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걷는 길

할머니와 걷는 길

$12.00
Description
오늘은 바쁜 엄마와 아빠 대신에 할머니와 함께 하루를 보내기로 했어요. 지루한 시간들도 잠시, 할머니가 함께 놀이터에 가재요! 그런데 할머니의 걸음은 느려도 너무 느렸어요. 후다닥 놀이터에 뛰어가 놀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달리 할머니는 느릿느릿 춤추듯 걸었거든요. 그런데, 할머니의 느린 걸음에 발맞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다 보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여요! 우리 할머니는 정말 멋져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빠르기도 하지요!

저자

박보람

문예창작을공부하고지금은어린이책만드는일을하고있습니다.쓴책으로는동화『난하나도괜찮지않아』,그림책『엄마아빠의작은비밀』,『학교가기싫은선생님』,『할머니와걷는길』이있습니다.

"어둠이있던자리에다시환한아침볕이내려앉을수있는이유는각자의자리에서애써주시는분들이있기때문입니다.저역시누군가의길고긴어둠끝에환한아침을맞이할수있는글을쓰고싶습니다."

출판사 서평

“할머니와나는걸어요.
작게속삭이는민들레와
솔잎을바르르떠는소나무가있는
이길을천천히천천히걸어요.”

고소한미숫가루한잔같은할머니와의달큼한추억

학교도쉬고,엄마아빠도바쁜어느날,아이는일찌감치할머니집에맡겨졌어요.무엇을해도혼내지않고귀여워해주는할머니집에가는것은늘기분좋은일이에요.그러나그런할머니가반가운것도잠시,할머니집에는컴퓨터도없고,게임기도없으니금세심심하고지루했어요.할머니와함께사는강아지보리가있어도마찬가지였어요.할머니는소파에누워서텔레비전만보고,보리도할머니발치에누워잠만잤으니까요.
그런데역시할머니는할머니일까요?할머니가심심해하는사랑스러운손녀를위해무거운몸을일으켜,꿀맛같은미숫가루를만들어주기로한거예요.할머니는찬장에서미숫가루와토종꿀한병을꺼내느릿느릿미숫가루를타기시작했어요.아이는목도타고,애도탔어요.할머니의미숫가루타는솜씨는세상에서제일이지만,아주맛있는만큼만드는속도도아주오래걸리거든요.할머니의치마끝에매달려침을꼴깍꼴깍삼키기를얼마후,드디어맛있는미숫가루한잔이완성되었어요.그리고한모금꿀꺽마시는데,그맛은말로표현할수가없었어요.정말구름위에앉은것처럼기분이둥실둥실좋아졌지요.

느리지만정확한걸음으로걷다보면만나게되는풍경이있어요

그런데미숫가루를단숨에다마셔버리고나니,또심심해졌어요.보리귀도잡아당겨보고,만화영화도보고,굴러다니기도하고,그림책을봐도,그래도심심했어요.그때할머니가말했어요.“심심하면놀이터갈까?”
할머니는미숫가루를타줄때처럼또느릿느릿옷을갈아입기시작했어요.느릿느릿팔을올려겉옷에팔을끼우고,걷기편한바지를조심조심올려입는데,그모습이너무느려마치춤추는것만같아요.이것저것챙길것은어찌나많은지몰라요.보리간식과배변주머니,과자와음료수,또혹시날씨가선선할지모르니겉옷까지.할머니는작은가방이뚱뚱하게부풀때까지이것저것을담았어요.또천천히몸을숙여신발을신기까지시간은아주천천히흘렀지요.
드디어현관을나와한걸음을내딛는데,할머니가멈춰서땅아래를바라보았어요.낮게피어있던꽃들이할머니를부른거예요.아이는생각했어요.할머니의굽은등이낮게핀꽃이얼마나가까워인사하기좋은지.또,할머니의뺨한가운데에도꽃이봉긋피어올랐다가숨어버린다는사실은자기만알거라고말이에요.또몇걸음을내딛는데,할머니가또멈춰서소나무를지긋이바라봤어요.아이는또생각했지요.할머니의울퉁불퉁한손등처럼소나무의나뭇가지도울퉁불퉁하다고요.

꼬불꼬불한시골길같이길고긴할머니와걷는길

할머니와걷는길은그어느길보다도길고멀었어요.마치시골의꼬부랑길을걷는것같은기분이었어요.한걸음씩내딛을때마다풍경이할머니를붙들었어요.게다가할머니는느리지만정확한걸음으로,개미한마리도무심코밟지않게조심조심걸었어요.아이는과연오늘안에놀이터에도착이나할수있을지걱정스러웠어요.
그래도걸음마다놀이터와가까워지기는했는지,드디어놀이터에도착하게되었어요.아이도놀이터가보이자마자할머니의손을탁놓고힘차게뛰어갔어요.그리고신나게그네를타고,미끄럼틀을타며,시간이그렇게얼마나흘렀을까요.이제야할머니가어디있는지두리번거리던아이는철봉을잡았던손이미끄러져바닥에철퍼덕떨어지고말았어요.그리고그때,아이는처음으로할머니가달리는모습을보게되었어요.누구보다빠르게,누구보다힘차게달리는할머니의모습을요.도대체할머니에게무슨일이벌어진걸까요?

세상에서가장느리게걷는,세상에서가장나를사랑하는사람,할머니

할머니라는단어는마음을따듯하게만들어주는마법의단어예요.엄마,아빠에게느끼는사랑과는또다른,무조건적이며포근한감정을느끼게하거든요.우리어린독자들이단하루라도할머니와지내본경험이있다면,또는앞으로그럴소중한기회가생긴다면한살한살나이를먹고어른이되어서도,할머니의냄새,할머니의따스한손길을오래오래기억하게될거예요.
노란상상의그림책<할머니와걷는길>은이렇게어린독자들이할머니와의추억을차곡차곡쌓아가며,할머니의느린걸음을이해하고,할머니의사랑을깨닫길바라는마음에서만든그림책이에요.몸이무겁지만손녀를위해무엇이라도하나더해주고싶어하는할머니의모습,그가운데어서빨리놀고싶어발을동동구르면서도막상할머니의손을꼭붙들고걸음을맞춰걷는아이의모습에서우리는서로를끔찍하게사랑하며,이해하려노력하는따듯한마음을배울수있을거예요.
돌아오는휴일에는노란상상의그림책,<할머니와걷는길>처럼할머니손을꼭잡고걸어보는건어떨까요?걸음이느려시간이조금더걸릴지라도좋아요.그만큼가슴한편에오래도록간직될예쁜그림한점이멋지게그려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