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자들

몽유병자들

$48.00
Description
전쟁은 어떻게 유럽에 찾아왔을까?
1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은 어느 나라든 내게는 방어적 의도가, 상대에게는 공격적 의도가 있다고 말하는 세계였다. 초지일관 전쟁을 역설한 호전파가 일부 있기는 했지만, 집행부 전체를 놓고 볼 때 전쟁을 적극적으로 계획한 국가는 없었다. 그럼에도 믿음과 신뢰의 수준은 낮고 적대감과 피해망상의 수준은 높은 집행부들이 서로의 의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속사포처럼 상호작용한 결과, 사상 최악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핵심 의사결정자들은 자국을 최우선하는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자신의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결코 전망하지 못했다. 1914년의 주역들은 눈을 부릅뜨고도 보지 못하고 꿈에 사로잡힌 채 자신들이 곧 세상에 불러들일 공포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 몽유병자들이었다. 저자는 『몽유병자들』에서 특정한 개전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 또 하나의 가설 또는 관점을 내놓기보다는 전쟁을 불러온 핵심 행위자들의 결정을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따라가는 접근법을 택해 그들 간 상호작용의 연쇄를 면밀히 추적한다.

이 책은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반목하다가 전쟁에 불을 붙인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에 초점을 맞추어 사라예보 암살사건 전야까지 두 나라의 상호작용을 따라간다. 2부에서는 서사를 중단하고 4개의 장에 걸쳐 ‘유럽은 어떻게 적대하는 두 진영으로 양극화되었는가?’, ‘유럽 국가들은 외교정책을 어떻게 수립했는가?’ 등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3부에서는 사라예보 암살로 시작해 핵심적 결정 중심지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검토하고, 위기 고조를 위한 계산과 오해, 결정을 조명하는 등 7월 위기 자체에 관한 서사를 제공한다.

저자

크리스토퍼클라크

지은이:크리스토퍼클라크(ChristopherClark)
케임브리지대학역사학교수.오스트레일리아출신으로유럽근현대사와정치사상,지성사를연구하고있다.시드니대학,베를린자유대학,케임브리지대학에서수학했다.영국학술원회원이며2015년영독관계에기여한공로로훈작사작위를받았다.프로이센과독일의역사를다룬2006년저서《강철왕국:프로이센의흥망,1600~1947(IronKingdom:TheRiseandDownfallofPrussia,1600-1947)》로울프슨역사상을비롯해여러상을받았으며,이책의독일어판출간을계기로독일사에관한가장권위있는상가운데하나인독일역사학계상을비독일어권학자로는최초로수상했다.그밖에저서로《카이저빌헬름2세:권좌의삶(KaiserWilhelmII:ALifeinPower)》,《개종의정치:프로이센의선교적개신교와유대인,1728~1941(ThePoliticsofConversion:MissionaryProtestantismandtheJewsinPrussia,1728-1941)》이있고,편저서로《문화전쟁:19세기유럽의가톨릭-세속분쟁(CultureWars:Secular-CatholicConflictinNineteenth-CenturyEurope)》이있다.  

옮긴이:이재만
대학에서사학을공부했고,출판편집자로일했다.현재는역사서와인문서번역에주력하고있다.옮긴책으로《문명과전쟁》,《세계제국사》,《정복의조건》,《영국외교관,평양에서보낸900일》,《영국노동계급의상황》등이있다.  

목차

옮긴이의말
감사의말
1914년유럽지도

서론

1부사라예보로가는길들
1장세르비아의유령들
베오그라드암살사건|‘무책임한분자들’|심상지도|결별|격화|세차례튀르크전쟁|대공암살음모|니콜라파시치,대응하다

2장특성없는제국
갈등과평형|체스선수들|거짓말과위조|기만적고요|매파와비둘기파

2부분열된대륙
3장유럽의양극화,1887~1907
위험한관계:프랑스-러시아동맹|파리의판단|영국,중립을끝내다|늦깎이제국독일|대전환점?|벽에악마그리기

4장유럽외교정책의뭇소리
주권을쥔의사결정자들|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누가통치했는가?|파리에서는누가통치했는가?|베를린에서는누가통치했는가?|에드워드그레이경의불안한우위|1911년아가디르위기|군인과민간인|언론과여론|권력의유동성

5장얽히고설킨발칸
리비아공습|발칸난투극|갈팡질팡|1912~1913년겨울발칸위기|불가리아냐세르비아냐|오스트리아의곤경|프랑스-러시아동맹의발칸화|속도를올리는파리|압박받는푸앵카레

6장마지막기회:데탕트와위험,1912~1914
데탕트의한계|‘지금이아니면안된다’|보스포루스의독일인들|발칸개시시나리오|남성성의위기?|미래는얼마나열려있었나

3부위기
7장사라예보살인사건
암살|사진처럼기억된순간들|수사시작|세르비아의대응|무엇을해야하는가?

