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먹는동해수산물은정말동해에서온것일까?
·식탁위수산물은바다가아니라인간이결정한다
·우리가알고있다고믿었던동해를다시읽어야할이유
동해에가면우리는자연스럽게수산물을떠올린다.항구의횟집,수산시장,메뉴판에적힌익숙한이름들.그이름들은대개우리에게한가지인상을준다.지금이곳에서잡힌싱싱한동해의생선일것이라는믿음이다.그러나《동해탐독》은바로그익숙한믿음에서출발해,우리가잘안다고생각했던동해의수산물이실제로는얼마나복잡한과정을거쳐식탁에오르는지보여준다.
동해안에서먹는수산물이라고해서모두동해에서잡힌것은아니다.현지식당과시장에서만나는생선가운데는수입산도있고,다른지역에서들어온것도있다.더나아가우리가부르는이름이실제생물학적이름이나어업현장의이름과어긋나는경우도적지않다.가자미,곰치,광어,대게같은이름들은단순한음식이름이아니라지역의관습,유통의편의,소비자의인식,시장의가격이뒤섞인결과다.이책은그이름들이어떻게만들어지고,왜그렇게소비되는지를하나씩따라간다.
이책이흥미로운이유는동해수산물을‘맛있는먹거리’나‘사라져가는자원’으로만다루지않는다는데있다.저자는바다에서식탁까지이어지는과정을정보의왜곡,자원변화,정책과제도,어부와유통,지역과음식문화의관점에서살핀다.수산물은바다에서건져올린순간그대로식탁에도착하지않는다.어떤이름으로불릴지,어떤가격이붙을지,고급음식이될지흔한생선이될지는바다보다인간이만든구조속에서결정되는경우가많다.
우리는흔히동해를변하지않는바다로생각한다.푸른바다,오징어,명태,문어,싱싱한회.그러나바다는그대로있지않다.기후변화로명태는동해에서사라졌고오징어는울릉도를떠났다.어업의방식과유통의구조도계속달라지고있다.문제는바다가변한다는사실보다,우리가그변화를우리에게익숙한이름과기준으로붙잡으려한다는데있다.익숙한메뉴판과가격표는바다의변화를설명하는것이아니라오히려가리는장치가되기도한다.우리는동해를보고있다고생각하지만,사실은동해를인간의편의와관성으로해석하고있는것이다.
《동해탐독》은바로그간극을읽어내는책이다.이책은동해를낭만적인여행지나풍성한먹거리산지로만소비하던시선에서눈을돌리게한다.대신우리가먹는수산물이어떤바다에서왔고,어떻게잡히며,어떤이유로지금의이름을얻었고,어떤유통과제도를거쳐가격이매겨져식탁에올랐는지묻는다.그질문을따라가다보면독자는동해수산물이단순한음식이아니라바다의변화,지역의산업,인간의선택과제도가겹쳐진결과물임을알게된다.
그래서이책의제목은《동해탐독》이다.동해는눈으로보고,메뉴판으로고르고,가격으로소비하는대상에머물러서는안된다.변하는바다를제대로이해하기위해서는그안에얽힌이름과제도,유통과인식의구조까지읽어야한다.우리가알고있다고믿었던동해가더이상우리가알던동해가아니게되기전에,이책은동해를다시읽어야할이유를차분하지만분명하게보여준다.
책속에서
해양수산만큼지역에깊이묶인분야도드물다.서울에는바다가없고,중앙집권화된뉴스는해양수산을대개수산물가격이나먹거리정보로만다룬다.방송과언론은수산물을잘안다고말하면서도실제로는파편화된정보만쏟아내며왜곡된시각을만들어낸다.‘먹방’으로포장된식탁은잡는과정보다먹는장면에집중하고,소비자는바다보다메뉴판을먼저본다.동해바다를동경하면서도우리는동해안수산업이어떻게움직이는지는잘알지못한다.
_프롤로그
결국고래가보호대상이면서도보호받지못하는이유는분명하다.엄격한보호를전제로설계된정책이아니기때문이다.보호와식용을동시에허용하는제도안에서고래는보호할존재가아니라,조건부로소비가능한대상으로재분류된다.우리는그결과를아무렇지않게수산물이라는이름으로받아들인다.
_PARTZERO.고래/02.고래는왜보호받지못하는가?
그날이후로나는고래혼획기사를쓰지않기로결심했다.고래가불쌍해서가아니다.보호대상이면서동시에합법적인식재료로유통되는구조가너무불합리해보였기때문이다.그모순이아무렇지않게반복되는장면을,더이상“바다의로또”라는말로전하고싶지않았다.고래는죽어서밥이된다.그순간,시장은생명을가격으로만읽는다.
_PARTZERO.고래/04.내가고래혼획기사를쓰지않는이유
항구근처의식당이거나주인이직접어업에종사하지않는한,동해안도심의생선전문음식점에서제공되는수산물은수입산이나양식산일가능성이높다.동해안에서동해안수산물을팔지못하는이유는단순한어획량부족때문이아니다.가격과유통,소비구조가맞지않아생기는복합적인문제다.
_PARTI.가자미/02.‘동해안식당’에는국내산가자미가없다
오징어는사라진것이아니라이동하고있다.문제는그이동을따라잡지못하는우리의방식이다.이미식탁에서변화의움직임이나타나고있다.국내연근해어획량이줄어들면서,원양어업과수입의존도가높아졌다.가공식품과외식에사용되는오징어는대부분냉동수입산으로대체됐다.과거처럼가까운바다에서잡은오징어를소비하는구조는유지되기어렵다.
_PARTII.오징어/04.우물쭈물하다가바뀌어버린식탁지도
해양수산분야는사회과학이아니라자연과학의영역에가깝다.해양은사회적합의나규범으로통제할수있는대상이아니다.어업인의요구나지역경제논리로규정을조정한다고해서,어족자원이그에맞춰움직이지않는다.인간이파악한제한된자료만으로바다전체의변화를예측하기는불가능하다.그럼에도정책은사회적합의와이해관계에의해바뀌고결정된다.
_PARTIII.명태/03.명태도대구도사라지는바다,개입은어디까지?
어촌계관리해역에는잘알려지지않은비밀이있다.그해역에는사실누구나들어갈수있다.어촌계가양식한수산물을채취하지않으면된다.어촌계가직접방류한어류가아니라면물고기를잡는것도가능하다.문제는어떤수산물이방류된것인지현장에서구분하기어렵다는점이다.이때문에관행적으로어촌계관리해역출입자체를제한한다.불필요한분쟁을피하기위해서다.
_PARTIV.문어/04.문어전쟁
수산물은바다에서곧바로음식이되는것이아니라,유통을거치며식재료로전환된다.이과정이가려질수록우리는그것을단순한음식으로만받아들인다.생명이식재료로전환되는과정을인식하지못하면,소비는점점더‘상태’만을기준으로삼는다.살아있는지,살이찼는지,가격이어떤지만남고,그이전의과정은사라진다.이런소비방식은유통구조를강화한다.빠르게팔리고,보기좋고,상태가유지되는방식만살아남는다.
_PARTV.대게/03.대게는어떻게생명에서식재료가됐나?
수산물의기호학적불일치는단순히명칭의문제가아니다.무엇을어떻게부르고,그이름을누구의기준으로정하느냐의문제다.어촌의언어와시장의언어,행정의언어가어긋난자리에서‘미거지’는사라지고‘곰칫국’만남았다.이름을잃은물고기는,문화속에서도점점정체성을잃어간다.
_PARTVI.곰치/03.‘미거지’를‘곰치’로못바꾸는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