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탐심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라디오 탐심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16.50
Description
- 세상의 지문이 묻어 있는 물건, 라디오에 관한 27가지 이야기
- 2021년 중소 출판사 출판 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여기 라디오라는 물건에 푹 빠진 이가 있다. 1,000대 이상의 라디오를 모아 안식처까지 만들었다. ‘모던춘지’라는 이름을 붙인 30평 정도의 공간에는 시대를 풍미한 빈티지 라디오가 가득하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진공관 라디오부터 IC칩의 시대를 연 트랜지스터라디오, 저항의 상징이었던 붐 박스와 예술품으로 인정받는 라디오까지, 세상의 모든 라디오가 모여 있다. 이 공간을 만든 저자 김형호 씨의 직업도 라디오와 인연이 꽤 깊다. 현재 〈MBC강원영동〉에서 방송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이런 물건을 혼자만 보고 즐기는 것은 이기적이고 세상에 대한 배신입니다.”
‘내 열정과 내 돈’으로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수집하기에 급급하던 이가 마음을 바꿔서 라디오와 관련한 지식을 공유하기로 한 것은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사라져가는 인류의 유산을 모두가 함께 보고 즐기며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 것이다. 저자는 “당장 라디오 박물관을 열지 못한다면 글이라도 써 보자는 생각으로 블로그에 몇 자 끄적이다 책을 쓰게 됐다.”라고 말한다.
《라디오 탐심》은 라디오라는 물건을 통해, 지난 100년간 인류가 거쳐 온 세월의 흔적을 읽는 책이다. 라디오라는 물건이 탄생과 성장,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인간, 그리고 사회와 어떤 상호 작용을 하고 무슨 유산을 남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서 모은 게 27가지의 에피소드다.
허름한 대우전자 라디오에서는 어부였던 아버지의 고단한 삶이 묻어 있고, 70~80년대 광산 지역 유행했던 붐 박스에서는 “오늘도 살아남은 것에 감사”해 하는 광부들의 나지막한 읊조림이 들린다. ‘괴벨스의 주둥이’라 불리는 독일 국민 라디오에는 전체주의 사회로 나아가려는 나치 독일의 야망이 보이고, ‘우리 동네 이름’을 라디오 모델명으로 명명하는 어느 독일 라디오 회사의 행동 속에서는 오늘날 우리의 지역 사회와 향토 기업의 관계 설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말하자면 저자에게 라디오들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다. 당대의 시대적 맥락을 담은, 세상사와 인간의 지문이 묻어 있는 물건이다. 여기에 소개된 제품들은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인류의 유산이기도 하다.
틈새책방은 매력적인 물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테마로 책을 내고 있다. 이 책은 《만년필 탐심》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책이다. 시대적인 효용은 사라진 것 같으나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물건들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당대에 가장 필요한 물건이었고 그만큼 잘 만들어야 했던 제품이기 때문이다. 만년필은 볼펜이 나오기 전 반드시 필요한 휴대용 필기구였다. 라디오는 전파로 세상의 크기를 줄였고 소통의 수단이었다. 모두에게 필요했던 이 제품들은 경쟁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야 했다. ‘탐심’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불멸을 얻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김형호

대학에서프랑스어와철학을공부했고,현재강원도에서지역방송기자로일하고있다.30대초반부터라디오를수집하고연구했다.‘모던라디오연구소ModernRadioLab’이라는이름의블로그와인스타그램에라디오와관련한글과사진,영상을꾸준히올리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PART1.사랑하면보이는것들

ㆍ아버지의라디오|대우전자라디오
ㆍ목숨값과바꾼광부의라디오|화신-소니CF-570
ㆍ사회주의표정이담긴‘소련제라디오’추적기|셀레나B210&러시아303
ㆍ세월을간직한라디오의변신|제니스835
ㆍ라디오의집,모던춘지
ㆍ수리의희열
ㆍ오디오하기와라디오하기
ㆍ주파수창도시여행|그룬딕새틀라이트2000

PART2.라디오신세계

ㆍ자그마한부품이바꾼라디오역사|리전시TR-1
ㆍ불굴의라디오장인|모델20&다이나트론노마드
ㆍ시계회사가몰랐던‘라디오의시간’|부로바250
ㆍ진공관과트랜지스터,하이브리드|톰섬TT-600
ㆍ60년간살아남은디자인|부시TR-82
ㆍ파랑을탄자동차라디오|블라우풍트더비
ㆍ예술작품이된라디오|브리온베가TS-502
ㆍ라디오간판스타|브라운T-22
ㆍ‘번안라디오’의아이러니|골드스타A-501
ㆍ사실이만하면족하다|사바트랜잘오토매틱199
ㆍVideoKilledtheRadioStar?|샤프트라이메이트5000

