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보는’것이아니라‘읽는’것이다!
딱이만큼만알면누구에게나인정받는,단한권의비즈니스교양서
평소에미술작품또는미술사에관심이많아서관련교양서를찾아보지만선뜻손이가는책이눈에띄지않는다.오랫동안면면히이어져온방대한내용에왠지주눅이들고,애써마지막페이지까지읽고나서도전체맥락이짚이지않을뿐더러오히려혼란스럽기만하다.해외유명미술관이나전시회,또는학창시절교과서에서한번쯤본듯한작품인데도당시에왜그런양식이유행했고,이후에는어떻게변화하여오늘날까지이르렀는지를일목요연하게알려주는책이많지않다.더욱이최근에는비즈니스현장이나다양한공적?사적인만남의자리에서미술사를화제로삼는경우가잦다.따라서미술사는정치나종교와달리누구에게나무난한,교양인으로서반드시가져야할요건이다.
이책의저자인서양미술사가기무라다이지는미술작품자체에서느껴지는감성과표현법못지않게그작품에연관된역사와문화,가치관등을이해하고아는것이무엇보다중요하다고강조한다.미술은‘보는’것이아니라‘읽는’예술이라는주장이다.이는곧작품속또는그이면의이야기를더욱더풍요롭게읽어낼수록‘보는즐거움’이배가된다는것이다.미술사를짚어보더라도서양미술은전통적으로지성과이성에호소하는미의식을더우위에두었다.고대부터신앙의대상으로숭상된서양미술은보는행위뿐아니라읽는다는,일정한메시지를전달하기위한수단으로발전해왔다.
오늘날의비즈니스엘리트또는직장인이라면자신이맡은분야의전문지식뿐만아니라다양한분야를아우르는폭넓은식견을갖추어야한다.그중에서도필수요건인인문교양에서미술사만큼서로쉽게공감할수있는것도없다.각시대의정치,종교,철학,풍습,가치관등이조형적인형태로완성된미술품또는건축물의제작배경을이해하고안다는것은곧글로벌시대에소통의으뜸덕목이기때문이다.
이책은누구나편안하면서도가볍게읽을수있다.본문시작전에수록된?미술양식연대표?는에피타이저로즐겨도좋고,책을끝까지읽고난뒤에디저트로음미해도좋다.짧은설명과함께주요화가의이름을언급함으로써한눈에시대별?지역별로각각연결되는고리를찾아낼수있다.본문에서는시대상황의변화,즉정치?경제상황과종교,사람들의미의식이어떻게바뀌었고작품속에무엇이내재되어있는지를각양식의대표작품과함께자세히설명해준다.특히이책은자연스러운시간흐름속에서새로운시대를열어젖히는주요사건,그림속인물과사물의상징적의미까지핵심사항을꼼꼼하게알려주기에서양미술사라는거대한물줄기에부담없이다가갈수있다.
그때그화가는왜이런그림을그렸을까?
고대그리스?로마시대부터현대미술의세계까지
서양미술사의원류이자최상류지점은고대그리스미술이다.당시그리스사람들은인간의육체,특히아름다운남성미를추구하면서많은조각상을제작했는데기원전5세기에는숭고하면서장엄한엄격양식이,기원전4세기에는우아하고아름다운우미양식이각광받았다.그뒤그리스를정복한로마제국은건축,예술등다방면에서그리스문명을계승하고복제했다.정치적으로는로마가그리스를정복했지만,문화적으로는로마가그리스에정복당한셈이다.그리고그리스와로마의문화가조금씩융합되면서사실성이강한‘초상조각’이유행했으며콜로세움,테르마이(공공욕탕),콘스탄티누스개선문,판테온등과같은대규모공공건축이발달했다.로마제국이멸망한뒤에는그리스도교가사람들의생활을지배하면서‘눈으로보는성경’의역할에충실한종교미술이중요한위치를차지하게되었다.수도원이나교회를상징적으로드러내기위해고안된‘로마네스크양식’과왕권확대를실현하기위해고안된‘고딕양식’이발전한것이다.
