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은우리의삶에어떻게작용하고있을까?
행운의여신부터중세의제비뽑기,그리고갈릴레오의도박연구…
이세상을살아가는모든사람은자신이목표한바를이루고늘무탈하며행복하기를기원한다.그러한바람과욕망,불확실한미래를생각할때한결같이동반되는것이있다.끊임없는노력과굳건한의지에더해지는성공요소,그것은바로‘운’이다.어떤일에서든운이따라야만한다는믿음이다.이토록모든일과상황에깊이관여된운은우리의삶에서어떻게작용하고이해되고있을까?고대부터현대까지인간에게운은어떻게받아들여져왔으며,광범위한영역에서제기되는운의문제를어떤이론과논리로접근했을까?운을합리적이고직관적으로이해할수있는방법은없을까?
이책은우리가입버릇처럼말하는운과그의미를둘러싼논란에이의를제기할뿐만아니라그동안많은사람들이일관성없이편향적으로받아들인운에대한다양한관점과해석을내놓는다.우리는이미운을정복할수없다는사실을알고있지만,운은여전히우리의삶에끈덕지게달라붙어우리의에너지를온전히집중할수없게만든다.운이란우리자신의행위이며,일이어떻게흘러가는지에대한우리자신의관점이라고이책은말한다.언젠가는쓸모가있으리라기대하며고집스럽게끌어안고있던먼지쌓인묵은개념을머릿속에서씻어내버리는것이야말로진정한해방이며,운을놓아버리면세상속에서주체적으로행위하는존재로서의우리위치를회복할수있다는것이다.
이책은첫출발점으로운의역사를되짚어본다.플라톤의대화편에나오는에르의이야기부터티케(그리스신화)와포르투나(로마신화)를통해고대인들이운과운명에대해어떻게생각했는지를알수있다.예로부터사람들은운에대해순종하거나,반항하거나,부정했다.운에순종하는사람들은포르투나를달래거나,불운을남들에게돌리고자신은행운을차지하려애썼다.흔히운은대체가능한것,이용하거나다시채울수있는신비로운자연력으로여겨졌다.한편스토아학파는외부세계가우리를좌지우지할수있다는사실을거부함으로써포르투나의위력을무시하려했다.이들은변덕스러운우연에당하지않으려면정념을완전히제거하는수밖에없다고생각했다.운을부정하는입장에선사람들은운명의신이인간의운명을정해놓았으므로우리인생에서운은아무런역할도하지않는다고여겼다.이처럼고대인들이믿은운명의여신,중세의제비뽑기,갈릴레오의도박연구,운의정복자를자처한18세기수학자들의기록등은우리삶에서운과운명,선택의문제를이해하기위한중요한밑바탕이되어주었다고할수있다.
몽골황제의죽음은인류사에엄청난행운이었을까?
운의실체를밝히기위한다양한이론과반례
르네상스시대부터수학자들은확률이론으로운을정복할수있다고생각했다.우연은신의변덕이아니라수학법칙에좌우되므로,운또한예측가능한법칙과같다는걸증명하려한것이다.그것은곧우리의성공이나실패에운과실력이어느정도의영향을미쳤는지,운과실력을어떻게구분해야하는지와같은문제로이어진다.근세의학자들은수학이라는살상무기로운을정복하고없애버리기위해확률이론을개발했지만비선형적상호작용으로가득한혼돈의세계에서궁극적예측은불가능했다.누군가가확률이낮은일에서성공한다고해서그사람의실력에대해알수있는건아무것도없다.동전던지기에서앞면이나뒷면이연이어나오는경우처럼무작위성이드러나면운과실력을구분하기가어려워진다.고득점행진기록을세우고있는농구선수는비범한실력을발휘하고있을수도있고,아니면그저운이좋아서평소이상의성적을올리고있는건지도모른다.이밖에도확률이론으로운을설명할때불거지는문제로준거집합,통계적잡음,규범적요소등이있다.
가능성,확률,통계와같은것들은기술적인도구일뿐가치나공적,상벌에대해서는아무것도알려주지못한다.운에관한또하나의설명방식인양상이론에서는유의미하고양상적으로취약한사건이운과관련된것으로간주된다.까딱하면잘못될수있는일이었는데그렇지않았다면운이좋은것이다.수월하게잘될수있는일이었는데그렇지않았다면운이나쁜것이다.의미없거나양상적으로견고한사건은운과무관하다.현실세계에서작은변화하나만일어났다면그결과가달라졌을것이라는관점이다.칭기즈칸의아들이자후계자인오고타이칸이죽지않았다면수부타이의몽골전사들이유럽대륙을짓밟았을것이고,그랬다면오늘날과같은유럽이존재하지않을지도모른다.그렇다면서양은‘순전히운’으로살아남은것일까?이것은양상이론은가능세계들간의거리를본능적으로측정하여취약함과견고함을파악하는방식에의존한다.하지만이이론은세계간의거리를결정할수있는객관적인기준이없으며행운의필연적진리같은사례는제대로설명할수없다.
