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자살』이라는도발적인제목으로출간된이책은말그대로프랑스라는국가가어떻게스스로죽음에이르게되었는지를보여준다.68혁명이일어나고프랑스의국부(國父)샤를드골이사망한뒤프랑스는쇠퇴일로를걷게된다.그이유는자유와세계화의구호아래공동체를와해시킨좌파와이에동조하면서사리사욕을챙기는우파의무책임에있다.엘리트들이옳다고생각하여추구한것들이사실은프랑스를좀먹고죽음에이르게했다는통렬한비판이다.에릭제무르는좌우에대한통렬한비판과함께맹렬한애국심으로이책을집필했다.한때유럽을호령했던프랑스가이제는독일과미국의눈치를봐야하는이류국가로전락했다는울분을문장으로승화한것이다.여기에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출신다운박학다식함과문화적소양이만들어낸역작이바로이책『프랑스의자살』이다.
『프랑스의자살』은한국에최초로정식소개되는프랑스우파논리를담은책이다.그동안한국사회는프랑스를비롯한해외우파의논리를배격해왔다.좌파는우파가혐오에기반한조악한논리로대중을선동한다는이유로외면했다.우파는자신들의이익에맞는부분만떼어내왜곡해왔다.이런이유로한국에서는우파의논리와비전을연구하고토론하기보다는외면하고무시했다.한국의우파엘리트들이에릭제무르에게주목한이유는그가자신의저작과미디어토론을통해좌파와제대로된토론을하고,논리로프랑스의엘리트좌파들을침묵시켰기때문이다.그리고그가이야기하는프랑스의현실은자유,세계화,민영화,이민,페미니즘,PC가화두인현재의한국사회와키워드가일치한다.그러나한국에서는이런이슈들이아직정치의영역에서성숙하지못한상황이다.프랑스의우파는이런문제들을어떻게해석하고,어떤미래를그리고있을까.이텍스트조차제대로읽어내지못한다면우리역시불치병에걸린병자가될지모른다.스스로죽음에이른프랑스처럼.
·기형적인한국의좌우구도,한국에서에릭제무르는우파가될수있을까?
·혐오와분열이예정된미래,우리를어떻게맞을것인가
에릭제무르는프랑스에서극우정치인으로평가받는다.르펜의국민연합보다도더오른쪽이라는평가를받을정도다.그런데그가한국의정치인이라면과연극우파로불릴수있을까?에릭제무르는민족주의자다.그는좌-우,보수-진보라는구분보다는국가와민족의이익을판단의기준으로삼는다.제무르는우파대통령이과거프랑스의식민주의만행에대한잘못을인정했다는이유로비판할정도다.프랑스를약하게만드는행위이기때문이라는이유다.그는세계화를반대한다.세계화는민족과국가의경계를희미하게만들고자유시장경제와민영화를강요하기때문이다.세계화시대의기업들은‘더나은경쟁력’을찾아공장을해외로이전한다.서민들은일자리를잃고삶은더욱팍팍해진다.이것이그가세계화를반대하는이유다.
한국의좌파는민족주의,반세계화,반민영화를주장하며자유시장경제의무분별한확대를경계하는이념을가진이들로규정된다.그런데에릭제무르가가진이념은한국의좌파와놀랍도록일치한다.반면한국의우파는반민족적이며,세계화와무조건적인자유시장경제를추구한다.좌우의개념이만들어진프랑스에서극우로평가받는인물의주장을한국에옮겨놓으면좌파의주장이된다.이이상한불일치는현재한국이가진이념적스펙트럼의왜곡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
대한민국의정치적혼란은가치의혼란에기인한다.서구에서탄생한다양한정치이념들을충분한고민없이받아들였다.분단과전쟁,독재와민주주의투쟁과정속에서자신의진영에이익이되는이념만취사선택했다.그과정에서진지한가치판단과논리체계는구축되지않았다.독재를지지한우파는성조기를흔들어야정권이안정된다고생각한다.평등과연대를이야기하는좌파는자식의스펙만들기에열과성을다한다.별다른고민없이기형적인정치이데올로기를쉽게내면화한결과우리나라는전통적인좌우이념으로는결코설명할수없는나라가됐다.
현재대한민국의갈등은일관된가치체계의부재에서기인한다.사안에따라가치판단이아닌이익으로판단한다.어떤사안에대해서는좌파논리를가진사람이다른사안에서는우파와같은시각을가진경우가흔하다.하나의가치체계로자신의선택을설명하고설득할수없으니토론이불가능해진다.토론이없으면민주주의는작동할수없다.어떤사회든갈등이없을수는없다.이것을공론의장에서정치로풀기위해서는일관된가치체계를가지고사회의합의를이끌어내야한다.그러나가치체계가없으면더큰힘을가진집단의이익만이대변될가능성이높다.이런사회는건강하지않다.지속가능한발전도불가능하다.갈등이고착화되면사회는불안해진다.
에릭제무르의『프랑스의자살』은왜우리나라에정치가부재한지보여주는거울과같은책이다.제무르의주장은과격해보이지만,그의논리는무시할수없다.토론의나라로불리는프랑스에서그의책이베스트셀러가된것은무지한우파들의입맛에맞는이야기를해서가아니다.『프랑스의자살』은프랑스를걱정하는지적수준이높은독자를위한호소문이다.이책을읽어낼수있다면대한민국의정치를성찰하고왜곡된정치지형을다지는길잡이로삼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