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허수경이 사랑한 시)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허수경이 사랑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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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걸으며 사라진 것들의 영혼을 글로 남겼던 시인 허수경의 세번째 유고집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를 그의 2주기인 2020년 10월 3일에 선보인다. 독일에 살던 그가 2009년 한국일보 지면 ‘시로 여는 아침’에 연재한 짧은 산문과 시 50편을 엮었다. 지상을 떠나기 전 남겼던 원고 ‘가기 전에 쓰는 시들’ 속 ‘시’에 빗금을 긋고 ‘글’로 바꾸어 적었던 허수경 시인. 그에게 시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의 내용”이었다.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는 “탄생과 탄생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폭발해버리는” 존재인 시인들을 향한 허수경의 “개인적인 사랑 고백”이자 “이들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영광의 시간에 대한 찬가”이다(「시인의 말」). 그가 전하는 50편의 시에는 ‘아린 무의 속살을 베어문 듯한 싱싱한 삶의 순간’이 있다.
저자

허수경

1964년경남진주에서태어났다.그곳에서자라고대학역시그곳에서다녔다.오래된도시,그진주가도시에대한원체험이었다.낮은한옥들,골목들,그사이사이에있던오래된식당들과주점들.그인간의도시에서새어나오던불빛들이내정서의근간이었다.대학을졸업하고밥을벌기위해서울로올라왔고그무렵에시인이되었다.처음에는봉천동에서살다가방송국스크립터생활을하면서이태원,원당,광화문근처에서셋방을얻어살기도했다.
1992년늦가을독일로왔다.나에게는집이라는개념이없었다.셋방아니면기숙사방이내삶의거처였다.작은방하나만을지상에얻어놓고유랑을하는것처럼독일에서살면서공부했고,여름방학이면그방마저독일에두고오리엔트로발굴을하러가기도했다.발굴장의숙소는텐트이거나여러명이함께지내는임시로지어진방이었다.발굴을하면서,폐허가된옛도시를경험하면서,인간의도시들은영원하지않다는것을뼈저리게알았다.도시뿐아니라우리모두이지상에서영원히거처하지못할거라는것도사무치게알았다.
서울에서살때두권의시집『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혼자가는먼집』을발표했다.두번째시집인『혼자가는먼집』의제목을정할때그것이어쩌면나라는자아의미래가될것이라는예감이들었다.독일에서살면서세번째시집『내영혼은오래되었으나』를내었을때이미나는참많은폐허도시를보고난뒤였다.나는사라지는모든것들이그냥사라지지않는다는것을짐작했다.물질이든생명이든유한한주기를살다가사라져갈때그들의영혼은어디인가에남아있다는생각을했다.
뮌스터대학에서고고학을공부하고박사학위를받으면서학교라는제도속에서공부하기를멈추고글쓰기로돌아왔다.그뒤로시집『청동의시간감자의시간』『빌어먹을,차가운심장』『누구도기억하지않는역에서』,산문집『나는발굴지에있었다』『그대는할말을어디에두고왔는가』『너없이걸었다』,장편소설『모래도시』『아틀란티스야,잘가』『박하』,동화책『가로미와늘메이야기』『마루호리의비밀』,번역서『슬픈란돌린』『끝없는이야기』『사랑하기위한일곱번의시도』『그림형제동화집』등을펴냈다.동서문학상,전숙희문학상,이육사문학상을수상했다.
2018년10월3일뮌스터에서생을마감했다.유고집으로『가기전에쓰는글들』『오늘의착각』이출간됐다.

