴글을여행지에서읽고는버렸다.그리고그때마다묘지를찾았다.죽은자들의집에서죽음을생각했다.쨍한햇빛아래한낮의묘지를거닐었고,어스름이깔리는저물녘의묘지에서꿈을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