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탄생

우리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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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진정한 우리말과 우리글의 탄생!
우리말 사전(조선말큰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 50년 동안의 길고 험난했던 전 과정을 집중 조명한 『우리말의 탄생』.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후에 이르기까지 민족사의 격동기에 오로지 우리말 사전 편찬 하나에 온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의 좌절과 고통, 그리고 완성의 기쁨을 담은 책이다. 이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를 새롭게 비춰주며, 우리말 사전의 탄생이 진정한 우리말과 우리글의 탄생이었음을 보여준다.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1929년부터 시작된 조선어사전 편찬사업의 결실인 원고지 2만 6500여 장 분량의 조선어사전 원고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1947년 10월, 《조선말큰사전》의 첫째 권이 출판되었다. 조선어학회에서 한글학회로 바뀐 뒤에 완간된 《조선말큰사전》은 이전에 나온 다른 사전들에 비해 이 사전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물이 집대성되었고, 민족적 권위를 인정받은 단체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완간 이후 많은 사전들의 젖줄이 됨으로써 ‘국어사전’으로서 대표성을 갖추었다.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수많은 자료와 사진을 토대로 우리말 사전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 일제의 탄압이 한창이던 시기에 그들은 왜 목숨까지 걸어가며 사전을 편찬하려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역사에서 우리말 사전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현재적,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저자

최경봉

지은이:최경봉
원광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사전편찬실에서근무하며《고려대한국어대사전》편찬에참여했었다.그간어휘의미론,국어학사,국어정책과관련한연구를해오면서,《어휘의미론:의미의존재양식과실현양상에대한탐구》,《의미따라갈래지은우리말관용어사전》,《국어명사의의미연구》,《국어사전학개론》(공저),《국어선생님을위한문법교육론》(공저),《우리말문법이야기》,《근대국어학의논리와계보》,《한글과과학문명》(공저),《한글에대해알아야할모든것》(공저),《우리말의수수께끼》(공저),《영어공용화국가의말과삶》(공저),《한글민주주의》등을저술하였다.  

목차

책을시작하며-다시태어난우리말

1부사전의탄생
1.서울역창고에서발견된원고뭉치

2.《조선말큰사전》첫째권출간
첫번째결실
국방헌금은왜조선어학회에기부되었을까
사전이바꾼인생,그들이만든사전

3.표준사전이된《조선말큰사전》
조선어학회,우리말교육의설계자
두번의출판기념회가갖는의미
또다른사전,《표준조선말사전》의발간

4.사전편찬,누가,왜,어떻게시작했나?
사전편찬의첫걸음
신문이주목한사전편찬
민족의자존심을세우기위해
시대적과제로떠오른우리말사전
조선인을위한,조선인에의한,조선어사전
조선어사전의권위를만들어가다
사전편찬회발기인108명
조선어학회를주목할수밖에없는이유

2부길을닦은사람들
1.한발앞서사전을말하다
이봉운,전통문법학의그릇에근대문법학을담다
지석영,종두를배우기위해조선어를연구하다

2.대한제국의아카데미프랑세즈,국문연구소

3.주시경과조선어교사들
어문운동의탁월한전략가,주시경
백년지대계를국문으로설계하라
조선어교사심의린,사전을펴내다

4.식민지지식인들의모임,광문회와계명구락부
광문회,《말모이》편찬으로우리말사전의초석을쌓다
계명구락부,조선어학회로가는다리를놓다

3부사전의모습
1.말을모두모아라
옛말은내버릴것인가?
조선말의총량
어디까지가새말인가,새말규정하기
‘시골말캐기잡책’의성공,자원봉사자의힘!
조선사회지식역량의집중,전문어의풀이
모아놓은어휘들을어떻게배열할까?