PART3.라디오밖세상

ㆍ‘국민라디오’의배신|지멘스VE301
ㆍ왜라디오에전쟁의옷을입히는가|ICF-5800
ㆍ세상의종말을대비한라디오|실베이니아U-235
ㆍ‘저항의상징’붐박스의부활|빅터RC-550
ㆍ우리동네라디오|사바린다우
ㆍ독일라디오방송이부럽다|텔레푼켄유빌라테
ㆍ단파라디오단상|노드멘데갤럭시메사6000
ㆍ바다위레지스탕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사라진물건,라디오를다시불러낸이유
2000년대이후에태어난세대중에는스마트폰에있는통화아이콘이왜전화기모양인지모르는경우가있다고한다.집에서사용하는유선전화기를사용해본적도,눈으로본적도없어서다.그들에게전화기는스마트폰의직사각형이더적절한상징이다.
전화는스마트폰에이름이라도남겼지만,라디오는이름조차사라졌다.지금의라디오는방송콘텐츠를의미할뿐,물건으로서의흔적은눈에보이지않는다.라디오방송도주파수를수신하는게아니라앱을통해듣는다.라디오의물성은이제우리생활에서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
이런시대에라디오라는,수명이다한기계를수집하는이유는무엇인가.수집가들은여러가지이유를든다.‘아름다운물건이다.’‘소리가좋다.’‘역사가묻어있다.’‘스토리가있다.’이런저런이야기를들으면혼란스럽기만하다.좋은것은알겠지만수집하는진짜이유에대한답이되기는어렵다.《만년필탐심》에이어《라디오탐심》을내며우리가내린결론은‘불멸성에대한욕구’였다.
잘만든물건은생명력을가진다.하물며한시대를지배한물건들이라면더욱그렇다.잉크병을가지고다니지않고도쓸수있는만년필,지구반대편의목소리도들을수있는라디오는시대의요구에부응한최첨단제품이었다.소비자의선택을받기위해당대의기술과마케팅철학,미학이집중된다.그러는와중에걸작이완성되면그제품은불멸의지위를얻게된다.수집가들은이물건들을수집하여집어삼킴으로써자신도불멸이된다.

-불멸이된라디오의매력
코로나19팬데믹상황에서여러국가의라디오청취율이크게증가했다는연구결과가있다.보편적이고단순해접근하기쉬워서‘위기에서빛을발하는매체’이기때문이다.또한자가격리등의고립된상황에서친밀감을준다고도한다.심리적불안감을완화해준다는것이다.위기나재난상황에대비할때,휴대용라디오수신기는여전히필수준비물이다.
라디오방송은여전히유용하지만,라디오라는물건자체의효용은어떤가.텔레비전과스마트폰의시대에라디오는장식품이상의의미를갖기어려운게사실이다.그러나라디오를조금더들여다보면생각이달라진다.
예전에유럽에서만들어진라디오의주파수창에는유럽도시이름이새겨져있다.라디오방송을송출하는방송도시들의이름이다.이창에어느나라의언어로,어떤도시가새겨져있느냐에따라그라디오가만들어진시기와국가,그리고그국가가인식하는세계의범위를알수있다.옛소련의라디오의주파수창에는‘상트페테르부르크’가아닌‘레닌그라드’가적혀있고,프랑스에서만들어진라디오에는식민지였던북아프리카3국이적혀있다.전파에는국경이없지만,사람들은라디오에시대의흐름을새겨넣었다.그래서라디오는대량생산공산품이지만인간들의삶의흔적,인문이묻어있는물건이기도하다.
라디오에묻은인문의흔적을찾다보면뜻밖의발견을하기도하고새로운관점을얻기도한다.라디오와방송은처음부터함께할운명이었다.라디오는전파를수신하는기계다.전파를보낼누군가가필요하다.초창기의방송은국가가관리했고,한때나치는국민들을세뇌시키는데라디오를이용했다.〈BBC〉가상업방송을허용하지않자영국의젊은이들은공해에배를띄워해적방송을내보냈다.전파를타고흘러나온해적선의로큰롤은해방구가됐다.이런역사를토대로지금의라디오방송의틀이잡혔다.
이런역사가묻어있는물건은쉽게사라지지않는다.더욱이잘만든물건이라면이책을읽는독자보다도더오래생명을이어나갈지도모른다.그리고라디오는라디오방송이사라지지않는한언제나유효하다.장식장안에있어도언제든다시자기역할을다할수있는물건이다.시대의흐름에밀려잠시쉬고있다해도라디오는다시우리에게말을걸준비가되어있다.사라지지않을물건을보고배우는것,그것이라디오의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