목차

시인의말4
TheLastTrain-오장환14
감자에싹이나서잎이나서,-유형진18
강우降雨-김춘수20
고생대마을-안현미24
고향-김종삼28
과일가게앞에서-박재삼30
국화꽃그늘을빌려-장석남34
그대영혼의살림집에-최승자38
그에게는많은손목시계가있다-류인서40
꽃-파울첼란44
꿈-염명순48
나무-천상병50
나뭇잎배-박홍근52
눈물-김현승56
들-안토니오마차도60
로렐라이-하인리히하이네64
마늘밭가에서-안도현68
마음의그림자-최하림70
먼후일後日-김소월72
모란이피기까지는-김영랑74
무밭에서서-최문자76
물과빛이끝나는곳에서-이성복80
바람에날려가다-밥딜런82
반지속의여자-정은숙86
밤-두보90
버들치-차창룡92
부빈다는것-김신용96
빈녀음-허난설헌100
사랑-김근102
사랑-김수영104
서적-조연호106
속담-옥타비오파스108
쇠귀나물-황학주110
수도에서-에리히프리히드114
아직촛불을켤때가아닙니다-신석정116
양치기30-알베르투카에이루120
어느날나의사막으로그대가오면-유하122
어느해거름-진이정126
여승-백석128
여행-나즘히크메트132
울고싶은놈-이시하라요시로134
월식月蝕-김명수138
작은비엔나왈츠-페데리코가르시아로르카142
잡담길들이기3-마종기146
장미의내부-라이너마리아릴케150
전생에들르다-이병률152
전설-에바슈트리트마터154
찻집-에즈라파운드158
테렐지숲에서생긴일-이시영160
호랑이는고양이과다-최정례162

출판사 서평

가난한당신이여,당신의연인에게오늘이시를읽어주시기를!

“사랑의순간이우리모두를평화주의자로,
아름다움앞에고개를숙이는자로변하게하는기이함을되새기며
이시를읽는다.”

 폐허가된옛도시를걸으며사라진것들의영혼을글로남겼던시인허수경의세번째유고집『사랑을나는너에게서배웠는데』를그의2주기인2020년10월3일에선보인다.독일에살던그가2009년한국일보지면‘시로여는아침’에연재한짧은산문과시50편을엮었다.지상을떠나기전남겼던원고‘가기전에쓰는시들’속‘시’에빗금을긋고‘글’로바꾸어적었던허수경시인.그에게시란“더이상물러설수없는삶의내용”이었다.『사랑을나는너에게서배웠는데』는“탄생과탄생을거듭하다가어느날폭발해버리는”존재인시인들을향한허수경의“개인적인사랑고백”이자“이들의시를읽을수있는영광의시간에대한찬가”이다(「시인의말」).그가전하는50편의시에는‘아린무의속살을베어문듯한싱싱한삶의순간’이있다.
 1992년늦가을독일로떠난허수경시인은작은방하나를얻어놓고뮌스터대학에서고고학을공부했다.한인간의마음속에는자신이라는게하나만존재하지않는다던그에게모국을떠나낯선타지에사는일은전혀몰랐던자기자신을발견하는일이기도했다.그렇게발견한수많은나와타자,다양한시간과공간을그는시와폐허가된사원의침묵으로들여다보았다.몇밀리미터의지층으로남은,누군가가지상에서보낸시간의흔적을찾아내고그속에존재했을무수한감정들을되짚어보는작업을통해그는새로운시를끊임없이찾아냈다.고고학에대한그의열망,사라진존재를기억하고자하는그의노력은그가시로,글로표현하고자했던바와밀접하게맞닿아있었는지도모른다.
 “작은메모지에베껴서는어디를가든들고”다녔던시속에는“사라져가는것들이가장자리에서서성거리”고있었다(107쪽).수많은발굴지를다니며지상의삶과지하의삶이맞닿아있는세상을살아가던허수경에게시는“땅속에서여물어가는것과땅바깥에서허물어져가는세상을생각하는시간,그시간속에서길러낸”말들이었을것이다(69쪽).여물어가는것속에서허물어져가는것을,사랑속에서이별을,번영속에서쇠락을,삶속에서죽음을,존재속에서그소멸을보았던그.하지만이는허튼것도슬픈것도아니라단지자연스러운것이라고우리를다독인다.
 땅속에서모습을드러낸철기시대소년의백골에게속으로말을건네던시인의모습(『나는발굴지에있었다』),잘게썬육회를물끄러미내려다보며“이소는몇살이었을까.어떤새벽과아침과낮과저녁과밤을보냈을까”생각하던시인의모습(『오늘의착각』)을기억하시는지.그런그이기에시를읽으면서도“싹자란감자”“국화꽃그늘”“울타리싸리”에서“서늘하고도말할수없는애잔함의자리”를짚어낸다(37쪽).지나간것들의그림자를항상의식하며살았던그이기에,번역될수없는작고도미세한순간들은그가남긴글속에서“선명하게,그리고사라질듯아련하게”반짝이고있다(71쪽).
 “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다시는시를못쓸것같다는생각이든다”(염명순,「꿈」부분)라는시의구절은벗어던질수없는유목민의삶을,지상을떠나지않는한일상은‘고향’보다더막막하고집어치우고싶은성지라는사실을일깨워준다.정은숙의「반지속의여자」속“스무살,서울로떠나는내게/경제비상용으로끼워진금반지”라는구절에서는자신이독일로떠날때들고온비상용반지를들고전당포앞을서성거렸던기억을불러온다.나이가들어굵어진손마디에서쉽게빠지지않던반지를겨우빼냈을때,그금빛이비추던것은그것을끼고살았던나날,이제는내것이라고할수도없는,“생의하사품,추억의금빛물결”이었다.그런가하면그에게시란“순진한희망”이허용되는순간이기도했다.현실에서는결코공존할수없는“폭탄”과“찐빵”“까삼로켓”과“따뜻한베개”가나란히배열되는글.“모든것에희망이보이고초라하던것들이따뜻한모습으로뒤바뀌”는……