2.‘서울의중류계층에서사용하는말’이표준어가된까닭
어떤말을표준으로삼아야하나
표준어,언어획일화의문제
표준어의협동적애용을촉구하다:조선어학회표준어사정위원회의활동

3.단어의뜻을정하다
조선어를조선어로설명하다
단어의의미는그단어가쓰인용례로부터나온다

4.최대의난관,철자법논쟁
혼란의시작
철자의통일이민족정신의통일이라믿었다
온조선의관심사,철자법토론회
문학인들,조선어학회를지지하다
격렬했지만지루했던논쟁

4부좌절과전진의세월
1.사전원고에얽힌사람들
상하이에있는김두봉을찾아길을떠나다
개성에사는이상춘,그의혼이담긴사전원고를기증하다
문세영,최초의조선어사전을간행하다

2.후원자가없었다면?
사전편찬후원회의재결성
조선어학회만의독립건물이생기다
출판업자들의활약

3.기다림,탄압,무관심,좌절
지난한사전편찬,사명감만이살길이다!
수양동우회와흥업구락부사건의충격
이세상에조선어는무용(無用)
서울거리는카키일색:조선어사전편찬회상무위원‘신명균’의자살

4.드디어원고완성
총독부는왜조선어사전출판을허가했는가
일본의식민지언어정책이궁금하다
조선어학회사건의의미

5.사전의출간
우리말사전의출간이마무리되기까지
《큰사전》이후의사전

5부조선어학회사람들
1.서구지식의세례를받다
기독교와조선어학회
조선어학회의해외유학파들
경성제국대학조선어문학과와조선어학회

2.민족이곧신앙
대종교와조선어학회
우리말의기원을보는눈:주시경의시각
주시경의또다른모습들

3.좌·우파의지지를고루받다
독립운동세력과조선어학회
이념을넘어

4.대중은조선어학회를어떻게의미화했나

책을마치며-우리말의새로운탄생을꿈꾸며

연표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최초의‘우리말사전’은왜,어떻게만들어졌을까?
우리말사전편찬사,그50년의역사를집중조명하다


이세상에는수천개의언어가존재한다.하지만같은언어를쓰는언어공동체들중자신들의언어로만든‘사전’을가지고있는경우는극히일부다.사전을가지고있더라도서로다른언어들을대응시켜서만든대역사전(어떤언어의단어에그단어와뜻이같은다른언어의단어를대응하여만든사전,예컨대한영사전,영한사전등)에만기록되어있는언어가대부분이지,한언어만으로기록한사전으로좁히면그수는더욱줄어든다.한언어의규범이자기준이되는사전을가지고있다는건언어를가지고있다는사실과는또다른차원의의미이자성취라고할수있다.한민족이자신들이사용하는언어만을사용하여기록한사전을가지고있다는건굉장히특별한일인것이다.
대한민국은모국어인‘한글’로만들어진우리말사전을가지고있는언어공동체다.각가정마다두꺼운국어사전을한권씩책장에꽂아두며찾아보던시기가있었고,근래엔국립국어원홈페이지나인터넷포털사이트를통해손쉽게사전서비스를이용한다.우리는보통띄어쓰기등을비롯한맞춤법이나,사용하려는단어의뜻이나용례를찾아볼때사전을찾아보곤한다.우리말사전이있기에국민들이통일된규칙을기반으로효율적이고정확한의사소통을나눌수있는것이다.
하지만우리는오늘날우리가사용하는말과글의기준역할을하는사전이어떤의도와과정을통해만들어진것인지에대해큰관심을두지않았다.《우리말의탄생》은이러한인식에경종을울리며,최초의우리말사전(《큰사전》)이만들어지기까지50년동안의길고험난했던전과정을집중조명한다.원광대국어국문학과최경봉교수는직접발로뛰어얻은수많은자료와사진을토대로우리말사전은어떤과정을통해만들어졌는지,어떤사람들이만들었는지,일제의탄압이한창이던시기에그들은왜목숨까지걸어가며사전을편찬하려했는지살펴보며,우리역사에서우리말사전이가지는의미와중요성에대한깊이있는통찰을제공한다.