8장확산되는파문
외국의반응|호요스백작,베를린에파견되다|오스트리아가최후통첩을보내기까지|가르트비크의죽음

9장상트페테르부르크의프랑스인들
드로비앙백작,열차를갈아타다|푸앵카레,러시아행배에오르다|포커게임

10장최후통첩
오스트리아,요구하다|세르비아,대응하다|‘국지전’이시작되다

11장경고사격
강경책의우세|“이번에는전쟁이다”|러시아의사정

12장마지막날들
낯선빛이유럽지도로내려오다|푸앵카레,파리로돌아오다|러시아,군대를동원하다|어둠속으로뛰어들기|“뭔가오해가생긴게틀림없습니다”|폴캉봉의시련|영국,개입하다|벨기에|군화

결론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914년의주역들은눈을부릅뜨고도보지못하고꿈에사로잡힌채
자신들이곧세상에불러들일공포의실체를깨닫지못한몽유병자들이었다.”


2017년12월펠트먼유엔사무차장이리용호북한외무상에게건네화제가된책.1차세계대전발발100주년을맞아쏟아진저서들중“걸작”이라는찬사가쇄도하며새로운표준저작으로손꼽힌책.《몽유병자들(TheSleepwalkers)》의한국어판이드디어출간되었다.
1차세계대전이전유럽에서전쟁을적극적으로계획한국가집행부는없었다.어느나라든내게는‘방어적’의도가,상대에게는‘공격적’의도가있다고말했다.핵심의사결정자들은자국을최우선하는자신의노력이어떤결과로이어질지전망하지못했고,상호신뢰수준은낮고적대감과피해망상의수준은높은집행부들이서로의의도를알지못한채속사포처럼상호작용한결과,최악의대참사가일어났다.
저자는그들의결정을최대한그위치에서이해하기위해,‘왜’가아니라‘어떻게’전쟁이일어났는지를주목한다.그들은역사의비인격적인전진운동에보조를맞춘조력자,체제의논리에따라움직인꼭두각시에불과했던것이아니라,행위능력으로가득하고충분히다른미래를실현할수있는주역이었다.전쟁은불가피한귀결이아니라그들이내린연쇄결정의정점이었다.
21세기세계정세는100년전유럽과매우흡사하다.냉전이끝난이래안정적인세계양극체제가복잡하고예측불가능한여러세력에자리를내주었고,그와중에제국들이쇠퇴하고신흥국가들이부상했다.1914년여름위기의경과를읽는독자들은필시그생생한현대성을알아차릴것이다.특히우발적분쟁의가능성과함께살아온한국독자들에게이책의이야기는매우중요한통찰을제공할것이다.

2017년12월,펠트먼유엔사무차장은왜
리용호북한외무상에게이책을건넸는가?

2017년12월,북한을방문한제프리펠트먼유엔사무차장은리용호북한외무상을만나‘우발적충돌방지’를위한3대요구사항을밝혔다.요구내용은2009년중단된군연락채널을복원해우발적인전쟁의위험을줄일것,미국과대화할준비가되었다는신호를보낼것,유엔안보리의비핵화결의를이행할것이었다.또펠트먼은외교회담자리에서는이례적으로역사책을한권건넸다.바로이책,크리스토퍼클라크의《몽유병자들》이다.100년도더전에유럽에서일어난전쟁의원인을다룬,한국어도아닌영어로쓰인두꺼운역사책을북한외무상에게전달한펠트먼의행위에는분명외교적메시지가담겨있었을것이다.그메시지는무엇이었을까?

