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우리에게3ㆍ1운동은어떤의미인가,어떤의미여야하는가
2019년은3ㆍ1운동이일어난지100년이되는해다.학계,문화계,정치계를망라하여이를기념하려는움직임으로분주하고,독립운동과독립운동가에대한관심도전에없이뜨겁다.그추앙의열기를가만히들여다보면‘고귀한희생’이라는가치와조우하게된다.독립운동가의고귀한희생위에오늘의우리가있음을감사한다는얘기다.그런데이는곧나와관계없는먼과거의일로3ㆍ1운동을치부하는것이라고도볼수있다.3ㆍ1운동은늘거족적인운동으로기억되어왔다.오늘의대한민국을있게한민족사적성과,즉과거사로서평가받았다.‘100년전에일어난위대한역사’인것이다.이처럼자신이속한집단이해석하고재현한역사를관습적으로자신의역사로동일시하게되면,과거는나와상관없는객체로전락하기쉽다.
그렇기에더욱중요한것은3ㆍ1운동을‘어떻게’기릴지에대한고민과무엇을계승해미래로나아갈지모색하는것이아닐까ㆍ마침우리는100주년의직전에3ㆍ1운동을재현했다.2016년늦가을부터2017년봄에걸친평화시위로정권교체를이루어낸촛불혁명이그것이다.1919년봄만세시위에참여한평범한누군가와2010년대후반의‘오늘의나’는어떻게이어져있을까ㆍ이러한관점으로3ㆍ1운동을재해석,재구성한것이바로이책김정인교수의《오늘과마주한3ㆍ1운동》이다.
3ㆍ1운동100주년으로주목받는역사학자,김정인교수
저자김정인교수는3ㆍ1운동100주년을맞는시점에서가장바쁘게시간을보내고있는역사학자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서울대국사학과에서한국근대사를전공했고,2004년부터춘천교대에서사회과교육과교수로재직중인그는현재한국역사연구회3ㆍ1운동100주년기획위원회위원장과대통령직속3ㆍ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기획소통분과위원회위원장을맡고있다.그뿐아니라방송국과신문사들이준비하는3ㆍ1운동특집프로그램관련자문을두루맡았으며,2019년에들어서는각종언론매체로부터인터뷰와대담요청을받고있다.한국근현대사를전공한역사학자가비단그만은아닐진대,왜김정인교수가이토록주목받는걸까ㆍ
그가장큰까닭은그의새로운관점에있다.바로‘민주주의’의눈으로한국근현대사와독립운동을바라보기때문이다.지금까지는주로집합적주체인‘민족’의눈으로한국근대사가재구성되었고,침략과저항의이분법적구도로한국근대역사상이수립되어왔다.하지만김정인교수는1980년대민주화운동을경험한세대로서,19세기이래한국사에서진보와변화를이루려는사람들의공통적인이상이자유와평등,즉민주주의였음을발견했다.“민주주의는시대에따라사회에따라시시각각으로피어나고발전하는역사적인존재다.”해방직후에나온잡지《민주주의》에실린〈민주주의에대하여〉라는글에나오는문구다.당연한말이다.하지만아직한국근대사연구에서민주주의는역사적존재로온당한대접을받지못하고있다.이런상황에서,특히2017년의촛불혁명이후민주주의에대한열망과관심이어느때보다높은분위기속에서맞게된3ㆍ1운동의100주년에김정인교수가중차대한역할을맡고크게관심을받게된것은어쩌면당연한일일지모른다.
민주주의의눈으로한국근현대사를재구성하다
저자는이처럼민주주의적시각으로한국근현대사를재해석,재구성하여19세기부터3ㆍ1운동과민주공화정의탄생까지는《민주주의를향한역사》(2015)에,3ㆍ1운동이후부터해방직후까지의독립운동사는《독립을꿈꾸는민주주의》(2017)에담아출간했다.특히《독립을꿈꾸는민주주의》는그해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콘텐츠에선정되었고,한양대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국경을넘는어린이ㆍ청소년역사책’청소년부문대상을수상했다.
두책을가르는3ㆍ1운동은민주주의관점에서근대와현대를나눌만큼획기적인분기다.1801년공노비해방으로시작되는민주주의역사의도도한흐름은독립협회와만민공동회시대라는도약기를거쳐1919년민주공화정의탄생을낳았다.3ㆍ1운동이후독립운동을포함한한국인사회는민주주의를실현하며독립의꿈을키워왔고,그것은해방직후새로운독립국가건설을꿈꾸는다채로운민주주의론들로꽃을피웠다.저자는두책을쓰면서새삼3ㆍ1운동이한국의민주주의역사에서얼마나중요한사건인지깨달았고,그속에서수많은오늘의나를발견할수있었다.민주주의적시각에서3ㆍ1운동의역사를재구성한다는것은곧역사의개인화,역사의현재화의구현을의미한다.즉3ㆍ1운동을일군사람들과공감하고소통하며3ㆍ1운동이라는역사에더가까이다가가게된다는것을뜻한다.저자는이러한역사의현재화와개인화의경험을나누고자이번책을썼다.