우리말사전이탄생하는과정은곧
우리말과우리글이다시탄생하는역사였다


표준어란아주오래된규범같이느껴지지만,실은채100년도되지않은‘신생언어규범’이다.이런표준어가어떻게동서를막론하고각국의근대를만들어냈는가에대해살펴보는것은매우의미있는작업이라할수있다.국가체제가질서있는의사소통과정속에서만유지,발전될수있다고할때근대민족국가는모국어의규범화에노력을기울여야했다.모국어문법서를발간하고모국어사전을편찬하는것과같은일은규범화의시작이면서결과였다.
비록서구와시간차는있었지만,우리역시국가적으로나전사회적으로말의규범화작업은중요했고,이를집대성한결과물인사전편찬은시대적과제가되었다.문제는우리역사에서근대민족국가로나아가는이시기가새로운나라를만드는시기이자동시에종속이라는불행의씨앗을키우는시기라는점이다.한일병합이후근대민족국가의수립이라는목표가사라지자,우리말연구와정리사업의방향은모호해질수밖에없었다.그러나민족혼을지키고자하는강렬한의식이우리말사전편찬사업의원동력이되었다.식민지지배를받던시대,조선어규범화와조선어사전편찬을위한일이사회적으로큰호응을받으며시작될수있던데는‘언어민족주의’라는이념의힘이크게작용했다.결국조선어사전은우리민족이식민지배하에서마지막까지지켜낸우리말을집대성한결과물인셈이다.그작업이해방후까지고스란히이어져현재의우리의생각과정신을표현해내는도구가될수있었다.그런의미에서이책은우리말사전의탄생이진정한우리말과우리글의탄생이었음을,그리고우리말사전이탄생했던시기가근대민족국가가탄생하고몰락하고재건되던시기였음을보여준다.

우리말사전편찬을통해
우리말의권위를세우다


사전편찬사는곧근대적소통구조를확립하기위한모국어정리사업의역사라고할수있다.일반적으로이과정에당대의지식인들및그들과이해를같이하는부르주아들의광범위한참여속에국가의지원으로모국어정리사업은이루어지고,모국어정리사업의꽃이었던사전은이처럼다수의참여속에서그권위를만들어간다.하지만,다른나라의사정과달리식민지배라는특수상황에서사전편찬을진행했던우리의경우는어떻게사전의권위를세울수있었을까.모국어정리의결과로사전을펴내는것이아니라사전을통해모국어를정리한것이우리말사전편찬사의특색이라할수있겠다.
그런취지에서‘조선인에의한,조선인을위한,조선어사전’을만들기위한조선어편찬회가조직되고,편찬사업이진행되면서자연스레민족정신을내세운조선어학회가좌·우파의고른지지를받는독립운동단체로인식되어민간단체에불과한조선어학회의사전이민족의사전으로우뚝설수있었다.또한사전편찬회의결성으로이사전의의미를집중조명한《동아일보》나《조선일보》같은조선어신문들역시그필요(통일된어휘지침필요,문맹타파로인한독자수상승및판매증가로인한사세확장)에의한것이기는했지만우리말사전의권위를단단하게하는데많은기여를했다.
하지만사전편찬을위해모국어정리를단행하면서문제가없는것은아니었다.‘서울의중류계층이사용하는말’이라는규정으로표준어기준을정함으로써,어휘의미세한차이를인정하지않고,한지역혹은한계층의말로대체해버리는것은표준화과정의폭력성이라고말할수있다.그러나조선어학회의표준어사정을반드시언어의단순화과정이라고말하기는힘들다.모국어정리의결과물이아니라,사전을통해정리를시도했던우리의특수한사전편찬방향때문에조선어학회의표준어사정은어휘간미세한의미차이를규명하는계기가되었기때문이다.한학술단체가이일을진행했다는점때문에오히려조선어학회는모든사람들에게인정받을수있는안을도출하기위해노력할수밖에없었을것이다.
결국우리말사전편찬은지식인들만의사전이아닌조선어를사용하는모든사람들이전부관심을갖고호응을보내는민족사업이되면서그권위까지도인정받을수있게되었다.