“걸작(masterpiece)”-《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데일리메일》
“기념비적인,계시적인,심지어혁명적인책”-《보스턴글로브》
“1차세계대전의원인에관한최상의서술”-《가디언》《워싱턴포스트》
“새로운표준저작”-《포린에퍼어스》
“빈틈없는연구,섬세한분석,우아한산문을결합한아름다운저술”-《워싱턴포스트》
《인디펜던트》《선데이타임스》《파이낸스타임스》등올해의책선정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로라섀넌상수상


지난2014년서구에서는1차세계대전개전100주년을맞아전전(戰前)유럽을새롭게조명한저작들이앞다투어출간되었다.마거릿맥밀런의《평화를끝낸전쟁》,션맥미킨의《1914년7월》,맥스헤이스팅스의《1914년의파국》등굵직한책들이한꺼번에쏟아져나온터라주요언론에서는몇종을추려비교하는서평을싣기도했다.이경쟁장에서《몽유병자들》은이언커쇼와니얼퍼거슨등저명한학자들로부터1차세계대전의기원에관한이해를재정립하는새로운표준저작이자일급서사라는호평을받았다.《뉴욕타임스》《인디펜던트》《파이낸스타임스》등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고,우수한유럽관련연구에수여되는로라섀년상을수상했다(2015).또한독자들에게도큰사랑을받아이제는바바라터크먼의《8월의포성》의뒤를잇는필독서로자리매김했다.
이책의주제인1차세계대전발발직전의‘7월위기’는역사상가장복잡한위기,쿠바미사일위기마저무색케하는위기중의위기로꼽힌다.이전쟁의기원또는원인을다룬문헌만해도하나의‘산업’이라불릴만큼방대하다.이런이유로“이전쟁의기원에관한관점들가운데일군의선별한자료들로뒷받침할수없는관점은사실상없다.”(27쪽)이를잘아는저자는특정한개전원인에초점을맞추어또하나의가설또는관점을내놓기보다는전쟁을불러온핵심행위자들의결정을시간순으로차근차근따라가는접근법을택한다.다시말해그들간상호작용의연쇄를면밀히추적한다.
이책은3부로나뉜다.1부에서는반목하다가전쟁에불을붙인세르비아와오스트리아-헝가리에초점을맞추어사라예보암살사건전야까지두나라의상호작용을따라간다.
2부에서는서사를중단하고4개장에서다음네가지질문을한다.①유럽은어떻게적대하는두진영으로양극화되었는가?②유럽국가들은외교정책을어떻게수립했는가?③발칸반도(유럽에서권력과부의중심지들과는거리가먼주변부지역)는어떻게그토록엄청난위기의무대가되었는가?④데탕트시대로들어서는듯했던국제체제는어떻게전면전으로치달았는가?
3부에서는사라예보암살로시작해핵심적결정중심지들사이의상호작용을검토하고,위기고조를위한계산과오해,결정을조명하는등7월위기자체에관한서사를제공한다.

“왜”발발했는가가아니라“어떻게”일어났는가로
-1차세계대전의책임론을넘어

지금까지1차세계대전의원인에대한논의는주로전쟁이‘왜’발발했는가에초점이맞춰져왔다.이는2000만명의목숨을앗아간대참사가‘누구’때문에일어났느냐라는책임론으로흐르기십상이다.이런책임지우기는개전이전부터시작되어1919년베르사유조약의‘전쟁책임’조항(전쟁발발의책임은독일과그맹방들에게있다)과그에따른막대한배상금부과,1960년대독일역사가프리츠피셔의‘피셔테제’(독일카이저빌헬름2세와그의각료들이유럽에서독일의고립을타파하고,국내불만세력을억누르고,무엇보다세계강국으로발돋움하기위해사전에전쟁을계획하고결국실행에옮겼다는관점)를거쳐지금까지면면히이어지고있다.
그에반해이책을포함해앞서언급한최근저작들은대체로유럽국가들의공동책임을강조한다.특히저자는다자간상호작용을도외시한채단한국가에전쟁책임을지우거나교전국들의‘유책순위’를매기는견해가증거에부합하지않는다는것을세밀한서술로설득력있게입증한다.이책을다읽은독자라면(영국은차치하더라도)프랑스와러시아의책임이적어도독일과오스트리아-헝가리의책임못지않다는데동의할것이다.이러한관점에서보면1914년전쟁은유럽국가들이공유하던정치문화의소산,특정국가의범죄가아닌공동의비극이었다.

