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자유 (김인환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타인의 자유 (김인환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공부의 모자람을 알게 하여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만드는 책!”
아랫배로 생각하는 우리 시대 인문학자 김인환의 산문
문학평론가 김인환 선생의 새 책을 펴낸다. 문학을 기본으로 하되 인문·예술 전반에 걸쳐 평생의 읽기와 쓰기로 그 고개 숙임의 기울기만큼이나 그 각도로 등이 굽어온 선생의 산문집이며 『타인의 자유』라 하는 바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가 좋아 그 읽힘에서 제목을 비롯해왔다는데 이는 이 한 권의 책이 왜 쓰이고, 이 한 권의 책이 왜 묶였는가에 대한 충분한 힌트이자 근접한 답일 것도 같다. 선생은 머리말 가운데 이렇게 밝히며 시작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사람이 각각 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아무려나, 선생의 생각을 말하는 시끄러운 책이 될 것이 분명한 이 텍스트 안에서 우리는 배움의 자세라 할 책의 효용성을 간만에 재확인하게도 된다. 자신의 생각을 시끄럽게 떠들려면 논리적 근거란 게 그 바탕으로 깊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제 공부란 걸 파묻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그런 마음으로 들여다본 선생의 변화무쌍한 공부 궤적에서 빈약하기 짝이 없는 내 공부의 텅 빈 곳간부터 떠올리게 되는 바, 이 책은 내 공부의 모자람을 인정하는 순간 끝도 없이 책을 불러내는 아름다운 책의 화수분으로 분할 줄 아는 책의 한 부류이기도 하다.
물론 자유롭고 창조적인 방식으로의 발현이다. “우리는 어떤 책의 하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자연과 사회의 주인이 되기 위하여 책을 읽는다”라 선생은 재차 말하지 않았던가. 결코 윤곽이 분명할 수 없는 게 책의 경계라 할 때 선생은 주인의 주된 덕목이다 할 주체성을 돌무지로 가운데 놓고 제 공부의 안팎을 맘껏 넘나들어왔다. 『언어학과 문학』 『비평의 원리』 『상상력과 원근법』『문학교육론』『문학과 문학사상』 등의 책을 통해서는 제 업이라 할 문학이라는 징의 그 정수리만을 원론적으로 치고 있구나 그 공부의 깊이를 재게 했고, 번역을 행한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 풀이해낸 『주역』이나 『수운선집』 『고려 한시 삼백 수』 등의 책을 통해서는 제 업이라 할 문학이라는 원의 중심에서 접붙여나간 여타 학문의 맥락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심을 뻗쳤는지 그 공부의 넓이를 재게 했다.
깊이 깊고, 넓이 넓은 공부 속에 폭발하는 사유의 잔치. 총 11장으로 이루어진 『타인의 자유』는 매 장마다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물골을 크게 트고 있는데 독서, 동학, 성찰, 중세철학, 천사, 인문학, 음양, 법, 황현산, 팝, 라캉을 그 주제어로 대표한다 할 적에 저마다 소용돌이치는 사유의 힘이 참으로 세서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호흡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좋아서 여러 번 읽기 이전에 깊이 진입하지 못함으로 다시금 첫 장으로 돌아와 서는 일을 반복하게도 되리라. 결기가 단단한 정확한 문장은 벼림을 잘도 알아 단문의 매서운 눈매를 책을 읽어나갈수록 더더욱 날카롭게 하는데 여하간 중요한 무언가가 읽고 지나간 뒷맛에 안 보이게 남는다. 그 없을 무의 다심, 그 있을 유의 다짐.
자칫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이겠다. 그러나 이 한 권의 독서로 말미암아 우리로 하여금 모름지기 진짜 인간의 교양이란 걸 배워보고 가져보게도 하는 책이겠다. 이 한 권을 맘껏 탐닉해보는 일, 이 한 권에 맘껏 져보는 일, 이 한 권을 공들여 천천히 읽음으로 정직하고 관대한 생활의 태도를 갖게 되는 일, 그리하여 종국에는 책이라는 “무한한 맥락에 대하여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 ‘겸손’을 섬기게 되는 일. 그만만 하더라도 말이지, 선생은 말하셨지. 한밤에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그 앞에 이 책이 놓여 있다면 펼쳐질 것이라고. 무엇이? 아마도 무한한 앎의 우주가 아니겠는가!
저자

김인환

1946년서울에서태어났다.고려대국문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72년『현대문학』으로평단에나왔다.지은책으로『언어학과문학』『비평의원리』『상상력과원근법』『형식의심연』『한국고대시가론』『문학교육론』『문학과문학사상』『다른미래를위하여』『기억의계단』『의미의위기』『현대시란무엇인가』『TheGrammerofFiction』『과학과문학』,옮긴책으로『에로스와문명』『주역』『고려한시삼백수』『수운선집』등이있다.2001년김환태평론문학상,2003년팔봉비평문학상,2006년현대불교문학상,2008년대산문학상,2012년김준오시학상을수상했다.현재고려대학교명예교수이다.

목차

머리말…4

독서의가치…17
동학과더불어…36
자정의성찰…50
중세철학산책…69
릴케의천사…87
과학기술의위기와인문학의방향…99
문제는계산이다…123
『법의정신』에대하여…141
황현산의산문:비평의원점…168
랭보와모던팝…189
라캉과나…206

출판사 서평

[머리말]
아무리생각해봐도모든사람이각각다자기의생각을말하는시끄러운세상보다더좋은세상은있을수없을것같다.안재홍은먼저모두말하게하고나중에갈피짓는것이화백이며신라의화백제도가바로“다(和)말하게하는(白)”민주정치의원형이라고하였다.다말하게하는다성(polyphony)의정치와남의입을막고자기만말하는단성(monophony)의정치는정치현실의이해에유용한모델이된다.현실정치는두모델의중간어디에있을것이기때문이다.김일성과박정희는단성정치의전형을보여주었다.18년유지된박정희체제보다한세기가까이유지되고있는김일성체제가더욱전형적이라는점에서화백모델의대극에김일성모델을설정할수있을것이다.현대사회의정치체계는어느나라건대체로자유민주당과사회민주당의양극체제로구성되어있지만나는우리나라의정부당과반대당이그런레디메이드유형을따라가지말고대중을이끌고나가려고하는대신에다말하게하고나중에갈피지으면서대중을뒤따라가는화백당(和白黨)이되었으면좋겠다.나쁜지휘자는오케스트라를탓하지만좋은지휘자는오케스트라의수준이어떠하건유치하면유치한대로연주자들의능력을최대한도로발휘하게한다.톨스토이가『전쟁과평화』에서말한대로역사는“무의식적이고집단적인공동의삶”이다.길게보면대중은이데올로기의유인에크게흔들리지않는다.내가보기에『자본론』의중심선은대중생활의장기변화를따라가고있다.나는로자라는사람을좋아하지도않고그녀의『축적론』을좋아하지도않지만“다르게생각하는사람들을위한자유”라는그녀의말이너무좋아서책의제목을『타인의자유』라고지어보았다.

스물넷에홀로되시어1950년부터20년동안북창동노점에서옷가지를파시면서두아들을키우신어머니께이책을바친다.

그것은
전쟁과비참,
죽음의위협에도불구하고
손상되지않는
인간의완강한원리이다.

그것은
물을빛으로
꿈을현실로
적을형제로바꾸는
인간의온유한원리이다.
-엘뤼아르,「올바른정의」

2020년3월
김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