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양장)

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양장)

$16.50
Description
안녕은 그리는 거야.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하는 거야.
시인 박준의 첫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쓴 시인 박준의 첫 시 그림책입니다. 서양화가 김한나 작가와 함께한 시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안녕』이라는 제목의 시 그림책입니다. 시인의 아버지가 키우는 개 ‘단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 그림책입니다. 시인의 두번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속 「단비」라는 시를 읽고 보면 더 풍요로워질 시 그림책입니다. 그런 사연을 품고 사는 단비에게 어느 날 날아든 새가 있어 그 새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 ‘안녕’을 되새겨보게 하는 시 그림책입니다.
저자

박준

1983년서울에서태어나2008년『실천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당신의이름을지어다가며칠은먹었다』『우리가함께장마를볼수도있겠습니다』,산문집『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시그림책『우리는안녕』을펴냈다.신동엽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편운문학상,박재삼문학상을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우리는안녕

박준

벽앞에서우리는눈앞이캄캄해지지.
벽은넘지못하고눈만감을때가있어.
힘을들일수록힘이빠지는순간이있고,
힘을내도힘이나지않는날들이있지.
한번도보지못한네가보고싶어.

안녕?
안녕,안녕은처음하는말이야.
안녕,안녕은처음아는말이야.
안녕은마음으로주고마음으로받는말이야.
그래서마르지않아.

안녕은같이앉아있는거야.
안녕은노래야.
안녕은가리어지지않는빛이야.
안녕은부스러기야.
안녕은혼자를뛰어넘는말이야.
안녕은등뒤에서안아주는말이야.
안녕은눈을뜨는일이야.
안녕은어제를묻고오늘환해지는일이지.
안녕은밥을나누어먹는거야.
그러다조금바닥에흘리고는씨익웃는거야.

안녕은조심스럽게물어보는일이고,
셈하지않고들어주는일이지.
그게무엇이든.

안녕은차곡차곡모으는마음이야.
마음을딛고,우리는.
안녕,안녕.

한번눈으로본것들은언제라도다시그려낼수있어.
그리고그리고또그리는것을그리움이라고하는거야.

안녕,다시안녕이라는말은서로를놓아주는일이야.
안녕,다시안녕이라는말은뒷모습을지켜봐주는일이야.
안녕,안녕.

안녕,안녕은말하고싶을때말하고
안녕,안녕은말하기싫을때에도해야하는말이야.

안녕.



작가의말

볼수없지만그릴수있다는듯이

아빠는할머니를모릅니다.아빠가다섯살이되던해할머니는세상을떠났으니까요.아빠에게남은다섯살때의기억은자신을가여워하며눈물짓던동네사람들의모습이전부입니다.긴시간이흐른어느날아빠는먼친척집에갔다가오래된사진한장을구해옵니다.일가친척들이모두나온사진,그속에는생전할머니의얼굴이손톱만한작은크기로찍혀있었습니다.아빠는사진을빌려와확대하고또확대했고그끝에결국할머니의얼굴을흐릿하게나마액자속에담아낼수있었습니다.볼수있었고알수있었습니다.덕분에아빠의그리움은더욱선명해진것이고요.

이번에는단비의이야기입니다.단비는아빠와함께사는개입니다.얼굴도몸도하얀단비.잘먹고잘자고잘뛰어다니는단비.단비에게는친구가있었습니다.단비가있는마당으로종종날아들던,잿빛과푸른빛의깃털을가진새.새는자주마당한편에있는나무에앉아있었습니다.단비가곤한낮잠을잘때면흰꼬리를살짝부리로쪼는장난도쳤고요.잠에서깬단비는분하다는듯새를보며짖었습니다.새는단비의밥을먹고단비의물도마셨습니다.그럴때면단비는쫑긋세우던귀를내리고눈을지그시감았습니다.그런데새가어느날부터오지않았습니다.그래도단비는하루에도몇번씩새가앉아있던나뭇가지끝을올려다보는일을빼먹지않았습니다.볼수없지만그릴수있다는듯이.

만나지못한이를그리워할때,눈은먼곳으로가닿습니다.
보고싶은이를보고싶어할때,마음은가까이있고요.

헤어지며놓아주는순간내뱉었던안녕.
기다리고기약하고다시그리며준비해두는안녕.
이사이에우리의안녕이있습니다.

우리가안녕하기를바랍니다.

2021년봄
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