책의내용
《오늘과마주한3ㆍ1운동》은‘공간,사람,문화,세계,사상,기억’이라는여섯가지개념을화두로3ㆍ1운동을새로이바라본다.특히각장서두에서2017년의촛불혁명을중심으로100년을사이에둔과거와현재가어떻게만나고이어지는가를밝혀,독자들이3ㆍ1운동의현재적의미와의의를성찰할수있게했다.
1장공간
북부지방이3ㆍ1운동의전국화를이끌었고,이때부터농촌이아닌도시가시위를촉발하는공간으로자리잡았다는데주목한다.서울이3ㆍ1운동을잉태한곳은맞지만,이날서울말고도6개도시에서만세시위가일어났다는사실을아는사람은많지않다.여기에는아픈분단의역사도영향을미쳤다.평양,진남포,안주,의주,선천,원산,이6개도시는모두북부지방에자리하고있다.지금의군사분계선너머북녘땅에서1919년3월1일에일어난시위는눈에서멀어진만큼잊히고말았다.하지만6개도시의만세시위를잊으면,바로다음날부터어떻게만세시위가전국으로확산되었는지를설명할수없다.
2장사람
3ㆍ1운동을통해천도교가한국인사회주류로부상하고학생과여성,노동자와농민이저항주체로탄생했다는사실과말그대로‘누구나’만세시위를이끌고참여하면서3ㆍ1운동이전국화ㆍ일상화되었다는점을다룬다.3ㆍ1운동에함께한경험은두달넘게이어진만세시위로만끝나지않았다.1987년6월항쟁이후노동자대투쟁이이어졌듯이,2017년촛불시민혁명이후미투(metoo)운동이일어났듯이,3ㆍ1운동이후에는사회운동이활발히일어났다.시위대의일원이던학생,청년,여성,노동자,농민이학생운동,청년운동,여성운동,노동운동,농민운동의주체로거듭난것이다.
3장문화
오늘날저항문화의기원인비폭력평화시위로서의만세시위,다양한인쇄매체와태극기와애국가의등장을살펴보고,한국인만의독특한연대문화와인권변론을통한법정투쟁도3ㆍ1운동에서본격화되었다는점을다룬다.3ㆍ1운동이래저항시위는독립운동과민주화운동으로이어졌다.하지만저항시위에서특정한지도자나단체가부각되는경우는거의없었다.3ㆍ1운동에서강자인제국주의에맞서는약자에게연대는절박한문제였다.그렇게종교연대,종교와학생연대가빛을발한3ㆍ1운동의연대문화가오늘날까지이어지고있다.
4장세계
3ㆍ1운동에전세계가열광한것이아니며,각자제국주의,반(半)식민지등의처지에따라다르게보았다는점을서양,중국,일본의사례를통해살펴본다.미국,영국등서양열강은한국인의독립투쟁보다는제국주의지배하의식민지에서일어난반란이라는시각으로3ㆍ1운동을바라봤다.3ㆍ1운동을한국인의독립투쟁으로높이평가한것은제국주의에신음하는식민지,그리고식민지로전락할위기에처한민족이요나라들이었다.자신이처한상황에따라3ㆍ1운동을다르게읽었던것이다.
5장사상
3ㆍ1운동이지향했던민주주의,평화,비폭력주의에대해다룬다.100년전3ㆍ1운동이세상을향해이렇게외쳤다.‘한국의독립없이는동양평화도세계평화도없다.’독립된세상이되어야평화를누릴수있다는절박한호소는분단을극복하고평화가찾아오기를바라는간절한마음과맞닿아있다.오늘날대한민국헌법제1조조항은1919년에탄생한대한민국임시정부의헌법으로부터비롯된것이다.3ㆍ1운동은일본을민주주의의적이라규정했고,민주주의논리로자주독립과인류평등을주장했으며,이를위한민주공화국을탄생시켰다.
보론기억
3ㆍ1운동의역사상이‘거족적인항일투쟁’으로고정화되어가는과정을살핀다.가장좋은분석대상은교과서다.초등학교부터고등학교까지학생들은한국사를배운다.역사학을전공하지않는한,수학능력시험공부를위해암기한역사가평생의역사상식이되기마련이다.3ㆍ1운동은한국사에서손에꼽는중요한사건으로초등학교부터고등학교까지반복적으로배운다.고등학교에서가장깊고넓게배우는데,그것이3ㆍ1운동의상식을형성한다.교과서에서어떻게3ㆍ1운동에관한상식을만들어왔는지를해방직후부터오늘날까지추적한다.
1919년만세시위의현장에서발견하는‘오늘의나’
중국의5ㆍ4운동을주도한베이징대학학생푸쓰녠은3ㆍ1운동에대해‘비폭력혁명으로서정의의결정체’이며,‘불가능한일임을알고도실천한혁명으로반드시배워야하는정신’이라고썼다(책168쪽참조).이것이곧1919년과2017년의저항시위를관통하는평가가아닐까.나아가이러한불가능을넘어선능동적힘의근저에는민주주의에대한열망이있었다.
이책을통해독자들이100년의세월동안민족의잣대로해석되어왔던3ㆍ1운동을오늘의‘나’,그리고민주주의라는가치로다르게볼기회를갖고,1700만의개인을비폭력평화시위로이끌어냈던힘을1919년만세시위의현장속에서느낄수있기를바란다.