이책에서언급하는세번째접근법인통제이론은우리의통제를벗어난사건을운으로상정한다.하지만어떤사건에대한통제력을직관적으로판단하기는힘들다.2012년윔블던대회에서승산이낮았던루카스로솔이챔피언라파엘나달을상대로승리했다.당시로솔은최고의경기를펼치기위해자신의경기력을통제하고있었지만,왜그의승리는행운처럼보일까?이처럼통제력의실체는모호하며통제에대한우리의직관은신뢰할수없는결과를초래한다.또한통시적관점으로보면시간의흐름에따라일어나는일련의사건의일부로서행운(혹은불운)이라판단되는사건도공시적관점에서보면시간을초월해다른사건들과는무관해지고,따라서운과무관해보이기도한다.
우리는왜운이좋아야만성공할수있다고생각할까?
사례중심으로전개되는,운에관한유익하고도색다른담론
우리는살아가면서전혀예상치못한사건을곧잘겪는다.선한의지로최선을다해도덕적인생을산다해도머피의법칙때문에만사가틀어진다.어떤행동의옮고그름을따질때는그사람이통제할수있는요인을근거로삼아야한다.하지만우리의삶은그렇지않다.전혀의도하지않은일이벌어졌을때,도덕적책임을묻고평가를내리는데느닷없이운이끼어든다.불운해서그런일이벌어졌다는식이다.결국또다시운의문제로귀착되는것이다.
윤리와인식론의많은난제는결과적운과태생적운으로설명된다.우리행동의결과에운이끼어든다면,우리는그결과에대해얼마나칭찬받거나비난받아야할까?우리삶의행로,우리가내릴수있는결정의범위,도덕적특권의개념등이행운과불운이라는기반위에세워져있다.도덕적운의심리적원리를설명해주는방법으로‘사후확신편향’이있으며,사회적운과특권의문제도운이론을좀더넓게확장시켜준다.운은지식분야에서도여러문제를일으킨다.게티어문제와급진적회의론같은결과적운의문제들,그리고오버턴창문과과학계의우연한발견과관련된상황적운의문제도주목해서읽어볼만한부분이다.
프레이밍효과와개인의성향(낙관적이거나비관적인)또한운에대한판단에적지않은영향을미친다.복권번호여섯개중하나를못맞혀서1등에당첨되지못한경우,원폭투하현장에두번이나머물렀지만93세까지장수한일본인,40년간벼락을일곱번맞은산림감시원은운이좋은걸까,나쁜걸까?한사건을설명할때표현을교묘하게바꾸면,똑같은사건이엄청난행운또는끔찍한불운으로보인다.도박에서큰돈을따는것조차당사자의관점에따라행운으로간주되지않기도한다.이처럼운에관한모든이론은아직까지심각한결함을안고있다.
이책은결론적으로운은인지적착각이며,우리의운은스스로만드는것이라고확언한다.플라톤이이야기한에르의신화에서,라케시스는불운한인생에대한책임은그삶을선택한자에게있다고말한다.우리의일상생활에서벌어지는일들에서운이얼마나작용하는지에대한판단은각자의관점에따라다르며,운은객관적인속성이아니라우리가주변상황을바라보는하나의관점,즉주관적인평가에지나지않는다는것이다.아무쪼록이책을읽으면서어떤일의결과평가나불확실한미래에덧씌워진운이라는낡은패러다임을말끔히걷어내고모든일에주체적으로행동하는존재로거듭나기를바란다.