15세기에는도시경제가발전한부르고뉴공국과이탈리아에서예술의꽃이활짝피었다.르네상스가드디어막을올린것이다.경제발전은지역영주들에게부를안겨다주었고,영주가머무르는궁정은문화인이나화가,조각가들을후원하는장소로떠올랐다.신과종교가중심이었던세계에서다시고대그리스?로마와같은‘인간’의지위향상과인간중심의시선을갖게된것이다.르네상스미술의선구자인조토디본도네가등장하면서서양회화는획기적인전환기를맞이했고레오나르도다빈치,미켈란젤로,라파엘로가동시대에활동하며걸작을쏟아내고,혁신적인회화기법이총동원되면서‘전성기르네상스’를이끌었다.
그무렵옛네덜란드지역에서는사실성이높은정물묘사와초상화가크게발달했는데사물의질감,미묘한빛,공기의변화를화폭에세밀하면서도정확하게표현하는데공헌한플랑드르의유화기법은이탈리아를포함한유럽의여러지역으로전파되었고15세기이후의회화예술을새로운방향으로이끌었다.이후16세기에는베네치아미술이황금기를맞이하지만경기침체와함께서서히암흑시대로접어들고,17세기에는이탈리아에서가톨릭과프로테스탄트의대립의영향을받은바로크예술이발전했다.암스테르담이유럽최고의국제무역도시로떠오른17세기의네덜란드에서는경제적으로부유한시민사회가수립되었고풍속화,집단초상화등이많이그려졌다.
17세기에프랑스에서는균형잡힌구도와조각상에가까운이상적인인물묘사를통해질서와조화,그리고절도와이성을중시하는프랑스고전주의가확립되었는데,예술이절대왕권을공고히하는수단으로이용되었다.그뒤18세기에는궁정귀족을중심으로섬세하면서도화려한로코코문화가나타났고푸생파와루벤스파로나뉘어격렬한논쟁이벌어졌다.그리고1789년에프랑스혁명이일어나고나폴레옹이황제에오르면서고전적인아름다움을추구하고소묘와이성을중시하는신고전주의가탄생했으며,색채와감성을중시하고인간의본질적인내면을자유롭게표현하는낭만주의미술도등장했다.
근대미술의문을열어젖힌프랑스화가는에두아르마네다.당대미술의전통을과감히파괴한마네는화려한도시의이면에똬리를틀고있는어두운현실을세련된풍류로포착해냈으며혁신적인주제와표현법으로전위화가들의존경을한몸에받았다.한편영국은18세기가될때까지유럽대륙의예술가와어깨를견줄만한예술가가존재하지않은데다이탈리아나프랑스에비해르네상스예술이뒤늦게전해졌다.하지만산업혁명이일어나경제가급성장하고공업화와도시화가빠르게진행되면서영국에서는초상화가많이그려지고영국식풍경정원이탄생했다.세계적인미술품경매회사(소더비와크리스티)가세워진런던은국제미술시장의중심지로떠올랐다.19세기에시민사회의발달과함께등장한바르비종파,그리고아카데미즘을거부하고새로운혁신을추구한인상주의화가들은본격적인근대미술시대의주역이었다.특히인상주의는미국에서대세로떠올랐는데,전통과고정관념에얽매이지않는미국인의인식때문이었다.
20세기최고의경제대국으로떠오른미국은부호들이후원하는미술관을중심으로미술문화를발전시켜나갔다.대기업과엄청난부를축적한집안들이인상파이후근?현대미술품의가격을높이고,대중매체가미술을화젯거리로다루면서대중을미술시장의소비자로만들었다.미술관련뉴스를오락거리로삼고미술의상업화를본격적으로추진한곳도미국이다.미술관문화를주도하는상류사회여성들과기업의메세나(예술후원)운동은현대미술의발전을이끄는동력이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