1914년의핵심의사결정자들은구조와체제의꼭두각시가아니라
행위능력으로가득한주역이었다

이책의중심주장은핵심의사결정자들이걸어간길들을밝혀야만1914년7월의사태를제대로이해할수있다는것이다.이를위해전쟁에앞서연달아일어난국제‘위기들’을단순히재론하는수준을넘어그사건들이어떻게경험되었는지,인식을구조화하는서사에어떻게엮여들어갔는지,어떻게행위를추동했는지이해할필요가있다.저자는의사결정자들의결정을최대한그들자신의위치에서이해하고자전쟁이‘왜’일어났느냐는물음보다는‘어떻게’일어났느냐는물음에주목한다.유럽을전쟁으로이끄는결정을내린사람들은어째서그렇게행동하고,상황을그렇게바라보았을까?수많은자료에서찾아볼수있는개인들의두려움과불길한예감은흔히바로그개인들에게서나타나는오만하고허풍떠는태도와어떻게연결되었을까?알바니아문제와‘불가리아차관’같은전쟁이전의이국적특징들이어째서그토록중요했고,또정치권력을가지고있던사람들에게어떻게파악되었을까?의사결정자들은국제정세나외부위협을논할때실질적인무언가를보고있었던걸까,아니면그들자신의두려움과욕구를적에게투영하고있었던걸까?아니면둘다였을까?저자는1914년여름이전과여름동안핵심행위자들이차지하고있던매우역동적인‘결정하는위치들’을최대한생생하게재구성함으로써독자들이이러한질문들에스스로답을찾을수있게안내한다.
저자는그들의미래가닫혀있었다고전제하는우를범하지않는다.오히려그들에게다양한선택지가열려있었고그들각자실제역사와는다른미래의씨앗을품고있었다고힘주어말한다.그들은역사의비인격적인전진운동에보조를맞춘조력자,체제의논리에따라움직인꼭두각시에불과했던것이아니라행위능력으로가득하고충분히다른미래를실현할수있는주역이었다.전쟁은불가피한귀결이아니라그들이내린연쇄결정의정점이었다.물론그렇다고우발성에만초점을맞추어서는안될것이다.저자가의도하는핵심은‘균형’이다.“1차세계대전이어째서일어나지않을수도있었는지이해하는것은그자체로중요하지만,이통찰은전쟁이실제로어떻게,그리고왜일어났는가에대한이해와균형을이루어야한다.”(563쪽)

1914년유럽에서21세기의세계를읽다
-100년전전쟁사를들여다보아야하는이유

앞서말한펠트먼의책선물에대해《워싱턴포스트》의칼럼니스트데이비드이그나티우스는,펠트먼이의도하지않은분쟁이발생할위험성에대한메시지를극대화하기위해책을건넸다고분석했다.펠트먼에게이책은‘의도하지않은분쟁’의위험을일깨우는데안성맞춤이었을것이다.1차세계대전이전유럽은어느나라든내게는‘방어적’의도가,상대에게는‘공격적’의도가있다고말하는세계였다.초지일관전쟁을역설한호전파가일부있기는했지만,집행부전체를놓고볼때전쟁을적극적으로계획한국가는없었다.그럼에도믿음과신뢰의수준은(심지어동맹들끼리도)낮고적대감과피해망상의수준은높은집행부들이서로의의도를제대로알지못한채속사포처럼상호작용한결과,사상최악의대참사가일어났다.핵심의사결정자들은자국을최우선하는이해관계에매몰되어자신의노력이어떤결과로이어질지결코전망하지못했다.요컨대“1914년의주역들은눈을부릅뜨고도보지못하고꿈에사로잡힌채자신들이곧세상에불러들일공포의실체를깨닫지못한몽유병자들이었다.”(859쪽)
21세기세계정세는100년전유럽과매우흡사하다.냉전이끝난이래안정적인세계양극체제가복잡하고예측불가능한여러세력에자리를내주었고,그와중에제국들이쇠퇴하고신흥국가들이부상했다.이런시각변화는유럽이전쟁에이른이야기를다시생각해보도록자극한다.이도전에응한다는것은과거를현재의입맛에맞게재구성하는천박한현재주의를받아들인다는뜻이아니다.오히려우리의바뀐관점에서더분명하게볼수있는과거의특징들이있음을인정하는것이다.1914년여름위기의경과를읽는독자들은필시그생생한현대성을알아차릴것이다.특히우발적분쟁의가능성과함께살아온한국독자들에게이책의이야기는매우중요한통찰을제공할것이다.이책의주역들과비슷한인물형의핵심의사결정자들을우리는오늘날에도찾아볼수있다.그들이,그리고우리가현대의‘몽유병’에서깨어나는데이책이일조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