추천사
다양한문헌에근거하여운의본성과의미에대한매혹적인담론을펼치는책.즐거운여정을통해큰깨우침을준다._덩컨프리처드(미국캘리포니아대학교철학과교수)
스티븐헤일스는운과그의미에대한일반적인가정에이의를제기하며,참신하고도발적인방식으로운을설명해낸다.이책은운에관한미래연구에중요한기준이될것이다._J.애덤카터(영국글래스고대학교철학과교수)
이책은운의여신의손아귀에서우리를해방시키겠다는희망으로,너무도인간적인주제를풍부한도해와함께명쾌하게이야기한다.스티븐헤일스는우리가운을우연이나다행스러움과혼동하고있으며,그것들을서로구분함으로써주체의식을회복할수있다고말한다._에런제임스(작가,미국캘리포니아대학교철학과교수)
책속에서
예로부터사람들은우리의삶에서운이하는역할에대해주로세가지의반응을보였다.순종,반항,그리고부정.순종하는사람들은포르투나를달래거나,불운을남들에게돌리고자신은행운을차지하려애썼다.흔히운은대체가능한것,이용하거나다시채울수있는신비로운자연력으로여겨졌다.체력,의지력,집중력,성욕등수많은자연력이고갈과재생사이를오간다.운이이런성질들과같다면아껴써야할것이다.연달아돈을따던도박꾼은운이바닥나연승행진을끝내고,계속돈을잃던사람은운이다시쌓였으니성공이예정되어있다.운동선수들은연습동안의우연한플레이에운을허비하기보다는본경기를위해운을아껴두고싶어한다.[1ㆍ라케시스의제비뽑기와운의역사]에서
수학자와과학자는확률이론으로운을설명하는방식을좋아했다.계산이가능하기때문이다.숫자로운을포착하여공식과그래프로나타낼수있기때문이다.숫자를추적하기가아주어려운복잡한경우에도확률이론으로운의역할을파악할수있다고믿는사람이있을지도모른다.그저확실한데이터를손에넣기어려울(혹은불가능할)뿐이다.훨씬더골치아픈사실은가능성과달리운은‘규범적’이라는것이다.가능성은대형컴퓨터로계산할수있지만,어떤성과에대해누군가에게어느정도의공을돌려야하는지설명하려면일이틀어진다.운은좋거나나쁘거나둘중하나이며,이는통계학의영역밖에있다.물론확률이론은누군가에게의미또는중요성을띠는사건이어야운의문제로볼수있다는조건도달고있다.동네의맥주가게가맛좋은술을들여오기시작한다면,금주가에게는불운한사건이지만맥주전문가에게는행운이다.그렇다면유의미성에따라운으로평가될수있는걸까?그러나운의규범성은단순히행운과불운의문제를넘어서서공적을계산할때이용되기도한다.그런일을결정하는데오로지통계에만의지하려들면유의미성조건으로도해결할수없는심각한문제들과부닥치게된다.확률이론에관한마지막비판은바로이‘규범성의문제’이다.[2ㆍ운과실력]에서
결과적운의사례에서우리가누군가를탓하고벌하고싶어하는이유에대한심리학적설명은상황적운에는잘들어맞지않았는데,태생적운의경우에는훨씬더무용지물이된다.아인슈타인의창의성과천재성,근면함은하루종일칭찬할수있지만,그가전혀개입하지않은선천적재능에대해서는그럴수없다.샤킬오닐의화려한덩크슛은오로지그의공으로돌릴수있지만,그것을가능케한216센티미터의키는그렇지않다.그리고물론FOP때문에겪은한계를해리이스틀랙의책임으로돌리는건잔인하고부적절한평가일것이다.우리의특정한행동의결과에대해서는(운의영향이있을지라도)도덕적으로평가할수있을지몰라도우리삶의전반적인결과에대해서는그럴수없다.이는윤리적통찰의눈에박힌가시와도같고,그것을제거할마땅한도구도없다.운의여신을조롱하여‘그녀의선물이공평하게나누어지도록’하자는셰익스피어의제안은참으로따분하게들리지만,상황적운과태생적운의역할을균등하게나누는방법이있을지도모른다.[4ㆍ도덕적운]에서
결국우리가‘운’이라는단어를사용하지못하도록막을수있는건아무것도없다.우리는행운이함께하길기도하고,서로에게행운을빌어주며,운이좋아서성공했다고겸손하게말한다.그대부분은곧이곧대로들어서는안되는의례적인말이다.‘미신같은소리를하는구나’하고그냥넘어가면될일이다.운의종말을진지하게받아들인다면,운과관련된모든것을잘못된낡은패러다임의흔적으로인지해야하다.감정을드러내지않는사람을점액질형인간이라고부르거나(갈레노스의4체액설),모든천체가지구둘레를돈다고주장하는(프톨레마이오스의천동설)것과다를바없는행위로말이다.이런이론들은무해한유물이되어우리문화에잔존해있지만,세상의진리로진지하게받아들여서는안된다.[6ㆍ운의비합리적편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