사전편찬을위해인생을다바친사람들의감동적인이야기

국문정리의방향을잡는데선구적역할을한이봉운과지석영,이능화와국문연구소사람들.근대국어학의대부주시경,직접사전을편찬했던조선어교사심의린,사전편찬사업에뛰어든식민지지식인들의모임인광문회와계명구락부사람들…….비록완성된형태의사전이라는결과물을내놓지는못했으나,우리말사전의기초를위해평생을다바친사람들이다.이들의노력을밑받침삼아사전편찬을하려던김두봉,평생모은사전원고를조선어학회에기증한이상춘,대사전이아니긴하지만최초의조선어사전이라할수있는사전을펴낸문세영,108명의발기인을모아편찬사업의시동을건이극로,수양동우회와흥업구락부사건으로초토화된조선어학회의추락을지켜보기힘들어자살한신명균,조선어학회사건으로옥고를치른이윤재등조선어학회사람들,조선어학회정신을이어받아끝까지사전편찬을위해노력한정태진,김병제,최현배,이희승,정인승…….일일이열거하기힘들만큼많은사람들이우리말사전하나에자신의모든것을다걸었다.그들에게사전편찬은힘들게캐낸원석을가공하여아름다운보석으로만드는것과같은작업이었으리라.그보석을엮어내는일의흥미로움이그들을사전편찬의길로들어서게했을것이다.그들의사전편찬기가우리에게감동을주는이유는그들이만든우리말사전이땀과피가섞인노력의결정체이자그들의희로애락이모두묻어있는결과물이기때문이다.

왜지금우리는사전편찬의역사에주목해야하는가?

“그나라말과그나라글은그나라가홀로섬의특별한빛이라.”-주시경

2019년,우리는3·1운동100주년을맞이했다.우리근현대사의가장중요하고의미깊은사건인만큼,여러분야에서3·1운동을기념하고,우리선조들이행한독립운동의의미와중요성을다시금기억하려는움직임이일고있다.《우리말의탄생》또한,사전편찬사를살펴봄으로써독립운동을다각도로조망해보려는의도를담았다.
조선어학회회원으로서우리말사전편찬의주역이었던이극로선생은“말은민족의정신이요글은민족의생명이니,정신과생명이있으면그민족은영원불멸할것”이라고말했다.사전편찬자로서선생의확고한신념과의지를읽을수있는대목이다.일제의탄압이한창이던시기사전편찬자들은목숨을바쳐가며편찬작업을이어나갔다.그들에게있어사전편찬은곧‘독립운동’이었던것이다.말과글을지킴으로써나라를지키려했던그들이있었기에일제의문화말살정책에도불구하고민족의혼을담는그릇인언어를지켜낼수있었고,나아가‘우리민족이사용하는말’에규칙을세우고기준점을만들어‘국가의공식언어’로자리매김할수있었다.‘한국어’는우리말사전의탄생과함께근대국가의언어로비로소온전하게탄생했으며,이는곧대한민국이근대국가로발돋움하는발판이되었다.3·1운동100주년을맞아,우리말사전편찬사를조명해야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아무쪼록이책이우리가사용하는말의현재적,역사적의미를되새겨보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

※《큰사전》을최초의국어사전이라고한이유

조선어학회에서한글학회로바뀐뒤에완간된《큰사전》전에도우리말사전은출간되었다.그럼에도,이책에서1897년이봉운의《국문정리》와주시경의‘국문론’에서사전편찬의필요성이제시된뒤부터1947년《큰사전》첫째권의발간까지50년을강조한이유는,이사전이가진상징적의미때문이다.이전에나온다른사전들에비해이사전에는많은사람들의노력의결과물이집대성되었고,민족적권위를인정받은단체에의해만들어졌으며,완간이후많은사전들의젖줄이됨으로써‘국어사전’으로서대표성을갖추었기때문이다.이책이조선어학회와《큰사전》에얽힌이야기만다루고있지않은것은바로《큰사전》의이런특징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