 “가자로향하는이스라엘비행기들이실은것이폭탄이아니라잘쪄낸찐빵이었으면좋겠다.이스라엘로향하는하마스의폭탄이까삼로켓이아니라솜이잘든따뜻한베개였으면좋겠다.당신은나에게정말순진하다고말할것이다.얼마나오래된분쟁인데그런순진한희망이끼일자리가있겠는가,라고.그러면나는당신에게말할것이다.당신은무슨다른방법이있느냐고.”
-김종삼의「고향」에덧붙이는글중에서

 “간절한한사람의시간을붙들고있는것,그시간을공감하는것,그것이시를쓰는마음”이라고말하던그.시인허수경에게시를함께읽는일은“살아내기힘든지경까지삶에불행이찾아왔을때”간절히의지하고매달렸던무언가를다른이와공유하는일이었다(『가기전에쓰는글들』).그럼으로써당신의아픔은내아픔이되고내아픔은당신의아픔이된다.시를읽을때마다‘다른이가시와함께보냈을시간을상상하는데에서오는따스함’을누구보다잘알던그다.자신이아끼는시를멀리떨어진한국의독자들에게적어보내며그는어떤마음이었을까.자신이힘들었던순간마다품에가까이하던시를다른누군가와나누어,자신의간절함이시의마디마디마다남긴온기로그를다독여줄수있기를바라진않았을지.
 이번유고집에는바다를닮은파란색의옷을입혔다.어린시절,바다를하염없이바라보던할머니가그에게“니그,바다때깔,보나,니가글을쓸줄알게되몬그때깔이바구먼저써다고”하던날,그바닷빛을가슴에끌어넣으며그순간의물빛을기록해야겠다고다짐했던시인이다.글을쓸줄모르던할머니가봄날의바닷빛을바라보며느꼈을,글로표현되지못한일렁이던파랑을바라보던한순간을가슴에끌어넣었던순간부터그는시인이되었는지도모른다.기록되지못할작은순간들이“이지상에존재할수있는권리를시로붙잡아둔시인”(『나는발굴지에있었다』)들의평안을빌던허수경.그가사랑으로읽은50편의시,사랑으로만난50명의시인을따라시라는아름다운폐허를거닐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